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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을 말한다] 타르타로스의 엔딩이 말하는 것
작성자 : 등록일 : 2013-12-12 오후 8:32:12


국내 온라인 게임의 흥행의 척도는 극명하게 갈린다. 시장 크기에 비해 과도해 진 레드오션화는 더욱 냉정해 진 시장상황을 부르고 있다. 이전에는 ‘적당한’게임들도 많았지만, 이제는 ‘적당한’게임들은 가차 없이 시장 리스트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의 게임에 대한 성패 여부는 결국 ‘돈을 버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나누어지고 있다. 수익을 거두거나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게임의 경우 살아남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가차 없이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있다. 마치 중도라는 것은 없다는 시장의 체제는, 잔인하리만치 섬뜩하다.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많은 게임들이 시장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련의 불황에 부정적인 시각 등으로 인한 시장의 위축은 자연스럽게 이전보다 더 많은 숫자의 게임들의 퇴장을 부르고 있다. 어느 정도 발전의 가능성을 모색하거나 혹은 흥행에 대한 여지가 어느 정도 있는 게임이더라도 현재의 시장에서는 더 이상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것은 오랜 기간 동안 코어 유저들을 확보하면서 시장에서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던 게임들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다수의 게임들이 오랜 기간 동안 서비스를 해 오면서 어느 정도 성장 가능성은 물론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증명했지만, 결국 냉정한 현실에 밀려난 게임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지고 있다.

‘로드무비 RPG’라는 독특한 장르의 이름으로 등장했던 타르타로스 온라인 또한, 5년이라는 시간을 뒤로한 채 대단원의 엔딩을 준비하고 있는 게임이다.



타르타로스 온라인이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되었을 당시인 2008년경의 국내 온라인 MMORPG 시장은 그야말로 천편일륜적인 게임들이 다수 등장해 있었던 시기라고 할 수 있었다.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의 대성공으로 인해 퀘스트 중심형 MMORPG가 막강한 인기를 끌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예전부터 반복해 왔던 ‘비슷한 게임들의 향연’은 더욱 심화되어 있었던 시기였다.

그런 면에서 타르타로스 온라인의 개발진이 파고든 점은 바로 ‘감성’이었다. 애초부터 동인팀 클럽비에스에서 개발이 시작되었던 타르타로스 온라인은 패키지 게임의 감성과 방식을 온라인과 접목시킨 게임이었다. 중심 개발 인력 또한 동인팀에서 출발한 이들이 많았던 만큼 게임에 개발진들의 생각과 마인드가 그 어떤 게임보다 잘 녹아들어가 있는 게임이었다.

사실 처음에 타르타로스 온라인이 시장에 나왔을 때는 ‘오덕 게임’이라는 평가를 들을 만큼 당시 등장하는 게임들과는 분명히 그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타르타로스가 당시 등장했던 MMORPG와 달랐던 점은 패키지 게임과 같이 스토리와 이야기를 게임의 메인으로 했다는 점이었다.

타르타로스 온라인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캐릭터의 스탠딩 일러스트가 나오고, 거의 모든 NPC들에게 음성이 주어지는,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는 점이었다. 시나리오는 풀 음성에 16명의 유명 성우가 등장해 패키지 RPG의 향수를 자극하게 했다.

스토리의 흐름에 따라 캐릭터들을 관리하고 획득해 나가는 과정은 흡사 과거 유저들이 해 왔던 PC패키지나 콘솔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한 명의 플레이어가 9명의 캐릭터를 관리할 수 있지만, 으레 다른 MMORPG들과 달리 처음부터 캐릭터를 생성하고 모두 관리를 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레벨을 올리고 시나리오를 진행해 나가며 한 명씩 캐릭터를 획득해 나가는 것이 게임의 주요 전개 방식이었던 것이다.

