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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INSIDE 22화- 야구를 꿈꾸던 소년, 구단주가 되다- 3부

작성자 :	등록일 : 2011-07-20 오후 12:25:37

2009년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차가운 바람은 대지를 얼게 만들고 용서 없는 날카로운 온도는 여미는 옷깃을 아랑곳 하지 않고 사람들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는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만들었고, 공기만큼이나 사람들의 표정도 싸늘했다. 많은 이들이 온기를 찾아 실내로 들어가 거리를 황량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계속되다 서서히 풀릴 무렵인 3월. 움츠러들었던 생명의 태동이 대지를 적시고 따스한 공기가 세상을 감싸 안기 시작했을 때. 겨우내 답답했던 마음을 털기 위해 나와야 하는 시기에, 많은 이들이 봄볕의 따스함을 느끼러 나오기보다는 실내에서 좀처럼 나올 줄을 몰랐다. TV앞으로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그 해 3월 5일부터 24일까지 일본과 미국에서 연이어 펼쳐 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문이었다. 지난 2006년 열린 첫 번째 대회에서 일본과 미국 등 한 수 위라는 야구 강국들을 연파하며 준우승에 올라 젊은 층에게서 소외되고 있던 야구를 다시 한 번 국민스포츠로 격상시키는 계기가 된 대회였기에 많은 이들은 두 번째 대회에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민적인 관심이 걸렸던 제 2회 WBC대회에서 대한민국은 1회 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4강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서 열린 준결승전에서 접전 끝에 아쉽게 일본에게 패해 결승 무대를 밟지는 못했지만, 기라성 같은 메이저리거들이 버티고 있는 강국들을 연파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힘을 주는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이런 열광적인 반응 속에서, 한 사내의 눈이 TV를 보며 반짝이고 있었다. 야구라는 그라운드에서 공을 치고 던지는 것을 줄 곳 꿈꿔왔던 소년은 그의 가슴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는 생각하고, 결심했다.

“한국 프로야구 9번째 구단의 구단주가 되자.”

다른 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2009년 제 2회 WBC의 뜨거운 현장을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었다. 이미 1회 대회에서 4강에 올라 대한민국 야구의 저력을 전 세계에 보여 준 기억이 있었던 만큼 김 대표가 두 번째 WBC를 보는 느낌도 색달랐다. 무엇보다 리니지 시리즈와 아이온 등의 블록버스터 게임들을 런칭하고 쉼 없이 성공가도를 위해 달려 왔던 만큼 야구와 직접적으로는 조금 떨어져 있었기에 국가 대항전을 다시 접하는 심경은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각본 없는 드라마’는 어김없이 조별 예선부터 시작됐다. 아시아 예선에서 라이벌전인 일본을 도쿄 돔에서 만난 대한민국은 선발 김광현의 난조로 크게 뒤졌다. 이승엽이 빠진 자리를 메운 대한민국의 신 4번 타자 김태균이 마쓰자카를 상대로 투런 홈런을 뽑아냈지만 그것이 다였다. 하지만 그 허무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서 다시 일본과 만난 대한민국 대표팀은 ‘신 일본 킬러’봉중근의 역투를 앞세워 영봉승을 거두고 완벽하게 설욕했다.

이어 멕시코, 베네수엘라, 다시 일본을 격파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결승 문턱에서 1회 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데자뷔와 같이 일본을 다시 만났다. 운명의 라이벌전. 계속된 대한민국 대표팀의 선전에 함께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던 김 대표는 결승전을 지켜봤다.

숙명의 라이벌전답게 경기는 엎치락뒤치락 하는 접전이 펼쳐졌다. 그리고 9회말 2아웃 주자 1, 2루. 2-3으로 한 점을 뒤지고 있던 대표팀의 결승행 마지막 찬스였다. 일본 대표팀의 마무리는 현역 일본 리그 최강투수 다르빗슈 유(니혼햄 파이터즈). 그리고 타석은 이범호였다. 1회 대회에서도 4강전서 일본에게 패배해 결승 진출이 무산되었기에 보는 이들은 모두 간절히 득점타를 원했다. 그리고.

“딱!”

