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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탐구생활 56화- 도박? 겜블??

작성자 :	등록일 : 2011-07-20 오후 12:27:20

예전 탐구생활에서도 다뤘던 부분이지만, 게임, 특히 온라인 게임은 명백하게 존재하는 확률이지만 눈에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그 확률 아래에서 ‘득템’이 이루어지는 룰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0.1%이상의 확률(아무리 얻기 어려운 아이템이더라도 결코 0이 아니다!)로 드랍되는 아이템 자체를 얻는 것, 또 무작위로 등장하는 무언가를 얻고, 제조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도박, 겜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판돈을 걸지 않기 때문에 도박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무형적인 가치를 따지자면 우리가 게임을 하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이 모두 ‘판돈’이라고 해도 무방하다(시간은 곧 돈이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도박’이라고 하면 뭔가 부정적이고 어두운 것을 뜻하는 말인 것 같고, ‘겜블’이라고 하면 그 의미가 마치 순화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전자가 사행적인 부분이 극대화 되어 있다는 느낌이라면 후자는 가벼운 재미와 즐거움, 뽑기를 하는 듯한 가벼운 느낌을 준다고나 할까. 사실 두 가지가 모두 똑같은 뜻인데도 말이다.

이것은 디아블로 시리즈 등 게임들 중 일부에서 상점을 통해 무작위로 아이템을 사고 그 아이템을 개봉했을 때 아이템의 옵션 등이 비로소 모두 나타나는, 확률로 레어나 유니크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의 일종의 ‘뽑기’스타일의 득템 시스템이 겜블로 불리는 여파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실제로 필자는 이것으로 할배검 득템을 노리다가 패가망신을 자주 했었다. 크릉).

제련이나 아이템 획득 등 어쨌든 일정 확률로 성공으로 이어지느냐, 아니냐에 따라 크게 희비가 엇갈리는, 대부분의 게임의 특징인 만큼 이것들이 ‘도박의 특성’을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특성 때문일까. 게임은 간간히 사행성과 선정성의 선두에 서서 많은 이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그 옛날 우리는 학교가 끝난 뒤 100원이나 500원을 넣고 캡슐에 들어 있는 내용물을 뽑는 ‘뽑기’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내용물은 투명 캡슐을 통해 보이긴 한다. 하지만 과연 어떤 것이 나올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간절하게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나오지 않고 이상한 것만 툭툭 튀어나오는 것을 경험해 본 바가 있었을 게다.

어렸을 적, 거금(?) 500원을 투자했는데 멋들어진 피규어는 나오지 않고 이상한 진드기만 나올 때의 그 좌절감이란! 아마 본인이 학교 쓰레기통에 버린 진드기만 해도 상당한 양을 자랑할 것이다.

△ 어떤 카드가 나올 것인가, 두근두근두근! 본인도 한 때, ‘뽑기의 제왕’으로 불렸을 때가 있었다. 지금? ……글세?

게임을 하면서 많은 유저들이 방금 전 언급했던 그 ‘뽑기’의 느낌을 자주 받았을 것이라 확신한다. 노골적으로 뽑기-다시 강조하지만 설탕으로 만든 먹는 게 아니다-를 게임 시스템 상에 적극 부각시킨 캡슐파이터 같은 게임들도 그렇거니와, 몬스터를 사냥하면 무작위로 아이템을 드롭하는 대부분의 게임들의 아이템 루팅 전개 방식은 뽑기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물론, 게임 상에 여기저기에 배치되어 있는 보물 상자와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다. 상자를 개봉했을 때, 과연 무엇이 나올까 하는 그 두근거림, 꽝이 되었을 때의 허탈감도 허탈감이지만 시간의 투자를 한 방에 보상받을 ‘당첨’의 그 쾌감은 그야말로 ‘뽑기’와 같은 마음으로 아이템을 루팅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련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제련을 해서 쓸 만한 장비’를 투자해 한 단계 한 단계 제련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투자에 대한 대가는 장비 옆 옵션에 ‘+@’가 될 때마다 받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단계 상승할수록 올라가는 성공의 기쁨과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물론,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라며 뼈가 아픈 것도 모자라 끊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끼게 하는 제련실패의 아픔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NPC들(대표적인 예는, 던파의 강화마녀 키리를 들 수 있겠다)을 보고 있노라면 열통이 터질 때도 있지만, 쪽박과 대박은 한 끗발 차이기에 누굴 탓할 일도 아닐 것이다.

