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여러 게임 커뮤니티에서 "혹시 브라운더스트 아십니까?"라는 말이 농담처럼 쓰이던 시절이 있었다. 으레 "정말 갓겜(God-Game)입니다"라는 말이 따라붙던 이 문장은,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있던 '브라운더스트' 유저들이 신규 유저 유입을 위해 사용하며 유명해졌다. '브라운더스트' 와 그 유저들을 상징하는 표어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 문장이 다시 한번 쓰일 날이 왔다. 정확하게는 조금 바뀌어서 쓰이게 됐다. 네오위즈가 '브라운더스트 2' 글로벌 사전 체험을 1월 10일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브라운더스트 2'는 네오위즈 감프스가 2017년 개발한 '브라운더스트' 공식 후속작이다. 필드 위 캐릭터를 수동 조작하고 이벤트를 탐색하는 등 RPG 요소를 강화했으며, 전작의 일부 장점을 계승해 새로운 게임으로 탄생했다.
과연 전작 명성에 걸맞은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을지 마음 졸이던 중, 글로벌 사전 체험을 앞두고 진행된 '브라운더스트 2' 최종 테스트 참여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브라운더스트 2'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변화는 스토리 전개 방식이다. 스토리 챕터를 게임팩과 같은 개념으로 해석했다. 챕터 진입 연출도 레트로 게임기에 팩을 꽂는 방식이며, 게임 팩을 갈아 끼워 가며 여러 게임을 동시에 플레이할 수 있듯 한 팩 진행 중 일시 중단하고 다른 팩으로 넘어갈 수 있다.
단순히 용어만 바꿨다고도 볼 수 있지만, 실제 게임 플레이 중에는 상당히 유용한 기능이었다. 한 팩에 배정된 스토리를 끝내고도 엔딩 후 추가 스토리나 서브 퀘스트가 남아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 높은 편의성을 가져다줬다.
해당 기능을 통해 플레이 중 다른 팩에서 재화를 먼저 수급하고 플레이하던 팩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고, 플레이 중 놓친 요소를 확인하기 위해 되돌아가기도 용이했다. 본편 흐름과 무관한 외전 스토리도 기존 스토리 진행도와 무관하게 즐길 수 있었다.
다만 캐릭터 관리 등 팩을 삽입해야 접근할 수 있는 메뉴도 있었다. 개중에는 메인 화면에서 바로 접근해도 무방할 요소들도 있어 추후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스토리 완성도는 전작보다 향상됐다. '브라운더스트'는 수려한 일러스트와 전략적 플레이, 독특한 팬덤 문화로 유명세를 얻은 작품이지만 스토리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스토리를 즐기기는커녕 게임 플레이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스토리를 모두 건너뛰는 유저도 있었음을 생각해 보면 매우 큰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스토리 완성도가 향상되었다고 해서 '브라운더스트 2' 핵심 재미 요소가 스토리라는 건 아니다. 스토리에 집중한 외전 작품인 '브라운더스트 스토리'를 따로 분리했기 때문인지 '브라운더스트 2' 스토리는 '게임 몰입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지만 역량을 총동원하지는 않은' 수준에 그친다.
튜토리얼 역할을 하는 프롤로그 챕터에서는 익숙한 전작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전작과 관련된 커뮤니티 유머를 반영한 점이 눈에 띄었다. 대사 중 특정 문구가 사용되거나 전작에서 비판받은 스토리 설정을 오히려 과장되게 표현해 웃음 소재로 사용하는 식이었다.
프롤로그 이후부터는 새로운 주인공들과 함께 스토리를 이어 나가게 된다. 불행한 과거를 품은 마을 청년 라텔과 정체를 숨긴 기사 유스티아의 조합은 익숙하면서도 장대한 모험을 떠나기에 정석적인 파티 구성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단점이 있다면 주연 캐릭터와 조연 캐릭터의 완성도가 상당히 차이 난다는 점이다. 예컨대 첫 번째 게임 팩에서 라텔과 유스티아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임시 동료로 합류하는 마을 친구들이 지닌 캐릭터성은 단순한 편이었다.
전투 스테이지 앞뒤에 스토리를 제공했던 전작과 달리 '브라운더스트 2'는 필드를 돌아다니며 스토리를 진행한다. 예전부터 모바일 게임을 즐겨 했던 유저라면 피쳐폰 시절 싱글 플레이용 모바일 RPG를 떠올릴 수 있을법한 구성이다.
스토리 진행 중 캐릭터 스킬을 활용해 요리를 만들거나 장비를 제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게임 시스템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기보다는 캐릭터성을 강조하는 장치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캐릭터 수집형 게임에서 캐릭터성을 챙긴다는 점은 긍정적인 일이다.
스토리 중 중요한 장면에 일러스트가 삽입되거나 스킬 발동시 애니메이션 컷신이 나오는 점도 인상 깊은 요소였다. 전작 팬들이 '브라운더스트'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였던 매력적인 일러스트를 즐길 기회가 늘어난 셈이다.
다만 스킬 애니메이션을 건너뛸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처음 한두 번은 보기 좋아도 반복 전투 중에는 생각 외로 번거로운 요소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테스트 초반에는 스킬 애니메이션이 나올 때마다 게임이 심각하게 느려지는 버그가 있어 더 심각한 문제로 부각됐다.
필드 개념이 도입되었으나 전투 시스템은 전작을 일부 계승했다. 전투는 필드 탐사 중 심볼 인카운트 혹은 스토리 진행 중 이벤트로 발생하며, 전작과 마찬가지로 격자 형태로 구성된 전투 필드에 아군을 늘어놓은 뒤 턴제 전투를 진행하는 식이다. 격자 크기는 6*3에서 3*3으로 줄어들었다.