사실 이런 전개는 게이머들에게 ‘흥미’를 끌 수는 있었어도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초반 반짝 관심을 보인 유저들은 익숙지 않은 게임 전개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북미 스타일의 풀 3D MMORPG가 완전한 흥행 코드로 자리잡고 있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적은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타르타로스 온라인의 시도는 참으로 과감했다. 게임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는 솔로 퀘스트였다. 지금까지 플레이어 자신이 육성한 캐릭터가 그대로 사용이 되어 스토리가 진행이 되고, 또 그에 따라 다양한 분기는 물론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유저들로 하여금 ‘나만의 이야기’라는 느낌을 주게 했다.

풀 음성에 미려한 일러스트, 약간은 진부하지만 100곡이 넘는 음악,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는 게임을 하는 이들에게 패키지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타르타로스 온라인이 ‘이야기’에 집중한 것은 당시의 MMORPG과 비교해 봤을 때는 분명 도전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현재 또한 온라인 게임에서 스토리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다른 콘텐츠들에 비해 상당히 적은 것이 사실. 그것은 당시 등장한 퀘스트 중심형 MMORPG들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온라인 게임들이 스토리나 퀘스트의 흐름 등을 아예 등한시하거나 게임에서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실시간으로 게임이 진행되고 다른 이들과의 소통과 모임, 즉 커뮤니티가 중심이 되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 상 스토리를 신경 쓸 여지는 극히 적었기 때문에 스토리에 대한 비중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WOW또한 퀘스트 중심형 게임으로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대중적인 유저들은 방대한 WOW의 스토리보다는 퀘스트의 동선을 따라가며 펼쳐지는 대륙의 모험과 캐릭터의 성장, 그리고 PvP에 주목했다. WOW를 모티브로 한 후속 개발작들 또한 마찬가지였음은 물론이었다. ‘이야기’라는 것이 반드시 들어가 있어야 하는 것이 퀘스트임에도 불구하고 퀘스트를 하며 스토리는 등한시하는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오직 ‘개인 캐릭터의 장비와 강함을 뽐내기 위해 게임을 하며 그것만을 추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게임이 말하려 하는 이야기는 아랑곳하지 않는’, 게임을 즐기는 방법에 타르타로스 온라인은 잘못되어 있음을 말하고 있는 듯 했다.

타르타로스는 이러한 세태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었다. 게임을 즐기는 방법이 너무나 획일화 되어 있어 그릇된 방법으로 게임이 가지고 있는 재미를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이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주객이 전도되어 있는 ‘게임의 재미를 느끼는 법’에 대해 타르타로스 온라인은 과거 패키지 게임을 즐기며 순수하게 게임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던 시절의 게이머들로 돌아가 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사실 타르타로스 온라인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는 ‘스토리’라는 것 이외에는 그다지 특별한 것은 없엇다. 전투 시스템이나 던전 구성, 그리고 게임의 전체적인 시스템은 유저들이 다른 게임들에서 익히 봐 왔던 것들이었다.

더욱이 수려했던 이미지와 원화들과는 달리 게임 내 3D캐릭터들의 움직임이 매우 빡빡하고 퀄리티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픈베타 이후 지속적으로 유저들이 떨어져 나가는 추세를 맞이하게 되었다.

때문에 지속적으로 게임에 대한 ‘대중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아 왔다. 말하자면 시장에서 즐기고 있는 게임들, 시장에서 유저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들과 다른 방식과 노선을 지향하고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던 것이다. 온라인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을 즐겨야 하는 이들이 많아야 함은 당연한 일이었으니, 그런 지적이 이해가 될 만도 했다.

