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IP를 통해 액션 명가로 인정받은 액션스퀘어가 신작 '앤빌(Anvil)'을 PC-콘솔 크로스 플레이 게임으로 12월 2일 출시했다. PC 게이밍 플랫폼 '스팀'과 마이크로소프트 Xbox 게임 패스에 앞서 해보기(Early Access) 및 게임 미리 보기(Game Preview)로 제공된다.
'앤빌'은 탑 뷰 로그라이크 슈팅 게임이다. 유저는 우주에 흩어진 외계 유물을 찾는 조직에 소속되어 기계 의체인 '브레이커'에 깃들어 은하를 탐험하게 된다.
기계 의체를 원격으로 조종하다가 파괴되면 재생산한다는 설정은 단순히 게임을 무효화 하는 게 아니라 게임이 왜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는지, 유저가 왜 게임을 반복 플레이하고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로그라이크 요소를 세계관 속에 녹여내는 트렌드를 충실히 따른 셈이다.
캐릭터나 적 디자인은 SF 분위기를 잘 살렸다. 일부 캐릭터 디자인에서 디지털 익스트림즈 '워프레임'이 떠오른다는 평가도 있지만, SF라는 배경과 의체를 원격 조종한다는 컨셉에 따른 장르적 유사성이라고 이해하는게 옳다. 두 작품을 바로 옆에 두고 비교해 보면 사실 그렇게 많이 닮지는 않았다.
유저가 조종하는 '브레이커'는 모델에 따라 다양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시스템적으로 구분되어 있지는 않지만, 스킬 구성과 역할에 따라 균형 중시, 화력 중시, 보조 중시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균형 중시 브레이커에는 기본 지급 브레이커인 '정글러'나 '샌드맨' 등이 포진해있다. 평균적인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고, 스킬 구성이 무난해 게임을 익히는 데 좋다.
화력 중시 브레이커에는 '길로틴'이나 '마운틴' 등이 포진해있다. 육중한 디자인에 걸맞게 기동성이 부족한 대신 막강한 화력을 자랑한다. 회피 기능이 부재한 대신 방어 기술과 제한적인 체력 회복 수단을 갖췄다. 전면에서 적 화력을 받아내는 역할을 한다.
보조 중시 브레이커에는 '엘사'나 '피닉스' 등이 포진해 있다. 여성적인 신체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디자인이 특징적이다. 디자인에 어울리게 화력과 맷집은 낮지만 기동성이 좋고, 아군을 지원해주는 스킬 구성을 지니고 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멀티 플레이를 상정하고 디자인됐다. 도전을 추구하는 유저라면 싱글 플레이도 가능한데, 멀티 플레이 보다 훨씬 높은 난도를 체감할 수 있다.
같은 브레이커라도 멀티 플레이와 싱글 플레이에서 다른 스킬을 강화해야 하는 점은 게임을 흥미롭게 만든다. 지원 중시 브레이커인 '엘사'는 공통적으로 적을 유도하고 주변에 버프를 제공하는 'Beast Call' 스킬을 주로 사용하지만, 아군에게 화력 투사를 맡길 수 있는 멀티 플레이에서는 적을 얼리고 투사체를 지우는 'Ice Wave'를 강화하는 반면 싱글 플레이 시에는 위험을 감수하고 화력을 투사하는 'Ultra Beam'을 우선 강화하는 식이다.
브레이커를 고른 뒤에는 유물을 탐사하러 나가게 된다. 전투 지역은 절차적으로 생성된 무작위 맵 여러 개가 이어지는 방식이다. 유저는 몬스터를 사냥해 재화를 모으고 유물을 강화하며 행성을 탐험해야 한다.
재화가 한정된 만큼 탐사 중에는 어떤 유물을 우선하여 획득해야 할지 고려해야 한다. 보통은 화력을 올려주는 유물을 주로 선택하게 되고, 브레이커와 상황에 따라 생존이나 보조 유물 비율을 조절한다. 팀워크가 뛰어나다면 한 명이 전투를, 한 명이 보조를 전담하는 경우도 있다.
보스 스테이지에는 무작위 보스 중 하나가 등장한다. 보스마다 특징이 다른데, 최초 출격 때나 맵 이동 때 어떤 보스가 등장할지 알려주는 만큼 해당 보스에 대한 대응책을 미리 세워둘 수 있다.
보스 전투 돌입 직전에는 스킬 강화 기회와 상점을 확정적으로 제공한다. 이는 로그라이크 유저들이 가장 화나는 순간으로 꼽는 '실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불합리한 사망' 위험을 줄여준다.
