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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INSIDE 85화- ‘개발 취소’에 대한 곱씹음
작성자 : 등록일 : 2014-10-29 오후 5:36:29


게임이라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세상에 재미를 보급하기 위함이라는 게임 본연이 가지고 있는 거대한 목적과 대의가 스며들어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지속하기 위한 시장성과 상업성도 확보해야 한다. 이 게임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하며, 또 목표로 했던 재미의 게임을 만들기 위한 자금도 있어야 한다. 이 모든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영혼의 파트너들도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최소한의 조건으로라도 충족이 되어야 가상현실에 또 다른 거대한 세계를 만들고 구성해 나갈 수가 있다.

그러나 어쨌든 시작을 했다고 해서 그 끝이 창대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수많은 게임 프로젝트들이 취소되고 결렬되며 좌초된다. 어떤 게임들은 도중에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지극히 매우 현실적인 이유에서부터, 함께 꿈을 꾸던 사람들의 모종의 이유로 인한 이탈, 생각한 것과 다른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 것, 그리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과는 달리 시장성이 점점 퇴색되어 가는 이유까지.

그런 이유로 인해 적지 않은 게임 프로젝트들이 주목을 모으면서도 또 그만큼 적지 않게 취소가 되기도 한다. 많은 것들을 투자한 것이 아쉽다는 반응을 뒤로한 채 ‘끝까지 갔다가는 더 큰 리스크를 감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 등으로 인해 유저들의 아쉬움을 단칼로 자르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여전히 많은 ‘게임같지 않은 게임들’이 나오는 것이 국내 게임 시장이기도 하다. 게임 본연의 기능은 뒤로 한 채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포인트로 점철된 게임들이 심심치 않게-아니 어쩌면 매우 많이-나오는 시장이다.

후륭한 게임을 만들겠다는 생각도 현실적인 뒷받침이 없다면 할 수 없다는 자기설득과 같은 이유로 인해 ‘돈’많은 쫓는 그런 ‘게임 같지 않은 게임들’의 등장을 용인하고 있는 가운데.

저 멀리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대단한 게임사는 수많은 글로벌 팬들이 지켜보고 있던 하나의 프로젝트를 과감히 취소했다.

그것도 7년이라는 개발 기간을 뒤로 한 채 말이다.



블리자드라는 게임사가 국내 게임 시장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적지 않은 유저들을 거느리게 도니 이유는 단 하나다. 게임의 모양새가 어찌 되었던 간에 어쨌든 마력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재미를 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리자드라고 처음부터 재미있는 게임ㅇ르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당연히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또 지금까지도 적지 않은 손해를 보면서 그 시행착오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어기지 않은 하나의 원칙이 있다. 바로 ‘우리들이 재미없으면 게임을 발매하지 않는다’가 그것이다.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블리자드만큼 신작을 만들어 내기 힘든 게임사도 없을 것이다.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라는 빛나는 브랜드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이 게임사에게 있어서 해당 브랜드의 후속작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어쩌면 회사 입장과 개발자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판’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블리자드가 후속작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아무리 즐겁게 만든다고 해도 적지 않은 부담감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일 것이다. 신작이라는 이름의 새로움도 담고 있어야 하며,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대단한 브랜드의 역사에 오점을 남길 수 없기 때문이다. 후속작이 으레 실패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게임 시장의 피할 수 없는 숙명 중 하나인데, 블리자드의 브랜드들은 거의 대부분의 후속작들이 성공을 하고 있다. 그것이 블리자드의 특별함을 더해준다.” 네오플에 근무하고 있는 개발자 A는 블리자드의 특별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블리자드의 타이탄은 그 흔한 스크린 샷이나 설정 스케치 등도 공개되지 않은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정말로 그런 게임이 개발되고 있었냐는 수준의 질문과 함께.


디아블로가 맨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것은 물론 세상은 어두운 던전에서 악마를 사냥하는 게임의 재미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더 대단한 것은 멀티플레이 모드를 탑재한 디아블로2였고, 확장팩으로 이어진 그 인기는 아직까지도 ‘적지 않은 유저들을’게임에 접속시키게 하고 있다. 디아블로3는 오랜만에 패키지 게임을 사는 사람들의 행렬을 만들어 냈고, 그 명성에 흠을(낼 뻔 했지만) 내지 않은 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스타크래프트2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디아블로2의 밸런스가 메이저 게임사가 만들어 낼 수 없는 대단한 엉망이라는 점, 디아블로3의 막장 운영 등에 대한 문제가 적지 않은 논란을 만들었지만, 어쨌든 대동소이한 것은 바로 ‘재미있다’라는 점이었다.

그렇다. 블리자드는 사내 알파테스트를 진행하고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재미없다고 느껴지는 게임은 가차 없이 프로젝트를 접어버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재미를 주는 과정이 대단히 사회의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지 않는다면-예를 들면 범죄와 관련된-블리자드는 게임이 줄 수 있는 ‘재미’에 가장 충실하고 원초적으로 접근하는 게임사다.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재미라는 것을 줄 수 없다면 그 생명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블리자드에게 있어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라는 게임의 존재는 분명 특별했다. 특유의 세계관을 만들어 낸 RPG들이 중심 라인업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독야청청’하는 MMORPG였기 때문이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가까워질 동안 수많은 글로벌 게임 시장 유저들을 현혹시킨 이 게임은 블리자드 또한 패키지 게임 뿐만 아니라 PC를 기반으로 한 MMORPG, 그리고 온라인 게임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했다.