△ 2008 베이징 올림픽, 그리고 2009년 WBC를 통해 야구의 인기는 급상승했다. 김 대표는 야구라는 열정의 에너지가 많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고 생각했고, 그와 함께하고 싶다는 결심을 굳혔다.

안쪽 낮게 깔리는 공에 반응한 이범호의 배트는 다르빗슈의 공을 정확히 통타, 내야를 빠져나가는 극적인 동점타로 연결했다. 9회말 2아웃에 3-3동점을 만든 것이다. 준결승 현장인 다저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한인 교포들과 한국 기자단&선수단 관계자들은 모두 눈물과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아래 열광하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김 대표 역시 그 모습을 보며 말없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각본 없는 드라마의 최절정, 야구만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아주 익숙하지만 아무리 느껴도 질릴지 않는“쾌감이 몰려왔다.

아쉬움은 컸다. 결국 역전하지 못하고 10회 말 이치로에게 통한의 2타점 적시타를 맞아 또 다시 결승전 문턱에서 아쉽게 무릎을 꿇었기 때문. 그렇게 2009년 WBC 대한민국 대표팀의 ‘위대한 도전’은 아름다운 패배로 막을 내렸다. 세계의 강호들과 어께를 나란히 하며 명실상부 최강의 야구 강국이 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자부심이 생기기 충분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뭔가가 이상했다. 2009년 WBC는 익숙지 않은 한 가지의 느낌이 김 대표의 가슴에 남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야구가 가져다주는 극적인 반전과 열정에 에너지를 얻은 김 대표는 ‘뭔가 다른’그 느낌이 ‘욕심’임을 깨달았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엔씨소프트라는 회사의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야구인을 배출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기회가 당장 찾아오지는 않았다. 야구 게임을 통해 야구계와 게임업계가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할 순 없었지만 엔씨소프트는 야구계와 인연을 맺을 기회는 없었던 것이다. 성공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오면서 김 대표 자신도 직접적으로 야구와 인연이 떨어져 있었던 것도 쉽사리 ‘야구’와의 직접적인 인연을 맺도록 나서지 못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막연히 고민을 하던 중 김 대표에게 눈에 띄는 외부강사 강의가 있었다. 명 야구 해설위원으로 유명한 허구연(60) 해설위원의 강의가 바로 그것이었다.

2010년 들어 허구연 해설위원의 강의를 제의해 엔씨소프트 내 엔씨학당에서 강의를 듣기로 한 김 대표의 생각은 막연히 “야구에 대한 그의 생각과 철학, 그리고 야구에 관한 것들을 들어보자”라는 것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야구와 연을 맺고 싶다는 생각이 역사적인 제 9구단 창단의 결심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야구 해설을 하기 전 대학에서 법학 강의도 했었던 허구연 해설의 강의에는 거침이 없었다. 야구의 탄생과 야구라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의 정의, 엔터테인먼트로써 콘텐츠의 힘을 갖고 있는 게임과 야구의 관계, 자신의 경험담과 현재 대한민국 프로야구가 나아가야 할 길 등을 맛깔스럽게 풀어 넣었다. 야구에 관심이 있든 없든, 엔씨소프트 전체 임직원들도 어느덧 허구연 해설위원의 강의에 빠졌다. 그것은 김 대표 또한 마찬가지였다.

