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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NC TL, MMORPG 새로운 틀

작성자 :	등록일 : 2024-01-24 오전 10:39:20

‘틀’은 일정한 격식이나 형식, 골이나 판처럼 물건을 만드는 본이 되는 물건, 특정 물건 테두리나 얼개를 의미한다. 관용구 중 ‘틀을 잡다’는 일정한 형태나 구성을 갖췄다는 뜻이고 ‘틀을 차리다’는 일정한 격식이나 형식을 갖췄다는 뜻이다.

빵을 굽거나 장난감을 만드는 등 어떤 물건을 제작할 때 유용하게 사용하는 게 ‘틀’이다. 글이나 그림, 음악 등 문화 콘텐츠에도 ‘틀’이 적용된다. 특정한 ‘틀’에 맞춰 제작된 문화 콘텐츠는 여러 가지 장르로 분류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제작 때 사용한 ‘틀’에 따라 장르가 나뉜다.

엔씨소프트(NC)가 2023년 12월 7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쓰론 앤 리버티(THRONE AND LIBERTY)‘는 MMORPG ‘틀’을 따르면서도 새로운 ‘틀’을 잡은 모습을 보였다. 메인 퀘스트를 따라 캐릭터를 육성하는 과정은 기존 MMORPG와 크게 다르지 않으나 로딩이 없는 심리스 오픈 월드와 날씨를 활용한 캐릭터 상호작용 등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

정식 출시 전 ‘TL’은 자동 이동·자동 사냥이 포함된 PC·콘솔 MMORPG였다. 몬스터 지속 사냥, 소위 ‘닥사’는 자동으로 편하게 하고 다른 유저와 협력·경쟁하는 콘텐츠는 직접 조작해 플레이하는 방식이었다. NC 게임 플랫폼 ‘퍼플(PURPLE)’을 활용한 스트리밍으로 모바일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그러나 몇 차례 테스트를 거친 후 유저 사이에서는 자동 시스템을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나왔다. “PC·콘솔 MMORPG에는 자동 시스템이 필요 없다”라는 의견이었다. 이에 NC는 정식 출시에 맞춰 자동 시스템을 삭제했다. 자동 시스템에 맞춰 구성된 전투 시스템도 고쳤다. 게임 속 대규모 전투 특성을 고려해 공격 시 이동할 수 없게 설정했으나 ‘조작 경험 저하’라는 유저 의견에 맞춰 바꿨다.

수정을 거친 ‘TL’은 출시 후 유저들로부터 좋은 평가만을 받지는 못했다. 메인 스토리는 어디선가 많이 봤던, 다음 이야기를 유추할 수 있는 줄거리라 몰입하기 어려웠다. 전투는 동적으로 바꿨음에도 여전히 정적인 스킬 사용 구조 덕에 정적인 느낌을 줬다. 유료 재화 ‘루센트’ 전용 거래소도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평가도 나왔다. 언리얼 엔진 4를 활용한 수준 높은 그래픽과 풀 보이스 더빙이 들어간 패키지 게임급 연출, 다양하게 꾸밀 수 있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시시각각 바뀌는 날씨와 낮/밤, 환경에 맞춰 바뀌는 몬스터 상태, 변신에 따라 유저를 인식하지 않는 몬스터 등은 좋은 인상을 남겼다. 유료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한 비즈니스 모델(BM)도 호평받았다.

세밀하게 묘사된 오픈 월드도 호평이다. 지점 간 빠른 이동 때도 로딩이 없는 심리스 오픈 월드는 구역을 나눠 로딩하는 존 방식 MMORPG보다 게임 속 세계에 몰입감을 더한다. 오픈 월드 구석구석에는 세계관에 얽힌 노트·문서·수기 등이 존재하고 특정 장소에서 ‘코덱스’라 불리는 업적을 수행, 각종 성장 재화를 얻을 수 있어 오픈 월드에서 할 거리를 적잖이 제공한다.

또한, ‘TL’은 다른 MMORPG와 같은 탑승물 대신 ‘변신’을 도입했다. ‘변신’을 통해 유저는 동물로 변해 하늘을 활강하거나 땅을 빠르게 달리고 물에서 수영할 수 있다. 지연 시간 없이 키 한 번 누르면 바로 모습이 바뀌어 답답함도 느끼기 어렵다. 언데드·오크·곤충 등 몬스터로 변신하면 같은 종류 몬스터가 적으로 인식하지 않아 필드를 탐험하면서 과제를 수행하기 수월하다.

장검·단검·양손검·마법봉·지팡이·장궁·석궁 등 7가지 무기 중 2개를 선택해 사용하는 무기 조합 시스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정 클래스(직업)가 없는 대신 무기마다 다른 사용(액티브)·활성(패시브) 스킬을 조합해 유저가 원하는 대로 역할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다.

게임 내에서 힐(치유) 스킬을 쓰는 마법봉 유저는 ‘힐러’라 칭하고 도발 스킬을 쓰는 장검 유저는 ‘탱커’로 불린다. 장궁·석궁을 조합한 ‘원거리 딜러’, 양손검·단검을 조합한 ‘근거리 딜러’, 마법봉과 상태 이상 해제를 쓰는 장궁을 더한 ‘서포터’ 등 무기 조합별 사용 가능 스킬에 따라 역할이 자연스레 배분된다.

