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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레고 2K 드라이브, 전설적 캐주얼 레이싱의 귀환

작성자 :	등록일 : 2023-05-19 오후 9:22:59

2K는 레고 사와 협력해 레고 블럭을 활용한 오픈 월드 레이싱 게임 '레고 2K 레이싱'을 5월 19일 글로벌 정식 출시했다. 플랫폼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4|5,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ONE 및 엑스박스 시리즈 X|S, 닌텐도 스위치, 윈도 PC다.

1999년 출시한 하이 볼티지 소프트웨어 '레고 레이서' 등 과거 출시된 바 있는 레고 레이싱 게임들을 계승한 작품으로, 기존 작품들과 달리 오픈 월드 레이싱 장르를 채택하고 스토리 비중을 늘렸다.

'레고 2K 드라이버'에서, 유저는 브릭랜디아에 찾아온 신참 레이서가 되어 모든 레이스를 제패하고 스카이 트로피를 손에 넣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고참 레이서 레이싱턴에게 기술을 전수받거나 악당 레이서 섀도우 Z의 방해를 물리치는 등 여러 사건을 겪기도 한다.

성인 유저가 보기에는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스토리일 수 있다. 선악이 분명하고 인물 성격이나 각종 연출이 상당히 과장돼 있기 때문이다. '레고 스타워즈'나 '레고 배트맨' 같이 블랙코미디가 가미된 레고 게임을 기대한 유저라면 실망할 수 있다.

다른 레이싱 게임과 차별화된 요소 중 하나는 상황에 따라 차량이 실시간으로 변신한다는 점이다. 게임에는 스트리트(포장도로 차량)와 오프로드(비포장도로 차량), 파워 보트(수상 탑승물) 등 세 가지 차량 유형이 제공되며, 주행 중인 도로 상태에 따라 자동으로 바뀐다. 유저는 로드아웃을 통해 세 차량 유형에 차량을 하나 씩 등록할 수 있다.

차량 변신 기능은 단순한 외형 변화에서 그치지 않는다. 차량 크기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모든 차량은 기본 차체가 작고 브릭 수가 적을수록 빠르고 코너링이 민감하며 내구성이 낮다. 반대로 차체가 크고 브릭 수가 많을수록 느리고 코너링이 안정적이며 내구성이 높다. 코너링이 약점인 유저라면 기복이 적은 포장도로에서 가벼운 차량을 활용해 속도를 낸 뒤 비포장도로에서는 중형 차량으로 전환해 안정적으로 주행하는 식으로 전략적인 활용이 가능하다.

주행 감각은 가벼운 편이다. 실제 자동차 레이스보다는 카트류를 운전하는 게임에 가까운 과장된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현실성을 중시하는 레이싱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주행이 자주 등장하는데, 점프대를 활용해 긴 시간 활강하거나 주행 중 점프해 장애물을 피하는 액션 등이다.

생각보다 '타격감'이 있는 주행이기도 하다. 레고 브릭이 지닌 특성을 살려 오브젝트와 강하게 부딪히면 오브젝트가 브릭 단위로 부서지는 연출이 있다. 포장도로 주행 중에는 큰 의미 없는 시스템이고, 주로 비포장도로 주행에서 겪을 수 있는 일이었다. 단순 연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브젝트를 파괴할 때마다 부스터가 충전되기 때문에 최적 경로로 주행할지 혹은 오브젝트를 파괴할지 고민해야 했다.

최신 레이싱 게임인 만큼 자유로운 멀티플레이를 보장하기도 한다. 언제든지 온라인 플레이를 통해 다른 유저들과 경쟁할 수 있고, 크로스 플레이를 통해 타 플랫폼 유저와도 겨룰 수 있다. 화면 분할 플레이를 통해 파티 게임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단, 콘솔 유저라면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 등 멀티플레이 기능을 제공하는 유료 구독제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미니 게임도 제공된다. 단순히 공터에서 주행하며 오브젝트를 파괴하는 튜토리얼성 미니 게임부터 적을 막아내는 미니 게임, 오픈 월드를 돌아다니며 오브젝트를 수집하는 미니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된다.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은 그동안 '레고' IP를 활용해 출시된 모든 레이싱 게임 중 가장 진보했다. 브릭 종류도 많고, 조립도 자유로운 편이다. 브릭 색상도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다.

