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툰-카툰으로 보는 재미있는 게임이야기

PWD

	게임 리뷰/프리뷰

	만화로 보는 게임리뷰

	죽이는 캐릭터 인터뷰

	추억의 게임::이겜 아시나요

	게임기행

리뷰/프리뷰

HOME > 리뷰/프리뷰> 게임기행

제 목 : ‘마비노기 듀얼’, 모바일 TCG 정상의 완성도…라이트 유저 배려는 아쉬워

작성자 :	등록일 : 2015-06-11 오후 8:37:38

넥슨의 간판 스튜디오인 데브캣 스튜디오가 6월 9일 첫 모바일 게임을 내놓았다. 바로 TCG(Trading Card Game) <마비노기 듀얼>이다. 이 게임은 데브캣 스튜디오의 대표적 IP인 <마비노기>를 활용한 카드 듀얼 게임으로, 12장으로 구성된 덱을 가지고 드로우(카드 뽑기) 없는 전략적 플레이를 즐기는 대전이 주 특징이다.

데브캣 스튜디오 김동건 본부장은 5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데브캣은 게임 마니아 집단이다. <마비노기 듀얼>은 우리 같은 마니아도 납득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취지, 그리고 스마트폰에 정통 TCG를 어떻게 녹여낼지를 고민하며 만들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발매된 <마비노기 듀얼>은 정말 ‘정통’ TCG의 모습이었을까.

마비노기 듀얼에서 한 덱에 사용되는 카드 숫자는 12장이다. 보통 카드 게임 덱이 많게는 60장 이상, 적게는 30장 정도임을 보면 파격적인 행보다.

▲카드 장수는 적어도, 전장은 늘상 분주하다

그만큼 플레이는 압축되고 밀도있는 모습이다. 드로우 없이 모든 카드를 가지고 시작하기에 중요한 역할을 맡은 카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자원만 있다면 생각 그대로 덱을 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적은 카드 숫자에서 오는 단조로움은 '레벨'과 '무덤 불러오기'로 해결했다. 레벨이 높아지면 카드의 위력이 강해지지만 그만큼 소비하는 자원도 커진다. 레벨 1에서는 내봤자 한 방거리인 캐릭터가 레벨 3에서 내면 성능이 대폭 향상돼 상대를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카드를 어떤 시기에 어떻게 쓸지는 더욱 고민하게 된다.

레벨이 올라갈 때 생명력과 자원 보너스가 생기기 때문에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레벨업은 의외의 변수가 되기도 한다. '무덤 불러오기'를 이용하면 한 번 쓴 카드를 다시 불러올 수 있지만 생명력을 비롯한 큰 대가를 치뤄야 한다.

TCG가 가졌던 무작위성은 날짜 효과와 영웅, ‘자원 얻기’를 했을 때 받는 자원의 종류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 중 날짜 효과는 ‘특정 날짜에 어떤 속성 덱이 이점이 있다’ 식이며 영웅은 ‘어떤 카드를 사용할 때 이점, 혹은 불리한 부분이 있다’다. 결국 날짜에 맞는 덱 속성을 쓰고 자신의 덱에 맞는 영웅을 파악한 다음 생각한 전략 속으로 상대방을 몰아가는 것이 대전의 핵심이 된다.

▲쓰기에 따라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는 요일효과

덱의 장수가 적은 점은 빌린 카드로 게임을 벌이는 ‘드래프트’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덱을 구성하는 카드 수가 적고, 특정 상황을 유도하는 키카드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존 카드게임의 부스터 드래프트보다 훨씬 빠르게 카드를 골라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전투 방식은 손은 덜 가는 대신 생각은 한 번 더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공격과 방어 여부를 직접 결정하는 <매직 더 개더링>류 고전 TCG와 달리 <마비노기 듀얼>의 공격 대상 결정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그렇다고 무조건 바로 앞에 있는 적만 때리는 것은 아니다. ‘가장 생명력이 많은 생물’ 등의 조건을 따라 라인을 넘어 공격하는 원거리 계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상황에 따라 ‘생명력은 약한 원거리 공격을 약한 공격자 앞에 붙이고, 멀리에 있는 강적을 공격하게 한다’거나, ‘강력한 근접 공격수를 막기 위해 생명력이 튼튼하지만, 공격력은 없는 유닛을 상대로 붙인다’와 같은 고민이 필요하다.