출시 초반에는 각종 콘텐츠에서 장검 유저 ‘탱커’와 마법봉 유저 ‘힐러’가 파티에서 한 자리를 꼭 차지했다. 서비스 한 달이 지난 최근에는 유저들이 게임에 익숙해지면서 특정 역할군 대신 필요한 스킬을 쓰는 무기 사용 유저를 모으는 추세다. 이해도가 높은 던전은 ‘탱커’나 ‘힐러’ 없이 ‘딜러’ 만 구성해 가기도 한다.

PvP에서도 무기 조합 시스템은 신선한 재미를 줬다. 무기별 사용·활용 스킬 각각 12종·8종을 쓸 수 있으므로, 유저 전략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나왔다. 같은 무기 2종을 쓰는 유저라도 완전히 다른 성향 플레이할 수 있다. 실제로 PvP를 즐기는 유저 사이에서는 활발한 조합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MMORPG에서 콘텐츠는 PvE와 PvP로 나뉘지만, ‘TL’에서는 PvE와 PvP가 유기적으로 맞물린다. 가장 큰 특징인 심리스 오픈 월드를 활용한 던전이 그렇다. 게임 속 던전은 인스턴스 던전과 오픈 월드 던전으로 나뉜다. 인스턴스 던전은 파티원끼리 입장해 진행할 수 있지만, 오픈 월드 던전은 필드에서 로딩 없이 누구나 입장해 플레이 가능하다.

낮에만 입장할 수 있는 오픈 월드 던전도 있는데, 밤에는 입구가 닫히고 던전이 분쟁 구역으로 바뀐다. 다른 곳은 24시간 내내 열리지만, 게임 속 시간에 맞춰 낮에는 평화 구역이고 밤에는 분쟁 구역이 된다. 서버 내 성장 점수가 높은 ‘랭커’는 ‘폭풍’을 불러 비가 오게 하거나 낮을 밤처럼 어둡게 하는 ‘일식’을 쓸 수 있다. ‘일식’은 오픈 월드 던전을 낮에도 PvP구역으로 만든다.

오픈 월드 던전에서 각종 아이템과 솔란트(돈) 등 보상을 얻으려면 일반 필드에서 몬스터 처치 후 재화를 쌓아야 한다. 재화 쌓기는 일일 의뢰(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모을 수도 있다. 강화석이나 스킬 책(단련서·연마서) 등 각종 성장 재료를 제공하는 일일 의뢰는 ‘TL’ 유저 사이에서 ‘숙제’ 개념이 됐다. 일일 의뢰->몬스터 처치->오픈 월드 던전 식으로 순환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인스턴스 던전은 최대 20층까지 답파하는 1인 던전과 유저 6명이 협력해 진행하는 파티 던전으로 나뉜다. 1인 던전은 각종 등장 적 특성을 파악하고 적당히 대처해야 완료할 수 있어 초반부터 유저 사이에서 호평받았다. 반면 파티 던전은 여러 번 패치를 거쳐 수정돼 왔다.

파티 던전은 6명이 진행해 중간 보스와 최종 보스를 처치하면 상자를 열고 보상을 얻는 구조다. 스펙이 갖춰진 유저들이라면 약 15분간 진행 후 보상을 얻는다. 출시 초반에는 유저 평균 스펙이 낮았고 몬스터 패턴도 익숙지 않아 30분 이상 걸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유저 사이에선 재미있는 콘텐츠라 평가받았다.

다만, 파티 던전은 보상 제공이 문제가 됐다. 출시 초반에는 하루 600개씩 충전되는 피로도를 300개 소모해야 상자를 열어 보상을 얻었다. 유저들로부터 “너무 적다”라는 의견이 반영돼 최근에는 피로도가 900개씩 제공된다. 던전 별 특정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는 완전히 운에 의지해야 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일부 유저는 특정 아이템을 얻으려 한 달 내내 80여 차례 같은 던전을 플레이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NC는 던전 1회 수행 시 재료를 제공하고 이를 20개 모으면 반지, 40개 모으면 무기 선택 상자를 제작하는 ‘천장’ 체계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보상 문제는 어느 정도 완화됐으나 근본적으로 필요한 아이템 획득이 완전 무작위라 유저 불만은 여전하다. 유저 사이에서는 던전 수행 후 얻는 재료로 좀 더 많은 아이템을 교환할 수 있게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다른 핵심 콘텐츠인 지역 이벤트에서는 성장 재화인 스킬 책 제작 재료 ‘마린드’를 얻는다. 특정 지역에서 일정 시간마다 NPC가 주는 과제를 유저가 협동해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게임 출시 초반에는 20레벨 이하 지역 이벤트를 제외한 대부분이 분쟁으로 열렸으나 유저 의견에 맞춰 평화 8: 분쟁 2 수준으로 조정됐다. 일부 유저가 모든 보상을 다 가져가지 못하도록 분배 구조도 고쳐 적정 레벨 유저가 참여하면 적당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

