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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구설수 휘말린 스팀 유료 MOD, 나흘만에 하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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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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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5-04-28 오전 9:49: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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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브의 디지털 배급 플랫폼인 ‘스팀’이 유저 MOD(Modification) 유료 판매를 시도하다, 유저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나흘만에 이를 철회했다.
밸브는 4월 24일 스팀 창작마당(Workshop) MOD 유료화 모델을 발표했다.MOD는 상용 게임에서 유저가 이미 있는 콘텐츠를 변경하거나, 신규 콘텐츠를 추가하는 것을 지칭한다. 1993년 FPS게임 <둠>의 발매와 함께 다양한 MOD가 붐을 타, 현재는 게이머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상태다.
2011년 론칭한 스팀 창작마당은 여기에 편의성을 더했다. 원하는 MOD 페이지에서 ‘구독하기’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다운로드 및 업데이트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는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과 <도타 2>,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등 유명 게임에서 창작마당을 지원하는 상태다. 등록된 창작물 개수만 해도 적게는 게임당 수천 개, 많게는 수만 개에 달한다.
발표한 유료 MOD 정책에 따르면, 판매 수익의 25%는 제작자에게 돌아간다. 나머지 75%는 개발사와 밸브가 나눠 가진다. 밸브는 MOD가 가장 활성화된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에 유료화를 도입하고, 차후 다른 타이틀로도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산적한 저작권, 호환성 문제…밸브의 해결방안은 ‘글쎄’
이 정책에 대해 유저들은 크게 반발했다. 그저 ‘그간 무료였던 MOD를 돈을 주고 사기 때문’만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호환성이다. MOD는 단독으로 구동되는 경우도 있지만, 돈을 받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완성도가 높은 MOD는 여러 유저가 만든 MOD를 합쳐 구동되는 경우가 상당수이다. 예를 들자면 기능을 확장하기 위해 스크립트 추가가 필요하다던가, 캐릭터를 만들면 그에 맞는 애니메이션과 장비 모습이 필요하다던가 식이다.
과거에는 모두 무료였기 때문에 원작자의 허가를 받고, ‘구동에 이런 MOD가 필요하다’ 정도만 명시하면 됐다. 유료화가 도입되면 필요한 MOD가 유료인지 무료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무료라 하더라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아마추어리즘에 입각해 자신의 MOD가 유료 MOD에 이용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유저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발매된 유료 MOD 중 하나인 낚시의 묘미(Art of the Catch)에는 다른 유저가 만든 애니메이션 MOD 중 일부가 사용됐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MOD를 만든 ‘Fore’ 유저는 "자신에게 이용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문제로 논쟁이 벌어지자 낚시의 묘미 제작자 ‘Chesko’는 밸브에게 자신의 MOD를 창작마당에서 내려 달라 요청했다.
Chesko는 레딧(Reddit)에 쓴 해명글에서 “스팀 첫 페이지에 노출되고 성공한 IP를 거의 제한 없이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인디 개발자들은 집이라도 팔 것”이라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Chesko는 위 글을 쓴 이후로도 논쟁이 계속되자 레딧과 트위터에서 탈퇴한 상태다.
환불 기한이 24시간만이라는 점도 문제다. 상당수의 MOD는 아마추어의 작품이다 보니 미완성된 상태가 대부분이며, 상용 게임과 맞먹는 품질은 드문 편이다. 중간에 개인 사정으로 유지보수를 중단하고 이탈하는 일도 흔하다. 상품으로서 구입하기에는 장기적인 완성도가 문제될 수 있는데, 그 때 유저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작권 문제가 있다. 다른 유저가 만든 MOD를 원작자인 척 하고 올리거나, 다른 상용 게임의 콘텐츠를 그대로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밸브는 이미 3년 전 <도타 2> 창작마당에서 홍역을 한 번 치룬 바 있다. 2012년 <도타 2> 창작마당이 업데이트됐을 때 엔씨소프트의 MMORPG <아이온> 장비를 표절한 유저 제작 아이템이 적발된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창작마당에서도 저작권 침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유저의 신고 뿐이었다.