강의가 끝나고 난 뒤, 김 대표는 ‘야구’라는 것에 대해 더 들어보고자 허 의원과 개인적인 자리를 가졌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야구에 대한 열정과 막연한 생각을, 그리고 엔씨소프트라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회사를 통해 어떻게 야구에 기여하고 또 의미 있는 야구인을 배출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어쩌면 길을 찾지 못하는 자신의 야구에 대한 열정에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 허구연 해설위원의 별명은 ‘허프라’다. 열악한 야구 인프라를 걱정하고 또 인프라가 성장해야 한다며 입버릇처럼 말하기 때문이다. 그 말만큼이나 그는 대한민국 8도 강산뿐만 아니라 야구의 인프라를 조금이라도 넓힐 수 있는 곳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엔씨소프트의 찯단 또한 자신의 일처럼 몸을 아끼지 않고 물심양면 지원했다. 하지만 대가는 바라지 않는다. 엔씨소프트가 창단 후 허 위원에게 구단 고위층 자리를 제안했지만, 그는 두 말 않고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위원은 김 대표의 야구에 대한 생각과 조금은 막연하지만 어렸을 적부터 야구에 대한 추억과 야구에서 얻을 수 있었던 뜨거운 열정과 도전정신 등에 대한 이야기를 묵묵히 들었다. 그리고 경코 경솔하지 않고 진중했지만 그 어떤 조언보다 무게감 있는, 그리고 김 대표의 심금을 울리는 허 위원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한국 프로야구가 30년이 됐습니다. 원년에 비해 너무나 많은 것이 발전했고, 또 작금의 뜨거운 야구 열기로 인해 다시 한 번 프로야구는 발전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어요. 야구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믿는다면, 30년 동안 훌륭히 국내 프로야구계를 이끌어 온 야구단 사이에서 용기 있게 도전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구단의 창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합니다.”

김 대표는 뒤통수에 망치를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프로야구단은 LG, SK, 두산, 롯데 등 재계에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기라성과도 같은 대기업들도 엄두를 내기 쉽지 않은 엄청난 사업이라고 막연히 생각해 왔었다.

“이후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처음에는 의구심이 없지는 않았으니까요. 이후 직원들에게 ‘엔씨소프트가 한국 프로야구단 제 9구단이 된다면 어떨 것 같은가’라고 물어봤죠. 반대를 생각했습니다. 우려 섞인 의견이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야구의 성지인 것 같아요. 모두가 좋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이 회사에서 모여졌습니다. 저도 서서히 자신감이 생겼고, 굳어졌습니다.”

김 대표의 말처럼, ‘의구심’은 있었지만, 회사 내에서 ‘반대’는 없었다. 오히려 하나의 역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뜨거운 열정을 보내는 이도 있었다.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회사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였던 자신의 의지도 확고했다. 하지만 야구단 창단이란 쉽지 않은 난관들이 있을 터였다. ‘하고 싶다’라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었다. 자금적인 문제는 자신이 있었다. 연고지와 구장 문제, 연고지가 될 해당 지역과의 교감 등 풀어야 할 문제는 이제부터 산적해 있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지난 3월 31일 창원에서 열린 엔씨소프트 야구단 창단식에서 야구단 창단의 과정을 묻는 질문에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잘 떨어졌다”라고 밝혔다.

먼저, 창단을 결심했을 때에는 이미 시기적으로 엔씨소프트라는 회사 입장에서 야구단이란 충분히 매력적인 신사업 진출 분야 중 하나로 주목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야구라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존재는 분명 게임과 교접 합이 가능한 분야임에 틀림이 없었던 것. 이미 게임업체들이 스포츠라는 분야와 과감하게 결합하고 또 호응을 얻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과감한 결단을 가능했다. 리니지 시리즈 이후 아이온의 대성공으로 인해 엄청난 실적을 내며 주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던 엔씨소프트였던 만큼 엄청난 거액을 들여야 하는 프로야구단 창단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엔씨소프트가 9구단 창단에 대한 의향을 드러내자 늘어나는 야구 인기와 함께 9번째 구단 창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적극적으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내부적으로 엔씨소프트가 재계 순위나 총 매출 등 규모적인 부분에서 접근할 것이 아닌, IT기업으로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는 가능성 충만한 젊은 기업이라는 것에서 큰 호감을 느꼈다.

여기에 가장 큰 해결 과제였던 창단 구단의 연고지가 마치 ‘엔씨소프트의 결심을 기다렸다는 듯’나타났다. 마산과 창원 통합의 구심점이 필요했던 경남 통합 창원시가 제 9구단 연고지가 될 뜻을 열렬히 나타냈던 것이다. 통합 창원시로 발돋움을 한 뒤 지역 민심을 하나로 통합할 매개체가 필요했던 통합 창원시는 신사고로 뭉친 젊은 기업 엔씨소프트의 9구단 창단을 적극 찬성하고 지지 의사를 보냈다. 마치 엔씨소프트가 창단의사를 밝히기를 바랐다는 것처럼 주위 환경이 딱딱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의향서를 내면서도 걱정이 많았습니다. 할 수 있다고는 했지만 엔씨소프트는 그룹을 거느린 대기업은 아니었고, 반대의사도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반대 의견들을 어떻게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설득할 수 있느냐도 문제였지요. 그러나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끝까지 격려해 주었고 힘을 보태줬습니다.”

