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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INSIDE 84화- 불편한 동거?
작성자 : 등록일 : 2014-10-20 오후 3:05:40


넥슨과 엔씨소프트라는 두 거대한 메이저 업체가 사실상 한 회사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어떤 조짐을 보였던 것이 아니라 마른하늘에 날벼락과 같이 이루어졌다는 것-두 회사의 수장들이 워낙 정중동에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이들이다 보니 업계 입장에서는 알수 있는 방법이 없었을지도 모른다-에 게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물론, 두 회사의 이름을 들어 본 이들은 그야말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두 회사가 외국의 모 게임업체들과 같이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것은 아니었다. 특화를 하고 있었던 분야도 달랐던 만큼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엔씨소프트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김택진 대표와 넥슨의 김정주 회장이 돈독한 서울대-카이스트 선후배 사이였다는 점도 아마 두 선두권 기업의 ‘날선 대결’을 용인치 않게 했던 부분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어쩌면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14.70%를 취득하며 8천억 원을 내놓은 사실에 대해 많은 이들은 깜짝 놀라면서도 ‘그럴 수 있다’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 허름한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언젠가 함께 일을 하자는 출처가 불분명한 소박한 일화도 언론을 통해 소개되며 두 회사의 발전적 파트너십을 더욱 돈독하게 보이게 하는 듯 했다.

넥슨이 최대주주가 됐지만 엔씨소프트의 경영에는 일절 참가하지 않으며 대표이사의 교체도 없다는 발표가 나오며 ‘따로 또 같이’에 대한 시선은 ‘기대’, ‘놀라움’, ‘효과 주목’, ‘글로벌 시장에 대항할 수 있는 대형 업체 탄생’이라는 말로 점철되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어색한 동거는 2년이 지나간 현재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온 업계가 주목했던 시너지 효과와는 달리,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를 만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지분매입에 관련된 뉴스가 전해지고 난 뒤, 업계에는 ‘콜라보레이션’, 즉 협업이라는 화두가 부각되었다. 내수경기가 계속해서 침체되고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업계의 자생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온라인 게임 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이 역설되었다. 때문에 특장점이 다른 국내 메이저 업체 1, 2위가 뭉침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대형 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협업의 주요 골자였다.

협업 계획은 즉각적으로 발표되었다. 넥슨이 추진하고 있던 신작 프로젝트인 마비노기2에 엔씨소프트가 함께 개발을 진행한다는 깜짝 발표였다. 마비노기2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영상으로 등장한 김택진 대표는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첫 협업의 결과가 마비노기2가 될 것이라고 밝혀 단연 업계의 화제를 모았다.

협업 작업은 빠르게 흘러갔다. 협업을 위한 물리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 ‘N스퀘어본부’라는 별도의 공간을 꾸렸다. 협업이 결정되고 난 뒤 엔씨소프트 사옥인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에 넥슨의 마비노기2 개발팀이 입주했고, 이후 엔씨소프트 개발진이 합류하면서 N스퀘어본부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넥슨의 산하 간판 개발 스튜디오인 데브캣스튜디오 소속의 다수 개발진들이 N스퀘어본부에 합류한 만큼 넥슨의 ‘코어’개발진들이 이동을 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 마비노기2의 갑작스러운 협업 소식은 많은 업계 전문가들과 게이머들을 들썩거리게 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협업 결정 소식과 시기는 상당히 애매한 부분이 많았다.


협업 소식은 또 전해졌다. 간판 브랜드인 메이플스토리2의 개발도 N스퀘어본부를 통해 진행하기로 한 것. 마비노기2에 이어 메이플스토리2의 협업 소식으로 두 회사의 결합으로 인한 시너지가 어떤 식으로 도출될지에 대한 주목은 자연스레 쏠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 대한 기대는 상당한 것이었지만, 조금만 더 깊게 생각을 해 보면 협업이 결정된 과정과 시기는 이상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일단 메이플스토리2와 마비노기2 모두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지분에 대한 거래를 하기 이전부터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게임이었다는 점이었다.

“만약 두 회사가 이전부터 꾸준히 협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다면, 그리고 이전부터 실제로 협업이 이루어져 있었던 것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두 회사의 지분거래가 이루어진 시기는 2013년이었고, 마비노기2가 처음으로 프로젝트 진행 사실이 나온 시기는 데브캣스튜디오의 개발자 모집 공고가 나온 2009년이었다. 시기가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고, 마비노기2는 넥슨과 데브캣스튜디오가 협업 이전에 어느 정도 개발을 진행해 둔 상황이었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정설이다. 말하자면 2013년 양 사가 마비노기2에 협업을 결정했을 때에는 이미 게임의 완성도가 어느 정도 올라온 상황에서 ‘이제부터 협업을 해라’라고 통보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전 넥슨 개발팀장 A의 말이다.

