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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시리즈 앞길 제시한 이정표, 파이널 판타지 XVI

작성자 :	등록일 : 2023-06-22 오후 5:17:00

스퀘어에닉스는 자사가 개발한 신작 RPG '파이널 판타지 XVI'를 6월 22일 정식 출시했다. 출시 후 6개월간 소니 게이밍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 5 독점으로 유통되며, 공식 한국어 자막이 제공된다.

기초적인 게임성에 대해서는 이미 비공개 시연 체험기를 통해 언급한 만큼, 이번에는 정식 출시 버전을 플레이하며 느낀 점에 집중하고자 한다.

'파이널 판타지 XVI'에서, 유저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주인공 클라이브 로즈필드와 함께 발리스제아를 탐험하고 수많은 사람이 얽혀 만들어진 아수라장을 헤치며 동생의 원수를 갚기 위한 모험을 떠나게 된다.

모든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가 그랬듯 이번 작품 역시 기존 시리즈들과 독립된 세계관과 스토리를 갖추고 있다. 소환수나 마법 명칭 등 일부 요소를 공유하기는 하지만, 전작을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입문해도 게임을 즐기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메인 스토리 전개는 완급 조절이 잘 된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풀어줘야 할 때는 풀어주고, 긴박해야 할 때는 긴박하며, 그러나 다양한 사건들로 가득 채워져 지루하지 않다. 스토리 완성도가 높은 만큼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한 상태로 게임을 즐기기를 권하고 싶다.

반대로 서브 퀘스트는 메인 스토리보다 느긋한 전개가 이뤄졌다. 메인 스토리에서 미처 이야기하지 못한 주변 인물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았는데, 퀘스트 달성 과정이나 보상은 인상적이지 않은 경우가 꽤 됐으나 '파이널 판타지 XVI' 세계를 진짜 살아있는 세계처럼 느끼는 데에는 큰 역할을 했다.

연출 측면에서는 그동안 스퀘어에닉스가 쌓아온 모든 기술력이 활용됐다고 평가해도 될 만큼 뛰어난 경험을 제공한다. 인물 그래픽도, 카메라 구도도 치밀하게 구성됐다. 시리즈 전작 '파이널 판타지 XV'에서 사용된 루미너스 엔진이나 '파이널 판타지 VII 리메이크'에서 사용된 언리얼 엔진이 아닌 자체 엔진을 활용해 제작됐는데, 오브젝트 묘사나 광원 연출에서 기존 엔진들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호불호가 갈릴 부분이라면 스토리 진행 중 컷신이 많다는 점이 있겠다. 핵심 스토리 연출 중 대부분이 컷신으로 구성됐고 컷신 2~3개가 연달아 재생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픽 완성도도 높고 연출도 좋아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기분으로 감상할 수 있었지만, 스토리 중요 부분에서 캐릭터를 직접 조종할 수 없어 주인공에게 몰입하기보다는 주인공을 관찰하는 느낌이 들었다.

시리즈 최초로 미성년자 이용 불가 판정을 받은 작품답게 연출 수위가 꽤 높은 편이다. 15세 이상 이용가 판정을 받은 '파이널 판타지 VII 리메이크'와 비교하면 명확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으로, 특히 유혈 묘사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며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을 부각하거나 작품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한몫 했다.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없게 된 미성년자 유저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진중한 분위기의 중세 배경 판타지를 원했던 유저라면 환영할 만한 변화다.

전투 시스템은 화려하면서도 쉽다. 처음에는 조금 심심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으나 어느 정도 전투에 익숙해졌을 때부터 새로운 소환수 기술을 하나씩 익히며 다채로운 전투가 가능했다.

무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검 한 종류지만, 대신 다양한 소환수 기술을 활용하게 되어있다. 전투 중 실시간으로 소환수를 교체해 전투를 벌이는 방식은 자칫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UI 구성과 키 배치가 적절하게 이뤄져 굉장히 자연스럽게 소환수를 교체해 가며 기술을 활용할 수 있었다.

전투 콘텐츠를 즐기지 않는 유저를 위해 어시스트 액세서리도 준비돼 있다. 체력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포션을 사용하거나 자동 회피/자동 가드, 한 버튼만 눌러도 자동으로 공격이 나가는 기능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모두 장착하면 어지간한 보스는 아무것도 안 하고 공격 버튼만 눌러서 클리어할 정도로 게임이 쉬워졌다.

소환수 시스템이 있다고 무기가 무의미하지는 않았다. 게임 진행에 따라 적들 체력이 꽤 큰 폭으로 상승하는데, 꾸준히 더 높은 등급 장비를 장만해야 적 체력 상승 폭을 쫓아갈 수 있었다.

진행도와 맞는 무기를 갖추면 어지간한 적은 한 콤보에 처치할 수 있어 속도감 있고 경쾌한 전투를 즐길 수 있으나, 소환수 기술을 맹신하고 너무 낮은 등급 무기를 장착하면 일반 몬스터 하나를 사냥하는 데 너무 긴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서브 퀘스트나 현상금 임무 등을 통해 각종 재료를 얻을 수 있어 무기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모으기 위해 반복 플레이를 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소환수에 초점을 맞춘 작품답게 소환수를 직접 조작하는 상황도 있었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피닉스-이프리트 간 전투 외에도 스토리 진행 중 몇 차례 더 등장하는데, 모두 스토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 전투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투마다 각 소환수가 지닌 특성이 잘 느껴지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매 전투가 새롭고 흥미로웠다. 스토리에서 가장 감정적으로 고조된 순간에 화려하게 연출된 소환수 전투가 등장해 스토리에 더 몰입하게 만들기도 했다.

다만 재미있는 건 첫 번째 플레이까지였다. 소환수를 자유자재로 조작하기보다는 미니 게임 같은 느낌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같은 소환수 전투를 반복할 경우 연출이나 스토리적인 재미라면 몰라도 플레이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1987년 첫 작품이 만들어질 때 부터 동 세대 최고의 판타지 게임을 제공한다는 한 가지 목적을 지니고 만들어진 시리즈다. 일부 시리즈가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긴 했으나, 최소한 '파이널 판타지 XVI'는 그 목적을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

'파이널 판타지 VII'가 시리즈 최초로 3D 그래픽을 시도하며 '파이널 판타지'라는 프랜차이즈에 한 차례 격변을 일으켰다면, '파이널 판타지 XVI'는 새로운 전투 방식을 도입해 앞으로 프랜차이즈가 나아갈 거대한 이정표가 됐다. 단순히 시스템만 바뀐 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게임성을 확보하기도 했다.

세상에 완벽한 게임은 없고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도 누군가에게는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이지만, 만약 액션 RPG 마니아라고 자부하는 유저라면 '파이널 판타지 XVI'를 플레이하기 위해 게이밍 콘솔 구매도 고려해 볼 만 하다. 이 게임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