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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아는 만큼 보이는 '라이브 어 라이브'
작성자 : 등록일 : 2022-07-25 오전 11:50:04


스퀘어애닉스는 '라이브 어 라이브' 리메이크 버전을 7월 22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1994년 발매된 '라이브 어 라이브' 를 새로 개발한 작품으로, 기존 구성을 유지하되 HD-2D 그래픽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리마스터 과정에서 일부 밸런스 요소가 수정되고 성우 연기가 추가됐다. 일부 스토리나 아이템, 대사 등이 현대 정서에 맞게 수정된 부분도 있다.



게임은 제시되는 짧은 시나리오 중 하나를 골라서 플레이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제공되는 시나리오는 '원시시대'부터 '미래' 까지 다양한 시공간에서 각각 별개 이야기로 펼쳐지며, 한 시나리오를 플레이하다가 언제든지 중단하고 다른 시나리오를 플레이 할 수 있는 기능이 제공된다.

각 시나리오는 저마다 다른 특성과 플레이 성향을 띈다. 예컨대 '서부'편은 함정 설치와 유저 선택에 따른 최종전 난이도 변화가 특징이고, '원시' 편은 언어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설정이라 의성어와 그림으로만 스토리가 진행된다.

결과적으로 모든 시나리오를 클리어 하고 최종장에 오르기 까지는 같은 그래픽을 공유하는 서로 다른 게임 여러 개를 연속해서 플레이 한다는 느낌을 받기 쉽다. 반대로 최종장에서 그동안 플레이했던 시나리오가 한데 모이는 과정에선 강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스토리 전개 방향을 대략적으로 알려주기만 해도 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작품인 만큼 상세한 게임 전개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 하고싶지 않다. 간략하게 평가하자면, 원작이 출시된지 30년 가까이 지난 만큼 다소 낡긴 했어도 충분히 즐길 가치가 있는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장르가 짧지만 굵직하게 진행되는 만큼 해당 장르의 클리셰를 알고 있다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전문가 수준으로 알 필요는 없지만, 같은 장르를 다룬 유명 영화나 소설 등을 탐독한 경험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된다.

'서부' 편은 떠돌이 무법자가 라이벌과 힘을 합쳐 마을을 점거한 악당 무리를 물리친다는 전형적인 미국 서부극 스토리 라인을 따라간다. 그 과정에서 마을 주민과 힘을 합치고 적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는 점에서 '황야의 7인(The Magnificent Seven)이 떠오르기도 한다.

'원시' 편은 돌로 만들어진 자동차 등 고증을 집어 치운 코믹 원시 액션물이라는 점에서 '고인돌 가족 플린스턴(The Flintstones)을 떠오르게 하고, '현대' 편은 노골적으로 여러 대전 격투 게임이나 현존하는 격투가를 오마주했다.

이외에도 'SF', '쿵후' 등 다른 시나리오에서도 특정 장르에 대한 오마주가 짙게 배여있는 걸 알 수 있다. 그냥도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알면 알수록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인 셈이다.



같은 개발팀이 제작한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나 '옥토패스 트래블러' 를 통해 다듬어진 HD-2D 기술이 '라이브 어 라이브'에도 빛을 발한다. 리메이크 작품임을 모르고 플레이 한다면 레트로 분위기를 낸 신작으로 착각할만한 독특한 감성을 자랑한다.

HD-2D 기술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 게임이 주는 독특한 느낌 중 적지 않은 부분이 HD-2D에서 오기 때문이다.

HD-2D 기술은 언뜻 보면 팝업북 같은 느낌을 준다. 3D 필드 위에 픽셀 아트로 그려진 오브젝트들이 종이 판넬마냥 서있는 것 처럼 보이는데 여기에 그림자와 질감 표현, 독특한 원근감이 HD-2D만의 감성과 고전적인 동시에 현대적이라는 이질적인 감각을 제공한다.

여기에 광원 효과가 화룡정점을 찍는다. 조명이나 기술 이펙트, 반짝이는 수면 등은 고전적인 픽셀 아트와 묘한 조화를 이루며 게임에서 옛날 느낌을 많이 지워낸다. 전자 악기로 재해석한 클래식 음악을 듣는 기분이다.



일부 유저들이 일본 RPG에서 기대하는 콘텐츠도 당연히 제공된다. 바로 파고들기 요소다.

엔딩에 도달하는 과정에 달라지는 획득 아이템, 보상 아이템, 일부 시나리오에 존재하는 히든 보스, 특정 조건을 달성해야만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 등이 이 게임에는 모두 있다.

즉 공략 없이 모든 아이템을 수집하려면 시행착오를 거치며 반복 플레이를 해봐야 하고, 모든 스토리 요소를 확인하기 위해선 같은 시나리오를 반복 플레이 할 필요가 있다.

그런 걸 하지 않아도 게임 서사와 콘텐츠를 100% 즐기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세상에는 게임을 110% 즐기고 싶은 유저들도 있는 법이다.



적용된 기술은 현대적이지만, 기본 틀은 구세대 작품을 유지하는 만큼 고전 RPG에서 볼법한 불친절함도 종종 보인다. 대표적으로 힌트도 없이 순서대로 적을 처치하지 않으면 목표 사살 수를 달성할 수 없는 막부 말기 편이 그렇다. 일부 시나리오에선 과도한 캐릭터 육성이 나중에 독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한편 근미래 편에서는 근본이 30년 가까이 된 작품임이 단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최초 개발 시점에서 '근미래'였던 만큼 현재 시점에서 보자면 미래라기보단 살짝 과거를 배경으로 한 활극에 가깝게 느껴진다.



현세대 유저들이 고전 게임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많다. 불편한 조작감이나 현대 정서에 맞지 않는 요소, 어색하다 못해 불쾌감이 느껴지곤 하는 그래픽 등이다.

정서가 얼마나 큰 문제인가 싶을수도 있지만, 예컨대 특정 종교 상징물을 파괴하는 내용은 당연히 해당 종교 신자들에게 크게 불편할 수 있다. 적과 싸우면서 회복을 위해 데킬라를 들이키고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과거에는 몰라도 현대에는 불편하게 여겨질 수 있는 내용이다.

'라이브 어 라이브'는 리메이크 과정에서 이런 부분 중 다수를 수정했다. 집을 무너뜨리고 새로 지으면서 옛 설계도에서 불편했던 부분을 고친 셈이다. 조금 고전적이라는 점만 빼면 현세대 유저들에게도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는 모습을 갖췄다.



시네필들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촬영한 고전 명작 영화들, 예컨대 '새'나 '싸이코'등을 오늘날 다시 보면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말을 하곤 한다. 장르 클리셰를 정립한 작품인 만큼 해당 작품에 쓰인 클리셰가 후대에 들어서 많이 쓰였고, 후세대 작품에서 이미 즐길대로 즐긴 클리셰가 원본 그대로 들어있는 만큼 심심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라이브 어 라이브'도 마찬가지다. '크로노 트리거'를 위시한 RPG 명작부터 전 세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언더테일' 등 다양한 RPG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고, 이제 와서 그 원본을 다시 해도 이미 '라이브 어 라이브'에 영향을 받은 다른 작품들에서 보아온 요소들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모든 것이 시작된 원천을 찾아 물을 거슬러 오르는 일도 때로는 즐거운 일이 될지 모르겠다. 웹소설 플랫폼에서 오랫만에 만난 정통 판타지 작품처럼, 오히려 전형적이기에 즐거운 콘텐츠도 있기 마련이니까.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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