일견 어려워 보일 수도 있지만 TCG를 처음 접하는 유저라도 배울 기회는 충분히 주어진다. 스토리 모드를 겸하는 ‘가이드 코믹스’에서는 스토리를 즐기며 기본적인 룰과 운용 방법을 하나하나 배울 수 있다. 스토리는 <마비노기> 시리즈의 초기 제너레이션을 연상케 하는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 진행돼, 쉽고 재미있게 게임을 배울 수 있도록 한다.

“한 판을 즐기는 과정을 보드게임을 하는 느낌으로 만들었다”

간담회에서 김동건 본부장이 밝힌 <마비노기 듀얼>의 특징이다. 이 이야기에 담긴 의미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정통 TCG’의 재미를 모바일 환경으로 그대로 옮겨왔다는 것도 있지만, 실제 현실 속 보드 게임을 즐기는 순간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구현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마비노기 듀얼> 속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오프라인 TCG 경험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꼼꼼하게 구현되어 있다.

덱 구성을 맡는 바인더부터 그렇다. 게임 내의 UI는 보통 편의를 위해 현실의 모양새는 희생하고 기능만을 옮겨오는 일이 많다. 하지만 <마비노기 듀얼>에서는 카드 바인더의 기능은 물론 모습까지 현실의 카드 바인더를 그대로 재현했다. 수 년 전 오프라인에서 인기를 끈 <매직 더 개더링>이나 <유희왕>과 같은 TCG를 즐겨온 유저라면 모양만 보고도 추억을 되살릴 수 있을 정도다.

▲ 이러다 나중엔 카드 프로텍터도 나올지도…

상점 화면에서는 자이로 센서를 이용해 선반에 걸려 있는 부스터의 모습을 재현했다. 핸드폰을 기울이면 그만큼 걸려 있는 부스터가 기울어지고 흔들리기도 한다. 부스터 역시 실물 부스터를 뜯는 것처럼 포장을 벗기고, 앞에서부터 카드를 차례차례 넘겨볼 수 있다.

이는 게임의 큰 특징인 ‘소울링크’를 이용한 오프라인 트레이드 시스템과 엇물려, 오프라인에서 카드를 교환하고 대전을 벌이는 오래 전 TCG의 향수가 된다. 의외의 부분에서도 이런 감성은 느껴진다. 때때로 등장하는 NPC 트레이더 ‘고양이 상인’을 통해 다른 카드와 맞바꿀 기회가 생기는 점, 카드 트레이드 제한 횟수를 ‘카드가 낡아간다’고 표현한 작은 부분에서까지 오프라인의 경험을 옮겨오기 위한 개발진의 정성이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UI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편의성은 놓치지 않았다. 시스템 UI는 반대로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모습으로 화면 좌측과 우측에 숨어 필요할 때마다 튀어나온다. 바인더 화면은 드래그로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QR코드’ 등으로 자신의 덱을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기능까지 탑재되어 있다.

하지만 <마비노기 듀얼>에도 단점은 있다. 먼저 몇몇 상황에서의 부실한 안내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 그러니까 그 ‘무서운 소환수’ 능력이 어떻게 되나요…

<마비노기 듀얼>에는 ‘소환시 xx 카드 몇 개를 함께 소환’이나 ‘특정 상황에서 xx 카드로 변신’과 같이, 다른 카드를 소환하거나 전혀 다른 카드로 변하는 카드가 있다. 문제는, ‘xx 카드’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특히 ‘아라우네’ 생물이 소환하는 ‘덩굴’ 같이 소환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카드(이하 ‘토큰’으로 칭함)은 직접 써 보고 능력치를 일일히 기억하는 수밖에 없다. 10년 전에 나온 <매직 더 개더링>에서도 토큰 카드의 기본적인 능력치 정도는 명시해줬던 만큼, 위에서 언급했던 섬세한 배려가 게임 내 모든 요소에까지 구석구석 미치지 못했다는 인상을 준다.

