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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캡콤 파이팅 콜렉션, 차기작 기대하게 만드는 합본
작성자 : 등록일 : 2022-07-04 오전 9:44:52


캡콤은 6월 24일 자사 고전 아케이드 격투게임 중 일부 작품을 합본으로 구성한 '캡콤 파이팅 콜렉션'을 국내 정식 발매했다. 수록작은 '하이퍼 스트리트 파이터 2'와 '워저드', '사이버보츠', '포켓 파이터', '슈퍼 퍼즐 파이터 2 X', '뱀파이어 시리즈' 다섯 작품 등 총 10개 작품이다.

키 설정과 중간 저장/불러오기 기능, 초심자용 원버튼 모드, 트레이닝 모드 등 원작에 없던 요소를 추가해 플레이 편의성을 높였고, 온라인 멀티 플레이를 지원한다.



격투게임 마니아들로선 환영할만한 작품이다. 20년을 넘어 30여년 전에 출시된 게임이라면 그게 PC로 발매된 게임이라도 호환성 등 문제로 즐기기 쉽지 않은게 현실인데, 아케이드 게임은 그 문제가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구세대 게이밍 콘솔로만 출시된 게임은 호환되는 기기와 출력장치, 컨버터, 게임을 모두 웃돈 주고 수소문해 구입해야 한다. 가정용 버전이 발매되지 않았다면 아케이드 게임기 기판을 구해야 한다.

'뱀파이어' 시리즈는 2013년 PS3으로 출시된 '뱀파이어 헌터'와 '뱀파이어 세이비어' 합본인 '뱀파이어 리저렉션'이 PS3과 엑스박스 360으로 출시된게 마지막으로 소식이 없고, '뱀파이어 세이비어 2'와 '뱀파이어 헌터 2'는 PS2로 출시된 뱀파이어 시리즈 콜렉션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플레이 할 수 있다.

'슈퍼 퍼즐 파이터 2 X'는 PS3과 PSP, PSVita로 발매된 바 있어 그나마 접근이 쉬운 편이지만, '포켓 파이터'와 '사이버보츠'는 PS1과 세가새턴으로만 이식돼 현세대에선 즐기기 어려웠다.

접근 난도는 '워저드'가 가장 어려웠다. 1996년 12월 출시 후 단 한번도 PC나 게이밍 콘솔로 이식된 적이 없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레트로 게임 박물관이나 격투 게임 전문 게임장 등에서 컨셉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기동되는 게임기를 찾기조차 어려웠고, 한국에서는 사실상 접할 기회 자체가 없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번 합본 출시를 통해 다 옛 말이 되고 말았다.




대전 격투 게임의 묘미는 역시 PvP겠지만, 이번 합본에서는 도전과제를 도입해 싱글 플레이에서도 즐길만한 요소를 추가했다.

도전과제 중 일부는 '특정 캐릭터로 1승 거두기' 같이 매우 간단한 편인 반면 어지간한 숙련자가 아니라면 쉽사리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도 있다. 하나씩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저절로 실력이 상승하게 되는 구조다.

뮤지엄에서는 게임에 쓰인 OST나 아트워크를 감상할 수 있다. 게임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니라도 팬들에게는 큰 의미를 가지는 콘텐츠다.



온라인 매치가 지원된다는 점도 강점이다. 기존 고전 아케이드 격투게임 커뮤니티가 하마치 등 외부 프로그램을 통해 로컬 멀티플레이를 가상 회선으로 구동하는 식으로 운영된 점을 고려하면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시스템이다.

다만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매니아들을 위한 제품인 만큼 전체 유저 수가 많지 않은데, 그 적은 유저가 또 기종에 따라 흩어져 만나기가 더 어려워 진다. 실제로 PS5 기준으로 발매 초반인데도 매칭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어렵게 성사된 멀티플레이 환경은 그야말로 거친 고수들의 전쟁터다. '워저드'같은 작품은 글로벌 유저들에게 생소한 작품인 만큼 실수하는 유저가 보였지만, 그래도 유저 대부분이 다른 격투게임 경력을 쌓고 온 유저들인 만큼 녹록치 않다.

이 게임을 구매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격투 게임에 조예가 있다는 의미이니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철권 프로게이머 'Knee(무릎)' 배재민 선수가 말했듯, 똑같이 특정 게임을 처음 접하는 유저라도 다른 격투게임을 즐기다 온 유저와 그렇지 않은 유저 차이에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

고전 격투게임 합본판이라는 특성상 초심자에게 가혹한 환경이 조성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크로스플랫폼만을 지원해 몇 없는 초심자끼리 만날 수 있는 환경을 좀 더 마련해 줬으면 좋았을 터이다.



