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의 대상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로봇을 참 좋아한다. 나 개인적으로도 남자의 혼과 로망이 담긴 리얼로봇과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을 참 좋아하며, 슈퍼로봇대전의 광적인 팬이기도 하다. 하루만 지나면 눈 돌아갈 정도로 뒤바뀌는 세상에서 아직까지 우리가 공상과학 영화나 만화에서 봤던 로봇들은 실제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지금 게임을 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마징가나 로봇 태권V, 스타짱가, 후레쉬맨을 보고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로봇은 게임에서 가장 쉽고, 그리고 유저들의 눈과 귀를 효과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소재로 자리 잡았다.
지난 10년이 가까운 세월동안 국내에는 많은 온라인 게임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하나같이 인간들이 갑옷을 입고 검과 활을 들고, 그리고 마법을 사용하며 흉측한 몬스터들을 없애 나가는 것들뿐이었다. 사실 국내에 이족보행 메카닉 등, 공상과학 만화나 SF영화에 등장할 법한 로봇들이 등장하여 많은 인기를 끈 게임은 없었다. 물론 패키지 게임이나 PC게임으로는 일본 반다이의 건담이 등장하는 게임들이 유저들에게 선보여졌지만, 해외 게임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게임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엑스틸은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와 있는 것이다. 엑스틸이 취하고 있는 게임성과 게임의 성향, 그리고 국내 메이저 게임사가 처음으로 개발하여(물론 개발은 NC소프트가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유저들에게 선보인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 방대한 프라모델 시장(사진은 슈퍼로봇 초합금 혼의 모습)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패키지 게임 왕국 일본에서는 다수의 메카닉 게임들이 등장했으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철기대전 같은 게임에서도 드러났지만(물론 플랫폼의 인기도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오리지널 캐릭터와 메카닉을 이용하여 유저들에게 인기를 얻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반다이나 세가, 가이낙스(물론 주로 캐릭터 라이센싱이었지만) 등의 회사들은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 이미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자사의 주 캐릭터들을 이용하여 게임을 만들어서 유저들에게 어필했고, 실제로 성공했다.
엑스틸의 경우는 앞서 언급한, 오리지널 캐릭터로써 유저들에게 어필하는 메카닉 게임이 될 것이다.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그리 높지만은 않다. 캐릭터로써의 인기도와 네임벨류 그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엑스틸같은 경우가 성공을 거둔다면 그 성공에 대한 대가는 더 크다. 포트리스나 일본 프롬 소프트의 아머드 코어처럼 게임에서 성공하여 캐릭터 산업(프라모델, 피규어 등)은 물론, 애니메이션으로써의 제작 가능성도 충분히 농후하기 때문이다.
△ 메카닉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포트리스가 좋은 예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관심을 끌 만한 로봇을 소재로 한 게임이 만들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산업으로써의 발전 가능성까지 농후하기 때문에, 엑스틸이라는 메카닉 게임이 매력적인 이유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캐릭터 산업과 다양한 방면으로의 모색이 가능한 게임으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게임의 재미와 함께 외형적인 부분, 전체적인 수준급 그래픽의 질적인 평가보다는 디자인이 중요시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래픽의 전체적인 수준이 최근 나오는 게임들보다 떨어진다면야 당연히 지탄받아야 마땅하겠지만, 엑스틸의 전체적인 수준은 상당하므로 언급될 부분이 아니다.
그렇다면 엑스틸에서 가장 중요한 외형적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게임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메카닉의 디자인이 될 것이다. 메카닉 디자인은 파일럿이라는 요소가 없는 이 게임에서 캐릭터의 매력을 낼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 엑스틸의 메카닉 디자인과 그래픽은 무난한 수준이다
엑스틸의 메카닉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무난한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중장기보병 보톰즈나 자붕글 같이 뭔가 육중함이 드러나는 것 보다는 리얼로봇으로 분류될 정도로 심플한 수준의 디자인이다(조금 육중하다고 해도 사자비 정도라고나 할까). 또한 색이 전체적으로 상당히 다양하여, 프론트 미션이나 아머드 코어, 철기대전 등에서 등장했던 밀리터리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히 가벼운 느낌을 준다.
이는 전체적으로 유저들에게 더욱 친숙해 질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엑스틸만의 특징적인 요소’가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물론 검과 원거리 무기인 총을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 스타일의 변화를 가지고 있지만 백병전과 기동성을 살린 리얼로봇 타입의 대표적 주자인 건담에서 이미 선보였으며, 그 외에는 엑스틸에서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엔 부족하다. 메카닉의 다양성이라는 점을 이야기 할 수도 있지만, 업그레이드 파츠로 인한 메카닉의 종류가 저 정도는 결코 많은 것이 아니다.
