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있었던 게임의 후속작을 꼭 전작을 만들었던 게임사가 만들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뭐, 법적인 문제나 판권 등 복잡다단한 사정들로 인해서 게임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는 일들이 생기겠지만, 그 게임의 정신과 콘셉트를 잇는 후속작을 다른 게임사를 통해 등장하기도 한다. 닌텐도사의 택틱스RPG 명작인 파이어 앰블렘 시리즈를 계승하는 작품이라 하여 만들어 진 티어링사가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물론, 법정 공방도 있었지만).
말하자면 리니지 시리즈의 후속작을 NC소프트가 아닌, 넥슨에서 만드는 경우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유저들 입장에서는 조금은 생뚱맞은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런 ‘생뚱맞은 시추에이션’은 어떻게 벌어지는 것일까. 그 핵심 키워드는 게임을 만드는 제작진이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해당 게임을 개발했던 크리에이터나 개발진이 다른 게임사로 이적, 자신들이 만들었던 영광의 작품의 정신과 콘셉트를 잇는 게임을 개발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 ‘다른 게임사에서 유명 작품의 후속작이 만들어 지는 것’은 이렇게 만들어 지게 되는 것이다.
△ 샤이닝 로어의 후속작을 자처하고 있는 ‘이그니스 로어’아이엘.
그런데 이렇게 게임이 만들어지게 되면, 애석하게도 해당 게임의 이름은 ‘의미는 통하고 있지만 한 눈에 알아보기 힘든’다른 식으로 붙여지는 것이 통상적이다. 해당 게임의 판권을 소유하고 있는 게임사가 다른 게임사에서 후속작을 만들었다고 해서 그 제목을 사용하라고 허락을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 바로 엔플레버에서 개발을 하고 있는 ‘아이엘~ 소울브링거(IL~ SoulBringer, 이하 아이엘)’다. IL은 ‘이그니스 로어’의 줄임말이다. 그렇다. 이 아이엘은 익히 알려져 있듯이 한 시대를 풍미하다 지금은 서비스가 종료된 동화풍 온라인 게임으로 유명한 판타그램의 샤이닝 로어을 계승하는 후속작이라는 콘셉트로 만들어 진 게임이다. 아기자기한 그래픽에 소소하면서도 잔잔한 재미에서부터 몰입도가 높은 콘텐츠를 선사하면서 상당한 코어 유저들의 지지를 받은 샤이닝 로어는, 현재 ‘다시 부활하기를 바라는 온라인 게임’에 가장 첫 번째로 꼽힐 정도로 많은 유저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는 대표적인 게임이다. 당연히, 샤이닝 로어를 그리워하는 유저들은 아이엘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렇게 샤이닝 로어를 그리워하는 유저들의 아련한 추억을 자극하게 만드는 콘셉트로 등장한 아이엘이 첫 번째 클로즈베타를 실시했다. 판타그램이 만드는 샤이닝 로어의 후속작이 아닌, 샤이닝 로어를 만든 개발진들이 만들어 낸 샤이닝 로어의 후속작.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게임일까.
샤이닝 로어라는 게임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유저들의 대부분은, ‘아기자기’로 대변되는 캐주얼 게임에 어울리는 단어들을 생각해 낼 것이다. 동화풍 비주얼로 캐주얼 RPG의 친숙함을 매력으로 가지고 있었던 샤이닝 로어의 콘셉트를 아이엘이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첫 로그인 화면에서부터 시작해서 게임 전반적인 분위기는, 게임의 비주얼 콘셉트를 정확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푸른 호수와 맑은 하늘, 울창한 숲, 그 사이를 비집고 비춰지고 있는 맑은 햇살. 그리고 자연과 공존하고 있는 포근한 마을. 이런 ‘자연친화적’인 비주얼은 샤이닝 로어와 아이엘을 잇고 있는 공통적인 콘셉트다. 아이엘에서는 따스하면서도 유저들로 하여금 감성을 자극하는, 맑은 자연이 펼쳐진 판타지 세계를 훌륭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복잡하고 눈이 아픈 쓸데없는 생동감을 주기보다는, 평화롭고 나른한 감성적 하루를 연상케 한다고나 할까.
