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의원은 6월 23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유사수신행위규제법)에 코인 등 가상자산을 조달하는 행위도 금지하는 유사수신행위규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유사수신행위규제법은 허가받지 않은 자가 수신(受信), 즉 불특정 다수에게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업으로 삼는 일을 금지하는 법이다. 사업자 등록 없이 더 큰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출자금을 모금하거나 사설 적금이나 펀드를 개설하고 도주하는 등 사기행각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2000년에 공포된 법안인 만큼 범위가 현금에 한정돼 있어 가상 자산에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현금 대신 가상 자산을 통해 유사수신행위를 자행하는 상황에는 사실상 무의미한 법인 셈이다.
대표 사례인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는 테라·루나를 발행하며 루나를 구매해 예치하면 이율 20%를 보장한다고 홍보했다. 테라·루나가 1테라당 1달러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을 표방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유사수신행위를 저지른 셈이지만, 유사수신행위규제법에는 가상 자산이 포함되지 않아 처벌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시행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고발장이 접수된 상태인 권도형 대표를 처벌하는 데 적용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향후 유사한 사태를 방지하는 데에는 유효할 전망이다. 한 IT 관계자는 이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비유하며 "소가 도망치기 전에 고치지 않은 건 아쉽지만, 남은 소가 있는 만큼 아직 고치기에 너무 늦은 시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부 투기자들은 법안 발의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테라·루나가 시도한 일이 가상자산 투기 시장에서 그리 특이한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가상 자산 투기자는 "가상 자산을 구입하거나 예치한 소비자에게 이자나 추가 혜택 등 패시브 인컴(Passive Income)을 제공하는 건 가상 자산 시장에서 당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일이다"라며, "규제안이 시행되면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런 지적에 대해 양정숙 의원은 "테라·루나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치한다면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라며, "가상자산을 이용한 유사수신행위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유사한 피해 사례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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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만평] 루나 잃고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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