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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만평] 밸브 vs 에픽, 국내 게임 시장 둘러싼 ‘ESD 대전 폭풍전야(暴風前夜)’
작성자 : 등록일 : 2019-04-10 오전 9:07:18


국내 PC 게임 시장을 둘러싸고 글로벌 ESD(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 전자 소프트웨어 배급)가 격돌을 앞두고 있다. 세계 최대 PC 게임 플랫폼 밸브 코퍼레이션(이하 밸브) ‘스팀(Steam)’은 게임 이용 라이선스 판매 서비스 도입을 예고했고, ‘언리얼 엔진’ 개발사 에픽게임즈가 직접 만들고 서비스하는 ‘에픽게임즈 스토어(Epic Games Store)’는 4월 12일 국내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비디오 게임이 처음 등장한 후 게임 시장은 패키지를 구매해야 즐길 수 있는 싱글 플레이 게임이 주를 이뤘다. 그러던 중 인터넷 보급에 따라 멀티 플레이가 보편화 됐고 이에 맞춰 멀티 플레이를 일반화한 온라인 게임이 등장했다. 온라인 게임 이후 게임 시장은 실물 패키지로만 게임을 유통하던 구조를 인터넷으로 옮겨 ESD를 보편화했다.

ESD는 소프트웨어를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구매하고 바로 내려받아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유통 방식을 의미한다. 패키지 제품과 달리 디스켓, CD, DVD, 블루레이 등 저장 매체와 포장비, 배송비를 없애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고, 구매 기록이 데이터로 남아 라이선스를 분실할 우려가 적은 장점이 있다.

패키지 게임을 즐기던 유저들은 온라인 게임에 익숙해지면서 같은 인터넷 기반 ESD에도 익숙해졌다. 게임이 설치된 각종 저장 매체와 이를 인식할 장치가 없어도 인터넷을 통해 게임을 다운로드 받고 바로 설치해 즐길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전 세계 게임 시장이 ESD 시대를 맞이하면서, 밸브는 발빠르게 ESD를 활용한 PC 게임 플랫폼 ‘스팀’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팀’ 서비스 전 밸브는 FPS 게임 ‘하프라이프’,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을 서비스하고 있었는데, 업데이트에 유저 수천 명 이상이 접속해 서버가 마비되는 문제가 종종 발생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밸브는 2003년 게임을 자동 업데이트하는 독립 프로그램이자 ESD를 도입한 ‘스팀’을 출시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05년에는 타 회사 작품인 인디 게임 ‘다위니아(Darwinia)’를 출시하면서, ‘스팀’은 본격적으로 ESD를 탑재한 PC 게임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이후 ‘스팀’은 분기별 등록된 게임을 할인하는 정책을 유지하면서 2019년 현재까지 게임 업계 대표 ESD로 자리 잡았다.

‘스팀’이 큰 성공을 거둔 후, ‘스팀’을 통해 게임을 서비스하던 게임사들도 자체 플랫폼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게임 개발 엔진인 ‘언리얼 엔진’ 개발사 에픽게임즈도 2018년 자체 ESD 플랫폼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정식 출시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게임 업계 ‘건전한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이 때문에 수익 배분율을 타 플랫폼보다 개발사에 유리하게 책정했다. 현재 ‘스팀’ 수익 배분율은 개발사 70%, 밸브 30%, 언리얼 엔진 사용 시 개발사 65%, 에픽게임즈 5%, 밸브 30%인데,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개발사 88%, 에픽게임즈 12%다.

또한, 게임 할인을 하지 않는 대신 가입한 모든 유저에게 2주마다 게임 하나를 무료로 주는 정책도 실시 중이다. 4월 19일까지는 퍼즐로 덮인 섬을 탐험해 숨겨진 비밀을 푸는 테클라(Thekla) 개발 퍼즐 어드벤처 ‘더 위트니스(The Witness)’를 무료로 제공한다.

다만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게임 세이브 파일 클라우드 저장, 게임을 수정할 수 있는 모드, 유저 평가 기능, 토론장, 유저 프로필, 도전 과제, 유저 간 아이템 거래, 라이브러리 공유, 자체 방송 송출, 즐겨찾기 목록, 프리로드(출시 전 미리 다운로드) 등 지원하지 않는 기능이 다수 존재하지만, 6개월 이내로 관련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처럼 게임 업계를 주름잡는 ‘스팀’과 후발 주자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서로 다른 정책을 내세우면서 대결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팀’은 게임 이용 라이선스 판매 서비스 ‘스팀 사업장 라이선스 프로그램’을 시작하려 한다. 2018년 7월 1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는 PC방, 사이버 카페, 커피숍 등 인터넷이 가능한 환경 어디에서나 ‘스팀’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스팀 사업장 라이선스 프로그램’은 2019년 3월 18일부터 22일까지 열린 세계 최대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GDC 2019’ 현장에서 국내 서비스가 확정 발표됐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PC방 서비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다만 밸브가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로부터 서비스할 게임을 심의 받거나 미이 심의를 받은 게임만 서비스해야 한다. 혹은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지정을 받는 방법도 있다.

반면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서비스 중인 에픽게임즈는 게임 등급을 사전 심의 없이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자격 획득을 진행 중이다. 해당 사업 자격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지정하는데, 현재 구글, 애플, 삼성전자,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이하 소니), 카카오게임즈, 원스토어, 오큘러스 7곳뿐이다.

이 밖에도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소니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으로만 발매됐던 ‘헤비 레인’, ‘비욘드: 투 소울즈’,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등 퀀틱 드림 어드벤처 게임에 대해 PC 기간 독점을 확정했고, 앞으로도 독점작을 유치해 경쟁력을 높여갈 계획이다.

게임 시장에 ESD 개념이 정립된 후 빠르게 움직여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 빠질 수 없는 플랫폼이 된 ‘스팀’은 ‘스팀 사업장 라이선스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게임 시장, 특히 PC방을 겨냥한 사업을 시도하려 한다. 엔진 개발사 손에서 탄생한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아직은 부족한 기능과 적은 게임 수로 ‘스팀’에 밀리는 형세지만, 국내법을 준수하고 단점을 점차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내 게임 시장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려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팀’과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국내 게임 시장에서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는데, 두 플랫폼 간 관계는 마치 폭풍이 불기 전 고요한 분위기인 ‘폭풍전야(暴風前夜)’를 연상케 한다”며 “다소 조용히 사업을 추진 중인 밸브와 적극적으로 국내에서 활동 중인 에픽게임즈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겜툰 박해수 기자(caostra@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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