그렇지만 지역 이벤트는 구조 자체가 경쟁이라 스펙이 높은 유저가 보상을 독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하면 특정 유저 1~2명이 매시간 지역 이벤트 1위를 돌아가면서 차지하는 경우도 나온다. 출시 초반보다는 유저 부담이 적어졌으나 성장을 위해 필수로 참여해야 하는 콘텐츠라 유저 사이에서는 보상 수급을 좀 더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특정 지역에 특정 시간마다 등장하는 필드 보스는 적게는 유저 200명 이상, 많게는 1천여 명이 모이는 대규모 PvE 콘텐츠다. ‘TL’은 일반 필드에서는 CPU·GPU 사용량이 많지 않아 최적화가 안정적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필드 보스에 진입하면 고사양 하이엔드급 PC를 제외하곤 10프레임 이하, CPU 사용량 99~100%를 기록한다. 쾌적한 플레이를 위한 최적화가 필요한 상태다.

필드 보스는 출시 초반엔 가만히 서서 공격만 하는 단조로운 패턴만 나와 유저들로부터 ‘운동회 박 터뜨리기’라 불렸다.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신규 필드 보스가 등장하면서 높은 곳에 갈고리를 걸어 광역 공격을 피하거나 보스가 내는 OX 문제를 맞히는 등 새로운 패턴이 나와 “재밌다”라는 평가를 받는 콘텐츠가 됐다.

유저간 분쟁은 길드 단위로 전개된다. 길드끼리 연합을 구성할 수 있고 추후에는 대규모 연합체인 군단도 추가될 전망이다. 일정 시간마다 지역 점령을 통해 필드 보스를 길드끼리 따로 수행하거나 캐릭터 능력을 추가하는 등 여러 활동을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길드 간 분쟁이 이어진다.

분쟁 정점인 공성전은 2월 중 업데이트 예정이다. 공성전 추가 시점에 1위인 길드가 수성하고 다른 길드가 공성하는 방식이다. 메인 스토리에서 나온 거대 골렘을 조종할 수 있고 높은 곳에서 활강을 활용해 침투하는 등 여러 가지 전략이 어우러지는 대규모 전투가 예상된다.

‘TL’은 NC가 10년 넘게 서비스 중인 PC MMORPG ‘길드워 2’와 유사한 모습이다. 여러 유저가 참여하는 지역 이벤트와 필드 보스, 무기 2종을 조합해 쓰는 스킬, 길드 단위 콘텐츠, 대규모 전장 등이다. 유료 재화 판매와 캐릭터 치장 아이템 위주 BM, 점프와 탑승물을 활용한 Y축 이동도 유사하다.

다른 점으로는 거래소 재화, 구분 없는 클래스, 심리스 오픈 월드, 낮/밤에 따른 필드·스킬 영향, 전장 구조와 PvP 등을 꼽을 수 있다. ‘길드워 2’는 유료 재화를 판매하나 거래소는 인게임 재화를 쓴다. 무기 2종을 사용하지만, 클래스가 구분돼 있다. 존 방식이고 밤/낮이 아니라 이벤트에 따라 필드 오브젝트 등이 바뀐다. 전장은 따로 구현돼 3개 서버씩 묶여 싸우고 PvP는 결투장과 레벨(등급)이 따로 존재한다.

‘길드워 2’는 10년 넘게 전 세계 유저들로부터 인기를 얻는 NC 대표작이다. 주로 북미·유럽에서 흥행했다. ‘TL’은 글로벌 전체를 아우르는 흥행을 노린다. 북미·유럽에서 흥행한 ‘길드워 2’ 재미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에서 인기를 얻은 경쟁·길드 단위 협력 등을 적절히 섞어 콘텐츠를 구성한 모습을 보인다.

글로벌 출시를 앞둔 ‘TL’은 유저 의견이 빠르게 반영되는 콘텐츠 업데이트도 장점이다. 출시 한 달 만에 핵심 개발진이 출연하는 라이브 방송을 2회 진행, 유저 의견에 직접 답하면서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편지’ 형식으로 유저에게 새로운 업데이트를 알리는 점도 호평 받는다. ‘TL’ 유저는 계속해서 이런 운영 방향을 이어 가길 바란다.

2023년 12월 나온 ‘TL’과 업데이트를 거친 2024년 1월 ‘TL’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 부를 수는 없지만, 유저 의견을 반영한 콘텐츠 업데이트로 유저 친화적인 게임이라 볼 수는 있다. 모바일을 염두에 둔 자동 시스템을 없애면서 온전히 PC·콘솔 MMORPG로 바뀌었다. 정해진 ‘틀’ 안에서 유저 의견에 맞춰 유연하게 바꾼 모습이다.

아직 ‘TL’은 언리얼 엔진 에러, 접속 불가 현상, 캐릭터 끼임 등 여러 가지 버그가 있지만, 빠르게 수정되고 있다. 기존 MMOROPG와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만든 ‘틀’ 안에서 유저가 플레이하기 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중이다. NC가 경험을 살려 만든 새로운 MMORPG ‘틀’을 통해 ‘TL’은 나날이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겜툰 박해수 기자 caostra@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