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PC패키지 게임들이 많은 인기를 얻던 시절, 그러니까 삼국지 시리즈가 나올 때 마다 50만 장이라는 판매고를 가볍게 돌파했던 시절에 유저들을 흥분시켰던 일본의 패키지 게임이 있었다. 팔콤을 국내에 실질적으로 알린 게임이자 1987년 등장하여 감동적인 스토리와 ‘몸으로 때우는 전투 스타일’인 액션 RPG로 유저들의 눈을 사로잡은 게임, 이스(YS)시리즈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CJ와 팔콤이 손을 잡고 이스를 MMORPG로 재개발하는 데에 합의를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마치 창세기전을 MMORPG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팬들의 반발처럼, 이스의 팬들 역시 온라인 게임으로 재등장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많은 반발이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된다는 소식에 다수의 유저들은 이스에 대한 추억에 잠기며 그 특유의 느낌을 다시 체험할 수 있을까라는 기대에 휩싸였다.
△ 그 옛날 많은 감동을 주었던 이스, 기억하는가?
그렇게 약 2년간의 개발기간을 거친 후, 지난 7월 5일 오픈베타를 시작한 이스 온라인. 당연히 처음 등장했을 때 엄청난 반발이 들려왔다. 추억을 기대한 유저들에게 리얼 사이즈 8등신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이스 온라인은 당연히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팔콤과 CJ가 손을 잡고 만들려고 했던 이스 온라인은 패키지 게임의 힘으로 정형화된 이름인 ‘이스’시리즈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유저들의 추억 속에 남아있는 이스의 선을 그대로 따라가려는 생각을 했었지만, 패키지 게임과는 다르게 플레잉 타임이 긴 MMORPG라는 장르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결론적으로 8등신의 캐릭터, 그리고 이스의 세계관에서 100년 후라는 세계관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스 온라인은 오픈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길드 시스템의 업데이트와 퀘스트 씨스템의 업데이트를 단행하며 본격적으로 ‘이스 온라인의 색’을 갖추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유저들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등장한 ‘이스의 뒤를 잇는 온라인 게임’이스 온라인.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지 살펴보자.
팔콤은 이스 온라인 이외에도 영웅전설이나 드래곤 슬레이어 등 다양한 게임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회사다. 물론 영웅전설 등 지금도 한글화되어 국내에 발매되고 있는 유명 시리즈들 덕분에 팔콤의 인지도가 국내에서 높은 것이다. 때문에 국내의 팔콤 게임 마니아들의 경우에는 팔콤이 2D뿐만 아니라 3D그래픽에도 상당히 많은 노하우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스 시리즈가 2D가 아닌 3D로 처음 등장했을 때도 충분히 유저들을 만족시킨 적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 확실히 3D 그래픽의 표현 효과는 상당히 탁월한 수준이다
이런 팔콤의 노하우는 이스 온라인에서도 충분히 발휘되고 있다. 물론, 이스 온라인을 만든 CJ산하의 이스게임개발실의 개발력 역시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넓은 월드를 이리저리 다녀야 하는 3D온라인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는 카메라 앵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픽 개발력의 진화가 엄청나게 이루어진 현재 3D라면 풀 폴리곤이 기본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카메라 앵글의 효과는 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판타지 세계를 그리고 있는 이스 온라인의 배경은 몽환적이면서도 판타지 세계에 충분히 어울릴 법한 그래픽을 그려내고 있다. 호수를 중심으로 한 자연배경은 더운 여름에 상당히 상쾌한 느낌을 주고 있다. 푸른 산천초목과 그 모습을 비추고 있는 호수, 저 멀리 안개에 싸여 플레이어에게 환상적인 느낌을 주고 있는 건물이나 마을들의 모습은 유저들에게 충분히 만족감을 줄 만한 그래픽이다.
이런 이스 온라인의 3D그래픽은 시리즈의 느낌을 충분히 살려주고 있으면서도 이스 온라인만의 특색을 잘 살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SD로 게임을 만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따스한 듯한 느낌을 주는 적절한 느낌의 색감과 팔콤 특유의 게임 플레이를 용이하게 만드는 카메라 앵글 효과는 충분한 만족감을 주고 있다. 리얼사이즈라고는 하지만 캐릭터의 생김새 등이 리얼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도 이스와 이스 온라인의 ‘오리지널리티&전작의 향수’를 동시에 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 캐릭터 표현력 자체가 상당히 탁월!
