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 게임즈(이하 '라이엇')는 11월 17일 자사 퍼블리싱 레이블인 '라이엇 포지'를 통해 신작 턴제 RPG '몰락한 왕: 리그 오브 레전드 이야기(이하 '몰락한 왕')'를 출시했다. 에어십 신디케이트가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IP를 활용해 개발한 작품이다.
함께 출시된 '마법공학 아수라장: 리그 오브 레전드 이야기'가 서사보다는 캐릭터성에 집중한 작품이라면 '몰락한 왕'은 '리그 오브 레전드 이야기'라는 부제에 걸맞게 실제 'LoL' 서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야기는 'LoL'에서 2015년 진행된 이벤트 '불타는 파도'에서 이어진다. 미스 포츈이 갱플랭크를 축출하고 새로이 지배자가 된 빌지워터를 배경으로, 돌아온 선장 갱플랭크와 그림자 군도, 그리고 몰락한 왕 비에고를 다룬다.
본디 라이엇이 자사 게임 전반에 걸쳐 진행한 초대형 이벤트 '감시단의 비상'에 앞서 출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팬더믹에 의한 개발 지연으로 뒤늦게 출시되며 다소 붕 뜨는 느낌이 있다. 프리퀄이라 여기고 플레이해야 한다.
그런 만큼 'LoL' 애니메이션 시리즈 '아케인'과 달리 'LoL'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는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전부터 게임 스토리에 관심이 있던 유저들을 위한 선물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
게임은 고전적인 심볼 인카운터식 턴제 RPG다. 탐험 중 적 심볼과 접촉하면 전투가 시작되는데, 적 심볼을 선제 타격해 전투를 시작하면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 이 보너스는 캐릭터마다 다른데, 예컨대 브라움은 해당 심볼에 속한 적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뇌진탕' 디버프를 적용한 상태로 전투에 돌입한다.
던전은 전투뿐만 아니라 퍼즐과 전리품 획득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모든 캐릭터는 공격 기능 외에 퍼즐과 관련 있는 던전 스킬을 하나씩 지닌다. 대표적으로 일라오이는 부흐루 문자를 읽고 퍼즐 장치를 작동시킬 수 있으며, 브라움은 포로를 작은 구멍으로 들여보내 퍼즐을 풀 수 있다.
메인 퀘스트만 빠르게 해결하며 진행할 수도 있지만, 온전한 게이밍 경험을 위해서는 NPC와 대화하고 서브 퀘스트를 해결하며 문서를 수집해 추가적인 서사를 즐기는 게 권장된다. 서사가 중요한 게임인 만큼 구석구석 둘러보는 게 좋다.
RPG 장르에 맞게 변형된 'LoL' 챔피언들이 재미를 더한다. 캐릭터가 지닌 여러 스킬을 턴제 RPG에 맞게 변형했다. 일라오이가 주기적으로 소환하던 촉수는 일반 공격 시 확률적으로 소환되며, 마스 포츈이 사용하는 범위 기술 '총알은 비를 타고'는 무작위 적에게 피해를 나눠 입히는 기술로 변경됐다.
전투 난도는 그리 높지 않다. 평소 턴제 RPG를 즐긴 유저라면 용사 난이도까지는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영웅 난이도에서는 게임 시스템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전략적 사고를 요구하며, AOS를 주로 즐기고 턴제 RPG가 생소한 유저에게는 보통 난이도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전투가 너무 어렵거나 서사만 즐기고 싶은 유저들을 위해 스토리 모드도 제공된다. 전투가 매우 쉽고, 원한다면 넘길 수도 있다. 글로만 쓰여 이해하기 쉽지 않았던 'LoL' 캐릭터 서사를 유려한 일러스트와 컷신, 원작 성우를 그대로 기용한 우리말 더빙으로 구현한 만큼 서사만 즐겨도 충분히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다.
게임 핵심 요소이자 난도 상승 주범은 '전투로' 시스템이다. 'LoL'에 등장하는 세 갈래 공격로를 모티브로 했다.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신속로', '균형로', '강력로' 중 하나를 고른다. 기본은 가운데 길인 '균형로'지만, '신속로'를 고르면 위력이 낮아지는 대신 스킬을 빠르게 발동하고 '강력로'를 고르면 위력이 높아지는 대신 스킬을 느리게 발동한다.
여기에 영역 시스템이 얹어진다. 영역은 캐릭터 행동 순서를 보여주는 하단 바를 따라 표시되는데, 영역이 발동될 때 공격 순서 아이콘이 영역에 걸쳐있는 캐릭터는 영역 영향을 받는다. 치유 같은 이로운 '영역'도 있지만, 중독 효과를 주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영역이 주는 효과는 부정적일 때도 있고 긍정적일 때도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술마다 지정된 지연 시간을 통해 캐릭터 행동 순서를 능동적으로 조절하고, 브라움 같이 적을 밀쳐낼 수 있는 챔피언으로 적을 해로운 영역에 밀어 넣어야 한다.
탐험 파트는 은근히 호불호가 갈릴만한 콘텐츠다. 전적으로 느린 이동 속도 때문이다. 일부 서브 퀘스트는 해결을 위해 여러 맵을 돌아다녀야 하는데, 느린 이동과 잦은 로딩이 짜증을 유발하곤 한다. 게임 재미를 심각하게 해치지는 않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게임 평점이 그리 높지 않아 구매를 망설일 수 있으나, 낮은 평점을 준 리뷰 중 상당수는 출시 직후 발생한 여러 버그를 지적하고 있다. 세 차례에 걸친 패치로 치명적 버그 다수를 수정한 이후에는 평점이 계속 상승하고 있디. 구매 결정을 위해 리뷰를 볼 때는 되도록 최근에 업로드된 리뷰를 우선으로 보길 권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흥미롭고 독특한 세계관과 스토리를 지닌 작품이지만, 장르 한계상 이를 명확하게 드러내기가 어려웠다. '몰락한 왕: 리그 오브 레전드 이야기'는 입증받은 게임성에 '리그 오브 레전드' 서사를 접목해 그 단점을 메웠다. 게임 서사와 챔피언 간 관계를 중시하는 원작 유저라면 충분히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이유다.
리뷰/프리뷰
라이엇 '몰락한 왕', 왕은 몰락하고 서사는 부흥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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