‘뽑기의 매력’을 느끼는 것은 일반적인 제련과 아이템 루팅이 있는 게임들뿐만이 아니다. 프로야구 매니저라든가 마구마구와 같은 게임들을 보라. 일정한 게임머니를 투자해 무작위로 선수 카드를 뽑는 방법이 아니던가? 높은 등급의 선수 카드를 얻기 위해 그 얼마나 많은 뽑기를 해 왔던가! 물론, 이 모든 것이 뒤안길로 사라져 간 많은 카드들 속에서 단 한 장의, 높은 등급의 선수 카드를 뽑기 위함이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일 게다.

A에서 탐구해 본 사례들은 일반적인 게임 속의 ‘뽑기’. 이른바 우리들이 생각하고 있는 게임 내에 존재하는 전형적인 겜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벼운 마음(……물론 개인적으로는 전혀 가볍지는 않고 실패하면 큰 슬픔과 좌절이 몰려오겠지만)으로 재미와 즐거움을 만끽하며 할 수 있는, 지극히 취미생활의 일환으로 점 10고스톱을 치는 듯한 느낌과 같은 것 말이다.

그러나 ‘판돈’을 크게 만들면 뽑기가 도박으로 변하는 것이 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이들이 있는 바. ‘뽑기’를 도박으로 변하게 만드는 이들은 상당히 많다.

대표적으로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기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1년에는 이렇게 ‘뽑기’의 매력을 ‘도박’이라는 범죄로 만드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 재미있는 것을 나쁘게 만드는 사람들이 문제다.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통된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기는 총 2만2천647대로 전년 동기 658대에 비해 약 33배 증가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중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 영업장의 숫자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지난 6월 한 달 동안만 무려 88곳이 신규허가를 신청해 전국의 영업장수는 527곳이 됐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게임의 등급 분류를 신청할 때는 정상적인 포커 게임인 것처럼 꾸몄지만 내용수정 신고가 사후 신고인 점을 악용해 등급분류를 받아 사행성 게임물로 진행방식을 변경하고 게임위에서 이를 알아차리고 재등급분류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영업하는 지속하는 업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흐름 속에서 예전 바다이야기 시스템을 갖춘 게임들의 숫자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조금만 시스템을 달리하거나 방식을 바꾼다면 어떻게든 ‘가벼운 취미성 재미’를 ‘해악한 도박’으로 바꿀 수 있다. 시스템과 방식을 바꾸지 않더라도, ‘투자의 양’을 키우면 재미가 도박으로 바뀌게 되는 셈이다.

솔직히 말해볼까? ‘도박’은 즐기는 이들로 하여금 최고의 재미를 선사하는 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고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너게 한다. 허영심과 허탈함, 그리고 노력 없이 얻는 결과물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 그렇게 ‘도박’에 ‘중독’되는 것이다.

‘뽑기’, 도르레를 돌려서 다트를 던지게 하는 무작위 추첨은 언제든지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대가와 가치를 크게 만들면 사행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도박으로 변질될 수 있는 위험성도 다분하다. 이처럼 도박과 뽑기는 한끝차이인 것이다.

△ 그 옛날, 아름다웠던 동심과 같은 마음으로 제련을 하도록(응?).

많은 이들은 언제나 입버릇처럼 말한다. 적당히, 자제하면서 즐기면 독이 될 것도 건강한 삶을 위한 윤활유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물론 그것은 쉽지 않지만, 어쨌든 그를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양날의 검을 유용하게 사용하려면 본인의 자제력들이 필요하다.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지난 4월부터 게임머니 환전 등 불법 행위를 신고하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66건에 대해 총 485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나쁜 것을 파는 사람도 문제지만, 하게 만드는 사람을 못 본 척 지나가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신고는 가까운 곳에 있음을 잊지 말고 건전한 게임문화를 즐기는 육덕진 겜툰의 탐구생활 소년 소녀들이 되기를 바란다.

※ 오늘의 탐구생활- 도박과 겜블의 차이를 이야기해 보자.

겜툰 편집팀
editer@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