△ 감성적인, 말랑말랑함이 돋보이는 로그인 화면과 캐릭터 선택 화면
이런 자연친화적인 비주얼 구성은 클로즈베타 내내 유저들의 눈을 굉장히 편안하게 해 주기에 충분했다. 게임이 펼쳐진 배경 자체가 포근함을 안겨주는 자연적인 녹색과 갈색 계열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눈이 전혀 불편하지가 않았다. 어딘가 몽환적이면서도 자연의 색체를 잘 표현하고 있는 그래픽 표현력은, 1차 클로즈베타임에도 불구하고 충실하게 구현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다.
이런 비주얼 구현의 콘셉트는 인터페이스에서도 엿볼 수 있다. 비주얼 콘셉트의 통일성을 중시하는 듯한 인터페이스는 동화풍으로 그려져 있는데, 동글동글한 귀여움과 눈이 아프지 않은 다양한 색의 꽃으로 만들어 진 인터페이스는 게임의 배경이나 분위기와 상당히 잘 어울리고 있다. 여기에 깃털 모양으로 만들어 진 아이콘, 뛰는 캐릭터의 움직임과 액션 이펙트 등이 게임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은 채 구현되고 있기 때문에 만족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정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따스한 로그인 화면을 거쳐 게임에 들어가면, 플레이어는 ‘아바타’라고 부르는 게임 내에서의 캐릭터를 고를 수 있다. 아바타 커스터마이징도 어느 정도 구현되어 있는 화면에서 플레이어는 본인의 아바타의 성별과 생김새를 설정할 수 있는데, 보면 볼수록 게임의 분위기는 물론 콘셉트와 상당히 잘 어울리는 외형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통상적으로 캐주얼 스타일의 그래픽과 분위기를 구현하고 있더라도 인터페이스나 캐릭터 구현이 상당히 미흡한 경우가 다수 있는데, 아이엘은 게임 배경과 인터페이스, 캐릭터의 구현도라는 ‘3박자’가 상당히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런 아기자기함과 동화풍의 비주얼 구현과 적절하게 잘 어울리는 캐릭터 생성을 넘어서, 일반적인 펫으로 보이는 ‘피오’를 설정할 수가 있다. 이 피오는 아이엘의 독특한 시스템으로, 동반자이자 친구, 그리고 캐릭터의 분신과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그 외형도 역시 아바타와 마찬가지로 게임의 콘셉트와 적절히 어울리고 있다.
△ 아바타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피오’. 아이엘은 게임 내의 분위기, 그리고 콘셉트와 어울리는 부드러운 캐릭터 일러스트로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플레이어는 아바타를 하나 생성할 때 마다 피오를 다섯 마리까지 소유를 시킬 수 있는데, 이 피오는 최종적으로 12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생성을 한 피오를 플레이어는 알에서 부화를 시키게 되는데, 향후 부화 방법, 육성 방법에 따라, 그리고 플레이어가 아바타의 어떤 부분에 피오를 붙이는가에 따라 등에 영향을 받아 진화를 한다고 한다(1차 클로즈베타에서는 피오의 최종적 진화나 육성방법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즐겨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피오를 어떻게 변화를 시키는가에 따라 아바타가 사용하는 무기, 사용 스킬 등이 바뀌는 등 피오의 성장이 아바타의 육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 육성에 대한 중요도와 ‘콘텐츠의 질’은 게임의 재미와 몰입도를 결정지을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처음 생성할 때의 피오 이외에도 플레이어는 4마리의 피오를 더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피오를 바꿔 캐릭터 하나에 다양한 스킬과 무기를 다룰 수 있게 하는 등의 육성 방법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엘은 ‘에테르 시스템’이라고 하는, 플레이어의 게임 내 플레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또한 이번 클로즈베타테스트에서는 에테르 시스템을 필두로 한 플레이의 편리성을 돕기 위한 콘텐츠들을 다수 선보이고 있었다.
