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이 더 게임 어워드(The Game Award) 2020에서 처음 공개한 신작 '썬더 티어 원(Thunder Tier One)'을 글로벌 PC 게이밍 플랫폼 스팀을 통해 12월 7일 정식 출시했다. 'PUBG: 배틀그라운드'에서 액션과 건 플레이 부분을 총괄한 파벨 스몰레브스키(Pawel Smloewski)'가 개발 총괄을 맡아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썬더 티어 원'은 팀 전술 탑뷰 슈팅 게임이다. 동유럽에 위치한 가상의 국가 살로비아에 파견된 특수 부대 '썬더'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유저는 소련 붕괴 직후 혼란스러워진 살로비아에서 발호한 과격 테러 단체 'SBR'과 맞서 싸워야 한다.
많은 탑뷰 슈팅 게임들이 대체로 일인 군단(One Man Army) 성향을 띄는 화끈한 게임성을 자랑한다면, '썬더 티어 원'은 정 반대 노선을 걷는다. 맵 구성부터 전술적 판단을 요구하고, 피아 양측이 현대 화기로 무장하고 있어 TTK(Time To Kill)가 짧다. 시야가 제한돼 항상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시야 문제는 게임 내내 유저를 압박한다. 적에게 일방적으로 노출되면 순식간에 벌집이 되는 경우가 많아 본인 시야는 물론 상대 시야도 항상 고려해야 한다. 소형 카메라로 문 너머를 들여다보고, 진입 전 연막탄과 섬광탄을 투척하며, 조명을 망가트리는 플레이를 익혀야 한다.
캠페인 분량은 그리 길지 않지만, 플레이 시간은 게임을 어떤 식으로 즐기냐에 따라 다르다. 완벽한 플레이를 위해 전략을 고심하고 장비를 선택하는 데 드는 시간이 길다. 전략을 수립하고 수행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유저라면 캠페인 완벽 클리어를 위해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혼자서 모든 장비를 바리바리 싸 들고 다니는 초인이 아니다. 현장에서 여러 장비를 마음대로 교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임무 브리핑을 보고 상황에 맞는 장비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장비는 임무 준비 화면이나 메인화면에서 미리 준비해 갈 수 있다.
다양한 장구류와 전술 장비는 유저를 고심하게 만든다. 방탄복과 배낭은 성능과 용량에 따라 기동성을 떨어트린다. 한정된 수납공간과 휴대 무게에 따른 기동성 저하가 구현돼 있어 여러 장비를 전부 챙기기 어렵다. 팀원 간 역할 분배가 필요하다.
사실적인 총기 묘사도 고민을 더 하는 요소다. 무기마다 조작하는 감각, 발사 속도, 탄환 속도, 유효 사거리, 정확도가 다르다. 탄 종류 선택도 중요하다. 같은 산탄총이라도 샷건 셀과 슬러그 탄 중 어느 쪽을 장전하는지에 따라 성능이 달라진다.
싱글 플레이 환경에서는 동료 AI도 난이도를 올리는 데 일조한다. 일시 정지 후 조작은 없다. 사격 대상 지정부터 도구 사용, 은/엄폐, 대기 등을 유저가 실시간으로 제어해야 한다. AI가 그리 똑똑한 편이 아니라서 조작 난도는 더 올라간다. 자연스레 싱글 플레이로 연습을 마친 뒤 멀티 플레이 위주로 즐기게 된다.
'진짜 재미'는 멀티플레이에 있다. PvE에서부터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부대원 네 명이 능동적으로 행동하며 적을 제압하고, 별도 지시 없이도 서로 다른 적을 사격하거나 전술 도구를 사용한다.
다만 랜덤 매칭으로 만나는 팀원들에게 완벽하게 합을 맞춘 전술 플레이를 요구하기는 어렵다. 랜덤 매칭 플레이 대부분은 잠입보다는 교전을 통한 정면 돌파로 진행됐다. 가능하다면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파티 플레이를 진행하는 게 추천된다.