전투 필드뿐만 아니라 전투 진행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공격 1회 후 상대에게 차례가 넘어가던 전작과 달리 한 유저가 모든 행동을 마친 뒤 공수가 전환되는 방식이다. 공격권 전환 방식에 의해 캐릭터 능력과 순서가 중요했던 전작과 달리 전략성이 다소 약화될 여지가 생긴 셈이다.
다만 정말로 전략성이 약화되었는지 알기 위해서는 정식 출시를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전작 역시 캐릭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초반에는 전략성 보다는 단순한 캐릭터 성능으로 게임이 판가름 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추후 캐릭터 수가 늘어나고 '브라운더스트 2'만의 새로운 요소가 더해진다면 되려 전작보다 뛰어난 전략성을 제공할 수도 있다.
캐릭터 획득은 팩 진행 중 캐릭터가 주점에 방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해당 팩에서 핵심 역할을 맡는 캐릭터는 고정으로, 그렇지 않은 캐릭터들은 무작위로 출현한다. 주점에 방문한 캐릭터에게 등급에 맞는 계약서를 주고 계약하면 해당 캐릭터를 영구 소유할 수 있다.
무작위 캐릭터는 일정 시간마다 갱신되며, 유료 재화를 소비해 즉시 갱신할 수 있다. 스토리 클리어 시 지급하는 재화 양을 고려하면 주점 갱신에 드는 재화가 적은 양은 아니었다.
정가제인 만큼 언뜻 보면 대중적인 캐릭터 뽑기보다 유저 친화적 같지만, 설계에 따라서는 오히려 단순한 캐릭터 뽑기보다 더 많은 재화를 투입해야 하는 늪이 될 수도 있다. 출시 후 확률이 잘못 조정된다면 유저 유입을 크게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는 만큼 추후 유저 테스트 과정을 통해 세심하게 조절해야 할 부분으로 보였다.
반대로 확률이 적절히 설계된다면 유료로 갱신해야 하는 주점을 유료 재화 없이 시간을 들여 갱신할 수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오직 오랜 플레이를 통해서만 최고성능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었던 전작과 마찬가지로 '브라운더스트 2' 역시 플레이 시간을 통해 과금 유저와 같은 고지를 노릴 수 있는 셈이다.
캐릭터 육성은 전작과 유사했다. 전투나 캐릭터 강화 아이템을 사용해 레벨을 올리고, 성장의 별을 활용해 등급 상한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성장의 별은 팩 진행 중 보상으로 획득할 수 있었으며, 정식 출시 후에는 각종 이벤트를 통해서도 얻을 가능성이 있다.
같은 캐릭터라도 코스튬에 따라 스킬이 달라지는 방식으로 캐릭터 활용도를 높였다. 캐릭터 코스튬은 확률형 서비스를 통해 획득할 수 있었으며, 코스튬 뽑기와 장비 뽑기가 결합된 형태였다.
코스튬에 따라 캐릭터 운용법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예컨대 유스티아는 코스튬 전환을 통해 가로로 인접한 적을 동시에 공격하거나 세로로 적을 관통하는 두 스킬 중 하나를 사용할 수 있는 식이다. 테스트 기간 중 유스티아 전용 '피의 탐식자'코스튬 뽑기도 진행되었으나, 획득하지 못해 성능은 알 수 없었다.
테스트 기준 뽑기에서 5성 코스튬이 나올 확률은 1.5%였다. 이중 절반인 0.75%를 픽업 코스튬이 차지하며, 나머지 코스튬이 남은 0.75%를 차지하는 식이다. 5성 캐릭터 전용 장비는 1%로 등장했으며, 같은 장비라도 장비 간 능력치 차이가 존재했다. 동일한 코스튬을 얻었을 경우에는 코스튬 대신 코스튬 도안이 제공되었으며, 도안을 통해 코스튬을 강화할 수 있었다.
테스트 기간 중 유료 결제 상점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확률형 서비스가 얼마나 유저 친화적일지 판가름하기는 어렵다. 다만 원하는 캐릭터의 코스튬과 장비를 모두 획득하기 위해 적지 않은 뽑기를 진행해야 함은 분명하다.
테스트 중인 작품이 으레 그렇듯 '브라운더스트2' 역시 다양한 요소를 조정 중인 작품이다. 현시점에서 '브라운더스트 2'에 대한 평가를 확정짓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테스트를 통해 '브라운더스트 2'가 '브라운더스트'의 대체제가 아니라는 점은 알 수 있었다. '브라운더스트'와 '브라운더스트 2'가 제공하는 재미 요소는 비슷하지면서도 다르며, 각 게임에서 부족한 부분을 다른 게임에서 찾을 수 있어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했다. '브라운더스트 2'가 출시된다고 해서 '브라운더스트'를 그만 둘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후속작 출시 후 전작이 방치되거나 반대로 전작을 뛰어넘지 못해 전작만 살아남고 후속작은 잊히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다행히 '브라운더스트 2'는 전작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탄생했으며, 덕분에 동족상잔의 잔혹사에 이름을 올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제 남은 일은 '브라운더스트 2'가 추가적인 테스트를 마치고 정식 출시되기를 기다리는 일뿐이다. 과연 "혹시 브라운더스트 2 아십니까?"라는 말이 농담으로 소비되지 않는, 정말로 좋은 게임을 추천해주고 싶은 마음에 건네는 말로 쓰이는 시대가 오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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