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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디아블로 4, 될성부른 게임은 베타부터 알아본다

작성자 :	등록일 : 2022-12-08 오후 1:35:22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는 '디아블로 4'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12월 2일부터 12월 8일까지 진행했다. 23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디아블로' 시리즈 신작으로, 전작 '디아블로 3'으로부터 약 10년 만에 출시되는 후속작이기도 하다.

베타 테스트 빌드에서는 게임 극 초반부 지역을 레벨 25까지 플레이할 수 있었으며, 초반 메인 퀘스트와 일부 부가 퀘스트, 던전, 힘의 전서 시스템 등이 제공됐다.

테스트는 영어로 진행되었으며, 블리자드에서 번역명을 제시한 바 있는 요소는 번역 예를 따랐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 영문을 음차하여 사용했음을 밝힌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디아블로 3'에서 일러스트와 나레이션으로 구성되어 있던 캐릭터 인트로가 시네마틱 3D 영상으로 대체됐다는 점이다. 또한 정규 시리즈 최초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개념이 도입되었으며, 시네마틱 영상에서도 유저가 커스터마이징한 캐릭터가 그대로 등장한다.

그동안 '디아블로' 시리즈가 대체로 그래왔긴 했지만, 전반적인 스토리 분위기가 어둡고 잔혹한 편이다. 특히 폭력성이 강조됐다. 전작과 비교해 다소 가벼워진 분위기로 호불호가 갈렸던 '디아블로 3'은 물론 '디아블로 2'와 비교해도 더 음울하고 절망적인 분위기가 게임을 지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시리즈가 지날수록 점차 희석되고 있던 공포 분위기가 '디아블로 1' 시절에 가깝게 회귀했다는 뜻이다. 시간이 지나고 기술력과 연출 방식이 바뀌며 당시와 같은 느낌을 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감성적으로는 그렇다.

퀘스트 수행 과정은 재미있었다. 진부하거나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지도 않았고, 시키는 대로 심부름만 하는 단순한 퀘스트만 있지도 않았다. 특히 일부 퀘스트는 퀘스트 정보마저 상세한 내용을 알려주지 않아 제한적인 단서를 통해 직접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조가 중후반부까지 유지된다면, 스토리를 중시하고 그동안 '디아블로' 시리즈가 쌓아온 서사를 즐기던 유저들이라면 '디아블로 4'식 서사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일직선 진행이었던 전작들과 달리 심리스로 구성된 필드를 돌아다니며 탐험하는 재미가 생겼다. 거의 모든 핵심 퀘스트를 반드시 완료해야 했던 '디아블로 3'과 달리 '디아블로 2'처럼 일부 퀘스트를 건너뛸 수도 있었지만, 베테랑 난도에서는 그렇게 진행할 경우 레벨 부족으로 인해 전투가 상당히 어려워졌다.

다만 탐험이 다소 단조롭다는 느낌은 있었다. 마을을 제외한 필드가 단순한 사냥터를 벗어나 탐험할 수 있는 공간이자 퀘스트 허브 역할을 하게 되었지만, 탐험 과정 그리 다채롭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복잡하지는 않더라도 간단한 퍼즐이나 상호작용 요소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사다리 등 층간 이동 수단이 미니맵에 표시되는 점은 게임 플레이 경험에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맵 분위기가 대체로 어두운 편이라 자칫 사다리를 못 보고 같은 장소를 긴 시간 동안 헤매기 쉬운 만큼 큰 도움이 되었다.

직업은 현재 공개된 '디아블로 4' 다섯 직업 중 야만용사와 도적, 원소술사를 체험해볼 수 있었다.

야만용사는 '디아블로 2' 야만용사와 '디아블로 3' 야만용사를 모두 계승해 '디아블로' 시리즈에서 야만용사 하면 떠오르는 호쾌한 전투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했다. 스킬에 따라 사용하는 무기가 다르지만, 최대 4개에 달하는 다양한 무장을 동시에 장착한 뒤 스킬을 사용하면 자동으로 필요한 무기를 사용하는 방식이기에 복잡하지는 않았다.

원소술사는 '디아블로 2' 원소술사를 계승한 직업이다. '디아블로 3' 마법사가 다루던 비전 속성이 사라지고 전통적인 3 원소 체제로 복귀했으며, 다양한 무장을 모두 활용하는 야만용사와 달리 특정 원소에 특화하는 게 더 높은 성능을 끌어낼 수 있었다.

도적은 '디아블로1' 암살자와 '디아블로 2' 아마존을 계승한 직업이다. '디아블로 3'에 나오는 악마사냥꾼이 암살자의 덫과 아마존의 활을 계승했다면, 도적은 암살자의 근접 전투 능력과 아마존의 원거리 전투 능력을 계승했다.