소액결제, 혹은 무과금 유저가 초반에 카드를 수급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는 점도 아쉽다.

무과금 유저는 게임 머니인 ‘골드’를 이용해 부스터를 뽑거나 상급 미션의 보상으로 한 장씩 주어지는 카드를 받아 카드를 늘려나갈 수 있다. 일반적인 플레이에서 골드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오늘의 미션’ ‘드래프트 미션’ 등을 완수하는 것과, ‘아레나’에서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토너먼트에 참여하는 것이다.

6월 11일 기준 미션을 통해 하루에 얻을 수 있는 골드는 약 5~600정도인데 부스터 하나 가격인 999골드에는 미치지 못하는 양이다. 더군다나 부스터에서 나오는 카드는 한 장뿐이다. 등급조차 일정 수준 이상이 보장되지 않는다. 나오는 카드가 뭔지라도 볼 수 있는 게 다행이라 느껴질 정도다.

유료로 구매할 수 있는 부스터가 5장인데다가, 그 중 한 장은 무조건 2성이 보장되는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트레이딩 카드 게임의 강점인 ‘필요한 카드가 없어도 트레이드를 통해 구한다’의 전제조건인 카드 수급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 카드 한 장 먹으려면 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피로도 시스템인 ‘스태미나’ 소모도 골드와 카드 수급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다. 5판을 모두 승리하면 골드와 카드 한 장을 주는 ‘상급 미션’은 스태미나가 무려 40이 들어간다. 현실 시간으로 약 3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는 분량이다. 진행 중 한 번이라도 실패하거나 다른 일이 있어 중단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가이드 코믹스’에서도 일정 구간을 완료할 때마다 카드를 보상으로 주지만 진행에 스태미나가 들어가기에 단시간 내에 모두 클리어하는 것은 어렵다. 카드가 없어도 드래프트 덱을 대여하면 평등한 조건 하에 아레나에서 승리해 돈을 벌 수 있지만, 보상은 리그 종료 시점에서야 들어오기 때문에 돈이 주머니에 들어오는 것은 여전히 먼 일이다.

골드와 카드를 모으는 것이 이렇게까지 어려운 일이라면, 골드 보상을 늘리거나 유저의 실력 영향이 큰 ‘상급 미션’을 승리했을 때의 카드 보상만이라도 혜택을 더 키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틀 동안 만나 본 <마비노기 듀얼>은 ‘정통 TCG’의 묘미와 추억을 되살리면서도, 모바일 환경에 맞게 재창조한 모습이었다. 간략화된 시스템과 편의성을 강조한 UI, 그러면서도 오프라인애서 즐겼던 TCG 경험을 그대로 옮겨 온 것이다.

다만, 초반부터 '가볍게' 하면서 이런 재미요소를 제대로 즐기기에는 카드 수급이 어렵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아무리 실력이 좋더라도 더 좋은 카드를 뽑고, 모으며 다른 유저와 교류하는 재미가 TCG의 중요한 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카드 수급이 어렵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기에 재미를 깎고 진입장벽을 높이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다행히 개발진은 유저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그에 맞게 게임을 고쳐나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스태미나 소모 조정이 대표적인 예시다.

자신의 덱을 테스트하기 위한 ‘혼자서 듀얼 특훈’에도 대전과 같은 스태미나 수치가 필요했는데, 유저들이 불만을 표하자 개발진은 출시 다음 날 발빠르게 스태미나 사용량을 수정했다. 이와 함께 유료 부스터에서 보장된 2성 카드가 나오지 않는 버그를 수정한 후, 부스터를 하나씩 더 증정하여 유저들의 만족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개발진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한, 더 나아질 <마비노기 듀얼>을 지켜볼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겜툰 양재모 기자
nya@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