때문에 타이탄이라는 프로젝트의 존재는 단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블리자드의 단독 게임 페스티벌인 블리즈컨의 존재를 인식하면서 블리즈컨을 통해 블리자드가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꾸준히 개발을 하고 있는 신규 MMORPG 프로젝트, 타이탄에 대한 정보가 공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충만했다.

7년이라. 말이 7년이지 7년 동안 블리자드만한 규모를 갖춘 게임사가 7년 동안 MMORPG프로젝트를 만들어 나갈 경우 들어가는 소요 비용과 인력 등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블리자드에 모여 있는 최고 수준의 인력의 인건비만 계산해도 그 수치는 천문학적인 수준의 ‘비용’이 된다.

블리자드 입장에서는 타이탄이라는 프로젝트를 개발해 나가기 위해 7년 동안 엄청난 금액을 투자를 한 것이었다.

△ 게임을 만드는 이유는 ‘재미를 주기 위함’이다. 자신들이 재미있지 않으면 게임을 출시하지 않는 소신을 보고 현재의 국내 게임사들이 보고 배워야 하는 점은 무엇일까. 여성 모델들에게 야시시한 옷을 입히고 화보를 찍게 하기 전에,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더욱이 2007년 처음으로 개발 스태프를 모집한다는 공고 이외에는 타이탄이라는 게임 프로젝트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저들의 기대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 탄생을 한다는 것 이외에는 그 흔한 스크린샷이나 게임의 내용과 관련된 정보는 ‘일절’없었기 때문이었다. MMORPG프로젝트라고는 해도 그것이 어떤 종류의 MMORPG라는 정보도 없었던 만큼 블리자드의 새로운 IP의 게임을 기다리는 유저들에게 있어서는 타이탄이라는 프로젝트는 언제나 ‘신경 쓰이는’존재임에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2014년, 7년이라는 시간을 뒤로한 채 블리자드는 타이탄이라는 프로젝트를 취소해 버렸다. 블리자드의 취소 프로젝트 선배격이라 할 수 있었던 스타크래프트~ 고스트와 워크래프트 어드벤처도 게임에 대한 정보나 스크린 샷, 혹은 개발도를 알 수 있는 발표 등은 있었다. 그러나 타이탄은 ‘게임이 정말로 개발이 되었을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발표가 없었던 가운데 취소라는 결과만 들려온 것이었다.

7년이라는 세월 동안 개발했던 타이탄을 취소시킨 블리자드의 입장은 ‘재미가 없으니까’였다. 마이크 모하임은 성명을 통해 “WOW를 통해 MMORPG를 만드는 방법과 자신감을 얻었지만, 재미를 찾을 수 없었다”라며 개발을 취소한 이유를 밝혔다. 블리자드에서 스토리와 프랜차이즈 개발을 총괄하는 크리스 멧젠 부사장 또한 “우리는 MMORPG를 만드는 회사인가? 라는 반문을 했고, 블리자드는 특정 장르를 구부하지 않고 훌륭한 게임을 만들 뿐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본질적인 이유, 자신들이 개발하는 게임이 재미가 없기 때문에 취소했다는 것일 뿐이라는 얘기다.

복잡한 설명과 자신들의 정체성을 반문하고 가슴이 아프다는 인터뷰 내용이 있었지만, 7년 동안 개발을 한 대형 프로젝트-MMORPG프로젝트라면 당연히 그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를 취소시킨 메이저 게임사 치고는 그야말로 ‘쿨’한 반응이다. 큰돈을 주고 게임을 산 다음 몇 번 해보고 쓰레기통에 버린 뒤 ‘재미없으니까’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다. 블리자드 입장에서는 그만큼 가치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 게임 시장을 둘러보자. 수많은 인재들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개발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개발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노력의 대가라고 하기에는 형편없는 게임들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 게임의 재미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홍보모델이 비키니를 입고 화보를 찍어서 화제를 모은다는 이야기뿐이다. 게임의 이름을 들으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게임의 주인공이 아니라 아슬아슬한 옷을 입은 풍만한 레이싱모델 뿐이다. 온라인 게임 시장의 태동기라고 불리는 시기와 지금이 달라진 것이 있냐고 묻는다면, ‘홍보 모델이라고 나오는 여성들의 노출도’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시장에는 많은 불평과 불만이 있다. 대략 외산 게임들이 시장 유저들을 꽉 잡고 있어서 고착화가 심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자. 재미없는 게임은 애국심이 아니라 애국심 할아버지가 와도 안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재미없는 게임을 만들어 놓고 먹고살기 힘들다는 푸념을 하는 것은 도둑놈 심보다.

피땀 흘려 만든 게임을 ‘재미없다’라는 이유로 리셋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있는, 해외 게임사를 보고 현재의 국내 게임사들이 만들어 내고 있는 게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절로 나오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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