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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본질 남긴 장르 융합, 엔드리스 던전
작성자 : 등록일 : 2023-10-27 오후 4:16:07


세가 퍼블리싱 코리아는 산하 개발사인 앰플리튜드 스튜디오가 제작한 신작 '엔드리스 던전'을 10월 19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플랫폼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5|4,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X|S, 닌텐도 스위치, 윈도우 PC(스팀)다. 정식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며, 국내 심의기관으로부터 12세 이용가 등급을 부여받았다.

'엔드리스 던전'은 2014년 10월 27일 출시된 '던전 오브 디 엔드리스' 정식 후속작이다. 스토리가 딱히 이어지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시스템을 계승하고 개선했다. 후속작이라기보다는 리메이크에 가까운 게임으로 봐도 무방하다.





엔드리스 던전에서, 유저는 엔드리스라는 종족이 만든 버려진 우주정거장에 불시착한 영웅들을 조작해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주인공 격 인물로 청소부 스위퍼가 있지만, 스위퍼를 배제하고 다른 영웅들만으로도 팀을 꾸릴 수 있다.

우주정거장은 여러 구역으로 나뉜 던전이다. 로비 역할을 하는 살롱에서 준비를 마친 뒤 1층 진입로 셋 중 하나를 선택해 내려갈 수 있다. 진입로에 따라 이후에 등장하는 구역이 바뀌며, 구역에 따라 주로 등장하는 몬스터나 일부 기믹이 바뀐다. 처음에는 진입할 수 있는 구역이 한정돼 있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며 구역 열쇠를 얻으면 다음 플레이부터 해당 구역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진입할 수 있는 구역을 유저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건 로그라이크 게임에서 유저 친화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맵이 랜덤으로 등장하는 로그라이크는 특정 맵에 진입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퀘스트나 업적이 있을 때 원하는 맵이 나올 때까지 기약 없는 반복 플레이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엔드리스 던전'에서는 그럴 일이 없다.

영웅 별 스토리는 보통 구역에서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는 엘레베이터에서 진행된다. 게임 분위기와 굴림체가 조금 안 어울린다는 점을 제외하면 스토리도 꽤 흥미롭게 짜여 있다.




각 구역은 방 여러 개가 연결돼 있는 구조로 생성된다. 각 방은 문으로 막혀 있으며, 문을 열기 전까지 뭐가 나올지 알 수 없다. 문을 열어가며 지도를 밝히고 다음 구역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을 찾아 마지막 층에 도달하는 게 목표다.

언뜻 보면 리얼타임으로 진행되는 트윈 스틱 슈팅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문을 열거나 상점을 이용하거나 구조물을 설치하는 모든 행위가 턴을 진행시키며, 턴 진행에 따라 공세가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턴을 낭비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플레이가 요구된다.




'엔드리스 던전'을 다른 트윈 스틱 슈터 로그라이크와 차별화하는 두 가지 요소는 크리스탈 봇과 포탑이다. 크리스탈 봇은 망가진 우주정거장에 전력을 공급하는 작은 로봇으로, 파괴될 경우 더 이상 탐험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하는 오브젝트다.

포탑은 전투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유저가 투사하는 화력만으로는 모든 적을 상대하는 게 불가능하며, 따라서 중요한 장소마다 포탑을 설치해 화력 지원을 받아야 한다. 어디에 포탑을 설치해야 가장 효율적일지, 등장하는 적 약점에 따라 어떤 포탑을 설치해야 가장 높은 피해를 줄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해야 했다.




몬스터는 열리지 않은 문 뒤에 매복하고 있거나 턴 진행에 따라 공세가 발생했을 때, 혹은 크리스탈봇이 이동 중일 때 등장한다. 공세가 발생했을 때는 맵상에 존재하는 스폰 포인트에서 생성된다. 어떤 몬스터가 등장할지는 스폰 포인트를 조사해 알아낼 수 있다. 몬스터마다 기계, 벌레 등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속성별로 약점이 달라 적절한 무기를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모든 몬스터는 개체마다 공격 우선순위가 있다. 어떤 몬스터는 영웅을, 어떤 몬스터는 크리스탈봇을, 어떤 몬스터는 생산기를, 어떤 몬스터는 포탑을 공격한다. 스폰 포인트가 크리스탈봇과 멀리 떨어져 있다고 방심하다가는 유저를 우회하고 크리스탈봇으로 달려간 몬스터에 의해 게임 오버 될 수 있다.

