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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하스스톤 베타버전 체험기

작성자 :	등록일 : 2013-10-18 오후 6:33:11

블리자드 브랜드의 게임들은 언제나 국내 게임 시장에서 신기한, 그리고 뭔가 알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국내에서 압도적인 히트작들을 많이 낸 게임사였던 만큼 국내 메이저 게임사들보다 블리자드가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매우 컸다.

그렇다면 왜 과거형일까. 그것은 스타크래프트2와 디아블로3가 연속적으로 국내에서 적지 않은 실망감을 주며 국내 시장에서 많은 유저들로 하여금 신뢰감을 잃게 했기 때문이었다.

분명 스타크래프트2와 디아블로3는 블리자드가 오랜만에 등장시키는, 유독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얻은 브랜드의 정식 넘버링 시리즈였던 만큼 시장에서 많은 기대를 받았다. 발표 당시 티저 화면을 보는 유저에게 미녀 리포터가 마이크를 들이대며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 유저는 “좀 조용히 해주실래요”라고 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던 것처럼, 두 게임의 주목도는 엄청났다.

문제는 초반 강렬한 임팩트에 비해 거둔 실적이 너무나 실망스러웠다는 것에 있다. 물론 스타2는 아직 프로토스 버전의 확장팩이 나오지 않았고 디아블로3 또한 확장팩이 2014년 출시 예정에 있지만, 전작들이 거뒀던 성과를 거두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점쳐지고 있다(특히 스타2는 더욱 그렇다). 결국 이 두 게임의 실망스러운 결과를 통해 블리자드가 가지고 있던 국내 게임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신뢰도와 지지율을 깎아 버렸다.

그런 와중에 나온 신작이 바로 블리자드 최초의 TCG, 하스스톤이다. 블리자드의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상태에서 새로운 장르로 등장한 게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게임이 과연 블리자드의 추락한 신뢰도를 회복시켜줄 수 있을 것인가.

블리자드의 널리 알려진 게임 개발의 모토 중, 유저들의 접근과 플레이 자체는 용이하게 하되, 마스터는 어렵게 만들라는 것이 있다. 그렇다. 하스스톤 또한 블리자드 브랜드를 즐겨 왔던 유저들에게는 매우 접근이 용이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부제가 ‘워크래프트의 영웅들’인 것처럼 워크래프트 세계관에 나오는 영욷들의 캐릭터로 만든 카드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또, 전략 시뮬레이션과 함께 접근성이 그다지 좋지 않은 장르인 TCG인 점을 감안해 친절하게 튜토리얼도 적절하게 마련이 되어 있다. 튜토리얼을 거쳐 보면 알겠지만, 게임 진행은 굉장히 간단하게 이루어져 있다. 때문에 TCG를 해 보지 않은 유저들도 굉장히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게임에 접속해 플레이를 해 나갈 수 있다.

유저들의 게임 플레이를 돕는 부분은 또 있다. 바로 간결하면서도 번잡하지 않은 인터페이스다. 최신 게임답지 않게 하스스톤은 이런저런 번잡함을 최대한 배제하고-물론 베타테스트 버전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게임 모드 3가지와 카드 관련 메뉴밖에 없다. 당연히 이 메뉴들을 가지고 게임은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 인터페이스 자체의 구성과 간결함 모두 유저들이 게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느낌이다.

다만 이렇게 쉽게 접근을 했다고 해서, 그리고 게임 진행이 간단하다고 해서 게임 내용 자체마저도 간단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하스스톤은 게임 접근은 쉽게 하고 마스터를 어렵게 한다는 콘셉트에 맞게 디자인된 게임이기 때문이다. 시작은 제너럴리스트지만, 마무리는 스페셜리스트라고나 할까.

하스스톤은 기본적으로 도전 메뉴를 선택한 뒤에 자신이 생성한 직업군을 선택, 짜 놓은 카드 덱을 들고 대전을 하는 전형적인 TCG의 게임 방식을 취하고 있다. 현재 베타테스트에는 대전과 연습, 투기장의 3가지 모드로 나눠져 있는데, 대전을 통해 무작위의 상대 플레이어와 대전을 할 수 있으며, 투기장에서는 랜덤한 카드로 덱을 짜서 플레이를 하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준비되어 있는 직업군은 월도으브워크래프트 등에서 볼 수 있는 9개의 직업군으로 구성되어져 있는데, 죽음의 기사와 수도사가 이후 추가가 된다면 보다 더 많은 직업군을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직업군을 선택하는 이유는 어떤 직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카드 덱을 구성할 때 플레이어는 모든 직업군이 가질 수 있는 카드와 특정 직업군이 가질 수 있는 특수 카드로 덱을 구성해야만 한다. 베타테스트에서는 한 직업당 레벨 10을 올리면 직업 전용 카드를 10장을 주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해당 직업군의 레벨을 10을 달성한 뒤 게임에 임할 수 있었다.

