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즘(PLAYISM)은 Faxdoc와 happysquared, sunnydaze가 개발한 신작 인디 게임 '러스티드 모스(Rusted Moss)'를 4월 12일 정식 출시한다. 플랫폼은 PC(스팀)이며, 게이밍 콘솔 출시 계획이 있으나 정확한 일정은 공개된 바 없다. 공식으로 한국어를 지원한다.
공식적으로는 메트로바니아 장르를 표방하고 있으며, 갈고리(그래플링 훅) 액션을 활용한 플랫포머 요소가 도입돼 있다. 개발자 소개에 따르면 전투 디자인 단계에서는 탄막 슈팅(Bullet Hell) 장르 영향을 받기도 했다.
'러스티드 모스'에서, 유저는 인류를 배신한 요정 펀(Fern)이 되어 요정 여왕 티타니아의 조각난 몸을 되찾는 여정을 떠나야 한다.
설정이 꽤 독특하다. 인류는 요정 손에 반쯤 멸망했고, 주인공은 인류가 요정의 힘을 강탈해 육성한 병기인 '마녀'인 동시에 인간 손에서 자란 요정인 '체인질링'이라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스토리는 주인공이 요정으로서 자신을 자각하고 연구소에서 요정 퍽(Puck)을 구출하고 탈출한 직후 시작된다.
요정은 장난을 위해 사람 얼굴에 황산을 끼얹는 등 인간을 장난감으로 삼아 괴롭힌다. 인간은 요정을 납치하고 요정의 힘을 얻기 위해 생체실험을 진행하거나 고문한다. '러스티드 모스' 속 스토리에 명백한 선과 악은 없으며, 미쳐버린 두 진영 사이에서 고뇌하는 주인공만이 있을 뿐이다.
갈고리는 '러스티드 모스' 핵심 시스템이다. 메트로바니아 장르 게임들은 크고 복잡한 맵을 탐험하기 위해 여러 이동용 기술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러스티드 모스'는 핵심 이동 수단으로 차지 점프와 갈고리를 선택했다.
갈고리 장비를 따로 들고 다니는 게 아니라 퍽이 직접 갈고리처럼 변신한다는 설정이다. 이 때문인지 '러스티드 모스' 갈고리는 보편적인 게임 속 갈고리와 다르게 탄성이 있다. 밧줄 대신 고무줄을 사용한 갈고리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일단 매달린 뒤 탄성을 통해 처음 매달린 높이보다 더 높게 뛰어오를 수도 있고, 차지 점프와 탄성을 조합해 일반적인 갈고리라면 불가능했을 아크로바틱한 이동을 선보일 수도 있다.
게임 후반부로 갈수록 탄성을 이용한 복잡한 곡예 기동을 연속으로 펼쳐야 하는 등 갈고리 활용 테크닉이 강조된다. 이런 고난도 액션은 체력 최대치 상승 등 숨겨진 강화 요소를 수집할 때 더 잘 느낄 수 있는데, 숨겨진 아이템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약 2~3챕터쯤 뒤에나 요구할법한 갈고리 테크닉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점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탄성과 차지 점프를 잘 활용하면 아직 갈 수 없는 곳에 억지로 갈 수 있게 되는 상황이 있는데, '러스티드 모스'는 그런 상황에서 스토리가 꼬이거나 오류가 발생하곤 했다.
예컨대 초반부에 실험실로 들어가면 특정 오브젝트를 파괴했을 때 게임이 강제 종료되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오브젝트 파괴 시 이벤트가 지정되어 있지 않다는 메시지가 출력됐다. 선행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아 해당 오브젝트와 관련된 이벤트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개발자가 상정하지 않은 장소에 유저가 들어가는 일은 보통 버그성 플레이에 가깝지만, 문제는 이 게임이 메트로바니아를 표방한다는 점이다. 각종 수단을 활용해 아직 갈 수 없는 곳에 가기 위해 노력하는 건 메트로바니아 장르에서 흔한 일이며, 그런 부분에 대한 대처가 없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전투 난도는 높은 편이다. 게임 패드 기준 아날로그 스틱 하나가 이동, 하나가 조준을 담당한다는 트윈스틱 컨트롤 방식을 채택했다. 키보드-마우스 체계에서는 키보드가 이동, 마우스가 조준을 맡는다.
이동과 공격이 별개 조작으로 분리돼 있어 두 행동을 동시에 할 수 있다. 갈고리를 활용해 빠르게 이동하며 적을 공격하는 건 재미있는 일이었지만, 게임 자체가 갈고리 액션을 펼치는 동시에 전투를 벌이는 상황을 상정한 탓에 중반부터는 상대하기 괴롭기도 했다. 등장하는 적 대부분이 갈고리 사용을 전제하고 디자인돼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보스전이 그랬다. 바닥 전체가 위험 지역으로 바뀌는 바람에 천장에 매달려 진자 운동으로 공격을 피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지면에서만 활동하면 사실상 저항 자체가 불가능한 보스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무기는 충전 라이플이고, 게임을 진행하며 권총과 샷건 등 다른 무기를 획득해 상황에 맞춰 교체할 수 있다. 무기마다 공격 방식, 데미지, 공격 속도 등이 모두 다른데, 예컨대 충전 라이플은 마우스를 연타해 빠르게 공격할 수 있고, 마우스를 꾹 누르면 충전 상태에 돌입해 공격을 멈춘다. 반대로 권총은 마우스를 누르고만 있으면 연사가 가능하며, 일정 시간 동안 연사하다가 사격을 중단하면 충전 공격이 발동된다.
무기 교체 중 시간이 멈추거나 느려지지 않기 때문에, 적 유형이나 보스 패턴에 따라 유효한 무기가 다르기 때문에 무기별 특징을 미리 잘 알아둬야 원활한 전투가 가능했다. 한 지점에 멈춰서 탄막을 발사하는 보스를 만났다면 빠르게 무기를 권총으로 바꾼 뒤 충전 공격을 설치하고 회피에 집중하는 식이다.
무기를 강화하거나 캐릭터를 직접 성장시킬 수 없는 대신 캐릭터를 강화하는 유물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다양한 효과를 가진 유물을 장착해 버프를 받는 방식인데, 유물마다 코스트가 정해져 있어 캐릭터가 착용할 수 있는 코스트 한계에 맞춰 유물을 조합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유물과 유물 코스트 한계치 확장 아이템은 필드 탐험을 통해 획득할 수 있다.
유물 코스트는 효과가 강력하고 단순할수록 높고, 반대로 유물 효과가 약하거나 페널티가 있다면 코스트가 낮은 식으로 책정되는 식이다. 총알 사거리를 늘려주는 유물은 코스트가 높지만, 체력이 25% 이하일 때 데미지가 올라가는 유물은 코스트가 조금 더 낮은 식이다.
'러스티드 모스'는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게임이다. 탄력 있는 갈고리라는 요소를 통해 플랫포머 요소를 강조했고, 맵 전체를 꼼꼼히 탐험해야 하는 메트로바니아 장르에 고난도 플랫포머 퍼즐을 배치해 탐험을 방해한다. 트윈스틱 조작과 갈고리, 탄막 슈팅을 조합해 전투 난도를 크게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독특한 세계관과 스토리, 고난도 갈고리 액션이나 보스 토벌에 성공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짜릿함, 그리고 매력적인 도트풍 그래픽으로 유저를 매혹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장르 초심자에게 권하기는 조금 어려운 작품이지만, 그동안 각종 메트로바니아와 플랫포머를 겪어온 마니아라면 '러스티드 모스'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리뷰/프리뷰
고탄성 갈고리 액션, 러스티드 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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