아쉬운 점은 '디아블로 2' 성기사나 '디아블로 3' 성전사를 계승한 중장 기사 컨셉 캐릭터가 없다는 점인데, '디아블로 2'와 '디아블로 3' 모두 확장팩을 통해 신규 직업을 추가한 전례가 있는 만큼 '디아블로 4'에서도 추가 직업을 기대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전투는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짧은 시간 동안 더 많은 화력을 투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던 '디아블로 2'보다는 적 공격을 회피해가며 전략적인 전투를 펼쳐야 하던 '디아블로 3'과 유사했다.

전반적인 전투 난도는 오른 편이다. '디아블로 2'의 소모품형 포션과 '디아블로 3'의 쿨타임형 포션을 결합한 새로운 포션 시스템이 도입돼 체력 회복 수단이 꽤 한정적으로 변하며 전투 유지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디아블로 4'의 포션은 쿨타임 없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나 최대 충전량이 있으며, 적 처치나 오브젝트 파괴 후 일정 확률로 등장하는 포션을 습득해 충전하는 방식이다. 연속 사용할 수 있지만 회복량이 크게 줄었고, 자연적으로 충전되지 않아 부하를 소환하지 않는 엘리트 몬스터와 전투할 때 불안정성이 크게 늘었다.

선혈 표현과 일부 스킬에 적용된 화면 흔들림, 타격음 등은 전투 재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즉 소위 '타격감'이라고 부르는 요소가 극대화되었다는 뜻이다. 엔드 게임 콘텐츠가 적 다수와 반복적으로 교전하며 아이템을 수집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인 핵 앤 슬래시 장르에서 타격감 증진은 상당한 강점이다.

PC 버전에서도 대중적인 게임 패드인 엑스박스 게임 패드와 플레이스테이션 듀얼 센스 모두 정상적으로 지원했다. '디아블로 3'은 PC 버전에서 게임 패드를 정식 지원하지 않았던 만큼 게임 패드를 선호하는 유저들에게는 희소식이다.

게임패드만으로 모든 메뉴를 정상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 게임 패드 사용 중 마우스나 키보드를 잡아야 하는 불편함도 없었으며, 정식으로 게임 패드를 지원하며 게임 패드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진동 역시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됐다.

진동은 이미 어느 정도 확보된 타격감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요소가 됐다. 게임 초반이라서 그렇긴 하겠지만, 야만용사로 하루 종일 소용돌이(훨윈드)만 돌아도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장비 아이템은 '디아블로 3'에서처럼 직관적으로 아이템 옵션을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을 유지했다. 핵심 요소 중 하나인 룬석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특정 스킬에 추가 스킬 레벨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확인할 수 있어 핵심 재미 요소인 아이템 파밍 요소가 건재함을 알 수 있었다.

장비창도 개선됐다. 도적이라면 단검술과 궁술, 야만용사라면 둔기술과 양손 도검술, 한 손 도검술 등 스킬에 따라 요구하는 장비가 다른데, 장비창을 두 개 마련하고 전환해가며 사용하던 전작과 달리 모든 장비를 동시에 장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했다.

새로운 장비창은 기술 발동 시 기술에 필요한 장비로 곧장 전환하는 방식이었다. 예컨대 기본 공격을 궁술로 장착한 도적이라도 단검을 사용하는 스킬을 사용하면 장비 중인 단검으로 스킬을 발동하고 다시 활을 장비하는 식이다. 빌드에 따른 특정 무기 사용을 강요하지 않아 훨씬 유동적이고 간편한 스킬 구성과 장비 세팅이 가능했다.

스킬 시스템은 '디아블로 2' 보다는 '디아블로 3'에 가까웠다. 모든 스킬은 1~6등급으로 나뉘며, 1등급은 기본 공격 강화, 2등급은 주력기(우클릭), 3등급은 방어형 스킬이 배치되는 방식이다.

반면 스킬 습득 방식은 레벨에 비례해 자동으로 스킬을 개방해주던 '디아블로 3'이 아닌 하위 스킬부터 일정 포인트 이상을 할당해야 상위 스킬을 습득할 수 있는 '디아블로 2' 식 스킬 트리 시스템을 따랐다.

스킬 구성은 '디아블로 2'와 '디아블로 3'에서 일부 스킬을 계승하고 일부 새로운 스킬을 도입했다. 예컨대 시리즈에 개근 중인 야만용사가 지닌 기본 스킬 중 '강타'와 '후려치기'는 '디아블로 2'에서, '광분'은 '디아블로 3'에서 계승했으며, '돌진 타격'은 '디아블로 4' 고유 스킬이다.