멀티 환경과 별개로 시스템적으로 초심자를 배려한 부분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슈퍼 퍼즐 파이터 2 X'를 제외한 전 작품에 가정용 이식에만 적용되던 트레이닝 메뉴를 넣어줬고 버튼 하나에 특정 버튼 입력이나 기술 발동을 등록하는 원버튼 기능이 추가됐다.

원버튼이 편리하긴 하지만, 숙련자라면 예전처럼 기존 시스템을 활용하는 게 편하다. 우선 원버튼만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에 한계가 있을뿐더러 일부 캐릭터는 SP 버튼 활용에 패널티가 있기 때문이다.

'스트리트 파이터 2'의 베가를 보자면, 주력기인 더블 니 프레스 (←모아서→ + 발차기)를 원버튼으로 사용할 경우 모으기 시간이 길어져 발동 중 약점을 찔리기 쉬워진다. 대표적인 모으기 커맨드 캐릭터인 가일도 비슷하게 원버튼 사용시에는 악명 높은 '대기군인' 전략을 활용하기 어렵다.

일부 비밀캐릭터 선택도 간편해졌다. 특히 실수를 유발하기로 악명높은 '하이퍼 스트리트 파이터 2' 고우키 선택 커맨드는 유저 설정에 따라 버튼 한두개만으로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워진다.

매니아를 위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초심자를 위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여기에 자연스럽게 숙련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한 점은 칭찬받아 마땅한 부분이다. 초심자 배려를 신경 쓰지 않아도 뭐라 할 사람이 거의 없을 작품에 이런 배려가 들어갔다는 사실은 조금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정식 한글화 된 게임이긴 하지만, 메뉴 UI나 커맨드 리스트 등만 한글화 되고 게임 각각은 한글화 되지 않았다. 스토리 요소가 강조되는 '사이버보츠' 같은 게임을 플레이 할 때 다소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그 외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워저드'에 있는 패스워드 기능이다. '워저드'는 대전 격투 게임에 RPG 요소가 더해져 자신이 성장시킨 캐릭터를 패스워드를 통해 불러올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포팅된 버전에서도 세이브 슬롯 시스템이 아니라 매번 게임을 종료할 때 마다 패스워드를 암기하거나 기록해야 한다.

이외에도 게임마다 소소하게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사실 대부분 아쉬움에 그칠 뿐 단점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고전 아케이드 게임이 지니고 있던 시스템적 한계가 포팅 버전에서도 그대로 이어진 부분들일 뿐이다.

'대전 격투'라는 본질 자체에는 큰 지장이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 개별 게임에 대한 리마스터가 아니라 단순 포팅 합본임을 고려하면 너무 큰걸 바라기도 어렵다. 유저 입장에서 생각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다만 단순 포팅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 중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하나 있는데, 아케이드 게임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단점인 튜토리얼 부실이다. '포켓 파이터'나 '슈퍼 퍼즐 파이터 2 X'는 독특한 전용 시스템이 있어 수록된 다른 게임과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데, 처음 켰을 때 게임 방법을 알려주지 않아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이래저래 만족스러운 합본이긴 하지만, '총집편'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하다는 점도 아쉽다. 캡콤이 보여준 모습이 하여금 '다른 작품을 이런 식으로 즐기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번 합본을 통해 캡콤은 격투 게임에 대한 비전을 보였다.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합본을 통해 고전 아케이드 격투 게임을 다시 출시한 시점에서 기본적으로 자사 격투 게임 팬들을 존중한다는 걸 증명했고, 동시에 초심자에 대한 지원을 제공했다.

이런 기조가 계속된다면, 캡콤이 다음 합본을 발매하기를 원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캡콤이 개발한 아케이드 대전 격투 게임 중에는 '초강전기 키카이오', '사립 저스티스 학원' 같이 국내 아케이드 게임장에서도 인기 있던 작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캡콤 파이팅 콜렉션'으로 만족해야 하지만, 언젠가는 진정한 캡콤 대전 격투 총집편이나 또다른 파이팅 콜렉션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고전 게임을 현세대기로 포팅한 작품 중에는 '차라리 추억 속에 남겨 둘 것이지 이럴거면 왜 부활시켰나' 라는 생각이 드는 처참한 제품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런 게임들과 비교하면, '캡콤 파이팅 콜렉션'은 고전 게임 포팅 및 총집편으로서 이상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 포팅 수준도, 팬 존중도, 초심자 배려도 모두 뛰어나다.

격투게임 마니아라면, 혹은 고전 격투게임에 관심이 있는 유저라면 관심 가지고 구매해볼만 한 작품임은 분명하다. 아케이드 게임장 전성기가 지난 뒤에 격투 게임에 입문한 유저들이라면 장르의 역사를 탐구한다는 면에서 더더욱 구매할 가치가 있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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