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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만평] 게임 업계 근로 환경 ‘제구포신(除舊布新)’, 더 좋은 생태계 만든다
작성자 : 등록일 : 2019-04-11 오전 6:46:42


국내 게임 업계에서 근로 환경 개선 노력과 함께 포괄임금제 폐지가 이어지고 있다. 일과 삶 사이 균형을 의미하는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 이하 워라밸)’이 중요한 기업 문제로 떠오르면서, 그동안 ‘크런치 모드(Crunch Mode)’ 같은 업무 환경을 유지하던 게임 업계가 발 벗고 나섰다.

‘크런치 모드’는 게임 등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 마감 기일을 앞두고 수면, 위생, 영양 섭취 등 개인이 누릴 사회활동을 포기하고 야근 및 주말 근무를 포함한 강도 높은 근무 체제로 연장 근무 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기업 간 개발 경쟁이 격해지고 개발 기간을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연장 근무와 고강도 노동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크런치 모드’도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개발 업무 특성상 특정 시기에 노동력 집중이 필요하기는 하나,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기 전에는 퇴근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져 노동 환경 문제 주요 논점으로 지적받았다.

하지만 ‘워라밸’이 중요한 사회적 논점이 되고, 2017년 고용노동부에서 정시 퇴근, 퇴근 후 업무 연락 자제, 업무집중도 향상, 생산성 위주 회의 진행, 명확한 업무지시, 유연한 근무, 효율적 보고, 건전한 회식문화, 연가사용 활성화, 관리자부터 실천 등 ‘일·가정 양립과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한 근무 혁신 10대 제안’을 발간하면서 게임 업계에서도 노동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엔씨소프트는 ‘워라밸’에 따라 2017년 12월부터 ‘워라발(워크는 스마트하게, 라이프는 발랄하게)’ 캠페인을 벌였고 2018년 1월에는 게임 업계 최초 주당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는 ‘유연 출퇴근제’를 시행해 초과 근로를 하지 않는 사내 분위기를 조성했다.

넷마블은 2018년 3월 13일부터 월 기본 근로시간 내에서 오전 10시~오후 4시까지 직원들 간 업무 협업을 위한 ‘코어타임(Core-Time)’을 제외하고 나머지 업무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사전 연장근로 신청’을 통해 오후 10시~오전 8시 근무를 신청한 경우를 제외하면 휴일, 원 근로시간 초과 연장 근무도 일절 금지했다.

넥슨은 2018년 7월 1일부터 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1일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야간 근무가 필요한 경우에는 주 최대 52시간을 넘지 않는 선에서 별도 근로 수당을 제공하는 추가 근무만 가능하도록 했다. 월 최대 근로시간에 인접하게 일했을 경우, 연차와 별도로 휴가를 주는 ‘오프(OFF) 제도’도 신설했다.

NHN은 2017년 8월부터 출근 시간을 8시 30분~10시 30분 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퍼플타임제’를 운영해 왔는데, 2018년 7월부터는 월 총 근로시간 내에서 근무시간을 최소 4시간~10시간으로 조정할 수 있는 ‘뉴퍼플타임제’를 시작했다. 오전 11시~오후 4시까지 ‘코어타임’으로 설정해 최대한 근무에 집중케 했고, 사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딥 워크 캠페인’을 시행했다.

이 밖에도 300인 이상 사업장을 운영 중인 게임빌, 네오위즈, 스마일게이트, 웹젠, 조이시티,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크래프톤, 펄어비스가 평일 40시간, 추가 근로 12시간으로 한 주에 총 52시간 근무하는 ‘주 52시간 근로제’를 적용했고 300인 이상 사업장은 아니지만, 위메이드와 EA 코리아도 관련 제도를 시행해 근로 환경을 개선했다.





‘워라밸’이 사회적 가치로 인정받고 보편화하자 게임 업계에서는 ‘크런치 모드’를 빙자한 가혹한 근무 제도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이와 함께 근로 환경을 힘들게 만든 ‘포괄임금제’도 여러 회사가 폐지를 선언하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연장, 야간, 휴일 근로 등을 미리 정해 예정된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실제 근로시간을 따지지 않고 매월 일정액을 시간 외 근로 수당으로 지급하거나 기본임금에 일정액을 포함해 지급하는 임금 산정 방식이다.

근로기준법에 관련 규정이 없는 ‘포괄임금제’는 근로 형태나 업무 성질에 따라 근로시간이 불규칙하거나, 노동자 재량으로 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는 등 ‘초과 근로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운 사업장’에 한해 대법원 판례에 의해 예외적으로 인정되기 시작했다. 게임 업계에서도 근로 계약 시 ‘포괄임금제’가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게임 업계가 ‘워라밸’에 동참하고 ‘크런치 모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면서 ‘포괄임금제’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가장 먼저 폐지에 나선 회사는 펄어비스로, 2017년 초 ‘포괄임금제’를 없애고 기본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초과하면 주 52시간 내에서 추가 근무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웹젠은 2018년 7월부터, 위메이드는 같은 해 10월 위메이드이카루스, 위메이드열혈전기에이치디, 위메이드서비스, 위메이드넥스트 등 자회사 4곳에서 없앴고 2019년부터는 전체 직군에서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EA 코리아는 2019년 1월 ‘포괄임금제’를 없앴고, 넥슨도 같은 달 자회사 네오플에서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후 2월에는 넥슨코리아가 동참했다. 넷마블은 2019년 3월 15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3분기 내로 ‘포괄임금제’ 폐지를 공지했고 엔씨소프트는 4월 2일 입장 발표를 통해 10월 중으로 ‘포괄임금제’ 폐지를 발표했다. 스마일게이트도 4월 3일 ‘포괄임금제’를 없애고 휴가를 늘리기로 했다.

이처럼 국내 게임 업계는 ‘크런치 모드’ 기반 열악한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고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다만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계 특성상 늦은 시간에도 돌발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는 정부가 특별 연장 근로제도를 신설하거나 회사별 인력 추가 채용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과 삶에서 모두 보람을 느끼려는 ‘워라밸’이 게임 업계에 자리 잡으면서 게임 제작과 서비스를 위해 관행처럼 시행되던 ‘크런치 모드’와 ‘포괄임금제’가 폐지되는 등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며 “게임 업계는 오랜 습관은 버리고 쇄신과 개혁을 펼치는 ‘제구포신(除舊布新)’을 통해 더 좋은 생태계를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겜툰 박해수 기자(caostra@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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