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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잿더미에서 살아난 불사조, 아머드 코어 6

작성자 :	등록일 : 2023-09-15 오후 7:39:42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는 프롬 소프트웨어가 개발한 SF 액션 게임 '아머드 코어 VI: 루비콘의 화염(이하 아머드 코어 6)'을 8월 25일 글로벌 정식 출시했다. 플랫폼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S) 4·5,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원·시리즈 X|S, PC(스팀)이다. 정식 한국어 자막을 지원한다.

'아머드 코어'는 프롬 소프트웨어가 개발하는 메카닉 액션 시리즈다. 1997년 7월 10일'아머드 코어'를 시작으로 2013년 9월 24일 '아머드 코어: 버딕트 데이'까지 확장판과 외전을 더해 총 15개 작품이 출시된 장수 시리즈로, 이번에 10여년 만에 최신작 '아머드 코어 6'이 출시됐다.

'아머드 코어 6'에서, 유저는 인간형 전투 병기 아머드 코어(AC)를 조종하는 파일럿인 강화인간 621이 되어 루비콘 3에 투입돼 각종 임무를 해결하고 루비콘 3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 한가운데에 뛰어들게 된다. 그 과정에서 상관인 핸들러 월터, 수수께끼의 인물 에어 등 다양한 인물들과 엮이기도 한다.

게임을 관통하는 핵심 소재는 루비콘 3에서 채굴되는 신물질인 코랄이다. 뛰어난 에너지원이자 정보 도체이나 지나치게 쉽게 연소된다는 단점이 있는 물질로, '아머드 코어 6' 스토리는 루비콘 3 행성을 덮은 코랄이 모두 불타오르는 대재앙인 '아이비스의 불'이 일어난 뒤를 다룬다.

행성 전체가 불타 폐허가 된 루비콘 3에서 다시 코랄이 발견되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루비콘 3은 재난 재발을 막기 위한 행성 봉쇄 기구, 코랄을 노린 기업들과 용병들, 아이비스의 불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과 그 후손인 루비코니안들이 뒤엉킨 아비규환이 됐다.

게임 플레이는 제시되는 임무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임무 시작 전이나 임무 완료 후 브리핑, 혹은 임무 중 무전을 통해 스토리와 설정을 알 수 있다. 진행 자체는 일직선에 가깝지만, 후반부에 들어 엔딩 분기가 등장한다.

모든 엔딩을 보고 싶은 유저들을 위해 클리어 시점에서 보유 중인 장비나 각종 설정을 유지한 채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게임을 반복 플레이할 때만 등장하는 임무나 특수 대사, 장비가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최소 3회차 이상 플레이가 요구된다.

'아머드 코어 6' 핵심 시스템이자 '아머드 코어' 시리즈를 상징하는 콘텐츠는 바로 어셈블리다. 유저가 직접 자신이 조종할 AC를 설계할 수 있는 기능이다. 무장 설정부터 시작해 기체 자체를 직접 조립할 수 있는 만큼 공략을 보고 따라 하지 않는 이상 유저마다 다른 기체를 조종하게 된다.

어셈블리 시스템 덕분에 '아머드 코어 6' 플레이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어셈블리를 맞춘 뒤 컨트롤 실력을 끌어올려 임무를 돌파하는 방식, 혹은 임무마다 그 임무에 맞는 어셈블리를 장착하는 방식이다. 무기나 부품마다 성능이 다른 만큼 대다수 상황에서나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고성능 어셈블리도 존재하지만, 밸런스 붕괴라기보다는 개발사 전작인 '엘든 링'과 유사하게 초심자를 배려한 요소로 보인다.

다만 기존 작품들과 비교해 부품 종류가 그렇게까지 많지 않고, 일부 무장이나 부품이 지나치게 성능이 낮아 다루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9월 11일 1.02 패치를 통해 일부 부품이 상향되기는 했으나, 부품 종류가 적다는 문제는 추후 DLC나 확장팩이 출시되지 않으면 해소되기 어려운 문제여서 아쉬움이 남는다.