어쩌면 이런 시장의 지적 또한 이상한 것이기도 했다. 어느새 부터인가 유저들이 온라인 게임을 하며 즐기는 재미가 하나로 획일화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스토리’를 전하는 게임이 ‘스토리를 즐기지 않는 퀘스트 중심형 게임’에 대해 느끼는 바는 분명 이상한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동인팀에서 시작되어 지금도 그 개발진이 그대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기존의 게임들과 분명 무엇인가 다른 점이 있다는 점은 알고 있다. 그러한 차별점으로 인해 마니아를 위한 게임이라는 평가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니아와 대중이라는 구분보다 새로운 형식에 대해 받아들이는 속도의 차이가 이러한 분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어떠한 산업이나 장르, 요소에도 마니아층은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마니아냐 아니냐는 특정한 요소에 좀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마니아냐, 대중이냐가 아니라 타르타로스 온라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깔을 어떻게 하면 많은 분들이 좀 더 쉽게 받아드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방법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타르타로스 온라인을 개발한 인티브소프트의 이주원 대표는 게임의 대중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시장이 가지고 있는 재미가 하나로 획일화되고 단지 그것만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장이 된다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고착화 될 수밖에 없다. 당연한 이치다. 경쟁이 과도화 되어 있는 시장에서 시장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하나로만 국한되는 것은 크리에이터들이 ‘새로운 재미를 창출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할 만한 일이다.



현재도 마찬가지지만,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은 이상적인 게임 시장의 형태와는 분명 거리가 있었고, 시장은 ‘대중성’이라는 미명 하에 하나로 통일된 게임들만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에 등장한 타르타로스 온라인은 분명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음에 틀림이 없었다.

안타깝게도 타르타로스 온라인이 시도한 ‘시험’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이 났다. 게임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스토리 라인이었으며 ‘이야기’였는데, 결국 대중화라는 면과 흥행성이라는 면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오리지널리티와 대중화 사이에서 갈등하다 방향성을 확실하게 잡지 못한 탓이 컸다.

그러나 타르타로스 온라인은 숱한 천편일륜적인 게임 속에서 새로운 시도로 시장에 등장한 군계일학(群鷄一鶴)임에 틀림이 없었다. 게임에 대한 훌륭함과 흥행성에 대한 부분은 차처하고 강제로 통일되고 있던 시장 콘텐츠에 반기를 들듯이 자신들만의 색을 이야기하고 주장했던 것은 분명 의미 있는 게임으로 평가받을 만 한 것이다.

아쉽게도 타르타로스 온라인은 5년이라는 시간을 뒤로한 채 그 동안 게임을 즐겼던 유저들과 함께 ‘엔딩’을 맞이하고 있다. 인티브소프트는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게임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추억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패키지게임의 경우에는 엔딩을 보고 난 후에 패키지 CD라도 남는다. 그것을 보며 추억을 상기한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은 그렇지 않다. 서비스 종료 후에는 그 흔적이 웹밖에 남아 있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서비스 종료 전에 마지막 추억을 남겨주고 싶어서 일부러 적자를 감수하면서 클라이언트가 담긴 DVD를 배송했다. 유저들과 우리가 함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서. 또 다른 온라인 게임들처럼 종료 공지를 올리고 끝인 결말과는 다른, ‘타르타로스’만의 결말을 만들어 내고 싶기도 했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인티브소프트의 이주원 대표의 말이다. ‘유저들과 함께 엔딩을 맞이하고 싶다’라는, 온라인 게임으로써는 독특한 서비스 종료사를 밝힌 이주원 대표의 말을 뒤로한 채 그렇게 12월 11일, 타르타로스 온라인은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타르타로스 온라인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론과 감동이라는 요소를 함께 고민하다 결국 ‘실패’라는 낙관이 찍힌 게임이 되었다. 방법론적인 부분과 대중화라는 면에서는 분명 실패를 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터다. 그러나 그들의 메시지는 분명 5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한 유저들에게 전해졌을 것이다. 게임을 ‘만드는’사람들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함께 호흡하는 유저들, 그리고 함께 느끼는 감성과 상상의 힘을. 게임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마지막이 오더라도 훗날 언제나 그 이야기를 곱씹으며 함께 느낄 수 있는 추억의 ‘향기’를. 순수한 열정을 바쳐서 게임을 했던 때의 즐거움을 말이다.

분명, 타르타로스 온라인은 각박한 경쟁 속에서 만들어지기 쉽지 않은, 보기 드문 ‘크리에이터 정신’이 담겨져 있는 한 떨기 꽃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유저들과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게임 개발자들이 받아들이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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