△ 철기대전의 게임 화면
물론 유저들에게 보다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게임의 이미지라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을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아류’라는 시각이 ‘편견’이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게임에서 보여줘야 할 것이다. 필자는 여전히 이 게임에서 드라구나의 이미지를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상상해왔던 로봇들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져 있을 것이다. 하나는 실제와 가까운 모습의 로봇, 즉 밀리터리 메카닉으로 대변되는 무게감이 있는 것들과 완전 미래형 로봇으로 현실을 완전히 배제한 로봇들. 물론 18M정도(건담이나 마징가가 이 정도 크기다)의 이족보행 로봇들이 온전하게 걸어 다닐 수 없음을 감안해 본다면 전자와 후자 다 현실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볼 수 있지만 전자의 경우, 중전차형 메카닉 모델들도 다수 있기 때문에 후자보다는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밀리터리 메카닉의 경우, 새로운 세계관의 창조와 함께 그에 해당하는 다양한 설정들이 존재한다. 현재 존재하고 있는 기술들이나 그 기술의 진보형을 새롭게 만들어 낸다든가, 아니면 과학적인 설명을 토대로 해서(조금 과장이지만, 건버스터의 경우) 나름대로의 설정을 잡아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 이놈들이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왔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런 면에서 엑스틸은 완전 미래형 메카닉 액션 게임이다. 메카닉의 무게감은 그렇게 크지 않다. 일반적으로 유저들이 흔히 접했던 MMORPG들에 나오는 캐릭터들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물론 자유도나 기동성, 액션 슈팅을 지향하는 엑스틸에서 이런 시원스러움은 플레이 하는 유저들로 하여금 확실한 인상을 심어준다. 부스터를 이용하여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나 점프를 하는 등의 플레이는 박진감 넘치는 게임을 펼치길 원하는 유저들에게 어필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드는 의문점은, 이렇게 게임을 만들려면 왜 굳이 메카닉 액션 슈팅을 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정도의 게임 엔진이라면 특별히 메카닉이라는 특성을 넣을 필요 없이 게임을 만들면 되지 않았을까? 물론 게임의 외형적인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외형적인 장점을 게임 전면에 내세워서는 곤란하다. NC소프트는 엑스틸을 대중들에게 선보이면서 ‘메카닉’이 뛰어다니는 슈팅 게임이라는 것을 부각시키며 유저들의 눈과 귀를 돌렸고, 그 매력에 매료된 사람들도 적지 않다.
△ 왜 엑스틸은 메카닉을 선택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엑스틸은 메카닉을 게임에 왜 도입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어떻게 엑스틸에 나오는 로봇들이 인간처럼 빨리 활동할 수 있는지, 크기는 얼마 정도가 되며, 그렇게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그리고 누가 이것들을 발견해 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 설명을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설정이 부족해 유저들의 공감대를 끌어 낼 수 없으며, 기계의 무거움과 웅장함을 기대했던 유저들의 불만어린 시선을 감당하기에도 부족하다.
엑스틸은 오픈베타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부분 유료화를 실시했다. 서비스되는 게임 포털인 플레이NC에서 캐시를 구입한 뒤 기체에 장착할 파츠 아이템을 구입하는 것이 주 구매 상품들로, 페인팅을 변경시킬 수 있는 아이템이나 전투 중 아군의 HP와 플레이어 자신의 HP를 회복시킬 수 있는 아이템들도 준비되어 있다. 또한 스킬들도 캐시 아이템을 통해서 구입할 수 있다.
문제는 부분 유료화의 가장 큰 맹점이자 단점인 게임 본연의 밸런스를 너무나 크게 해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캐시템들은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기체보다 월등히 좋은 성능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며, 무기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스킬 역시 마찬가지. 이렇다 보니 플레이어의 실력 등으로 그 차이를 메우기란 쉽지 않다.
△ 엑스틸에서의 캐시템빨(?)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
그렇다면 슈팅 액션 장르인 엑스틸의 컨트롤은 어떠할까. 일반적으로 슈팅은 플레이어의 컨트롤과 그 조작 숙련도에 의해 게임 내에서 확실히 반영되는 게임이다. 특히 ‘액션’이라는 요소가 가미된 액션 슈팅은 근접전도 함께 하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반사 신경 등 다양한 조작 스킬을 요구한다.
그러나 키보드와 마우스로 이루어지는 엑스틸의 조작은 썩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다. 일단 워낙 게임이 다른 팀 플레이어들과 함께 상대편 팀들을 격파해 나가는 성향이 짙기 때문에 ‘난장 싸움’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승부를 결정짓는 것이 컨트롤이 아니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키보드 모드를 지원하고는 있지만 썩 만족스러울 정도로 세밀한 것은 아니며,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것도 그리 많지 않다. 원거리 무기는 자동적으로 록 온이 되기 때문에 세밀한 조작이 필요 없으며, 근거리 전에서는 막무가내로 휘두르다 보면 내가 어디서 누구를 때리고 있는지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 막싸움도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키보드 조작에 익숙해진다면 엑스틸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조금 하다 보면 키보드 조작에 익숙해지실 거에요’라는 답변은 소비자인 유저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장할 만한 해결책은 아니다.
이 게임을 하면서 필자는 엑스틸이 표방하고 있는 ‘하이퍼 액션’애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확실히 우리가 상상하던 이족보행 로봇을 이용하여 상대편과 교전을 벌이는 등의 재미는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밸런스, 아이템의 기획과 조작성 모두 미덥지 못하다. 아이템의 종류 역시 아직까지는 굉장히 적은 수준이다.
엑스틸은 현재 부분 유료화를 시행한 뒤에 게임의 패치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전 기대했던 바와 다른 게임의 완성도와 질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NC소프트가 말하는 ‘하이퍼 액션’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모르긴 몰라도 이 정도로 단순하고 ‘엑스틸’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킬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게임소개
태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