기존 시리즈에는 없던 스태거 시스템이 최초로 도입된 작품이기도 하다. 공격을 받을수록 체력 손실과 별개로 충격량이 남으며, 충격량이 일정 시간 이상 피해를 받지 않으면 서서히 감소한다. 반대로 충격량이 최대치까지 쌓이면 순간적으로 조작이 불가능해지고 적 공격에 방어력이 적용되지 않는 스태거 상태에 빠진다. 프롬 소프트웨어가 개발한 다른 게임을 즐겨본 유저라면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에 등장하는 체간과 유사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스태거 상태에 빠진 적을 즉시 처치하는 기능이 없다는 점에서는 체간과 다른 부분이 있지만, 체력이 낮은 경량형 기체가 보스, 혹은 파일 벙커와 랜스 같이 극단적인 근접 무장 조합을 지닌 적을 상대로 스태거 상태에 빠질 경우 단숨에 게임 오버 당할 정도로 높은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주의해야 했다.

이에 따라 기체를 설계할 때도 충격량 위주 무장과 피해량 위주 무장 중 어느 쪽을 택할지에 따라 다른 어셈블리를 갖추게 되며, 전투 중에도 어떻게 하면 적을 스태거 상태로 만들고 나는 충격량을 최대한 적게 받을 수 있을지 고민에 빠지는 경우도 생겼다.

PvE에서는 보스가 사용하는 위험한 패턴을 끊을 수 있고 PvP에서는 적을 빠르게 처치할 수 있는 유용한 시스템이지만, 그렇기에 어느 정도 어셈블리에 제한을 받는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연속 공격으로 스태거 게이지를 조금씩 채워가는 무장보다는 고화력 단발 무장으로 단숨에 스태거 상태로 빠트릴 수 있는 무장이 전투에 훨씬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PvP 콘텐츠인 네스트도 마련돼 있다. 자신이 설계한 AC를 가지고 다른 유저와 전투를 즐길 수 있다. 최대 4v4 전투까지 지원하며, 동시 전투부터 패자 교체 방식까지 다양한 규칙을 설정할 수 있다. 빠른 참가 기능을 제공하지 않아 반드시 방을 개설하거나 개설된 방에 참가해야 한다.

다만 레더 시스템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아 네스트에서 마주치는 상대 유저들 실력이 들쭉날쭉하다는 점은 PvP에 진입 장벽이 되는 요소로 느껴졌다. 네스트 자체는 게임이 중반에 들어설 때 개방되지만,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최소한 한 차례 게임을 클리어해 실력과 장비를 갖춰야 했다.

친선전 개념으로 도입된 콘텐츠이긴 하지만, 밸런스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1.02 버전 밸런스 패치가 도입되기 직전까지 PvP 환경에서는 높은 체력과 중화기로 적을 압살하는 중량 탱크형 기체, 그런 탱크형 기체를 사냥하기 위해 고고도에서 상대를 폭격하는 중형 사족 기체가 주를 이뤘으며, 패치 후에도 PvP 환경에 큰 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전반적으로는 난도가 다소 높기는 해도 시간을 들여 공략하다 보면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는 '맛있게 매운' 게임이지만, 입문 난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즉석에서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리페어 킷이나 체크포인트 시스템 등 신규 유저를 위한 요소들이 추가됐음에도 그렇다. 당장 조작에 익숙하지 않을 때는 AC를 생각대로움직이는것조차 어려운 순간이 있고, '아머드 코어 6' 특유의 빠른 전투 템포도 게임 적응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의도적으로 공략을 꼬아둔 부분도 엿보였다. 특정 보스를 공략할 때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그 보스를 처치한 뒤 알려주거나, 특정 보스를 상대하기 좋은 무기를 그 보스를 처치한 뒤 구매할 수 있는 식이다. 예컨대 튜토리얼 보스인 행성 봉쇄 기구 헬리콥터는 빠르게 접근해 근접 공격으로 충격을 누적시켜 스태거 상태에 빠트려야 하지만, 정작 스태거 시스템 튜토리얼은 봉쇄 기구 헬리콥터를 쓰러트린 뒤에 나온다.

