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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새 시대 위한 준비일까
작성자 : 등록일 : 2023-10-13 오후 5:27:26


유비소프트 엔터테인먼트(이하 유비소프트)는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이하 미라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4·5 버전을 10월 5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정식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며, 국내 심의 기관으로부터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부여받았다.

'미라지'는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13번째 작품이자 시리즈 15주년 기념작으로, 전작인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이하 발할라)'보다 20여 년 전을 다룬 프리퀄이다. 개발진 언급에 따르면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첫 작품 영향을 크게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미라지'에서, 유저는 '발할라'에 등장했던 캐릭터인 바심 이븐 이스하크가 되어 이슬람 제국 수도인 바그다드를 탐험하고, 좀도둑 신세에서 벗어나 암살단(정확히는 암살단이 되기 이전인 '감추어진 존재들')에 입단하게 된 계기를 다룬다.

사실 전작을 플레이해본 유저로서는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는 스토리다. 바심이 전작에서 상당히 중요한 입지에 있던 인물인 만큼 뒷골목에서 잔돈이나 훔치는 모습이 어색해 보일 수 있다. 단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 과정이 더 궁금해질 수 있는 장치에 가깝다.

반대로 전작을 플레이해보지 않은 유저라면 보잘것없는 도둑이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를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역시 스토리에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초반 전개가 다소 느리게 진행되기는 하나, 선형적인 구조를 지닌 게임인 만큼 빠르게 다음 임무로 넘어가며 스토리를 즐길 수 있다.



특기할 만한 부분이라면 현실 파트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본편 내용은 현대에 사는 인물들이 애니머스라는 장치를 통해 DNA에 새겨진 조상의 기억을 체험한다는 설정을 가진 게임이며, 따라서 핵심 게임 플레이 외에 현실 관련 스토리가 종종 등장하곤 했다.

그러나 '미라지'에서는 현실 파트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애니머스에 바심과 관련된 유전자가 등록된 시점이 '발할라' 스토리 이후라는 점을 고려하면 괜히 현실 파트를 넣었다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제외했을 가능성이 있다.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는 2017년 10월 출시된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이하 오리진)' 이후 유지되던 오픈월드 액션 RPG에서 탈피해 고전적인 잠입 암살 액션으로 회귀했다. 개발자 발언에 따르면 '어쌔신 크리드 1' 영향을 크게 받은 작품이며, 실제 플레이에서도 과거 시리즈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전 작품에 있던 RPG식 성장 요소가 사라졌고, 주인공 역시 신화에서 비롯한 판타지적인 능력 대신 조금 더 현실적인 액션을 선보인다. 스킬포인트는 레벨업 대신 임무 수행을 통해 획득하게 변경됐고, 이를 통해 각종 도구나 암살 관련 스킬을 강화한 뒤 더 다채로운 암살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시간을 정지시키고 적을 빠르게 연속 암살하는 궁극기 '암살자의 집중'등 비현실적인 요소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으나, 서부극 게임에 나오는 리볼버 연속 사격 능력 같은 게임적 허용으로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적을 암살하고 잠입하는게 기본인 게임인 만큼 전투를 통한 정면 돌파는 쉽지 않았다. 적 전투 AI가 유저를 배려하지 않도록 짜여져 있고, 모든 전투 관련 행동에 스태미너가 소모돼 전투를 길게 이어나가기 어렵다. 전투와 관련된 액티브 스킬이 없고 전투 중 체력을 회복할 수단도 상당히 제한된다.



사실 유저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구작 시리즈부터 꾸준히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를 즐겨온 유저들에게는 반가울 만한 작품이지만, '오리진' 부터 '발할라'까지 신화시대를 다룬 3부작으로 입문했거나 기존 작품보다 신화 3부작이 더 마음에 들었던 유저들에게는 낯선 경험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를 접해보지 않은 유저라도 암살 위주 플레이를 즐길 수 있도록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가 재미있게 짜여져 있다. 힘들긴 하지만 직접 전투도 가능한 만큼 암살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라도 암살에 실패했다고 게임을 리셋하는 게 아니라 적진을 강행 돌파해 임무를 완수할 수도 있다.




항상 그래픽 측면에서 유저를 실망시킨 적 없는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인 만큼, '미라지'에서도 눈이 호강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한때 '평화의 도시'라 불리며 번영을 거듭하던 바그다드의 다양한 모습과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막 풍경, 그 속에서 서로 부딪히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매혹적인 그래픽으로 감상할 수 있다.

그래픽 완성도가 '발할라'에서 크게 발전하지는 않았으나 '발할라' 역시 뛰어난 그래픽 완성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인 만큼 아쉽다는 느낌은 크게 들지 않는다. 구세대기와 현세대기를 모두 지원하기 위해 그래픽을 더 발전시키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유저들이 생소할 수 있는 용어를 다른 용어로 대체하는 대신 자막에 주석을 넣는 번역도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국내 유저들에게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중동 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각종 직책 등 용어에서 익숙하지 않은 단어가 등장하는데, 의역하거나 유사한 단어로 대체하는 대신 해당 용어 뒤에 주석을 넣어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뜻을 이해하기 쉽게 배려했다.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뭔가 큰 변화를 꾀한 작품은 아니다. 스토리는 흥미로웠지만,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플레이 방식은 과거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를 답습했다. 결론적으로 재미는 있으나 새롭지는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기술 실증용 작품으로도 볼 수 있겠다. 오늘날 유저들이 이 장르를 과연 좋아할지 테스트하는 작품, 그리고 신화 3부작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존 잠입 암살 장르를 만드는 실력이 무뎌지지는 않았는지 점검하는 작품 말이다.

앞으로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가 어떻게 나아갈지는 개발진만이 알고 있겠지만, 가능하다면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를 통해 검증한 기존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가 추구하던 재미, 그리고 신화 3부작에서 선보였던 새로운 재미를 적절히 합친 새로운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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