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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체인크로니클, 과연 ‘대작’ JRPG의 정수를 눌러담다

작성자 :	등록일 : 2014-03-21 오후 2:37:49

▲ 일본의 대작 모바일 RPG '체인크로니클' 국내 상륙!
일본 세가에서 제작한 모바일 판타지 RPG ‘체인크로니클’이 20일(목) 국내 정식 상륙했다. 액토즈소프트가 국내 서비스하는 이 게임은 현지에서만 200만 이상의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마켓 매출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합산 총 매출 전 세계 1위에 빛나는 일본 모바일 시장에서 성공한 진짜 ‘대작’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인기는 국내에서도 이어져 왔다. 무엇보다 스토리가 중시된 RPG라 일본어에 대한 압박이 강하지만,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팬카페를 운영하며 번역을 비롯한 정보 공유가 활발해 현지 버전을 함께 즐기고 있을 정도다. 결정적으로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총 4일간 진행된 프리미엄 테스트에서는 무려 15만 명 이상의 유저가 참여하기도 했다.

▲ '체인크로니클' 국내 정식 프로모션 영상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게임은 당초 상반기 내 국내 출시가 예정되었음에도, 안드로이드 우선 출시로 이달(3월)부터 일반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액토즈소프트가 그만큼 만전을 기했고, 인기몰이에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겠다.

사실 기자는 잘 나가는 게임이라면 일단 의구심을 품는다. 그렇기에 무엇이, 얼마나 대단한가? 직접 확인하고자 게임을 설치 및 실행해봤다. 그리고 플레이해본 결과, 감탄했다. 과연 주위에서 칭찬하는 건 기우가 아니었다. 정의하면 ‘체인크로니클’은 일본식 롤플레잉 게임의 준말인 ‘JRPG’의 정수를 담은 작품이다. 그것도 눌러서 꽉꽉

‘정통 판타지 RPG’를 표방, 실제로도 그러하다
‘체인크로니클’은 유그드 대륙에 나타난 검은 군단의 침공을 막는 의용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의용군의 대장은 주인공(유저)이며, 함께 활약하는 길드원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주인공 일행 외 파티원도 일련의 스토리를 따라 칭송받는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것도 특징이다.

먼저, 게임이 지향한 것은 ‘정통 판타지 RPG’다. 이는 남녀 주인공이 메인 스토리라는 큰 줄기를 따라가면서 다른 작은 이야기가 덧붙여진 형태를 일컫는다. 일본식 RPG에 흔히 볼 수 있는 시놉시스이자 그들이 가장 잘하는 장기이기도 하다. 바로 그 정통이 ‘체인크로니클’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의용군의 대장인 주인공은 기억을 잃은 여주인공 피나 및 마스코트 캐릭터인 요정 피리카와 함께 위험에 빠진 유그드 대륙을 구하기 위해 역경을 헤쳐나간다. 그리고 그런 자신들과 파티를 형성해 검은 군단에 맞서는 동료들의 작은 이야기가 하나둘 모여 게임의 세계관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자연스럽게 유저로 하여금 캐릭터와 스토리에 더 몰입하게되고, 어느 순간 빠져들게 만드는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 유그드 대륙과 검은 군단에 얽힌 흥미진진한 스토리

▲ 각양각색의 매력을 뽐내는 동료

▲ 100만 자 이상의 방대한 텍스트로 꾸며진 서브 퀘스트

▲ 단순히 게임 속 강한 캐릭터가 아니라 정말 동료라고 느낄 수 있도록 감성을 자극한다
특히 등장하는 동료의 수가 200명 이상에 육박하는데, 단순히 많이 등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수만큼의 각양각색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점이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이다. 실제 게임은 100만 자 이상에 달하는 방대한 텍스트 양을 자랑한다.

그리고 동료들은 외형과 성격, 말투에 이르기까지 누구 하나 모방이라는 느낌이 없다. 살아 숨 쉬듯 고유의 개성을 갖고 있으며, 이는 ‘각성’이라는 시스템으로 게임 내 캐릭터 성장에 일정 부분 반영되기도 했다. 현재의 이 캐릭터가 지금은 비록 미약하나, 함께한 시간만큼 유대감이 쌓이면 각성에 이르며 강해진다는 특성이 있는 것이다.

이에 캐릭터마다 강함이 등급으로 분류되어 누군가는 쓰이고 또 누군가는 버림받는 것이 현실인 RPG임에도, 유저의 마음 한구석에 버릴 수 없다는 ‘미련’을 남긴다.

장르 특성상 자연스럽게 더 많은 동료와 만나고 싶다는 ‘뽑기’에 열을 올리게 하면서, 누구 하나 버릴 수 없어 영웅 최대 보유량 확장(유료)까지 유도하는 것이다. 흔히 잘 만든 콘텐츠 하나가 상황을 뒤집는 일이 많은데, ‘체인크로니클’은 잘 만든 대상이 여럿이라는 점에서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지만, 실제 내 생각을 전해주는 것 같아 만족스러운 선택지

▲ 뒤이은 막강한 보수까지, 이야기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구성이 강점

▲ 등급을 떠나 누구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애정'을 느끼게 된다
더욱이 게임은 이런 희소성을 강화하고자 캐릭터마다 초호화 성우진의 음성 녹음과 고품질의 미려한 일러스트로 꾸며졌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도 소비를 아끼지 않는 열혈 마니아층이 존재하는 만큼, 집중적으로 관리해준다면 게임이 흥행하는 데 있어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TCG하면 빼놓을 수 없는 미려한 일러스트
무엇보다 게임 내 텍스트가 전부 한글화되었다는 점에서 고스란히 게임의 매력을 체감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언어 장벽으로 플레이를 꺼렸던 코어 유저와 함께, 현지 버전을 즐기는 기존 팬도 자연스럽게 국내 버전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또, 번역과 관련해 어렵지 않게 잘 풀어서 정리돼 대사를 읽는데 속도감과 몰입도 역시 나쁘지 않다.