'디아블로 3'에서 스킬을 강화시키던 룬석이 '디아블로 2'처럼 아이템에 장착하는 개념으로 회귀하며 스킬 특화도 스킬 포인트를 요구하게 됐다. 스킬 용법 자체를 바꿔버리던 '디아블로 3'과 비교하면 극적인 변화도 없고 선택지 자체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이었는데, 룬석이 장착된 장비가 스킬에 영향을 준다는 정보가 공개된 바 있는 만큼 부족한 부분은 추후 룬석을 통해 보강될 수 있을 전망이다.

새로운 수집 요소인 힘의 전서도 체험할 수 있었다. 특정 던전을 클리어해서 활성화할 수 있었으며, 전서를 통해 특정 스킬을 영구적으로 강화할 수 있었다. 예컨대 단발성 피해를 주는 스킬에 지속 피해 효과를 더해주는 방식이다. 극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캐릭터가 강해지는 게 눈에 보여 상당히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자신이 익히지 않은 기술이나 아예 다른 직업 스킬의 전서도 습득할 수 있었으며, 이렇게 습득한 전서는 계정 단위로 공유돼 새로운 캐릭터를 성장시킬 때 영향을 줬다. 일부 전서는 그 전서가 강화시켜주는 기술을 지닌 직업으로는 클리어하기 매우 어려운 경우도 있어 새로운 직업으로 다시 도전하기를 권장하기도 했다.

전작과 비교해 각종 게임 요소, 특히 그래픽이 크게 향상된 만큼 게임 용량도 대폭 증가했다. 베타 버전만 따져도 기본 게임 용량이 41.00GB, 고해상도 에셋 포함 시 84.60GB였다.

테스트 버전인 만큼 본격적인 최적화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감안해야 하지만, 전작 '디아블로 3'이 확장팩 '영혼을 거두는 자'를 포함해 18.40GB를 요구한 점을 고려하면 확장팩 없이도 전작 대비 용량이 5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유저에 따라서 다소 부담스러운 용량일 수 있지만, 향상된 그래픽은 용량 문제를 충분히 감수할 수 있게 해줬다. 광원 효과와 배경, 몬스터, 각종 오브젝트와 오브젝트를 파괴했을 때 나오는 파편 등이 전작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향상됐으며, 이는 곧 플레이 경험의 질이 향상됨을 의미한다.

다만 향상된 그래픽까지 고려하면 그동안 '디아블로' 시리즈를 비롯해 핵 앤 슬래시 장르를 즐겨온 유저 중 적지 않은 수가 PC 업그레이드를 고려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핵 앤 슬래시 장르 대표작들이 대부분 높은 사양을 요구하지 않았던 만큼 게이밍 PC가 아닌 사무용 PC로 분류되는 장비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 뛰어난 작품임에는 이견이 크게 갈리지 않는 '디아블로' 시리즈지만, 그동안 일부 '디아블로 2' 유저와 '디아블로 3' 유저 사이에 어느 정도 간극이 있었음은 사실이다. '디아블로 2' 유저들은 '디아블로 3'의 경직된 빌드 자유도나 다소 밝아진 분위기에, '디아블로 3' 유저들은 '디아블로 2'의 불편한 시스템과 부족한 액션성에 적응하기 어려워 했다.

처음 '디아블로 4'가 공개된 뒤 제기된 불안 역시 그런 점을 지적하곤 했다. '디아블로 2'를 계승한다면 '디아블로 3'으로 입문한 유저들에게 버림받을 수 있고, '디아블로 3'을 계승한다면 '디아블로 2'를 선호하는 유저들에게 버림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베타 테스트를 통해 '디아블로 4'는 어느 한쪽을 택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대신 '디아블로 2'와 '디아블로 3'에서 취할 부분은 취하고 버릴 부분은 버리며 '디아블로' 시리즈 팬 전체를 아우르는 작품이 되었다.

또한 훌륭한 게임이 될 기반을 갖췄음 역시 증명해 보였다. 핵심 시스템인 룬석과 중후반부 스토리, 엔드 콘텐츠 등이 제공되지 않은 극 초반부 플레이만 공개된 만큼 아직 완성된 게임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설령 지금 당장 출시된다 해도 다소 밋밋하기는 해도 수작으로는 꼽힐 수 있는 수준은 갖췄다.

그리고 만약 이대로 안주하지 않고 '디아블로 4'만의 재미 요소로 무장한 채 출시된다면, 그때는 정말로 대체할 수 없는 작품이 되어 향후 십수년 동안 핵 앤 슬래시 장르를 지배하는 작품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겜툰 박해수 기자 caostra@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