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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만평] 자국 시장 문 닫고 덤핑하는 중국 게임, ‘정부 차원 대응’ 필요하다

작성자 :	등록일 : 2019-09-23 오전 7:10:32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중국 게임 비중이 늘고 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게임이 인기를 얻고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2017년 3월 이후 한국 게임은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가운데, 중국 게임은 한국 시장에서 수백억 원을 버는 상황이다.

2016년 7월 한국과 미국이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공식화한 후 중국은 한국에 열린 문을 닫아 잠가 버렸다. 한국 콘텐츠를 막는 ‘한한령(限韓令)’도 이때 나왔다.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중국 내 콘텐츠 업계에서는 이를 철통같이 지키고 있다.

2018년 3월 중국 정부는 자국 내 게임 서비스에 필요한 허가권인 ‘판호(版號, 유통허가)’ 발급도 중지했다. 이후 약 9개월 만인 2018년 12월부터 중국산 게임에 주는 ‘내자 판호’ 발급을 재개했고 2019년 4월부터 해외 게임에 주는 ‘외자 판호’도 발급하기 시작했지만, 한국 게임은 여전히 ‘판호’ 발급에서 외면받고 있다.

한국 게임은 중국 정부가 ‘판호’ 발급을 중단한 2018년 3월부터 1년 6개월이 넘게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셈이다. 그사이 중국 게임은 한국 게임 시장에 물밀 듯이 쏟아졌다. 유명 연예인을 활용한 마케팅을 통해 인지도를 높였고 국내 모바일 게임 양대 마켓에서 높은 매출 순위를 차지했다.

그간 중국 게임은 MMORPG나 수집형 RPG로 성과를 냈다. 두 장르는 국내 게임 시장에서 인기 장르였으므로, 게임성만 충분하다면 어느 정도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장르였다. 그런데 9월 3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릴리스 게임즈 ‘라이즈 오브 킹덤즈’가 양대 마켓 인기 1위, 구글 플레이 매출 2위,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라이즈 오브 킹덤즈’는 전 세계 역사적 문명을 선택해 발전시키면서 다른 유저와 경쟁하는 전략 게임이다. 여타 중국 게임과 마찬가지로 출시 전부터 마케팅에 유명 배우인 하정우를 기용해 인지도를 높였다. 그런 만큼, 어느 정도 성과는 예상됐으나 양대 마켓 인기 1위와 구글 매출 2위, 애플 매출 1위라는 높은 성과를 냈다.

RPG가 강세인 국내 게임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전략 게임으로 국내에서 성과를 낸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국내 게임 시장에서는 2014년 슈퍼셀 ‘클래시 오브 클랜’, 2016년 ‘클래시 로얄’ 이후 전략 게임이 매출 최상위권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기 없는 장르로도 높은 성과를 낸 중국 게임을 더는 예전과 같이 ‘짝퉁’으로 깎아내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지난 수년간 중국, 한국 게임사가 출시한 여러 가지 게임을 제치고 매출 순위를 차지한 모습은 한국 게임 업계를 위협하는 경쟁 상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중국 게임사는 한국 게임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를 무단으로 도용하거나 선정적인 광고 등으로 세를 확장한다. 그러면서 유명 연예인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좋은 인상을 얻고 한국 유저로부터 수백억 원을 벌어들인다.

또한, 한국 지사를 설립하지 않아 국내 게임 관련 규제를 지키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는다. 사전 공지 없이 서비스를 갑자기 종료해 버리는 일명 ‘먹튀’도 적잖이 일으킨다. 각종 논란으로 국내 마켓에서 퇴출당한 후에는 독자적인 결제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마지막까지 한국 유저 돈을 챙기려는 모습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게임사는 국내법을 준수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사실상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다.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추진한 주 52시간 근무, 포괄임금제 폐지는 오히려 이를 지키지 않고 막대한 인력과 자금을 투입해 물량, 속도로 싸움을 거는 중국 게임사에는 좋은 기회가 됐다.

2015년 발효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 때 양국은 협정 부속서(한중 FTA 부속서 22-가 후속 협상을 위한 지침 가-1)를 통해 “양 당사국은 후속 협상에서 서비스 무역 및 투자에 대한 높은 수준의 자유화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지침을 명시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전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은 2018년 기준 매출 2144억4천만 위안(약 36조9천억 원)을 달성했다. 같은 기준 한국은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네 번째로 큰 6조5천억 원을 기록했다. 한국보다 6배가량 큰 중국은 우리나라에 일방적으로 게임을 수출하고, 한국은 중국에 발도 못 디디는 형편이다.

지난 9월 17일 정부는 2018년 12월 발표한 ‘콘텐츠 산업 경쟁력 강화 핵심 전략’ 추가 대책으로 2020년까지 3년 동안 총 4천5백억 원 규모 ‘콘텐츠 모험 투자 펀드’를 신설하고 ‘실감 콘텐츠’ 육성, 한류 콘텐츠 관광 자원화 등 ‘콘텐츠 산업 3대 혁신 전략’을 공개했다.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문화 후진국을 벗어나 콘텐츠 강국이 된 데에는 창작자들이 창의성과 혁신적 기술, 기업가 정신을 갖고 도전한 수많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세계 최고 수준 초고속 인터넷망을 활용해 온라인 게임을 만들고 수출한 게임 개발자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e스포츠 세계 1위 위상을 갖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는 우리 콘텐츠 강점을 살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창작자들이 얼마든지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자 한다”라며 “콘텐츠는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중요한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정부가 콘텐츠 산업을 지원, 육성하려는 의지는 충분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한류(韓流) 최대 시장인 중국이 문을 열지 않고 오히려 중국 콘텐츠는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이라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나쁘지 않지만, 당장 현실적인 문제 해결도 중요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은 한국에서 진입할 문을 닫은 채 국내 게임 시장에 무수한 게임을 쏟아내면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라며 “FTA 체결 국가임에도 자국 게임 시장을 보호하면서 불공정한 무역 행태를 보이는 중국에 대해 ‘정부 차원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겜툰 박해수 기자(caostra@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