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가 국내 게임시장에 미친 영향은 따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여러분도 잘 아시리라 믿는다. 비단 게임시장뿐만 아니라 전국에 수천의 게임방을, 수백의 프로게이머를, 전문 게임방송을 탄생시키며 국내 경제와 문화를 크게 변화시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영향력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온라인게임은 그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나왔지만, 아직도 스타크래프트를 넘어설 만한 소위 "국민게임"은 나오질 못했다. 이렇게 스타크래프트가 국민게임으로 10년 가까이 명성을 쌓아오고 있는 요즘, 국내 최대의 온라인게임업체인 NC소프트가 드디어 칼을 뽑아 들었다.
△아직도 국민게임으로 통하는 스타크래프트
유난히 국내 유저들이 많이 즐기는 것이긴 하지만, MMORPG의 또 다른 즐거움은 다른 유저와의 PvP일 것이다. 자신이 키운 캐릭터가 얼마나 강한지, 그리고 그 강함을 얼마나 과시할 수 있는지를 PvP를 통해 느낌으로써 더 높은 목표가 생기곤 한다. PvP의 확장된 개념으로 파티전 혹은 길드전을 들 수 있는데 이는 PvP에서 느낄 수 있는 흥미에 자신이 속한 그룹에 대한 소속감과 유대감, 그리고 클래스간 치밀한 전략과 전술이 더해져 더욱 큰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이 점을 아예 가장 큰 특징으로 내세운, 아니 그 자체를 최종목표로 설정한 게임이 있으니 바로 지금 소개할 길드워다.
△유저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지난달 28일 국내 오픈베타를 시작한 길드워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 길드워는 개인플레이나 RPG의 캐릭터육성보다 파티를 짜고 길드를 형성해 상대팀을 무너뜨리는, 유저들간의 단체전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그래서 캐릭터에는 타MMORPG에서 볼 수 있는 시스템인 스탯 부여치가 없고 철저하게 스킬 중심으로 맞춰져있다. 유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킬을 적절히 사용해 팀원을 도우고 상대를 공략해 승리를 따내며 여기에 캐릭터의 레벨이나 -만(滿)레벨이라고 해봤자 20이며, 1주일 정도면 도달 가능하다- 아이템의 차이는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대전모드에서 캐릭터를 생성하면 바로 20레벨의, 어느 정도 완성된 캐릭터를 가질 수 있으며 바로 대인전이 가능하다.
△접속 후 캐릭터 생성을 누르면 두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해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RPG모드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RPG게임에 다소 생소한 유저라도 RPG모드에서 캐릭터를 충분히 키우고 스킬의 이해와 시전에 대한 충분한 연습을 거친 후 대인전에 임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스킬과 아이템을 충분히 갖추려면 RPG모드를 통한 습득은 반드시 거쳐야할 보급기지와 마찬가지다.
길드워에는 총 6가지의 클래스가 있고 처음 고르는 주직업 외에 부직업의 개념이 존재해 결과적으로 두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단 부직업으로 고른 클래스의 스킬 중 유니크 특성 스킬은 배울 수 없다. 또한 주직업과 부직업 스킬을 모두 배우게 된다면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된 워리어의 스킬은 총 75개나 된다) 적어도 50개가 훌쩍 넘어버리지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8개가 고작이다. 즉 RPG모드든 대인모드든 그 많은 스킬 중 상황에 맞게 8개를 추려낼 수 있어야한다. 길드워에는 대부분의 클래스가 자체적으로 회복스킬이 존재하기 때문에 -게다가 부직업으로 몽크(치유사)를 많이 고르는 추세다- 공격스킬과 방어스킬, 회복스킬 등을 골고루 배치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많은 스킬을 보유했어도 실제 플레이에서 사용 가능한 수는 여덟이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뿐만 아니라 클로즈베타 때부터 꾸준히 길드워를 플레이해온 유저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길드워는 MMORPG가 아니라 전략 시뮬레이션에 가깝다는 평이 많다. 하지만 리니지를 개발한 NC소프트의 이름이 커서일까? 사실 길드워는 NC소프트가 직접 개발한 것이 아닌 (물론 자사개념이라곤 하지만) 아레나넷에서 만들었지만, 아직 대다수의 유저들은 대인전 보다는 RPG쪽에 무게를 더 많이 두고 있다. 그래서 RPG모드에 대한, 더 정확하게는 퀘스트와 맵에 대한 불만이 가끔씩 터져 나오고 있다. 필자 또한 길드워를 자주 접하면서 새로운 캐릭터를 키울 때마다 같은 퀘스트를 반복하고 -물론 모든 퀘스트를 다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퀘스트에 대한 보상으로 경험치와 아이템을 얻는데 어찌 모른척 하겠는가- 정해진 길로만 가야하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 또한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하는데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아봤자 두세 곳이며 이마저 산과 내, 성벽 등에 막혀 한참을 돌아가야 하는 천리행군이다. 미니맵을 봐도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산인지, 분명 갈 수 있는 곳이라 여겼는데 막혀 있다든지 하는 곳도 수없이 많다. 필자가 둔해서인지는 몰라도 처음 접하는 퀘스트는 길 찾는데 거의 모든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길이 가지런히 나있는 것 같지만 둘러서 가야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맵에 표시된 마을은 클릭만하면 바로 이동이 가능하다.
물론 길드워가 유저들을 가혹하게 필드에 혼자 내버려두진 않는다. 미니맵에는 퀘스트의 목적지가 정확하게 표시돼 있으며 자신의 주변에 있는 몹과 NPC의 위치까지 상세하게 표시해준다. 게다가 필드에 들어서면 유저 한 명 또는 유저가 속한 파티원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퀘스트몹을 잡기 위해 줄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고 몹 스틸이나 먹자 문제 또한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문제는 길드워 측에서 유저들이 RPG모드를 충분한 시간동안 즐기게 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필요한 퀘스트만 하라는건지 알 수가 없다.
△오른쪽 위에 표시된 미니맵에 퀘스트 목적지가 표시돼있다. (W위에 녹색 화살표)
사실 필자는 대전모드보다 RPG모드를 더 많이 해본 터라 대전모드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긴 힘들다. 게다가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한지 겨우 보름정도 지났기 때문에, 길드워가 차차 안정기에 접어들면 NC소프트에서 기대한 것처럼 스타크래프트를 넘어선 최고의 e-sports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길드워는 이제 국내 서비스의 시작단계일 뿐이다. 조금의 불편함이 있더라도,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더라도 새로운 시도에 대한 애정으로 기다려주는 것이 유저의 미덕이 아닐까 생각된다.
게임소개
지축붕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