직업과 본체라고 할 수 있는 영웅, 그리고 카드 덱을 준비하면 PvP를 즐길 수 있다. PvP는 랜덤으로 상대를 찾을 수 있게 되며, 베타테스트에서는 만났던 상대를 다시 만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오픈베타 이후에는 블리자드의 개별적인 배치 시스템으로 인해 그럴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TCG들이 으레 그런 시스템들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하스스톤 역시 상대 영웅과 플레이어의 영웅을 겨루어 누가 먼저 영웅의 HP를 0으로 만드는가에 승패가 갈리게 되어 있다. 해당 영웅들마다 고유의 스킬이 하나씩 있기 때문에 해당 스킬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드를 적절히 사용해 전략적으로 공격과 방어를 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블리자드 브랜드의 게임을 계속해서 즐겨 왔던, 특히나 워크래프트 시리즈 종류의 게임을 계속해서 해 왔던 유저들이라면 하스스톤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은 상당하다. 영웅들의 존재뿐만 아니라 스킬이라고 할 수 있는 카드들의 기술명이 워크래프트 세계관에 등장하는 그것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플레이어가 좋아하는 영웅들의 기술과 영웅 카드를 획득해 컬렉션으로 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TCG에서 가장 중요한 ‘카드’는 어떻게 획득을 하는 것일까. 하스스톤은 RPG가 아닌 만큼 노가다라든가 필드 사냥을 통해 자금이나 경험치를 얻는 방식이 아니다. 오로지 대전을 통해 골드를 얻을 수 있다. 물론 과금을 통해 카드 덱을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과금 유저와 비과금 유저의 차이가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일반적으로 볼 때 비과금 유저가 과금 유저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이상의 격차는 벌어지지 않도록 하스스톤에서는 적절한 밸런싱을 하고 있다. 최초 퀘스트들과 3승을 할 때마다 10골드를 획득할 수 있는데, 이 정도로도 카드팩을 뽑을 수 있다. 카드팩 하나 당 5개의 카드가 들어있는데, 원하는 직업군의 카드가 나오지 않을 경우 마력 추출을 통해 카드를 없애서 카드 제작을 할 수 있다. 이른바 ‘카드를 갈아버리는’작업인 셈이다.

물론 그다지 좋은 효율은 아니지만(싼 게 비지떡이라고나 할까) 충분히 요행을 바랄만 한 수준인 것은 맞다. 더욱이 카드에는 일반 카드와 황금 카드가 있는데, 황금 카드는 기본 카드에 비해 조금 더 많은 마력을 제공해 줄 뿐 기본 스탯 자체는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금 유저에 대해 지나친 혜택을 주는 시스템 자체를 견제하고 있다.

베타테스트에서는 하루에 6승 정도를 한다면 3일에 2개 정도의 카드팩을 구매할 수 있었다. 또, 꾸준히 퀘스트를 하면서 천천히 업그레이드를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게임 속도를 갖추고 있는 만큼 유료 콘텐츠에 대한 밸런스 조절은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과금 유저와 비과금 유저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바로 투기장이다. 투기장은 9개의 직업군 중 무작위로 골라진 3직업 중 하나를 선택하고, 덱 또한 무작위로 선택을 해 상대와 겨루게 된다. 승리에 대한 보상은 같고, 3패를 할 시 투기장에서 퇴출되게 된다는 점은 있지만, 이런 부분들이 밸런스 조정에 미묘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TCG라는 장르가 국내에서는 모바일 게임들이 흥행하기 전까지는 그다지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역동적인 면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을 터다. 그러나 특유의 전략적이고 정적인 재미를 유저들은 느끼고 인정하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하스스톤이 등장했다.

하스스톤은 캐릭터성과 전략성, 상품성, 그리고 몰입도를 고루 갖추고 있다. 일반적인 TCG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블리자드 최고의 흥행 콘텐츠인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차용한 카드들을 내세워 유저들의 수집욕을 자극하고 있으며, 그 세계관에서 등장하는 기술들과 영웅들을 내세워 유저들로 하여금 몰입도를 높이게끔 하고 있다. 실제로는 카드로 승패를 겨루고 있지만, 유저들의 머릿속에는 마치 MMORPG와 같이 자신의 영웅이 상대 플레이어 영웅을 가격하고 화려한 기술을 작렬시키는 상상에 빠져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적절한 부분유료화 밸런스까지. 이후 블리자드가 카드 밸런스를 크게 잘못 잡아놓지 않는 이상, 하스스톤은 국내 게임 시장에서 흥행을 할 수 있는 요소가 매우 다분하면서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즉 WOW이후 워크래프트 팬들의 시선은 워크래프트의 정식 넘버링이 언제 나오는가, 그리고 WOW의 일신이 다시 한 번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가에 쏠려 있었다. 하지만 하스스톤이라는 존재를 통해 워크래프트의 향수에 젖어 있는 이들의 심장이 자극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워크래프트를 맛 본 유저들이라면, 당장 베타테스트를 신청하라고 권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