마비노기2의 경우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협업 발표가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열린 지스타 2013에서 일반 시연 버전이 공개되었다. 데브캣 스튜디오의 김동건 실장은 “아직 완성도는 50%가 되지 않은 수준이며, 엔씨소프트와의 협업 결과는 다양한 방법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지만, 물리적으로 두 회사의 협업 결과가 도출된 결과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던 시기였다. 게임이 시연 버전을 공개할 정도의 완성도가 보통 알파테스트나 클로즈베타테스트 이전 수준이라고 가정했을 때, 마비노기2는 넥슨 개발진이 개발을 상당히 진행해 둔 상태에서 N스퀘어본부로 입주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랬다면 마비노기2 개발진 입장에서는 경영진-소위 말하는 ‘윗선’-에서 결정된 협업이 마치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모습이 되었을 수도 있다. 사전에 개발진에 양해를 구하거나 사전 의견을 물었겠지만, 간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다른 회사의 개발자들의 ‘입김’이 불어오는 것을 유쾌하게 여겼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N스퀘어본부에서 진행되었던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협업은 총 2가지 프로젝트. 마비노기2와 메이플스토리2였다. 두 프로젝트 모두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지분거래를 하기 이전 넥슨 측에서 이미 개발이 진행되었던 게임이었던 만큼 협업의 시기는 어느 정도 개발도가 진행된 다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물론 메이플스토리2는 넥슨이 2014년 알파테스트를 시작으로 프로젝트 완성을 위한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메이플스토리2의 결과물은 넥슨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이 전부로, N스퀘어본부를 통해 개발된 것은 아니었다. N스퀘어본부는 올해 초 해산되었고, 마비노기2의 프로젝트는 결국 취소가 되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모두 “협업이 끝난 게 아니라 다른 쪽으로 이상적인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지만, 양 회사의 협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제는 기대감에서 우려로 바뀐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양 사를 둘러싼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일본 주식 상장을 성공한 넥슨이 지난 14일 엔씨소프트의 지분 0.4%를 추가 매입해 총 15.08%로 늘린 것이 바로 그것인데, 문제는 넥슨이 엔씨소프트 모르게 주식을 사들였다는 점이다. 이는 넥슨이 지난 2012년 6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가지고 있던 지분 14.68%를 매입한 이후 약 2년 4개월만의 변동 사항이다.

△ 메이플스토리2는 시장에 출시했지만, 이는 넥슨의 단독 개발로 진행된 결과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큰 기대를 받았던 2년 전의 화두, ‘협업’은 스리슬쩍 업계에서 사라진 셈이 됐다.


사실 최대주주인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전 두 회사는 ‘경영권을 침범하지 않고 함께 글로벌 시장을 위한 도전에 나서자는 결의’라는 차원에서 지분 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말하자면 냉철한 투자나 기업합병 등이 아닌, 김정주 넥슨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간의 ‘의리의 만남’이라는 점이 컸다.

하지만 이번 매입은 투자 목적을 위한 것으로 보기에도 어렵다. 넥슨이 2년 전 매입한 주식의 주당 단가를 낮추고 추가적인 투자 효과를 보기 위한 추가적 주식 보유라고 보기에는 매입 규모가 너무 적다. 0.5%정도의 주식을 매입했다고 해서 주가의 변동을 기대하기는 힘들다(실제로 넥슨의 지분 매입 공시 이후에도 주가는 오르지 않았다). 더욱이 그렇게 돈독했던 두 회사의 지분 매입이라면 굳이 엔씨소프트가 모르는 상황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엔씨소프트 또한 넥슨이 자신들과의 상의 없이 주식을 구매했다는 것에 의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윤진원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지분 매입에 대해 사전 논의가 전혀 없었던 만큼 단순 투자 목적이라는 공시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는지를 계속 주시할 것이다”라며 자신들이 모르는 지분 매입임을 즉각 내보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제는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을 간섭하려는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을 넘어서 ‘적대적 M&A설’도 나오고 있다. 2년 전 넥슨이 김택진 대표에게서 넘겨받은 주식은 주당 25만원이었지만, 현재는 13만 원대까지 하락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넥슨이 직접적으로 회사의 경영에 직접 ‘칼’을 대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런 주식의 움직임에 대한 ‘진의’는 양 회사의 고위층이나 김정주, 김택진 등 두 회사의 수장들만 아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뜨거운 의리와 우정으로 만나 세계 최고의 게임사로 함께 나아가자고 결의했던 2년 뒤, 이 두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과 의견들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되었다.

어쨌든 현재는 ‘불편한 동거’가 된 넥슨과 엔씨소프트. 그들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들에 두 회사는 어떤 대답을 내놓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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