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달릭 엔터테인먼트는 야자 게임즈(Yaza Games)가 개발한 턴제 전략 게임 '잉클루나티(Inkulnati)' 데모 버전을 공개했다. 게임스컴 2022에서 최고의 인디게임·가장 독창적인 게임 두 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는 작품이다.
스팀 앞서 해보기 기능과 엑스박스 게임 프리뷰 기능을 통해 2022년 겨울 출시할 예정이며, 정식 출시 후에는 닌텐도 스위치 버전이 추가된다.
'잉클루나티'에서, 유저는 종이 위에서만 신과 같은 힘을 가진 막강한 필경사 잉클루나티가 되어 다른 잉클루나티들과 딱히 목숨을 걸지는 않은 결투를 펼쳐야 한다.
대체 왜 잉클루나티들이 서로 겨루는지는 제대로 언급되지 않았는데, 데모 버전에서 제공되는 튜토리얼과 스토리를 고려하면 꽤 시답지 않은 이유로 싸우는 모양이다. 사람이 죽기도 하고 뭔가 폭발하기도 하지만, 의외로 가볍게 지나간다. 오히려 그렇기에 '잉클루나티'가 지닌 유쾌한 면모가 강조되기도 한다.
잉클루나티 결투 규칙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어떤 수를 쓰든 상대가 조종하는 작은 잉클루나티를 파괴하면 된다. 작은 잉클루나티는 잉클루나티가 종이 위에 그려둔 분신이며, RTS에 조예가 있는 유저라면 '커맨드 앤 컨커 4'에 등장하는 MCV 같은 개념이라고 이해해도 좋다.
아무 능력 없는 본진 같은 게 아니라 전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스킬도 갖추고 있어 게임에 전략적인 면을 더해주기도 한다. 상대가 소환한 야수에게 직접 피해를 입힐 수도 있고, 장애물을 설치해 이동을 방해할 수도 있다. 패시브 능력인 재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황을 유리하게 만들 기도 한다.
다만 너무 적극적으로 공세에 활용하기는 부담스러웠는데, 회복 능력이 없어 가랑비에 옷 젖듯 화살 한두 대씩 맞다 보면 어느 순간 비명횡사하곤 했기 때문이다.
게임 플레이는 주로 작은 잉클루나티가 소환한 잉크 야수를 조종하며 진행된다. 작은 잉클루나티와 마찬가지로 중세 삽화 풍으로 그려진 동물 및 악마들인데, 맵 곳곳에 떨어져 있는 자원은 살아있는 잉크를 수집해 야수 소환에 활용할 수 있다.
야수들은 종족과 병종에 따라 다른 특성을 가진다. 예컨대 토끼 야수들은 대부분 상대를 도발해 기절 상태로 만드는 능력을 지니고 있고, 개 야수는 기초 능력치가 높은 편이다.
특수 능력을 지닌 야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중요했다. 당나귀 음유시인을 적진 한가운데로 밀어 넣어 광역 기절을 가한 뒤 궁수로 조여드는 식이다. 주로 적 AI가 자주 활용하는 전략인데, 일단 당해보면 전략의 필요성을 체감하게 된다.
가벼워보이는 그림체와 반대로 생각할 구석이 많은 게임이기도 하다. 호드 아미(저 코스트 소환수를 다수 생성해 손실을 감수하고 적을 압도하는 병력 구성)를 방지하기 위해 동일한 소환수를 너무 많이 소환하면 '지루함' 개념이 생겨 소환 코스트가 올라가고, 마구잡이로 배치하다가 밀쳐져 높은 곳에서 추락하거나 맵 밖으로 밀려나면 즉사하기도 한다.
살아있는 잉크는 한번 수집하면 다른 곳에서 생겨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소환 제한도 있어 아차 하면 핵심 야수를 소환하지 못한 채 가장 약한 병력만 남아있을 수도 있다.
서든 데스 시스템은 양측이 작은 잉클루나티를 붙박이로 둔 채 서로 잉크 야수만 소환해 보내는 장기전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고풍스럽게 '파멸'이라고 부르며, 데모에 구현된 파멸은 맵 가장자리부터 지옥불로 타들어 가는 방식이었다.
맵이 점점 줄어드는 시점이 되면 양 플레이어 모두 병력을 다수 소환한 상황인데, 작은 잉클루나티를 포함한 모든 유닛이 중앙에 몰리다 보니 밀쳐내기 한두 번 만에 순식간에 게임이 정리됐다. 후반으로 갈수록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이유다.
데모에서 제공되는 싱글 플레이는 주인공이 잉클루나티로 살아가기 위한 기초를 배운 뒤 사망한 스승을 부활시키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내용을 담았다. 이렇게만 말하면 무거워 보이지만, 게임 분위기는 시종일관 유쾌하다.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실사 영상 컷신부터 천연덕스럽게 '카메라가 아직 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카메라라는 단어를 쓸 수 없다'라고 설명해주는 시점 전환 튜토리얼, 어디에선가 본 듯한 패러디 대사도 자주 튀어나온다. 여기에 중세 고서에 쓰이는 삽화를 본뜬 그림체가 묘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며 게임을 더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
분위기와 반대로 전반적인 난이도가 그리 녹록지는 않았다. 특히 여정 마지막에 등장하는 적 잉클루나티가 굉장히 강했는데, 가지고 있는 재능과 스킬이 유저보다 훨씬 강력한 등 여러모로 유저보다 유리한 입지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데모 버전을 플레이하면서도 번번이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는데, 나중에 가선 여정을 시작하면서부터 마지막 보스를 처치하기 위한 덱을 구성하기 위해 애쓰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데모 시점에서 '잉클루나티'에 대해 평가하자면 유쾌하고, 참신하며, 생각보다 전략적이고, 부담 없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은 아쉬운 부분이 꽤 있다. 야수는 다양성이 부족하고, 여정은 짧으며, 유저가 고를 수 있는 작은 잉클루나티 외형도 적다. PvP 요소에도 힘을 준 작품으로 보였으나, 데모에서는 PvP를 경험할 기회가 없었다.
이런 아쉬움이 정식 출시 버전에서 해소된다면 그때는 정말로 '아! 참 유쾌하고 잘 만든 게임이구나!'라고 감탄할 작품이 될 것이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그저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리뷰/프리뷰
데달릭 잉클루나티, 데모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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