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인피니티 워드가 개발한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 이하 CoD)' 신작 'CoD: 모던 워페어 Ⅱ(이하 MW2)'를 10월 28일 전 세계 동시 정식 출시했다. 2019년 출시한 시리즈 리부트 작품인 'CoD: 모던 워페어(이하 MW)' 후속작이다.
싱글 플레이 캠페인에서, 유저는 태스크 포스 141이 되어 중동 테러 조직과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협력하는 초유의 사태에 대응해야 한다. 일단은 리부트 두 번째 작품인 만큼 기존 '모던 워페어 2'에 대응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작인 'CoD: MW'가 원작 첫 작품인 'CoD4: 모던 워페어'보다 과거를 다루는 만큼 이번 작에서야 비로소 본격적인 '모던 워페어' 시리즈 본편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스토리에서 가장 큰 변경점 중 하나는 역시 주 적이 러시아군이 아닌 남미 마약 카르텔로 변경됐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일부 오마주 요소를 제외하면 스토리 큰 갈래가 꽤 달라졌으며, 전반적인 연출도 남미 카르텔을 다룬 영화 '시카리오'를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싱글 플레이 캠페인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부분은 섬세함이다. 특히 맵 디자인 측면에서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묘사된 점을 볼 수 있었고, 국경을 넘기 전후에 등장인물들이 타인에게 사용하는 언어가 바뀌는 연출도 소소한 감동을 줬다. 또한 소음이 발생했을 때의 3D 음향 역시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한국어 더빙 완성도 역시 높은 편이었지만, 일부 오역 및 캐릭터 해석 오류가 있었다. 영어 음성 설정과 한국어 자막 설정을 병행하면 이 점이 잘 느껴졌는데, 아예 뜻이 다르거나 캐릭터 성격을 바꿔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남미 카르텔이라는 소재 자체는 흥미로웠으나, 싱글 플레이 경험은 스토리와 건플레이 모두 그리 즐겁지 않았다.
우선 고난도 플레이 시 정상적인 건 플레이가 힘들어지는 점이 문제였다. 난도가 올라갈수록 적 화력과 반응 속도가 급격히 향상된다. 멀티플레이에서 종종 마주치는 불법 프로그램 사용자와 비견될 정도로 높은 명중률과 반응 속도를 지닌 적이 화력마저 아군보다 우월한 상황은 유저가 강박적으로 엄폐물을 쫓아다니게 만들었다. 색적이 쉽지 않아 선제 타격도 어려웠다.
상당히 자주 등장하는 적 장갑병도 문제였다. 'CoD'에서 장갑병이란 'CoD: 블랙 옵스 콜드 워(Black Ops Cold War, 이하 BOCW)' 중 '레드라이트, 그린라이트' 캠페인처럼 스토리 중 급박한 상황을 연출할 때 주로 활용되는 병종이었다. 사실상 중간 보스 포지션인 셈인데, 그런 적이 주기적으로 출연해 게임 플레이를 지루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CoD' 에 도입된 바 없는 새로운 유형의 임무들도 게임 플레이를 방해하는 요소였다. 예컨대 차량 추격 중 사격은 이전에도 몇 번 등장한 연출이었지만, 'CoD: MW2'에서는 지뢰를 피해야 해 사격보다는 운전에 집중하게 하는 임무가 등장하는 식이다.
차라리 새로 도입된 요소가 정말로 새로운 요소라면 재미가 없더라도 참작할 사유가 되겠지만, 기존 액션 어드벤처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요소를 'CoD'에서 열화된 버전으로 경험하는 건 그리 유쾌한 경험이 아니었다. 특히 급조 도구 조립은 재미있기 보다는 지루한 경험에 가까웠다.
게임 진행 중 차량으로 지뢰 피하기나 크래프팅 같은 다양한 요소를 넣을 수는 있다. 문제는 이 게임이 'CoD'라는 점이고, 싱글 플레이 캠페인은 길어야 8시간 분량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한번 시작하면 수십 시간은 거뜬하게 즐길 수 있는 오픈 월드 어드벤처에서야 다양한 게임 진행 방식이 도움이 될지 몰라도, 8시간 안에 저 모든 요소를 어설프게 끼워 넣는건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
캐릭터 해석 역시 원작과 달라진 부분이 많았다. 시니컬한 태도로 자기 임무를 수행하던 고스트는 주인공급으로 위상이 올라가며 캐릭터가 다소 가벼워졌다는 느낌이 강하고, 세상에 원한을 품은 복수귀였던 셰퍼드 장군은 강렬한 인상을 주던 악역에서 무능한 상관 유형 악당으로 바뀌었다.
또한 일부 장면 연출이 다소 작위적인 느낌을 주는 경우도 게임 몰입을 어렵게 만들었다. 예컨대 프라이스 대위가 팀원들에게 발라클라바를 배포하며 한 팀임을 강조하는 연출은 북한에서 나온 유치한 정훈교육 비디오를 생각나게 했다. 진행 중 드라마를 위해 다소 과장된 연출을 할 수는 있지만, 그런 연출도 결국 캐릭터성과 작품 분위기를 고려해야 인상적이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CoD: MW2' 캠페인은 '없는 것보다는 낫다' 정도에 머무른다. 그나마 전반적인 서사나 개연성이 'CoD: VG'보다 뛰어나기는 하지만, '차라리 싱글 플레이 스토리가 없는 게 낫다'고 평가받은 작품을 겨우 이긴 게 그리 자랑스러운 일은 아닐 터이다.
문제는 아직 'CoD: 워존 2.0'을 통해 전개될 스토리가 남았다는 점이다. 'CoD: VG' 스토리가 가장 크게 비판받은 '함께 사선을 넘은 전우가 황금에 눈이 멀어 서로에게 총을 겨눈다'는 장면이 본편 이후 'CoD: 워존'을 통해 추가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방심하기에는 이르다.