▲좌측 <아이온> 표절 아이템, 우측 퇴출 후 밸브가 보상으로 지급한 아이템
이미지 출처 - http://muitosupremo.com.br/
이에 관한 현업 종사자들의 의견은 ‘상용 MOD의 품질을 올리고, 어떤 형태로든 밸브와 개발사가 좀 더 MOD 제작자에게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귀결됐다. 네덜란드 인디 개발사 ‘블램비어’의 라미 이스마일(Rami Ismail)은 이 문제에 관해 “스팀의 몫에 대해 진짜 논의해야 할 부분은 소유권 및 저작권, 그리고 지불 문제지, ‘창작자가 돈을 벌길 원한다’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MOD로 시작했지만, 2012년부터 상용 게임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게리모드’의 제작자 개리 뉴먼(Garry Newman)도 입을 열었다. 그는 "내가 MOD를 팔 때는 모두가 화를 냈다, 무료로 풀렸을 때보다 나은 물건을 받기 시작하니까 조금은 잦아들더라"라며 "지금 승자는 명백히 밸브와 게임 개발사다. MOD 제작자들은 여기서 나온 수익을 더 큰 분량으로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커뮤니티 유저간 불화로 번져…결국 나흘만에 철수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찬성하는 유저와 반대하는 유저 사이의 골이 깊어져 가고 있으며, 이 떄문에 창작마당에서 아이템을 제작, 혹은 이용하는 유저들이 불편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24일 당시 판매를 시작했던 유료 MOD 제작자의 스팀 프로필 페이지는 반대하는 유저들의 악성 댓글로 도배됐다. 대부분은 ‘유료 MOD를 만들지 말라’ 식이다. 밸브의 FPS게임 <하프라이프>의 무기를 스카이림 유료 MOD로 옮겨 온 제작자 ‘Jimo’는 “계속 귀찮게 하면 신고하겠다”식으로 대응했지만, 이후로도 악성 댓글은 십여 페이지에 걸쳐 계속됐다.
반발하는 유저들이 올린 MOD 때문에 창작마당 기능이 마비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였다. 유료 MOD 업데이트 후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 창작마당 페이지가 반대 유저들이 올린 의미없는 MOD로 도배됐던 것이다. 여기에는 ‘그냥 MOD 한 번 올려 봤어요’부터 시작해 칼 한 자루에 99.99달러를 받는 ‘나는 부자다(I am rich)’ MOD까지 있었다. 밸브는 ‘검토 중(Under The Review)’ 항목을 만들어 사전 검수를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이나, 주말이 지난 27일까지도 이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사태가 악화되자 밸브의 CEO인 게이브 뉴웰은 유저와의 소통 자리를 가지고 수습에 나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목요일에 LA에서 비행기를 타고 돌아갔는데, 내리자마자 3,500개의 메시지를 받았다”며, “우리가 인터넷에 아주 큰 잘못을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 28일 스팀에 올라온 유료 MOD 폐지 공지
밸브는 결국 28일 스팀 커뮤니티 공지를 통해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에서 유료 MOD를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올라왔던 유료 MOD를 구매했던 유저들에게는 모두 환불 처리할 방침이다.
밸브는 이 공지에서 "MOD 제작자가 원한다면 MOD 제작에만 전념할 수 있게, 개발사는 MOD 커뮤니티에 더 나은 지원을 할 수 있게 하려고 했었다"라고 본래의 취지를 밝혔다. 이어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이를 시행했다. 이전에 우리가 제시한 수익 공유 모델과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 창작마당 MOD 커뮤니티의 차이를 과소평가했다”며 실수를 인정하고, “우리에게 수많은 피드백을 줬으니, 이를 곱씹어보겠다. 의견이 또 있으면 이야기해달라”라고 경청하는 자세를 보였다.
유저들은 이에 대해 “두 번 다시 이런 시도를 하지 말라”라며 여전히 밸브를 비판하고 있다. 다른 유저들은 대안으로 “유저가 원할 때 자의로 기부할 수 있도록 하라” “모더에게 더 많은 수익을 줄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라” 등을 제안하고 있다. 호된 신고식을 치룬 밸브, 과연 다음에 유료화를 진행한다면 유저 의견을 수용할지 주목된다.
겜툰 양재모 기자
nya@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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