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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마침내 찾은 게임성, 페이트/사무라이 렘넌트

작성자 :	등록일 : 2023-10-11 오후 5:47:13

디지털터치는 코에이 테크모 게임즈와 타입문과 협력해 '페이트/사무라이 렘넌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4·5 및 닌텐도 스위치 버전을 9월 28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정식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며, 국내 심의기관으로부터 15세 이용가 등급을 부여받았다.

'페이트/사무라이 렘넌트'는 일본 노츠 산하 서브컬쳐 콘텐츠 전문 브랜드인 타입문 대표 지식재산권(IP)인 '페이트'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액션 RPG다. 타입문이 설정과 스토리를, 코에이 테크모 산하 개발 스튜디오인 오메가 포스가 게임 플레이 개발을 맡았다.

'페이트/사무라이 렘넌트'에서, 유저는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벌어진 대규모 주술인 영월의식에 휘말린 무사 미야모토 이오리가 되어 살아남아야 한다. 영월의식이란 일곱 명의 마술사가 과거에 존재했던 영웅들을 하수인(서번트)으로 소환해 서로 싸우는 의식으로, 마지막으로 남은 한 쌍은 소원을 이룰 권리를 획득할 수 있다.

다른 '페이트' 시리즈에서도 그랬듯 어느 정도 군상극 성향을 띄고 있는 스토리가 특징이다. 영월의식에 참여한 마술사인 마스터만 해도 주인공을 포함해 일곱 명이고, 각 마스터가 소환한 정규 서번트까지 더하면 스토리 주요 인물만 14명에 달한다. 여기에 떠돌이 서번트로 등장하는 서번트까지 합치면 21명에 달하는 인물이 서로 얽히며 싸우는 이야기가 성립한다.

스토리에 치중한 다른 '페이트' IP 작품들과 비교하면 스토리 완성도가 다소 부족하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페이트/그랜드 오더' 2부 6장 스크립트가 A4 용지 4,500장(9권)에 달하는 양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본작에서는 스크립트가 너무 길지 않도록 조절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모바일 게임인 '페이트/그랜드 오더'나 비슷한 무쌍류 게임인 '페이트/엑스트라' 시리즈와 비교해 스토리가 밝은 편이다. '페이트/그랜드 오더'는 일단 세계가 멸망한 뒤 이야기가 시작되고, '페이트/엑스트라'에 등장하는 달의 성배 전쟁은 서번트가 패배하면 마스터도 사망한다는 설정이 있어 마스터끼리 교감이 결국 서로 죽이는 참극으로 나는 우울한 전개가 이어진다.

'페이트/사무라이 렘넌트'에서도 마스터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상황이 이어지나, 서번트가 탈락하더라도 마스터가 바로 사망하지는 않는 만큼 특정 진영 탈락이 '페이트/엑스트라'보다 조금 덜 무겁게 느껴지는 편이다. 15세 게임인 만큼 잔혹한 묘사가 다소 간접적으로 등장하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기본 게임 플레이는 무쌍류, 즉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적 다수와 싸우는 일기당천 방식으로 이뤄진다. 무쌍류 게임 중에는 특이하게도 일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주인공 캐릭터가 한명 뿐인데, 대신 다양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투 중 검술을 교체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적을 상대할 수 있고, 마술도 원하는 만큼 갈아 끼울 수 있다.

캐릭터 육성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본적으로는 전투를 통해 경험치를 쌓는 식으로 이뤄지지만, 각종 임무를 수행해 얻은 스킬 포인트를 활용할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칼을 개조하거나 각종 마술이나 합격기를 원하는 대로 설정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플레이 방식을 찾아야 한다.

타입문 게임 신작이 출시될 때마다 지적됐던 진입장벽 문제는 주인공 설정을 통해 해결했다. 주인공이 마술에 완전히 문외한이 아니기 때문에 사소한 걸 하나씩 다시 설명해 주며 지루함을 유발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전문가도 아닌 만큼 대략적인 세계관 설명을 스토리에 섞어 유저가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팬 서비스가 전혀 없는 게임은 아니다. 전반적으로 '페이트' IP 첫 작품인 '페이트/스테이 나이트' 오마주가 많이 들어갔고, '페이트/그랜드 오더'에 등장한 캐릭터들이 다른 버전으로 다시 등장하기도 한다. 기존에 '페이트' IP 작품을 자주 즐기던 유저일수록 게임 플레이 중 반가워할 만한 장면이 많다.

특히 설정에 신경 쓰는 유저라면 상상할 만한 요소가 많다. 룰러 클래스가 있는 시점에서 정상적인 성배전쟁이 아니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고, 특정 캐릭터가 다른 작품에 등장했을 때 행적을 기반으로 왜 이 캐릭터가 이렇게 행동하는지를 추리하기도 용이하다. 주인공이 보석을 매개로 마술을 쓴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보석 마술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상상해 보는 일도 즐거울 수 있다.

플레이타임은 유저 성향에 따라 다르다. 스토리보다 액션을 중시하는 유저라면 일직선으로 메인 스토리만 밀고 진행했을 경우 빠르면 15~20시간 안에 엔딩을 볼 수 있다. 스토리를 중시하는 유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 회차 내에서 볼 수 있는 엔딩 종류가 여럿 있고, 2회차 전용 스토리라인도 있기 때문이다. 게임 내 콘텐츠를 모두 즐길 경우 약 80시간 이상이 요구될 수 있다.

긴 플레이타임에도 불구하고 게임 진행이 지루하지도 않다. 무쌍류 게임 중에는 종종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이동과 전투만 반복하는 지루한 게임이 되는 작품도 있는데, '페이트/사무라이 렘넌트'는 적 다수를 학살하는 무쌍류 재미에 더해 강대한 보스 하나를 상대하는 재미, 영지 쟁탈전 같은 퍼즐 기믹, 각종 임무를 해결하는 파고들기 요소 등을 통해 지루할 틈을 최소화했다.

보스로 등장하는 서번트들이 주인공보다 압도적인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게임 플레이에 잘 녹아들었다. 다양한 기술을 주인공과 정면에서 마주친 적 병사가 어떤 기분이었을지를 체감할 수 있다.

'페이트/사무라이 렘넌트'는 그동안 '페이트' IP를 활용해 출시된 게임 중 단연 가장 높은 게임성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그동안 '페이트' IP 게임들이 스토리와 게임성 둘 중 한쪽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점을 고려하면 두 요소를 동시에 잡은 '페이트/사무라이 렘넌트'는 IP 역사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특정 유저층만을 위한 작품도 아니다. 기존 '페이트' IP 작품들을 몰라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IP 입문작품으로도 좋으며, 반대로 기존 작품 팬들을 위한 장치도 곳곳에 마련해 둬서 팬 게임으로서도 나쁘지 않다.

'페이트' IP 팬이거나 IP에 입문하고자 하는 유저, 혹은 무쌍류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페이트/사무라이 렘넌트'는 플레이할 게임 목록 가장 위에 올려둘 만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