특정 구역에는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기도 한다. 보통은 공세가 일어날 때마다 깨어나는데,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기 전까지는 다음 구역으로 나아갈 수 없다. 다만 반복 플레이해도 보스가 바뀌지는 않아 중후반부에는 귀찮은 적 중 하나일 뿐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자원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엔드리스 던전'에서는 기본적으로 식량, 생산, 과학이라는 세 종류 자원을 사용한다. 엠플리튜드 스튜디오가 개발한 다른 전략 게임을 해본 유저라면 익숙한 자원들이다. 보통 식량은 영웅 강화나 영웅 치유에, 생산은 포탑 건설에, 과학은 업그레이드에 필요하다.

자원은 문을 열 때마다 일정량 보충된다. 생산기라는 특수 구조물을 건설해 문을 열 때마다 얻을 수 있는 자원 양을 늘릴 수도 있는데, 남은 문 수를 고려하지 않고 건설했을 경우 생산기 건설로 얻은 자원보다 생산기 건설에 소모된 자원이 더 많아 적자를 볼 수도 있다. 또한 몬스터 공격 대상 중 하나인 만큼, 수비 동선이 더 길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특수 자원인 더스트는 매우 소량 획득할 수 있다.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방에 불을 밝히거나 방 안에 있는 특수 구조물을 비활성화 하는 데 사용된다. 특수 구조물이 적에게 주는 버프가 너무 부담스럽거나, 방어 요충지인데 전원이 꺼져 있는 경우를 잘 따져서 사용해야 한다.



영웅은 총 8종류가 제공된다. 많아 보이지는 않지만, 영웅 별 임무와 강화 요소가 있기 때문에 모든 캐릭터를 끝까지 육성하고자 하는 유저에게는 충분한 수라고 할 수 있다. 플레이 성향에 따라서는 다른 콘텐츠를 모두 즐기고도 영웅을 끝까지 육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신규 캐릭터가 추가될 여지도 있다. 우주에서 길을 잃고 불시착한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설정 덕분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신규 캐릭터가 추가돼도 이상할 게 없기 때문이다. 추후 패치나 DLC를 통해 신규 캐릭터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컬레버레이션 캐릭터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전작 '던전 오브 디 엔드리스'에서도 밸브 '팀 포트리스 2'와 컬레버한 캐릭터 4종을 추가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모회사인 세가가 다양한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게임사임을 고려하면 더더욱 기대해 볼 만 하다.




전작과 비교해 난도가 조금 내려간 편이다. 전작은 난도 분류부터 '아주 쉬움'과 '쉬움' 두 종류밖에 없었고, 해당 난도는 각각 이번 작품에서 '어려움'과 '아주 어려움'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반대로 이번 작품은 난도가 세분화 돼 있기 때문에, 게임이 너무 어렵다면 낮은 난도에서 캐릭터나 장비 등을 해금한 뒤 어느 정도 성장했다고 판단될 때 높은 난도로 올라갈 수 있다.

죽은 영웅을 부활시킬 수 있다는 점도 난도를 크게 낮췄다. 설정이 바뀌면서 간수와 죄수 구분이 사라진 점도 긍정적이다. 팀 조합을 잘못 짰다가 엘리베이터에서 영웅끼리 서로 죽이는 일이 없어졌다는 점에서 훨씬 유저 친화적인 게임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전원 시스템이 바뀌며 전략적인 요소도 조금 캐주얼해졌다. '던전 오브 디 엔드리스' 에서는 기본적으로 모든 방에 불이 꺼져있고, 적 역시 모든 방에서 등장했다. 대신 더스트 획득량이 높아 어떤 방에 불을 켜고 끌지를 결정해 가며 전장을 구축해야 했다.