마지막으로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럽게 느꼈던 것은 캐릭터들과 배경 그래픽의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캐릭터의 생김새가 종족에 따라 그 특색이 분명했다는 점이었다. 특히 키모 종족의 귀여움은 개인적으로 크게 만족스러웠던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전체적으로 이스 온라인의 그래픽을 한 마디로 평가하자면, ‘과거와 현재의 이스를 조합한’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과거의 느낌 역시 느낄 수 있고, 현재 이스 온라인만의 느낌 또한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주얼적인 측면에서는 유저들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을 정도라고 평할 수 있겠다.
△ 전체적으로 안정된 그래픽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이스 온라인이 갖추고 있는 시스템들은 그 숫자가 상당히 많다. 그 만큼 단순한 패키지 RPG에서의 느낌뿐만 아니라 MMORPG로써 게임의 재미를 발휘시키기 위한 시스템을 다수 채용했다. 물론 시리즈를 계승한 시스템도 있다. 분노 게이지가 바로 그것이다. 전투를 하면 할수록 게이지가 차오르는 분노 게이지에 AP시스템을 도입시켜서 버프나 필살기 스킬을 시전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이 밖에 프리 아이템 시스템, 오라 시스템, 카드시스템이 이스 온라인에 도입되어 있다. 게임에 적극적으로 적용되고 또 유저들이 사용하는 시스템들이 이 정도라면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들은 ‘이스 온라인만의’모습을 보이거나 혹은 특유의 재미를 발휘시키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상당한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
△ 시스템적인 특성이 없다는 아쉬움은 상당히 진하다
먼저 오라 시스템부터. 한정된 오라 스킬을 선택해서 사용하는 이 시스템은 이미 기존의 국내 MMORPG들에서 다수 체험했던 일종의 패시브 버프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로 인해 레벨과 종족, 그리고 직업들이 서로 다른 전투 스타일을 갖추게 되고, 구분 없이 어떤 무기든지 장착이 가능한 프리 아이템 시스템을 통해 캐릭터들의 육성법과 전투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생산과 퀘스트, 스킬과 펫, 강화 등 자잘한 기능들을 하나로 묶은 카드시스템이 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들은 기존의 MMORPG들에서 모두 볼 수 있었던 것들, 즉 우리들에게는 전혀 생소하지 않은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름만 같을 뿐 다른 요소라도 있으면 모르겠지만 그 또한 다르지 않다. 즉 이스 온라인의 전체적인 게임 시스템과 그에 따른 플레이 스타일은 기존의 MMORPG들의 동선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이는 이스 시리즈를 모르고 플레이를 하는 온라인 게임 유저들에게는 실망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스라는 PC게임을 즐기지 않고 이 게임을 하는 온라인 게임 유저들이 더 많다고 한다면(시대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스 온라인은 일반 유저들에게는 ‘다른 게임과 별반 차이 없는 게임’이라는 느낌을 주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AP시스템 자체가 재미있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는 역부족이다
필자가 이스라는 게임을 해 본 세대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스 온라인이 왜 ‘이스 온라인인가’라는 생각에 납득을 가게 만드는 부분들은 상당히 적었다. 물론 이스라는 이름에 너무 얽매였다가는 자신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개발진들의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스 온라인이 등장하기 전, 자신들의 게임이 ‘이스를 계승하는 게임’이라고 했기 때문에 그것을 알고 있는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어떤 것이든 다 마찬가지겠지만, 인기 게임 시리즈를 만든다는 것은 분명히 어려운 일이다. 전작의 인기를 뛰어넘는 것, 그리고 자신들이 갖추고 있었던 그 특유의 매력을 계속해서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은 재미있는 새로운 게임을 하나 만드는 것보다도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스 온라인이 유저들에게 더욱 큰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옛날 파이널 판타지8이 평론가들과 유저들 사이에서 ‘이 게임이 파이널 판타지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 않았다면 최고의 게임이 되었을 것이다’라는 말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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