TCG+디펜스+RPG까지 ‘복합장르’를 추구한 게임성
이제 ‘체인크로니클’의 게임성에 대해 알아보겠다. 게임은 크게 스토리를 보는 비전투와 검은 군단과 맞서는 전투 파트로 구분돼 진행된다. 유저는 전사, 기사, 궁수, 마법사, 성직자 등 5가지 직업군을 활용할 수 있으며, 전투는 디펜스와 실시간 전투의 조화가 이룬 것이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전투 패배 조건이 아군 전멸 외 일정 라인까지 돌파당해서도 안 된다. 시스템상 전투에서 캐릭터의 강함을 떠나 순간적인 판단 실수로 패배할 수 있다는 부담을 주는 것이다. 특히 처음엔 고정된 라인에만 마물이 출현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리저리 움직이며 돌파를 시도하는 변칙 플레이를 구사해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유저는 어느 위치에 캐릭터를 고정할지, 또는 이동시킬지 등 마치 체스판의 말을 옮기듯 생각과 손가락이 동시에 분주해진다. 여차할 때는 방어력이 약한 궁수나 성직자를 방패막이로 희생시켜야 할 때도 있을 정도다. 또한, 적군과 아군 구분 없이 모두가 가위바위보처럼 공격과 방어에서 ‘상성’으로 얽혀 있어 전략적인 전투도 즐길 수 있다.

▲ 5가지 스타일로 분류된 직업 타입, 전략은 여기서 비롯된다

▲ 특히 국내 버전은 배속과 자동 사냥으로 쉽고 빠른 전투를 즐길 수 있다

▲ 캐릭터를 모으고 성장시키는 재미인 RPG요소도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전투에서 매번 이렇게 부담을 안고 플레이하다 보면 점점 스트레스가 쌓이게 될 것이다. 이에 게임에서는 이를 해소할 장치로 캐릭터마다 ‘필살기’를 추가했다. ‘필살기’는 말 그대로 해당 캐릭터의 고유 기술이자 단일 대상 또는 화면 전체를 수놓는 강력한 한 방 기술이다.

캐릭터별 각기 다른 목소리와 함께 클로즈업된 컷 신, 그리고 화려한 연출로 마무리되는 ‘보는 맛’이 쏠쏠하다. 이는 유저가 플레이 중 겪는 전투의 재미와 지루함의 중간 선상에서 부정적인 생각으로 쏠리지 않도록 조절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 캐릭터별 전용 대사와 화면을 수놓는 화끈한 액션까지 '보는 맛'이 쏠쏠
이 밖에 현지 버전과 달리 국내에서는 트렌드에 걸맞게 자동 전투(AUTO) 기능과 배속 시스템을 추가해 누구나 쉽고 빠르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전투의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콘텐츠가 금방 소비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주기적으로 업데이트가 이뤄진다면 기존 팬층이 다시 일본어판으로 이탈하는 상황은 없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철저한 ‘JRPG’ 성향의 게임, 대중성을 논하기엔...!
마지막으로 최고의 장점이자 단점은 딱 하나다. 바로 ‘체인크로니클’은 상당히 마니악한 게임이라는 점이다. 쉽게 말해 일본식 RPG, 즉 JRPG 취향이 아니라면 게임 내 수많은 대사와 어느 정도 낯간지러운 이야기 전개에 몰입하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이 점이 유저에 따라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겪을 결정적인 호불호다.

그리고 아무래도 첫인상에 민감한 국내 시장인 만큼, 최근 출시되는 게임과 비교해 ‘체인크로니클’의 어설픈 그래픽은 평균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각 캐릭터의 특징을 잘 잡아낸 2등신으로 제작돼 나름 귀엽지만, 대중적인 시각에서 볼 때 연출이나 모델링에 이르기까지, 한참 뒤떨어진 그래픽임엔 분명하다.

무엇보다 앞서 극찬한 부분은 엄연히 일본 시장이었기에 가능했던 부분이다. 국내 시장에서 똑같은 정공법으로 승부를 겨루기엔 변수가 많다. 그러므로 차라리 게임의 주 소비층을 유저는 소수임에도 결제에서는 씀씀이가 큰, 철저히 마니아 중심으로 서비스를 이끄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어쨌든 시장 상황을 떠나 게임성 자체만 놓고 보면 ‘체인 크로니클’은 JRPG의 정수를 꾹꾹 눌러 담은 잘 만든 대작이다. 과거 ‘확산성 밀리언아서’가 TCG 광풍을 주도한 것처럼 일본에서 건너온 잘 만든 게임이 또 다른 붐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겜툰 임진모 기자
jinmo@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