김 대표의 회상처럼 창단 의향서를 제출한 뒤 곧바로 위기와 시련이 잇따랐다. 무엇보다 경쟁자가 될 기존 8개 구단의 반대 의사가 걱정이었다.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부산을 연고로 하는 ‘전국구 구단’롯데 자이언츠가 엔씨소프트의 9구단 창단 승인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창원시와 KBO가 2010년 10월 경 9구단 창단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부터 롯데는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냈다. 부산과 경남, 마산과 창원 지역을 연고로 하고 있던 롯데가 지역 연고지를 다른 팀에 내줘야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MOU이후 공개적으로 엔씨소프트가 창단 유력기업으로 전면에 나서면서 롯데는 결사적으로 창단을 반대하고 나섰다. 2011년 1월 11일 창단 승인의 첫발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사회를 앞두고서 롯데 장병수 사장은 “때 이른 창단 논의는 이제야 자생력을 갖춰 가는 프로야구 발전에 오히려 해악”이라며 창단을 결사반대했다.

반대 여론은 매출 최소 10조 원 이상의 매출, 1조 이상의 순이익 달성 기업이 막대한 자금이 드는 프로야구단에 참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다면 히어로즈 사태나 과거 쌍방울, 해태 등 자금적으로 취약한 구단들의 문제가 다시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현대라는 거대 기업이 버티고 있던 현대 유니콘스도 자금 문제를 빚으며 해체를 한 과거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 구단 창단의 제 일선에서 활약한 엔씨소프트 이재성 상무. 직접적으로 대외에 나서지 않은 김택진 대표 대신 엔씨소프트라는 회사 차원의 의지와 대표이사이자 구단주의 의지를 명확하고 호소력 있게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KBO이사회는 1월 11일 창단 승인을 보류하고 엔씨소프트가 제 9구단 창단 구단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창단 승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2차 이사회 때 승인을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엔씨소프트와 김 대표에게 언론은 물론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창단이 결정된다고 해도 이후 경남 지방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롯데 자이언츠와의 갈등이 깊어질 것이라며 민감한 보도들이 연일 등장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자신과 많은 국민들에게 그 동안 희망과 용기를 주었던 기존 구단들에 대한 존경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신생 구단을 추진함에 있어 제 1선에서 실무를 추진하는 홍보실장인 이재성 상무에게 “프로야구를 현 위치까지 발전시키고 끌어오신 기존 구단들에 대한 존경심을 잃지 말고 최대한 야구 발전에 대한 엔씨소프트의 진전성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하고 당부했다. 엔씨소프트라는 회사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던 것뿐만 아니라 민감한 문제로 신생 구단이자 ‘도전자’인 자신들이 지금까지 프로야구 30년 역사에 지대한 공헌을 한 기존 구단들에 경의를 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타까움도 있었다. 엔씨소프트라는 회사를 ‘구멍가게’취급하는 눈빛이 분명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안타까움 때문이었을까. 2차 이사회를 앞두고 김택진 대표는 KBO 유영구 전 총재와를 만나 엔씨소프트라는 회사의 경쟁력과 저력, 그리고 젊은 기업 특유의 추진력과 아이디어가 프로야구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극단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으로도 야구단 10년은 운영할 수 있다”라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게임업체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창출이 아닌,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가치창출이 기업이 가지고 있어야 할 가장 큰 목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해야 할 것이 사회적으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엔씨소프트가 게임을 만들면서 사회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생긴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야구단을 하면서 제가 그랬던 것처럼 꿈과 희망을 아이들에게 새롭게 주고 싶습니다. 또, 지역에 관한 공헌이라는 꿈도 더 생겼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할 생각입니다.” 김 대표는 유 총재를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고, 유 총재 역시 젊은 기업인의 솔직한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2차 이사회에서 엔씨소프트는 롯데를 뺀 나머지 7개 구단의 동의를 얻어 제 9번째 구단으로 정식 승인되었다. 엔씨소프트의 매출규모는 2009년 기준 6천 347억 원, 순이익 1천 845억 원이었다. 그러나 매출 대비 순이익이 30%라는 점, 원자재가 들지 않는 IT기업으로써의 가치와 부채가 전혀 없다는 점이 고려되어 KBO는 9구단으로 엔씨소프트를 받아들였다. 매년 100억이 넘는 구단 운영비 조달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은 투명한 회계 보고서로 입증했다. 김 대표와 엔씨소프트의 의지는 그만큼 강력했고, 그 의지는 그대로 관철되었다.