패배하면 브레이커가 완전히 파괴되며 유물을 전부 잃고 모함으로 귀환하게 되지만, 소유한 유물 중 일부는 무작위로 복사되어 저장된다. 유저는 이렇게 저장된 유물 중 일부를 선택해 다음 출격 때 처음부터 해당 유물을 보유할 수 있다.
귀환할때마다 유저가 올린 성과에 따라 시즌 레벨이 상승한다. 시즌 레벨을 통해 브레이커 스킨이나 인게임 재화, 시즌 점수를 얻을 수 있다. 게임 진척도를 직관적으로 표시해 주는 장치로, 앞서 해보기 상태인 현재는 '프리 시즌'으로 표시된다. 정식 출시 후 어떤 요소가 추가될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시즌 점수를 통해 보너스 능력치를 획득할 수 있다. 시즌마다 초기화된다고 표기되어 있으나, 개발사는 패치 노트를 통해 "시즌 리셋에 대한 의견 등은 내부에서 논의 중이고 지속적으로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다"라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앤빌' 플레이 경험은 전반적으로 경쾌하고 화끈했다. 특히 시각적인 만족감이 컸다. 화려하고 반짝반짝한 화면을 제공하면서도 높은 시인성을 유지하는 점은 고평가 받을 만 하다. 광선을 발사하는 스킬에서 효과음이 다소 빈약하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문제다.
타격감과 달리 피격감은 다소 떨어졌다. 맞았는지도 몰랐는데 어느 순간 체력이 줄어들어 있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피격 시 화면 가장자리에 시각효과를 제공하거나 음향 효과를 부여하는 식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고, 이미 많은 유저가 피드백을 제기한 만큼 조만간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상황에서 조작이 난해해지는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기본 조작은 키보드로 이동하고 마우스로 조준하는 식인데, 일부 브레이커가 보유한 돌진형 기술은 발동하는 순간 마우스로 이동 방향을 제어해야 한다. 초심자는 당황하다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문제다.
앞서 해보기 단계인 만큼 완벽함을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준수한 매무새와 무난하면서도 플레이 동기를 제공하는 게임성을 제공하는 슈팅 게임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개발사도 빠른 피드백을 통해 완성됐을 때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앤빌'은 출시 직후부터 '게임은 재미있으나 난도가 너무 높아 즐기기 어렵다'라는 평을 받으며 낮은 평점을 기록했다. 이에 대응해 액션스퀘어는 게임 출시 이틀 차인 12월 4일에 난이도 개선책을 내놓았다. 12월 4일이 일요일임을 고려하면 주말 내내 업무에 매진했다는 의미다.
이틀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패치였지만 난이도가 유저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선되며 유저 평점도 '복합적'에서 '대체로 긍정적'으로 상승했다. 일부 유저는 부정적이던 평가를 긍정적으로 수정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유저들이 멀티플레이 팀원 간 불화를 유도한다고 지적하던 유물 공유 시스템을 삭제하고 입문자용 난이도 도입을 예고하는 등 유저 의견을 빠르게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게임을 앞서 해보기 상태로 툭 출시하고 제대로 된 관리 없이 수년간 방치하는 개발사들을 숱하게 보아온 유저들 입장에서, 개발사가 책임감을 느끼고 유저 피드백을 수용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앤빌'은 아직 미완성 작품이다. 다음 출격을 준비하는 공간인 모선에도 기능 추가를 위해 남겨둔 빈 장소가 있고, 게임 곳곳에서 다소 휑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밸런스 면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이미 완성된 게임이라면 정가 2만 6천 원을 선뜻 지불하기는 조금 아깝다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지금도 충분히 즐길 요소는 있고 개발사도 의욕을 불태우는 만큼 향후 완성되었을 때가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정 선택하기 어렵다면 무료 제공되는 데모 버전을 플레이해 볼 수도 있다. 앞서 해보기에 참여해 게임 완성에 영향력을 행사할지 혹은 완성품을 보고 구매를 결정할지는 유저 몫이다.
지금 '앤빌'은 영어단어 'Anvil'이 의미하는 그대로 모루 위에 얹어져 있다. 개발 열정으로 달궈지고 유저 피드백으로 담금질 된 '앤빌'이 어떻게 완성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나, 수작 로그라이크 슈터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하게 자리매김하는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
리뷰/프리뷰
액션스퀘어 앤빌, 이번엔 '될 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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