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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P의 거짓, 네오위즈의 증명

작성자 :	등록일 : 2023-06-26 오후 4:06:06

네오위즈는 산하 라운드8 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자사가 유통 예정인 'P의 거짓' 데모 버전을 6월 9일 공개했다. 플랫폼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4|5와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시리즈 X|S, 엑스박스 원, 윈도우 PC(스팀)다. 영어 더빙과 한국어 자막을 제공한다.

9월 19일 출시 예정인 'P의 거짓'은 소울라이크 장르를 표방하는 액션 RPG다. '소울라이크(Soul-Like, 소울 같은)'장르란 프롬 소프트웨어 액션 게임 '소울' 시리즈와 유사한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는 장르다. 난도가 높으나 적 행동 패턴화가 잘 돼있어 시간을 들이면 파훼할 수 있는 전투 시스템이나 리스크가 큰 공격 동작 등이 특징이다.

'P의 거짓'에서, 유저는 자동인형인 P가 되어 자동인형 폭주 사태로 폐허가 된 대도시 크라트를 탐험해야 한다. 데모 버전인 만큼 스토리가 제대로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공식 시놉시스에 따르면 자동인형을 개발한 제페토를 찾아 인형 폭주 사태를 해결하는 여정을 떠나게 된다.

데모 버전에서는 준 보스 둘과 일반 보스 둘을 상대할 수 있었다. 튜토리얼을 위해 보스처럼 등장하는 정예 적 하나를 제외하면 이름 있는 보스는 정규 보스인 축제 인도자와 버려진 파수꾼, 준 보스인 당나귀 광인으로 총 셋이다. 세 보스 모두 패턴 형식이 달라 다양한 전투 방식에 숙달돼야 했다.

축제 인도자는 연속 공격과 돌진을 번갈아 가며 사용해 회피와 방어를 적절히 섞어야만 했다. 버려진 파수꾼은 회피 위주 전투를 통해 공중 공격과 가드 불가 공격을 피해야 했고, 때때로 떨어지는 번개를 신경써야 했다. 당나귀 괴인은 퍼펙트 가드를 반복해 보스 무기가 파괴되는 기믹을 활용하거나 후방 공격인 페이탈 공격을 활용해야 했다.

전투 설계상 회피나 퍼펙트 가드 둘 중 하나만 사용하는 식으로는 게임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워 보였다. 전투에 숙달되면 모든 공격을 회피하는 식으로 플레이 할 수도 있을 듯 했지만, 둘 중 하나만 사용하는 건 개발자 의도와는 어긋나는 것 같았다.

소울라이크 장르 특징 중 하나인 휴식 장소는 '별바라기' 라는 이름으로 구현됐다. 체력을 회복하거나 적을 처치하고 얻은 에르고를 소모해 능력치를 강화할 수 있으며, 회복할 경우 보스가 아닌 적들이 모두 부활한다. 적에게 처치당했을 때는 모든 에르고를 잃고 가장 마지막에 방문한 별바라기로 돌아간다.

보스 전투 장소와 별바라기 사이에 거리가 있어 게임 체감 난도가 다소 높아지기도 했다. 보스 전투 장소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적들이 부활해 다시 싸우는 과정에서 체력을 잃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사망시 잃은 에르고는 다시 그 장소로 돌아가 되찾아야 하는데, 피격당할수록 되찾을 수 있는 에르고 양이 줄어든다는 문제도 있었다.

무기 조합 시스템도 흥미로운 요소였다. 모든 무기는 손잡이와 날로 분류되며, 서로 다른 무기에서 얻은 손잡이와 날을 조립해 새로운 무기를 만들 수 있다. 손잡이는 공격 모션에, 날은 공격 형태에 영향을 줬다. 데모 버전에서는 등장하는 무기 수가 적어 온전히 체험하기 어려웠지만, 정식 출시 후 더 다양한 무기를 조합할 수 있게 된다면 자유로운 무기 설정이 가능할듯 했다.

무기와 관련된 또 다른 요소로는 내구도가 있었다. 적을 공격하거나 방어하면 무기가 파손되고, 내구도가 0이 되면 제대로 된 성능을 낼 수 없는 시스템이다. 무기 수리는 기계 팔에 달린 장치를 활용해 날을 가는 방식인데, 사용할 때 이동속도가 크게 느려져 전투 중 사용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미리 미리 신경써줘야 했다.