테크닉 시리즈 브릭이 포함된 점도 특징이다. 각종 조인트와 톱니바퀴를 통해 예전 '레고 레이서' 시리즈에서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다양한 디자인과 기믹을 시도할 수 있다.

다만 아무래도 마우스나 컨트롤러를 통해 일일이 부품을 조작하고 하나씩 조립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많이 든다. 차량 변신 시 세 가지 모습이 모두 같은 시리즈처럼 보이게 하고 싶은 유저라면 한 가지 컨셉으로 서로 다른 차량 세 가지를 디자인해야 해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다른 레이싱 게임을 제쳐두고 '레고' 레이싱 게임을 구매한 유저가 브릭 조립에 드는 시간을 아까워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조립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차량 조립에 서너 시간 이상 소모해야 할 수 있다.

차량이 아니라 미니 피겨 커스터마이징은 다소 아쉬운 편이다. 중요한 건 차량 커스터마이징이고 '레고 브롤즈' 처럼 피겨에 치중한 게임도 아니긴 하지만, 스토리 진행 중 종종 보게 되는 만큼 조금 더 다양하게 꾸밀 수 있는 요소가 있었다면 좋았을 듯하다.

PC 버전 기준으로 게임 패드와 키보드-마우스 조작이 모두 가능한 편이다. 레이싱 휠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조작 장치 선택은 단순한 취향 차이에 가깝다. 게임 패드가 익숙한 유저라면 게임 패드를, 키보드-마우스가 익숙한 유저라면 키보드-마우스를 선택하면 된다.

차량 커스터마이징 단계에서는 게임 패드가 더 나았다. 마우스로는 브릭을 원하는 방향으로 회전시키기 어려운 편이다. 화면 각도에 따라 조작 감각이 달라지기 때문인데, 시계 방향으로 회전시키려다가 위아래가 뒤집히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브릭을 원활하게 조립하고 싶은 유저라면 게임 패드를 선택하는 게 좋다.

미리 조립된 차량을 얻을 수도 있다. 레이스 보상으로 획득하는 경우도 있고 레이스에서 얻은 재화를 소모해 상점에서 구매할 수도 있다. 구매한 차량을 개조할 수도 있다. 모든 차량을 직접 조립할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도 레고는 완전한 창작보다는 우선 예시대로 조립한 뒤 변형을 가하는 방식이 보편적이기는 하다. 아무래도 게임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직접 조립한 차량 보다는 미리 조립된 차량들이 밸런스가 잘 맞기도 하다.

그러나 정상적인 플레이로는 차량 구매가 그리 쉽지 않았다. 초반 레이스 1등 시 약 10달러가량을 얻을 수 있는데, 가장 저렴한 차량이 500달러가 넘는다. 차량 구매는 사실상 과금 요소라고 생각하는 게 옳을 듯했다.

'레고 2K 레이스'는 과거 '레고 레이서'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계승한 작품이다. 레고라는 장난감이 지닌 성질을 활용해 차량 커스터마이징 자유도를 극한으로 끌어 올렸고, 캐주얼한 주행 감각 역시 나쁘지 않다. 스토리가 다소 아쉽긴 하지만, 레고가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장난감임을 고려하면 다소 어린 유저도 이해하고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레고를 활용해 무언가를 조립하고 창조해 내는 경험을 즐기거나 독특한 레이싱 게임을 즐기고 싶은 유저라면 '레고 레이서'는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과거 '레고 레이서' 시리즈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있는 유저라면 아마 좋아할만한 게임이기도 하다. 다만, 부품을 직접 조립하는 취미가 없는 유저라면 원하는 차량을 얻기까지 매우 긴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은 주의해야 한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