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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순수한 애정이 낳은 잔혹극, 비포 더 나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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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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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3-10-10 오후 5:12: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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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K는 국내 1인 인디 게임 개발사인 언에듀케이티드 게임 스튜디오가 개발한 '비포 더 나이트' 닌텐도 스위치 버전을 9월 28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공식 한국어 자막을 제공하며, 국내 심의 기관으로부터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을 부여받았다.
'비포 더 나이트'는 인간과 동물들의 위치가 뒤바뀐 세계에서 주인공 리사가 동물 친구 앨리스를 살리기 위해 부활에 필요한 소재를 모으는 여정을 다룬 작품으로, 동화풍 그래픽과 교차해서 나타나는 어둡고 잔혹한 이미지가 특징인 공포 게임이다.
'비포 더 나이트'에서, 유저는 동물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던 애완 인간 리사가 되어 소중한 존재인 앨리스를 되살리기 위해 생명의 꽃을 모아야 한다. 생명의 꽃은 동물 사회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주변에 생명력을 공급하는 사회 기반 시설이자 죽은 동물들의 영혼을 새로 태어나도록 유도하는 종교 시설물 역할을 한다.
그토록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절대 해쳐서는 안 된다는 언급이 여러 차례 반복되나, 리사는 오직 앨리스가 자신을 돌봐주기 위해 했던 일들을 보답하기 위해, 친구인 앨리스를 되살리려는 목적으로 꽃을 꺾는다.
배경 설정이나 묘사를 옆으로 잠깐 내려놓고 보자면 전반적인 게임 내용은 한 소녀가 소중한 사람에게 품은 우정과 애정을 다룬 아름다운 스토리라고 요약할 수 있다. 주변인들이 받아들이기 조금 힘겨워할 뿐이다.
기본적인 게임 진행은 퍼즐을 풀고 문을 찾아 나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조작이 복잡하지는 않다. 퍼즐 풀이는 대개 투척으로 이뤄지는데, 문을 열 때는 열쇠나 사람 머리 등 문이 요구하는 아이템을 던지면 되고 적을 공격할 때도 무기를 투척하면 된다.
맵에 있는 모든 생명의 꽃을 꺾어야 하는 게 목적이지만, 그렇다고 혹시라도 놓친 생명의 꽃이 있을까 맵을 헤매고 다닐 필요는 없다. 생명의 꽃을 꺾어 길을 막고 있는 나무를 시들게 하는 게 핵심 퍼즐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생명의 꽃이 동물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설비라는 설정은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강조된다. 생명의 꽃을 꺾을 때마다 주변이 점차 어두워지며, 밤에 가까워질수록 동물들이 이성을 잃고 괴물로 변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때문에 종종 퍼즐 풀이에 순서가 중요해지는 순간이 있다. 아이템을 교환해 주는 동물이 밤이 되며 괴물로 변하는 바람에 퍼즐에 필수적인 아이템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에 주로 발생한다.
게임 제목인 '비포 더 나이트'에 걸맞게, 생명의 꽃을 꺾어 밤이 되기 전에 사전 작업을 해둘 필요가 있다. 동물들이 이성을 잃기 전 아이템을 미리 교환해 두고, 맵 구조와 퍼즐 요소를 머릿속에 구상하고, 꽃을 꺾자마자 계획해둔 일을 해야 한다.
모든 퍼즐은 그 스테이지에서 얻을 수 있는 도구만 사용해서 클리어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이전 스테이지에서 가져온 아이템을 활용해 일부 퍼즐을 무시할 수 있다. 예컨대 원래 의도 상 수레에 고기를 채워야 열리는 퍼즐을 해결하려면 여러 과정을 거쳐 고기를 얻어야 하지만, 이전 스테이지에서 고기를 챙겨왔다면 그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식이다.
사망 시스템이 조금 특이하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이전 스테이지에서 사용하지 않은 물품을 그대로 가지고 다음 스테이지로 갈 수 있지만, 사망하면 모든 아이템을 잃고 해당 스테이지에서 다시 시작한다.
모르면 죽어야 하는 퍼즐이 종종 등장하고 순서가 꼬이면 해결이 불가능해지는 문제가 있지만, 이 사망 시스템 덕분에 불합리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낮-밤 전환에 따라 바뀌는 그림체도 특기할 만하다. 낮에는 동화책에나 나올법한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림체지만, 밤이 되면 거친 선으로 묘사된 끔찍한 괴물들이 등장한다. 그로테스크한 그림체 속에서도 어느 정도 귀여운 그림체가 유지돼 더 기괴한 느낌을 준다.
플레이타임이 아주 긴 편은 아니다. 퍼즐 난도도 높지 않아 침착하게 생각하면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 특성상 적을 피해 가며 긴박한 상황에서 급하게 퍼즐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따라서 퍼즐이나 기믹에 당하기 보다는 당황하다가 실수해 게임 오버 되는 경우가 많다.
난이도 조절 시스템이 있으나 적 패턴이나 퍼즐은 건드리지 않고 최대 체력만 조절한다. 난도가 높아질수록 체력이 줄어들어 실수할 기회가 줄어드는 방식이다. 체력은 최대 4칸, 최소 1칸이며, 가장 어려운 난도에서는 체력 외에 달리기 게이지가 추가돼 적을 피하기 힘들어진다.
게임이 공포감을 주는 주된 방식은 그로테스크한 그래픽이다. 여기에 어두운 환경에서 뒤틀린 동물들에게 쫒기는 긴박감이 겹치고, 동물이 애완 인간을 기른다는 설정과 플레이 중 맞닥뜨리는 각종 잔혹한 상황 연출이 불쾌감을 더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유저라면 한층 더한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다소 과장되기는 했으나, 작중에서 짐승들이 인간들에게 하는 일 중 거의 전부가 현실에서 인간들이 반려동물에게 하는 행위와 겹치기 때문이다.
'비포 더 나이트'가 아주 참신한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게임을 이루는 요소들을 하나씩 뜯어보면 동화풍 그래픽에 그로테스크함을 섞은 그래픽이나 인간이 가축처럼 다뤄진다는 설정, 죽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끔찍한 일을 자행한다는 내용 등 이미 공포 장르에서 다뤄진 바 있는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요소들을 한 작품에서 모두 즐길 수 있도록 적절히 활용한 작품은 드물고, 언에듀케이티드 게임 스튜디오는 그런 작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만약 한 번에 4~5시간 정도 몰입해 잘 만들어진 공포 게임 한 편을 끝까지 즐기고 싶은 유저라면, '비포 더 나이트'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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