무작위로 만난 아군 문제는 아군 오사가 가능한 사실주의 모드에서 심각해진다. 연막탄을 던지고 진입하는데 아군이 연달아 파쇄 수류탄을 던지거나, 사선을 고려하지 않고 팀원을 향해 발포하는 아군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종종 실수가 아닌 고의로 아군을 방해하는 유저들도 있다. 아군 오사가 불가능한 아케이드 모드에서는 좁은 길목을 막는 정도지만, 사실주의 모드에서는 고의로 아군을 사살하는 유저가 목격되고 있다. 시스템상 비매너 유저를 제재하기 어려워 추후 문제 소지가 있어 보인다.
퀵 매칭 시스템도 아군 오사에 영향을 미친다. 퀵 매칭 시 필터 옵션이 없기 때문이다. 아케이드와 사실주의, PvP와 PvE 여부, PvE라면 어떤 캠페인을 위해 개설된 서버인지, PvP라면 데스매치, 거점 점령, 탈출 중 어떤 모드인지도 고를 수 없다. 퀵 매칭을 누르고 한눈판 유저는 그 게임이 아케이드인지 사실주의인지 알지 못한 채 게임에 참여할 위험이 있다.
PvP는 '썬더 티어 원'의 꽃이다. 상술한 똑똑하지 않은 동료 AI 문제는 적 AI에게도 적용되는데, PvP는 이 부분을 완벽하게 해소해준다. 클레이모어 지뢰 같은 전술 장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거나 모퉁이에 매복하는 적은 PvP에서만 만날 수 있다. 여기에 '데스 매치', '거점 점령', '탈출' 세 가지 게임 모드가 준비돼 있다.
'데스 매치'는 개인전으로 진행되며, 제한된 시간 동안 적을 더 많이 사살해 가장 많은 점수를 올린 유저가 승리한다. '거점 점령'은 정해진 거점을 더 많이, 더 오래 차지한 팀이 승리하며, '탈출'은 한 팀이 고가치 목표를 탈취해 탈출하고 반대 팀이 이를 방어하는 식이다.
맵 숙련도는 모든 모드에서 중요한 요소다. 맵 구조에 따라 무장을 교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맵이라도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가시성에도 차이가 발생해 기존과 다른 플레이 방식을 요구한다.
다만 양 팀 간 격차가 크면 일방적으로 처치당하며 재미를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 게임에 레이팅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상술한 퀵 매칭 시스템과 더불어 추후 개선되지 않는다면 유저 수를 늘리거나 유지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탑뷰 슈팅 게임답지 않게 그래픽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화면 확대에 한계가 있는 실제 플레이 상황에서는 느끼기 어렵지만,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화면이나 카메라 조작이 자유로운 리플레이 모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탑뷰 슈팅이 아닌 FPS 게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섬세하게 조형되어 있다.
그래픽 완성도와 달리 유저가 캐릭터를 직접 꾸밀 수 있는 요소는 다소 제한되는 편이다. 게임 공개 트레일러에서 등장한 일부 꾸미기 요소나 장비가 현재 게임상에 구현되어있은 만큼, 향후 업데이트로 커스터마이징 요소가 추가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리플레이 기능은 유사 장르 게임 중 뛰어난 편이다. 참가한 유저 중 한 명을 선택해 주시할 수도 있고, 카메라를 자유롭게 이동해 전장을 부감할 수도 있다. 경기 후 게임을 복기하는 데도 도움을 주며, 하이라이트 영상 편집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는 e스포츠화에도 긍정적인 요소다.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고 유입되는 시청자나 유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썬더 티어 원'은 이미 인터넷 개인 방송 환경에서 탑뷰 시점에 따른 중계 용이성과 짧은 교전을 통한 지루함 최소화, 그리고 심리전과 예측 플레이를 통해 '보는 맛'을 제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e스포츠화와 관련된 공식 발언은 아직 없으나, 'PUBG: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를 성공적으로 운영중인 크래프톤인 만큼 향후 e스포츠화를 기대해볼 만 하다.
'썬더 티어 원'은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작품이지만, 크래프톤 신작을 기대하던 유저들에게는 상징적인 의미도 가진다. 크래프톤이 MMORPG와 배틀로얄 장르 외에 다른 장르 작품도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은 그동안 간판 게임이 적다는 지적을 들어왔다. 심하면 '배틀그라운드 원툴 기업'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썬더 티어 원'이라는 새로운 장르 작품을 성공적으로 선보인 만큼, 향후 출시할 신작들도 기대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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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썬더 티어 원, 섬세한 탑뷰 슈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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