3월 31일 목요일. 창원에서 역사적인 행사가 실시되었다. 엔씨소프트가 창단 의향서를 제출한 지 꼭 100일째 되는 날에 야구단 창단 작업을 공식적으로 마무리하고 창단을 알리는 공식 출범식이 실시된 것이다.

감격적인 모습으로 단상에 오른 김 대표는 “오늘은 한국 프로야구의 9번째 심장이 뛰는 날입니다”라는 말로 떨리는 입을 열었다. 스스로도 지금이 있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지는 못했다. 믿어지지는 않았지만 사상 최초로 게임업체로써 프로야구단을 창단하는 창단사의 구단주가 된 것이었다. 감회가 새로웠고, 감격스러웠다.

“저에게 있어서 야구는 제 맘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이자 삶의 지혜서입니다. 한 볼 한 볼에서 드라마를 느끼고, 한 경기에서 가슴을 뛰게 하는 것도 야구입니다. 또한 긴 페넌트레이스를 통해서 긴 여정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야구구요, 구단을 창단해서 몇 십년간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야구입니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와 다릅니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분야 별로 다양한 롤로 이루어져 있고 경영기술, 단기전략, 장기전략,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드라마를 펼치는 것이지요. 바로 삶의 지혜서라고 생각합니다. 만들고 싶은 구단의 상이 있다면, 야구 자체가 숭고한 목적인 구단을 만들고 싶습니다. 야구에 미쳐있고 프로로서 최선을 다하는 구단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IMF도 그렇고 회사가 어려울 때마다 야구에서 나오는 스토리를 통해서 굉장히 많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게 긍정적인 희망을 주는 구단을 만들고 싶습니다.”

△ 게임과 야구.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프로야구의 아홉 번째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까.

엔씨소프트의 제 9구단은 지난 7월 ‘엔씨 다이노스’라는, 팬 공모를 통해 확정한 이름으로 첫 번째 정식 선수 트라이아웃을 실시했다. 이후 9월 독립구단인 서울 해치 특별 트라이아웃을 시작으로 연말 8구단에 선수 수급안을 실시해 올해 정식으로 코칭스태프를 확정하고 정식 구단으로 2012년부터 프로야구 2군에 참가할 예정이다.

사회적 약자였던 한 소년은 야구를 통해 살아가는 에너지를 얻었고, 힘이 들 때 야구를 통해 희망과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경험했던 감격과 열정의 에너지를, 야구라는 스포츠가 주는 감동과 꿈의 이야기를 많은 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기를 바랐다. 자신과 함께 더 많은 이들이 가슴 뛰는 순간을 느끼기를 바랐다. 세월이 흐른 현재, 야구를 꿈꿨던 소년은 그 꿈의 첫 발을 내딛었다.

그의 말처럼, 앞으로 어려운 일이 많을 것이다. 많은 난관이 또 다시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긍정의 힘’을 믿는 그와 엔씨 다이노스는 어려움을 헤치고 그 꿈의 이야기를 모두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다. 과연 그들이 들려주는 ‘꿈의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온라인 게임사 최초의 프로야구단 창단 구단주, 그리고 엔씨 다이노스. 야구를 꿈꾸는 그들의 여정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게임 INSIDE- 야구를 꿈꾸던 소년, 구단주가 되다 편은 전 세계 게임업체 사장 최초로 신생 프로야구단의 구단주가 된 김택진 현 엔씨소프트 대표의 공식 석상에서의 구술과 인터뷰 등을 토대로 작성된 것입니다. - 편집자 주

겜툰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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