먼저, 디아블로2의 성소와 비슷한 느낌의 에테르 스톤은 회복과 축복, 그리고 다양한 버프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에테르 게이트는 지역별로 나누어져 있어서 플레이어가 활성화를 시켜 놓으면 해당 지역으로는 에테르 게이트를 통해 언제든지 이동을 할 수가 있다. 또, ‘반짝이는 돌’을 사용해 포털을 열 수 있으며, 이 포털을 통해 마을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이동수단으로 사용된다.
또한, 인벤토리에 부활을 시켜줄 수 있는 아이템을 소지한 채 아바타가 사망을 한다면 캐릭터는 아이템을 사용해서 부활을 할 수가 있으며, 골드를 사용해서 모든 것이 회복된 상태로 그 자리에서 시작하는 시스템도 지원하고 있었다.
△ 에테르 시스템으로 대변되는 ‘편리 기능’시스템
다만 이런 시스템들은 아이엘의 오리지널리티가 부족하다는 느낌. 앞서 언급했다시피 에테르 스톤과 에테르 게이트는 각각 디아블로2의 성소와 지역 차원게이트와 비슷한 느낌이며(물론 많은 게임들이 이런 개념을 도입하고 있어서 굳이 디아블로2가 오리지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이템 포털 역시 디아블로2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편의 지원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이런 편의성 지원 시스템들이 이번 클로즈베타에서는 다수의 허점을 드러냈다는 것이 앞으로 수정해야 할 숙제로 남겨졌다. 차원의 문의 경우 일회성이 아닌 일정 시간 유지되다가 사라지게 되는데, 실제로 이것을 사용하다 게임이 강제로 종료되는 버그가 있었으며 에테르 스톤의 경우 유지 시간이 채 1분도 되지 않고 버프나 디버프가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확실히 표시가 되지 않는 등의 불편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차후 베타테스트에서 중점적으로 수정을 해야 할 부분이다.
아이엘의 첫 번째 클로즈베타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역시 ‘첫 번째 클로즈베타구나’라는 생각이었다. 그 만큼 세밀한 면에서 미흡한 점이 다수 눈에 띄었다고나 할까.
먼저, 클로즈베타 첫날 게임 콘텐츠를 이용하는 데에 다수 발생하는 버그들과 렉들이 상당히 거슬리는 수준이었다. 클로즈베타 테스트라는 것을 이제는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국내 유저들이 익히 알고 있는 만큼, 첫 번째 클로즈베타 테스트에서는 세세한 단점이나 렉, 버그 등은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전재라면 이해를 하고 다음 테스트에서의 호전을 당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아이엘의 1차 클로즈베타테스트의 1일차에서는, 3시간 동안 캐릭터를 생성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등의 극심한 렉과 앞서 언급했던 포털에서의 튕김 현상, 게임 접속 차단 현상이 불거져 ‘견디지 못할 수준’으로 유저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 다음 테스트에서는, 더욱 발전된 모습이 기대가 되는 아이엘이다
한 가지 희망적인 부분은 2, 3일차 클로즈베타에서 제작진이 이런 버그와 서버 안정도에 만전을 기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게임 서비스를 지속해 테스트를 마쳤다는 점이다. 향후 테스트에서는 더욱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해 본다.
여기에, 첫 번째 클로즈베타에서는 아직 보이지 않았던 아이엘의 중점적인 콘텐츠, 아바타와 피오의 육성에 따른 발전이 어떤 재미를 담보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음 테스트에서는 보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엘의 첫 이미지, 그리고 서버의 안정성을 발 빠르게 도모하여 확실한 피드백을 보여주는 운영은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이제는 게임의 재미와 몰입할 수 있는 콘텐츠가 얼마나 있는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아이엘의 2차 클로즈베타테스트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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