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RTS 시장은 사실상 황무지와 같다. 한때 시장을 선도했던 핵심 프랜차이즈들은 이젠 '아직도 그 게임 하느냐'라는 말을 듣는 신세가 되었고, 중소·인디 개발사가 주축이 되어 개발되는 신작들은 찬란했던 황금기와 비교하면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
신작에 목마른 RTS 팬들에게 스마일게이트가 제시하는 '크로스파이어: 리전'은 군침 도는 제물이다. 개발사가 블랙버드 인터랙티브라는 점도 가슴 뛰게 하는 부분이다. 개발사 전작인 '홈월드: 카락의 사막'은 나쁘지 않은 밸런스와 '홈월드' 세계관을 잘 살린 게임 분위기, 빠른 템포로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성으로 호평받은 바 있다.
'크로스파이어: 리전'은 스마일게이트를 대표하는 FPS '크로스파이어' IP를 활용한 작품이다. 개발 중 신작 '크로스파이어: X'가 '크로스파이어'가 지닌 FPS 요소를 계승한다면, '크로스파이어: 리전'은 세계관을 확장한다.
게임에는 '크로스파이어'를 대표하는 두 진영인 글로벌리스크와 블랙리스트가 등장한다. 최종적으로 세 진영 체제가 갖춰질 예정이나 세 번째 진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대테러집단인 글로벌리스크는 정규군 냄새를 물씬 풍기는 진영이다. '스타크래프트' 테란 진영을 베이스로 '커맨드 & 컨커' GDI 진영과 '커맨드 & 컨커 레드얼럿' 연합군 진영을 적절히 배합한 구성을 갖췄다.
정규군 컨셉에 맞게 유닛 대부분이 고성능·고비용으로 책정되어 있지만, 기본 보병인 트루퍼가 저렴한 가격에 높은 밀집도로 상당한 효율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실제 운용은 대부분 기갑 유닛 중심에 트루퍼로 빈자리를 메꾸는 식으로 진행됐다. 공중유닛인 자벨린과 최종 테크 유닛인 모닝스타에 드는 비용이 많이 들기도 하지만, 기갑 유닛 효율이 지나치게 좋은 편이기도 했다.
기갑 유닛 중에서도 특히 높은 기동력에 지뢰 매설 능력을 갖춘 카발리어와 중전차인 팔랑크스 조합이 자주 쓰였는데, 팔랑크스에는 이동 불가 상태가 되는 대신 방어력이 향상하는 헐다운 기능이 있어 마치 '스타크래프트'에서 테란 메카닉 조합을 운용하는 감각과 비슷하게 운용 가능했다.
테러 집단인 블랙리스트는 '커맨드 & 컨커' NOD 형제단 진영과 '커맨드 & 컨커 제너럴스' GLA 진영을 배합한듯한 진영이다. 원작 '크로스파이어' 고스트 모드 스토리에 맞춰 위장과 광학 은신 능력을 보유했고, 가성비 좋은 유닛으로 무장했다.
화력 하나는 막강하지만, 전반적으로 유닛 내구성이 낮고 그만큼 소모도 격렬하다. 맵에 중립 치료 지대가 있다면 병력을 온존해가며 싸울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유닛을 소모성으로 내던지거나 교전 예상 지역 주변에 코어베이스를 건설해 치료 스킬을 활용해야 한다.
테크니컬 테스트 단계에서는 최종 유닛인 크로커다일이 다소 어중간한 느낌을 보였다. 레이저포를 발사하는 공성 유닛이지만 사거리가 어중간하게 길어 조금만 좁은 지역으로 진입해도 정상적으로 공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유닛 위치를 계속 조정해주는 등 마이크로 컨트롤을 꾸준히 요구했다.
한편 테러리스트라는 컨셉에 맞게 실제로 자원 지대 사보타주에 유리한 진영이기도 하다. 고기동성 경차량인 치타와 저렴한 공중 보병인 드래곤플라이가 적진을 파고들어 일꾼을 학살하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현 밸런스에서 테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글로벌리스크와 블랙리스트간 전면 화력전 양상에서 블랙리스트가 상당히 불리한 입장이었다. 결국 꾸준히 상대 자원줄을 갉아먹어서 병력 생산에 차질을 빚게 한 후 이를 통해 얻은 병력 차이로 승기를 잡아야 했다.
