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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BIC 2022] 액션핏 주승호 CPO ˝인디 개발자들, 무소의 뿔 처럼 혼자서 가라˝

작성자 :	등록일 : 2022-09-01 오후 5:59:58

부산 인디게임 커넥트 페스티벌 '모두의 컨퍼런스' 1일차인 9월 1일, 액션핏 주승호 CPO는 <게임×철학> 컬래버레이션 섹션에서 '인디게임 인식전환'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주승호 CPO는 강연에 앞서 최근 인디 게임 인식에 대한 내·외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갈등을 겪고 있는 인디 게임 개발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컨퍼런스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주승호 CPO는 '비관론자는 바람에 불평하고 낙관론자는 바람이 변하기를 기대하지만, 현실주의자는 돛을 조정한다'라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또한 인디게임 개발자들을 현실주의자, 그중에서도 매우 급진적인 현실주의자라고 분류했다.

강연에 따르면 인디게임 개발자란 자신이 원하는 가치와 재미를 가진 게임을 대기업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직접 게임 개발을 시작한 이들이다. 이상적인 게임개발론을 정면에서 타파하고, 진부해진 게임씬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현실주의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인디게임 개발자들 중 상당수는 귀납적 게임 디자인을 부정한다. 만들고 싶지 않은 게임을 만들면서 겪게 될 원치 않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직접 게임 개발에 뛰어들고, 대중적 성공에 대한 위험부담을 수반하더라도 만드는 행위 자체에서 즐가움을 얻고자 한다.

주승호 CPO는 인디 게임 개발자들을 귀납적 게임 디자인을 부정하는 존재의 대표격인 '블랙 스완'에 비유했다. 독창성이란 완벽한 천재가 홀로 만들어 내느 게 아닌 불완전한 사람이 컴플렉스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현되며, 인디게임 개발자라는 힘 없고 왜소한 블랙 스완 역시 헤엄치고 날개짓하는 힘을 기르며 결국 다른 백조들의 눈에 띄게 되고 드라마틱한 시선을 받게 된다.

애초에 하얀색이 아닌,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검은 색을 그대로 세상에 드러내며 다른 백조들에게 귀납적 오류를 깨트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존재, 비주류가 될 수 밖에 없으나 주류를 추종하는 백조들의 찬사를 받는 존재가 바로 주승호 CPO가 생각하는 인디 게임 개발자의 표상이다.

많은 인디게임 관게자들이 자본 독립을 강조한다. 투자를 받지 않거나 퍼블리싱을 받지 않아야 인디게임이라는 주장도 있고, 일정 금액 이상의 투자를 받으면 인디 게임이 아니라는 시선도 있다. 결과적으로 '인디 게임 개발사에서 급여를 받고 일하는 사람은 인디 게임 개발자가 아니다'라는 어이없는 결론이 도출되기도 한다.

주승호 CPOI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자본으로부터 독립한다는 말은 결국 주류가 점령한 시장이 가진 힘의 논리를 부정하는 행위다. 인디 게임은 주류 업계에서 형성된 상업적인 가치만을 위한 게임을 깨트리고 벗어나 궁극적인 재미를 찾고자 하는 몸부림이며, 따라서 자본에서 자유로워저야 한다는 인식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인디 게임은 주류 시장을 추종하는 이들에게 '존재 자체로' 증명하는 것이다. 인디 게임 개발자들은 예술을 할 거면 투자도 받지 말라는 비판이나 자신을 표현하는 작품이 아니라 대중을 위한 작품을 만들라는 강요를 들을 수 있지만, 인디게임의 가치는 단순히 그런 점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주승호 CPO는 소크라테스의 일화를 언급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등에'라고 표현했다. 말이 게을러지면 등을 깨물어 달리게 만드는 자극이라는 뜻이다.

둔감해져가는 사회를 자극하기 위해 철학이 필요한 것 처럼 인디게임 역시 자본에 의한 주류시장, 대기업들이 만들어낸 트렌드에 자극을 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주승호 CPO의 생각이다. 상업적 가치와 규칙을 깨고 트랜드에 역행하며 주류 게임 시장에 저항하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인디 게임에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비판도 자주 제기된다. '차별화'란 사전적 의미로 차등을 두어 구별된 상테가 하게 되는 것, 그리고 등급을 나누어 다른 작품보다 상대적 우수함을 따지는 는 것을 의미한다.

