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제작하기 위해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해당 게임을 어떤 소재를 가미해서 만들 것인가에 대한 콘셉트의 설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쟁 게임인지, 연애 게임인지,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원수처럼 붙어서 다짜고짜 치고 박고 싸우는 액션&대전액션 게임인지, 전략과 컨트롤, 그리고 심오한 수학적 고민과 순발력까지 요하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인지 등등.
그리고 게임에서 표현할 수 있는 표현력과 세월의 흐름으로 소재가 더욱 다양화되면서 ‘게임에서 다룰 수 있는 콘셉트’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기술력의 발전으로 현실 세계에서 봐도 경악을 할 정도의 소재들이 게임으로 구현이 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인간의 상상력의 최종 지향점’인 게임이라는 디지털 가상현실 세계는 불가능이 없을 정도로 더욱 다양화되었다. 이제는 미생물의 진화를 다루고 인간의 한 일생과 가족 세대의 일생을 그리고 있는 게임도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 최근 오픈베타를 실시한 민 커뮤니케이션의 메르메르 온라인이다!
이처럼 게임의 전체 기획을 좌지우지하는, 게임 소재의 설정이라는 단계는 너무나 중요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게임 방식이나 콘텐츠가 다른 게임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고 해도, 지금까지 없었던 신선하고 탄력 넘치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 게임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인기와 화제를 얻게 되는 경우들이 익히 보여주듯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라는 소재는 게임으로 구현해 내기에는 아주 알맞은 콘셉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들로 가득 차 있는 학교, 가기 싫은 학교에서의 생활을 재미있는 게임의 즐길 거리로 승화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재미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학원물’이라는 장르는 다른 게임 장르들과 함께 하나의 장르로 고착화되어 오랫동안 자리매김 해 왔다. 이러한 흐름은 대부분 아직은 다양한 소재의 표현에는 민감한 면이 있는 국내보다는 일본에서 주로 흘러들어와 왜색이 짙다는 비판을 야기하기도 했지만, 학원물이라는 소재에 대한 매력은 외면하기에는 상당한 것임에 틀림이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온라인 ‘학원물’신작이 등장했다. 지방에 자리를 한 개발사로 유명한 민 커뮤니케이션의 ‘메르메르 온라인’이다.
메르메르 온라인은 에너지, 자연재해 등의 세계적인 위기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만들어진 '아크시티'에서 '오펀'이라는 이계 생명체를 사냥하는 '오펀헌터'들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학원물 게임이다. ‘란 온라인’에 이어서 두 번째 학원물을 만든 민 커뮤니케이션의 신작 메르메르 온라인. 어떤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게임일까.
이 세상에 ‘어떤 게임에 어울리는 그래픽의 종류’라는 것은 정의할 수 없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때문에 많은 게임들이 이전 자신들과 다른 장르의 게임들이 시도했던 그래픽을 도입해서 게임을 만드는 경우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분위기와 그래픽 표현 기법만 잘 한다면, 어떤 게임이든지 자신들이 취하고 있는 콘셉트에 부합하는 비주얼 퀄리티를 뽑아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유저들 사이에는 학원물에 어울리는 게임의 그래픽이라는 것은 쉘 쉐이딩이나 카툰 랜더링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아마 학원물 게임이 가지고 오는 이미지는 만화와 애니메이션과 다수 결부를 시키고 있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그래픽 기법은 적잖이 학원물 계통의 게임들과 잘 어울리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 캐릭터들의 귀엽고 깜찍함은 ‘매우’뛰어나다
그래서 그런지 메르메르 온라인의 그래픽 기법 역시 쉘 쉐이딩과 카툰 랜더링으로 이루어져 있다. 캐릭터와 게임 배경이 전체적으로 상당히 귀여운 콘셉트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픽 기법 자체는 게임의 분위기와 적절하게 잘 어울리는 느낌. 캐릭터들의 움직임이나 액션성, 몬스터들의 움직임 또한 학원물, 그리고 메르메르 온라인이 지향하고 있는 ‘캐주얼 분위기를 좋아하는 유저들을 위한 비주얼 스타일이기 때문에 적절히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다. 귀엽고 깜찍함, 아기자기함을 원하는 유저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비주얼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다만, 그래픽의 퀄리티가 아쉽다는 느낌이다. 물론 메르메르 온라인이라는 게임 자체가 저 연령대, 그리고 여성 유저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인지 게임의 요구사항이 상당히 낮게 설정되어 있기도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신작 온라인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사양을 어느 정도 올리면서 그래픽 퀄리티를 평균 정도로 맞췄다면 어땠을까.