자원은 광물과 석유 두 가지로 나뉘며, 자원 채취 건물 없이 광산에 일꾼만 들여보내면 채취 할 수 있다. 각각 '스타크래프트'에서 광물과 베스핀 가스 역할을 한다고 보면 이해하기 편하다.
점 형태 자원만 2개 있는 기형적인 구조지만, 석유 쪽이 채취량도 적고 소비도 격렬해 어느 순간부터는 광물을 도외시하고 석유만 채취하기 위한 멀티 기지를 지어야 병력 유지가 가능해진다.
일꾼 배분 외에 자원 채취를 위해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사실상 없다시피 한 방식이다. 차후 추가되는 콘텐츠 중 자원과 관련된 요소가 없다면, 사실상 무의미하게 자원을 이원화하는 대신 하나로 통합해도 괜찮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술계통도는 꽤 독특하게 구성됐다. 기본적으로는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저그 진영처럼 요구 건물을 짓고 코어 베이스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3티어까지 승급시키는 식이다.
그러나 코어베이스 레벨만으로는 상위 유닛을 생산할 수 없다. 메카나이즈드 퍼실리티나 행어 등 생산 건물들도 별도로 업그레이드해 줘야 상위 유닛 생산 및 업그레이드 진행이 가능하다.
생산 건물 외에 일부 건물 역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블랙리스트 진영 방어건물인 와치타워는 2티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화력과 시야 범위가 증가한다.
게임 템포가 그리 빠른 편은 아니다. 일부 경차량 유닛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유닛 이동 속도가 느린 편이고, 그런 만큼 섣불리 병력을 이동시키기 어려워 산발적인 교전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각 유닛이 차지하는 보급 수도 높은 편이다. 양 진영별 최종 테크 유닛 기준으로 글로벌리스크 모닝스타는 12, 블랙리스트 크로커다일은 8 보급을 차지한다. 초반 보병인데도 보급 3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보급품 한도가 200까지이며, 원활한 자원 수급을 위해 멀티 기지를 늘릴 경우 코어 베이스 1채당 워커 15기가 붙으니 그중 약 45~50가량 보급을 워커가 차지한다. 병력에 할애할 수 있는 보급이 약 150가량이라는 의미다.
결국 200v200 양상에서도 유닛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의미다. 병력을 분할할 수 있는 여지가 더욱 적고, 한번 출정은 돌이킬 수 없다. 결국 몇 없는 고기동성 유닛으로 사보타주를 시도하는 게 아닌 이상 게임은 한방 병력을 모아 공격하는 양상을 주로 띠게 되며, 이는 게임 템포를 느려지게 하는 요인이 된다.
공개된 바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 리전'에 싱글 플레이 캠페인, 지휘관에 따른 보너스 시스템과 덱 구성 시스템을 추가할 예정이다. 테스트 단계에서는 시스템 구현은 되어 있었으나 영웅이나 유닛을 교체할 수 있는 카드가 없어 실제로 변경해볼 수는 없었다.
지휘관 시스템은 현재로서는 스킬에만 관여한다. 포인트를 소모해 폭격이나 대규모 강화 같은 막강한 기술을 제공하지만, 게임 중 포인트를 회복할 수단이 없어 게임 중 중요한 순간에만 활용해야 한다.
글로벌리스크 기본 지휘관인 카디널이 사용하는 전략 폭격 'Fire at Will' 같이 한 번에 교전 양상을 뒤바꿔 변수를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인 만큼, 더욱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조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진영별로 유닛 종류가 적어 유닛 조합이 고정된다는 문제도 있다. 현재는 두 진영 모두 워커를 제외하고 유닛이 7종류 밖에 없다. 그러나 덱 구성 시스템이 제대로 완성된다면, '워게임' 시리즈처럼 유저마다 독특한 덱을 구성하며 유닛 조합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테크니컬 테스트 시점에서 '크로스파이어: 리전'은 다소 아쉬운 부분은 있어도 RTS 장르 기본은 갖추고 있는 작품이다. 맵 수도 적고 전투 양상도 정해져 있어 빠르게 질리기는 해도, 탄탄한 기본기는 갖췄다.
그러나 완성된 게임이 아닌 테크니컬 테스트인 만큼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을만한 하다. 만약 3 진영 체제와 덱 시스템이 완성되고 테스트 단계에서 지적받은 부분을 메꾼다면, RTS 팬들은 다시 한번 명작 RTS가 탄생하는 순간을 마주할 수 있을 전망이다.
리뷰/프리뷰
크로스파이어: 리전, 테크니컬 테스트 체험기
총 1054의
게시물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