치료 아이템인 펄스 전지는 초심자 친화적인 시스템으로 보였다. 특정 장소에서 충전한 뒤 정해진 사용 횟수만큼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방식이었다. 소울라이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복약 방식인데, 'P의 거짓'은 펄스 전지를 모두 소모한 채로 적을 타격하면 별바라기에 방문하지 않아도 최대 1회까지 다시 충전할 수 있었다.

보조 도구인 리전 암은 정식 출시 후가 기대되는 시스템이었다. 데모 버전에서는 짧은 타격으로 적을 그로기 상태로 만드는 철의 왼팔과 적을 끌어오는 퍼펫 스트링 정도밖에 사용할 수 없었지만, 정식 출시 후 더 다양한 리전 암이 등장한다면 전투 방식을 더 다채롭게 만들 수 있을 듯 했다.

그래픽 완성도가 뛰어난 편이었다. 깜빡이는 전등 같은 요소와 스팀펑크풍 디자인을 적절히 조합해 을씨년스러운 유령 도시 크라트를 잘 표현했다. 적 디자인도 우울한 분위기를 한층 더 강하게 만들었다.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물체들이 어둠 속에서 삐걱대며 어색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공포감을 자극했다.

이런 움직임이 게임 난도를 높이기도 했다. 상정하지 않은 각도나 동작으로 공격해오는 경우가 있어 회피나 방어 순간을 잡기 어려웠다. 반대로 주인공이나 등장하는 적들이 자동 인형이라는 설정을 살렸는지는 몰라도 각종 모션이 꽤 절도 있는 편이라 동작 자체를 알아보기는 쉬웠다. 동작을 알아볼 수 있다는게 패턴 파훼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OST 완성도도 높다. 자체적인 완성도를 갖춤은 물론 게임 분위기와도 잘 맞고, 게임 플레이에 방해되지도 않는다. 발표에 따르면 'DJMAX' 등 네오위즈 리듬 게임 OST에도 참여한 바 있는 네오위즈 무카(MUCA, Music Cafe)가 참여한 OST인데, 막강한 리듬 게임 지식재산권(IP)를 보유한 게임사라는 점이 빛을 발한 셈이다.

처음부터 콘솔 패키지 게임을 지향하고 개발한 만큼 다양한 컨트롤러를 지원한다. PC 버전에서도 엑스박스 컨트롤러나 플레이스테이션 듀얼센스를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컨트롤러에 따른 차이도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난도가 높은 게임인 만큼 유저 본인에게 가장 익숙한 컨트롤러를 사용하면 좋을듯 했다.

'P의 거짓'은 개발 사실이 처음 공개됐을 때 부터 뜨거운 감자 같은 게임이었다. 콘솔 패키지 게임 볼모지로 여겨져왔던 한국에서 나온 AAA급 콘솔 패키지 게임, 그리고 국산 게임 최초로 게임스컴 어워드 3관왕에 오른 게임. 게다가 소울라이크라는 장르까지. 주목받을 이유도, 여러 꼬투리를 잡혀가며 논란에 휩싸일 이유도 충분했다.

이번에 공개된 데모는 그동안 'P의 거짓'을 언급하던 호사가들 눈 앞에 들이밀어진 네오위즈식 증명서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은 재미있었고, 장르적 유사성을 제외하면 게임 플레이나 그래픽 디자인 측면에서 기존 인기 게임들과 확실하게 차별화하는데 성공했다.

완전한 게임 평가는 게임이 정식으로 출시되는 9월 19일에나 가능하겠지만, 세상에 자기 작품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을 체험용으로 제공하는 게임사는 거의 없음을 고려하면 'P의 거짓' 정식 버전도 최소한 데모 버전 만큼은 재미있을 전망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데모 버전보다 더 재밌다면, 그 때는 'P의 거짓'이 소울라이크라는 장르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소울라이크를 표방한다고 해서 소울 시리즈를 오롯이 베낄 필요가 없고, 장르적 특성은 살리면서도 독자적인 요소를 넣어 장르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이정표 말이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