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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채굴 그래픽카드 떼가 '또' 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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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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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2-07-01 오후 2:47: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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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부품 중고 거래 시장에 중고 그래픽카드 매물이 다수 증가했다. 그러나 이중 상당수가 가상 자산 자격 증명(채굴)에 투입된 제품이라는 정황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오늘날 채굴 그래픽카드 유통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일이 됐다. 채굴기 교체 시기가 되거나 가상 자산 시세가 대폭 하락할 때마다 채굴에 사용된 그래픽카드 다수가 중고 시장에 유통되기 때문이다. 이젠 중고 그래픽카드를 구매할 때마다 채굴에 투입된 제품인지 걱정해야 하는 시대다.
그러나 중고 물품 중 채굴 그래픽카드가 일부 섞여있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그 수가 좀 많을 전망이다. 가상 자산 투기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 가상 자산 시세 폭락으로 채굴기 '급처' 이어져
가상 자산 투기 시장은 2022년 상반기 동안 여러 악재를 만났다. 미국 금리가 상승하며 투기자들이 불안정한 가상 자산을 우선 처분하는 과정에서 시세가 하락하기도 했고, 테라·루나 코인이 폭락하며 가상 자산이 지닌 위험성이 강조되는 사건도 있었다.
여기에 유럽 등지에서 가상 자산 익명 거래를 막으려는 움직임이 생기며 가상 자산 시세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의회에서는 가상 자산 채굴이 일으키는 환경 오염 문제 때문에 가상 자산 자체는 허용하더라도 채굴 행위는 막으려는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가상 자산 채굴가들이 사태가 더 악화하기 전에 채굴 장비를 빠르게 처분하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채굴 시장에 흘러 들어간 그래픽카드 수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 많은 물량이 한 번에 쏟아져 나오는 만큼 '범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됐다.
존 페디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2분기 이후부터 엔비디아와 AMD가 제조한 그래픽카드 수는 꾸준히 늘어나 분기당 천만 개 이상 생산됐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용 시장에 풀리는 제품 수는 반대로 극도로 적어져 품귀 현상을 일으켰다. 막대한 분량이 게이밍이나 연구 등 일반 소비자 시장이 아닌 다른 시장으로 갔다는 의미이며, 대부분 채굴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음을 짐작할 수 있다.
2022년 5월 미국 증권 거래 위원회가 투자자들에게 자사 제품 중 얼마나 많은 제품이 가상 자산 채굴자들에게 판매됐는지 속였다는 이유로 엔비디아에게 벌금 550만 달러(한화 약 71억 3,600만 원)를 선고한 사실이 이런 짐작에 힘을 실어준다.
□ 채굴 그래픽카드, 돈 주고 불량품 구매하는 꼴
이렇게 시중에 나온 그래픽카드를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채굴 작업 특성상 부품 수명을 극단적으로 갉아먹기 때문이다. 사실상 망가지기 직전인 물건을 돈 주고 사는 셈이다. 실제로 채굴 그래픽카드 논란이 수년간 지속되며 여러 PC 부품 업체가 채굴 정황이 발견된 제품 보증을 철회하거나 보증 기간을 줄이는 정책을 도입하기도 했다.
채굴 그래픽카드 위협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곳은 컴퓨터 연구 및 그래픽 작업 분야다. 게임 유저들이야 그동안 기다려 왔듯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좀 더 기다릴 수 있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연구나 업무를 위해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꼭 필요한 경우 위험을 무릅쓰고 그래픽카드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
특히 연산 작업을 위해 그래픽카드 다수를 활용한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하는 대학교 수준 연구소에 치명적이다. 규모와 예산이 확보된 대학원이나 기업 산하 연구소에서는 연구용으로 제작된 전용 모델을 구입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선 일반 소비자용 그래픽카드를 구매해 연구에 활용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중고 시장 상황을 항상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사한 제품들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제품이나 한 판매자가 한 번에 중고 제품 다수를 판매하고 있는 경우, 혹은 같은 제품이 동시에 여러 개 판매될 경우에는 채굴가가 채굴 장비를 급하게 처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 신제품 구매 속 재포장이라는 암초
신품 구매도 안심할 수 없다. 채굴 그래픽카드 범람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 중 하나는 재포장이다. 최근 그 빈도가 크게 낮아지긴 했으나, 일부 비양심적인 매장에서 중고 그래픽카드를 새 제품인 양 재포장 해 판매하는 행위는 분명히 존재한다. 올해 3월에도 재포장된 그래픽 카드가 신품으로 판매돼 총판에서 사태 원인을 밝히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사건이 있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재포장 제품 구분법은 사용 흔적 유무다. 골드핑거(기판 가장자리에 있는 금도금 커넥터)에 긁힌 자국이 있거나 냉각팬 블레이드에 쌓인 먼지, 기판에 남은 유분, 나사 머리 마모 등이다. 특히 채굴에 사용된 그래픽카드는 정상적으로 메인보드에 장착되는 게 아닌 전용 프레임에 장착되는 경우가 많아 더 거칠고 분명한 사용 흔적이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전문가들은 재포장 대비를 위해 택배 상자를 뜯는 순간부터 실제 부품 확인까지 모든 과정을 영상 기록으로 남기기를 권장한다. 처음 수령했을 때부터 잘못된 부품이 왔다는 사실을 가장 확실하게 증명하는 방법이고,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으로 보상을 받기도 원활하기 때문이다.
한 부품 총판 관계자는 "채굴 그래픽카드 중고 판매는 비유하자면 한 이닝 내내 어깨를 혹사한 투수가 다른 구단에 비싸게 이적하는 것과 같다"라며, "그런 선수가 곧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되듯이 채굴 그래픽카드 역시 내구성이 한계에 다다라 구매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몸값' 못하게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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