과거부터 '아머드 코어' 시리즈를 즐겨온 유저라면 블레이드를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빠르게 눈치챌 수 있겠지만, '아머드 코어 6'은 10년 만에 출시된 신작이다. 적지 않은 유저가 다른 게임 경험은 있을지언정 '아머드 코어' 시리즈는 처음일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명백히 유저보다 수배는 큰 대형 보스가 맵 경계를 넘나들며 폭격을 가할 경우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엄폐 후 교전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행성 봉쇄 기구 헬리콥터는 원거리 교전으로는 정상적인 전투가 성립되지 않는 보스다.

1.02 패치로 일부 보스가 하향되며 이런 요소가 다소 개선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심자 유입에 방해가 되는 부분이 남아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아머드 코어 V'와 '아머드 코어 버딕트 데이' 같이 넘버링 작품에 기반한 스탠드 얼론 작품이나 차기작이 출시될 경우 개선해야 할 필요가 느껴졌다.

조작이 그리 쉽지는 않다. 가장 느린 탱크형 하체도 상당히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만큼 AC간 교전에서는 기체가 시야를 벗어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PS5 전용 컨트롤러인 듀얼센스 기준으로 화면 회전 속도를 가장 빠르게 해도 적 기체를 시야에서 놓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다른 부분 컨트롤은 대부분 유저 성향 차이로 갈리겠지만, 최소한 적을 추적하는 상황에서는 게임 패드가 불리한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거대한 기계장치를 조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에는 키보드-마우스보다 게임패드가 더 유리했다. 특히 AC를 조작할 때 손에 전해지는 진동이 게임을 더 실감 나게 즐길 수 있게 해줬는데, 이는 키보드-마우스 환경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부분이다.

'아머드 코어 VI: 루비콘의 화염' 캐치프라이즈는 "불을 붙여라, 타고 남은 모든 것에"다. 이는 작중 루비콘 3 행성 상황과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의미하는 문장이지만, 동시에 '아머드 코어 VI: 루비콘의 화염'이 처한 상황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사실 '아머드 코어' 시리즈 팬 중에도 '아머드 코어'가 부활하리라 믿는 유저는 많지 않았다. 프롬 소프트웨어를 대표하는 게임 시리즈인 '다크 소울' 시리즈와 비교하면 '아머드 코어' 시리즈 판매량 전체를 합쳐도 '다크 소울' 시리즈 중 한 작품 판매량을 넘지 못하는 수준이었고, 로봇 액션-소위 말하는 '메카물'이라는 장르 역시 현세대 게임 업계에서는 마이너한 장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머드 코어' 신작을 기다린다는 말이 팬들 사이에서도 자조적인 농담으로 여겨지던 시대에, '아머드 코어 VI: 루비콘의 화염'은 재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불사조처럼 시리즈 부활의 신호탄을 올렸다. 이미 다 사그라들어 한줌만 남았다고 여겨지던 팬들 마음에 다시 불을 질렀음은 물론,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신규 유저들과 평론가들에게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데 성공했다.

요약하자면 '아머드 코어 VI: 루비콘의 화염'은 고난도 액션을 좋아하는 유저, 프롬 소프트웨어 특유의 게임성을 선호하는 유저, 인간형 로봇 병기에 로망을 품은 유저 모두에게 환영받을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난도가 다소 높은 게임이긴 하지만, '다크 소울' 시리즈나 '엘든 링'에서도 종종 느낄 수 있던 약간의 불합리함만 견뎌낼 수 있다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