싱글 플레이 콘텐츠와 반대로 멀티 플레이 경험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맵 환경이 한층 다양해졌고, 특히 총기 디테일과 각종 모션, 사운드가 건플레이에 경쾌함을 더한다. 가히 현존 FPS 중 가장 뛰어난 총기 디테일을 선보이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현실적인 사운드를 통해 전장 몰입감도 올라갔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 버전 사용자거나 PC에 듀얼센스 컨트롤러를 연결했을 때 이런 경험을 더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 견착시와 사격시 모두 반응하는 적응형 트리거와 폭발물이 터질 때마다 전해지는 3D 햅틱 피드백 등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총기 플랫폼 시스템을 도입한 덕에 건스미스도 꽤 쾌적해졌다. 특정 총기와 공유하는 부품이 있다면 새로 해금할 필요 없이 다른 총기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특정 부착물을 해금하기 위해 반드시 특정 총기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생겼는데, 평소 플레이 스타일상 사용하지 않을 총기를 부착물 해금을 위해 강제로 플레이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위장 해금 역시 'CoD: VG'에서 선보였던 끔찍한 조건들보다 훨씬 완화됐다. 예컨대 관통 사살 100번이나 산탄총 원거리 사살, 저격총 근거리 사살, 죽지 않고 적 5명 사살 30회 같은 조건은 없다는 뜻이다. 'CoD: BOCW'와 'CoD: VG'에서 연달아 끔찍한 위장 해제 작업을 해야 했던 유저들에게는 희소식이다.
다만 시각·청각적인 맵 환경과 별개로 맵 구조 자체는 그리 뛰어나지 못하다. 슬라이딩 패치 삭제 등을 통해 런앤건 저점을 높이는 대신 고점을 낮춰서 런앤건 플레이를 권장하지만, 대부분 맵이 한자리에서 저격만 하는 소위 캠핑 플레이에 지나치게 유리한 나머지 저격수들이 런앤거너들을 모두 쓸어버리는 경우가 흔했다.
맵이 넓어 저격수가 활약하기 쉬운 지상전 플레이에서 이 문제가 심각했지만, 다른 맵이라고 해서 심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특히 산타 세냐 국경 교차로 맵은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세로로 긴 맵이라 저격수에게 당하기 쉬울뿐더러 도로를 메운 차량은 모두 폭발물 판정이기 때문에 엄폐물로 쓰던 차량이 터지며 함께 폭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 1시즌이 시작되며 도입된 전통적인 사격장 맵은 이런 문제가 크게 드러나지 않아 추후 추가될 맵에서는 개선될 여지가 생겼다. 그러나 기존 맵을 수정하지 않다면 지쳐버린 유저들이 게임을 떠날 가능성이 커 보였다.
최적화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기준으로 최신 그래픽 드라이버와 호환이 안 돼 억지로 다운그레이드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했고, 그러고 나서도 화면이 깨지거나 플레이 중 프리징 문제가 자주 발생했다.
캠페인 진행 중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적이 땅속에 가라앉아 일방적으로 총을 맞거나 특정 인물이 갑자기 사라져버려 스크립트가 진행되지 않기도 했고, 느닷없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지 않아 게임을 재시작해야 하기도 했다. 싱글 플레이 경험에서 매우 불쾌한 부분이었다.
문제는 일단 이렇게 게임이 깨지고 나면 셰이더 최적화를 다시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짧아도 3~5분가량 소요되며, 상황에 따라 40분 이상 걸리기도 하는 과정이다. 게임 진행 중 한번 겪고 나면 다시 게임을 켜기가 싫어질 수밖에 없다.
보통 최적화나 버그는 빠르게 고쳐만 준다면야 큰 문제가 아니지만, 그동안 'CoD' 시리즈 사후대처를 고려하면 이 문제가 그리 쉽게 고쳐질 것 같지는 않다. 일례로 'CoD: BOCW'의 공식 고해상도 텍스쳐를 설치하면 좀비 모드 플레이가 불가능한 버그는 출시 후 2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까지 고쳐지지 않았다.
'CoD' IP에서 싱글 플레이는 점차 천덕꾸러기가 되어가고 있다. 'CoD: MW' 이후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CoD' 프랜차이즈에서 싱글 플레이 비중을 점차 줄여왔다. 'CoD: BOCW'는 캠페인 완성도는 높았으나 분량이 매우 짧았고, 'CoD: VG' 및 본작인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Ⅱ'는 캠페인 스토리 완성도부터 조악했다.
이를 근거로 많은 팬이 'CoD' IP 핵심은 멀티플레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최근 'CoD' 개발 역시 멀티 플레이, 특히 '워존'에 치중해 이뤄지고 있다. 경쟁작인 '배틀필드 2042'처럼 완전히 싱글 플레이를 배제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으로 여기라는 주장도 있다.
그런 정책 아래에서도 'CoD'는 수작 FPS 프랜차이즈로서 입지를 굳혀왔고,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CoD: MW2' 역시 다소 삐걱거리기는 해도 현존 FPS 중 빼어난 축에 속하는 멀티플레이 경험을 제공하며, 이미 시리즈 최고 판매고를 올리며 잘못된 전략이 아님을 입증했다.
다만 아쉬울 뿐이다. 'CoD' 시리즈가 'CoD: 워존'을 위한 부속품이 되어버리고 과거의 영광을 잃어간다는 사실이. 그리고, 어쩌면 다시는 명작 'CoD'를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사실이.
리뷰/프리뷰
재미는 있는데 감동은 없는 CoD: 모던 워페어 Ⅱ
총 1054의
게시물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