'엔드리스 던전'에서는 기본적으로 모든 방에 불이 켜져 있고 적도 스폰 포인트에서만 등장하는 만큼 루트를 최적화하기 위해 머리를 싸맬 필요가 사라졌다. 해당 요소를 좋아하던 유저라면 유감스러울 부분이지만, 지나치게 복잡해 게임 접근성을 떨어트린다는 지적도 있었던 만큼 일장일단이 있는 변화라 할 수 있다.



로그라이크 장르에서 유저들이 기대하곤 하는 '사기' 개념은 없다. 로그라이크 장르는 각종 아이템이나 무기를 확률적으로 획득하는 만큼 플레이하다 보면 획득한 아이템과 장비가 시너지를 일으켜 게임을 쉽게 클리어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기곤 하는데, 로그라이크 유저들은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을 '사기를 쳤다'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엔드리스 던전'은 던전 내에서 장착할 수 있는 장비와 아이템에 한계가 있다. 장비와 무기, 업그레이드가 잘 확보되더라도 '사기' 조합을 맞추기는 정말로 어렵다. 게다가 아무리 캐릭터가 강해져도 크리스탈 봇이 파괴되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긴장감을 가지고 플레이할 수 있지만, 게임이 잘 풀려 거침없이 게임을 끌어가는 재미를 느끼기는 어렵다.



멀티 플레이와 싱글 플레이 간 게이밍 경험이 상당히 차이 나는 게임이기도 하다. 공세마다 적이 사방에서 몰려오는 만큼 영웅들을 분산시켜서 방어해야 하는 순간이 있는데, 유저가 AI 팀원들에게 특정 구역을 사수하라는 명령을 내리더라도 근본이 AI인 만큼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은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온전한 게이밍 경험을 즐기고 싶다면 멀티플레이가 권장된다.

반대로 처음부터 멀티플레이로 게임을 즐기는 건 추천하기 어렵다. 의도된 사안인지 버그인지는 알 수 없으나 게임을 멀티플레이로 즐길 경우 특정 콘텐츠 해금 조건을 달성했을 때 호스트에게만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스트로만 참여하면 아무리 게임을 플레이해도 콘텐츠를 해금할 수 없다.



'엔드리스' 라는 거대한 세계관에 포함된 작품이긴 하지만, 외전 작품인 만큼 '엔드리스 던전'만 플레이해도 문제는 없다. 실제로 게임 내에서도 세계관 고유명사 활용을 최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 사전 지식 없이 플레이해도 스토리나 설정을 이해하지 못할 우려는 없다.

번역은 시리즈 중 최초로 정식 번역된 '엔드리스 스페이스 2'를 계승했다. 다만 일부 유저들은 당혹스러울 수 있는데, 전작인 '던전 오브 디 엔드리스'는 유저 한글화 과정에서 '엔드리스 스페이스'와 '엔드리스 레전드'에서 사용된 유저 번역을 계승했었기 때문이다.

특히 '엔드리스 레전드' 유저 한글화가 전문 성우까지 기용해 시네마틱 영상을 더빙하는 등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며 준 공식 한글화로 인정받은 바 있는 만큼, '엔드리스 스페이스 2'를 플레이하지 않은 유저라면 유저 번역에서 '무한 종족'이라 번역했던 단어가 '엔드리스'로 음차돼는 등 일부 번역에서 어색함을 느낄 수도 있다.





'엔드리스 던전'에서 칭찬할 만한 부분은 본질을 지켜냈다는 점이다. 자원 관리 요소나 타워 디펜스 요소가 가미되긴 했으나 재미를 더해주는 역할에 그친다. 여러 장르를 섞었다가 이도 저도 아닌 게임이 되어버리는 사례가 흔히 발생한다는 걸 고려하면 확실히 긍정적인 요소다.

그렇기에 '엔터 더 건전' 이나 '아이작의 번제' 등 트윈 스틱 슈터 로그라이크를 즐겨 플레이 해온 유저라면 '엔드리스 던전'에도 충분히 애착을 가지고 즐길 수 있다. 자원 관리나 타워 디펜스 요소가 조금 생소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재미를 찾기 위해서는 모험을 할 필요도 있는 법이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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