주승호 CPO는 이를 결국 다양성보다는 종적인 등급화를 시키는 행위라고 해석하며, 게임 개발 보다는 마케팅의 영역이라고 설명한다. 즉, 차별화와 차등화는 인디게임이 가지는 본질적 재미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강연에 따르면 인디게임 제작의 다양성 발화는 차별화가 아닌 제작자의 숫자에 비례한다. 다양한 가치관을 지닌 다양한 사람들이 계속해서 게임을 만드는 것, 그렇게 해서 만 명이 만드는 만 명의 게임이 재미의 다양성을 제공하는 게 게임 시장의 미래라고 할 수 있다.

주승호 CPO는 따라서 인디 게임의 숙명이란 재미의 다양성을 배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양성은 차별화에서도,독창성에서도, 질적 향상에서도 오지 않으며, 오직 재미의 다양성에서 온다는 해석이다.

한편 참신함 역시 억지로 추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주승호 CPO의 주장이다.

기성 게임 시장이 모바일 오픈마켓으로 확장되고 F2P 시장이 확대되며 참신함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유저들은 매우 많은 게이밍 경험을 직접 혹은 유튜브나 트위치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이들이 지닌 게이밍 경험이 동기화 되게 되었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자신이 즐겼던 게임과 비슷한 작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동시에 참신함의 순도가 높은 작품을 바라기도 한다. 그렇게 적지 않은 인디 게임 개발자들 역시 참신함이 인디게임의 숙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참신함의 순도'를 높이는 노력 자체가 인디게임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참신함을 강요하는 건 결국 타자의 강요이자 개발자 간의 고통스러운 연대이며, 개인에게 게임을 만드는 즐거움 보다는 고통을 주는 종교적 강박관념이자 원죄에 가까운 행위라는 게 주승호 CPO의 설명이다.

강연에 따르면 참신함은 전혀 새로운 무언가가 아니라 익숙함 속에서 만나는 낯섦에 가깝다. 참신함이란 개발 과정에서 확률적으로 발견될 뿐이며, 거기에 집착해봤자 참신함의 순도가 올라가지는 않는다.

주승호 CPO는 "'참신'은 벨 참(斬), 새로울 신(新) 이라는 한자를 쓴다.:라며, "새롭다고 생각하는 껍데기를 벗어 버리고 진짜 개발자의 속살을 드러내는 게 더 참신한 방향이다"라고 말했다.

주승호 CPO는 인디게임 육성 사업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정책 담당자들과 대화해보면 대체로 게임 인재를 육성하고 인디게임 개발사에 입사시켜 고용을 창출하는 방향성이 제시되는데, 그래선 안된다는 설명이다.

강연 초반부터 강조되었듯, 인디게임을 만드는 행위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일이다. 창작 자체가 행복하기에 창작에서 비롯되는 여러 힘든 부분들을 헤쳐나갈 수 있다. 인디게임의 내적 가치란 결국 창작자의 행복 추구라고 볼 수 있다.

배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지 말고 바다를 꿈꾸게 하라는 말이 있다. 게임이 재미있고 게임 개발 자체가 행복하기 때문에 게임을 만든다는 접근을 통해 인디 게임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게 주승호 CPO의 제안이다.

인디 게임의 내적 가치가 행복 추구라면, 외적 가치는 다양성이라고 볼 수 있다. 주승호 CPO는 생명체 대멸종을 언급하며 "덩치가 큰 공룡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했지만, 설취류들은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남았다"라며, 인디 게임이 바로 이 설치류라고 말했다.

반대로 공룡은 결국 자기 복제를 반복할 수 밖에 없는 대기업 게임들이다. 플랫폼이나 게임 문화의 변화로 기존 대기업들이 매우 큰 위기에 빠진다면, 다양성을 갖춘 인디 게임들은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승호 CPO는 게임 개발자 제노바 첸(Jenova Chen)이 말한 'No Rules'야 말로 인디 게임의 핵심 가치라고 말한다. 기존 규칙을 깨고 자유롭게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주류 게임 업계에서 상업적으로 실패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쓸 수 있는 것이야말로 인디게임이 지닌 외적 가치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