메르메르 온라인에서는 레벨업 시스템을 학원물에서 뺄 레야 뺄 수 없는 ‘학년’과 결부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사냥터에서 몬스터를 잡고, 경험치를 쌓고, 퀘스트를 하면서 캐릭터를 성장해 나가는 것은 다른 게임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으나 레벨을 올리면서 진급을 하는 것, 그리고 그를 통해 다양한 직업군을 선택할 수 있다는 설정은 학원물 게임을 한다는 신선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유저들은 게임을 시작해서 캐릭터를 고른 뒤 노아학원과 하온학원이라는, 말하자면 다른 게임에서는 ‘국가’나 ‘클랜’에 해당되는 곳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상 진영을 나누기 위한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출신학교와는 달리 다음에 선택할 수 있는 플레이어 캐릭터의 전공, 즉 직업은 확실히 메르메르 온라인이라는 ‘학원물 캐주얼 게임’에 어울리는 이미지 코드를 가지고 있다. 1학년 1레벨부터 게임을 시작하게 되면서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게 되는데, 댄싱부, 구기부, 트랩부, RC부, 마법부, 소환부 등으로 나누어져 있는 전공을 선택하면서 본격 학원물을 표방하고 있는 메르메르 온라인의 게임 콘셉트와 적절히 부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2학년으로 진급하기 전까지는 평이한 공격들 뿐이다!!
이들 전공군(그러니까 말하자면 직업군)은 각자 다른 스타일의 전투를 지향하게 하는 척도가 된다. 예를 들면 댄싱부 학생이 되면 댄스와 댄스 해머를 사용해서 적들을 공격하는 등, 전공부에 따른 플레이 스타일이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다른 MMORPG나 온라인 게임들도 직업군에 따라 달라지는 플레이와 전투 스타일을 지향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메르메르 온라인은 ‘내가 학교에서 학생이 되어 배울 수 있는 것’을 전공으로 나누고 게임에서 구현을 하면서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다. 학교에서 수업을 통해 배운 특기로 몬스터들을 해치우는 것. 판타지 세계에서 익히 꿈꿀 수 있는 ‘신나고 즐거운 학교생활’의 요소 중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이런 전공을 처음부터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학년 1레벨부터 시작해서, 20레벨까지 성장을 하게 되면 2학년으로 진급을 할 수 있는데, 이때부터 전공을 선택하며 본격적으로 캐릭터에 ‘특징’을 부여할 수 있다. 학교에서 진급을 해 나가면서 학업을 해 나가고, 배움을 바탕으로 몬스터를 사냥한다는 느낌은 판타지 학원물 특유의 특권이며, 그것을 잘 살리고 있는 메르메르 온라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메르메르 온라인은 유저들의 접근성이 상당히 뛰어난 게임이다.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캐주얼틱한 느낌을 그래픽 콘셉트부터 시작해서 게임 전반적으로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성향은 메르메르 온라인이라는 게임에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게임 조작 인터페이스 자체가 액션성을 주면서 난이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키보드 마우스 동시사용 컨트롤을 지원하고 있다.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귀여운 캐릭터들을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는 컨트롤에 변신 스킬을 사용하며 몬스터들과 ‘아웅다웅’하는 모습은 이 게임이 왜 접근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지를 대변해주고 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특히, 이런 ‘아웅다웅’에 학년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전공의 특성까지 더해져 액션과 스킬 사용 전투의 짜릿함도 맛볼 수 있다.
△ 운동장으로 가서 아웅다웅을 해 볼까?
또, 게임 내에 있는 선도클럽 결정전과 클럽대항전도 게임 자체의 캐주얼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유저들 간의 대규모 전투인 공성전이나 길드전을 보면 유저들끼리 싸우는 폭력적인 모습이 많이 보이기 때문에 어린 연령층의 유저들이 즐기기에 적합 하지 않다고 생각되기 마련인데, 메르메르의 클럽대항전은 클럽끼리 몬스터를 정해진 시간 내에 얼마나 많이 잡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스타일이다. 그렇다고 유저들 간의 전투가 없는 것은 아닌데, 선도클럽 결정전 에서는 각 마을의 상점 수수료 관리 권한을 놓고 클럽 간에 대결구도가 이뤄지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양립’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선도클럽 결정전 역시 유저들끼리 ‘피 튀기는 살벌한 전투’를 벌이는 것이 아니다. 어떤 클럽이 정해진 시간 안에 인증기에 클럽인증을 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하는 ‘깃발뺏기 싸움’이기 때문에 폭력성 등과는 거리가 멀다.
캐주얼성이 뛰어난 게임들이 줄을 잇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점차적으로 국내 게임업계 시장은 대중화되고 있고, 새로이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유저들의 숫자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하드코어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게임들보다는 캐주얼성, 범용성이 뛰어난 게임들이 인기를 얻을 수 밖에 없는 시장이 된 것이다(물론 그 두 가지를 모두 가질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메르메르 온라인에 아주 개인적인 사견을 더해 보자면, ‘최근 해 본 게임들 중 이것처럼 캐주얼성이 부각되어 있는 게임은 본 적이 없다’라는 것이다. 귀엽고 깜찍함, ‘아웅다웅’하는 캐릭터들의 아기자기하면서도 호쾌함을 불러오는 액션은 필자가 왜 이 게임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는지에 대해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자체로도 메르메르 온라인이 가지고 있는 매력과 게임의 가치는 상당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게임 자체가 너무나 무난하다는 것이랄까. 메르메르 온라인 자체가 캐주얼 학원물을 표방하고 있어서인지 메르메르 온라인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콘텐츠나 톡톡 튀는 뭔가가 없다는 느낌이다. 추후 어떤 콘텐츠들이 도입될 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런 무난함을 깰 수 있는 메르메르 온라인만의 요소가 도입되기를 기대해 본다.
게임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