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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호리병 속 명품 스토리, 앨런 웨이크 2
작성자 : 등록일 : 2023-10-31 오후 5:58:06


에픽게임즈는 레메디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신작 '앨런 웨이크 2'를 10월 27일 정식 출시했다. 플랫폼은 PC(에픽게임즈)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5,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시리즈 X|S다. 정식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며, 국내 심의기관으로부터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을 부여받았다.

'앨런 웨이크 2'는 2010년 출시된 '앨런 웨이크' 후속작이다. 전작에서부터 13년이나 지난 뒤에 출시된 속편인데, 흥미롭게도 게임 속 시간이 현실과 마찬가지로 13년 지났다는 설정을 갖춰 출시 전부터 화제가 된 바 있다.




'앨런 웨이크 2'에서, 유저는 소설가 앨런 웨이크와 FBI 요원 사가 앤더슨을 번갈아 가며 조작하게 된다. 13년간 어둠 속에서 해메던 앨런과 살인 사건을 쫓다가 어둠과 마주한 사가, 두 인물이 서로 교차하고 각자의 이야기를 짜 맞추는 과정에서 상상을 초월한 공포를 마주하게 된다.

주인공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토리를 분석하게 된다. 앨런은 '작가의 방'이라는 기능을 통해 플롯을 재배치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사가는 '마음의 궁전' 속 사건 보드를 통해 정보를 분석하고 인물들을 프로파일링하며 진상에 다가간다.

레메디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다른 게임을 즐긴 유저라면 즐길 수 있는 이스터에그도 곳곳에 숨겨져 있다. 특히 '컨트롤' 관련 요소가 은근히 자주 등장하는데, '컨트롤'에서도 '앨런 웨이크'와 관련된 이스터 에그가 등장했었던 점을 고려하면 일종의 세계관 통합 시도로 느껴지기도 했다.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스토리텔링이 그리 친절한 편은 아니다. 게임 속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단서와 정황을 보고 유저가 직접 스토리를 유추해야 한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모든 요소를 수집하는 걸 즐기는 유저라면 스토리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다.

문제는 번역이었다. 데이 원 패치 없이 진행했다는 점은 감안해야겠지만, 자막 싱크가 맞지 않거나 누락된 부분이 있고 번역 완성도도 높지 않다. 같은 인물이 존댓말과 반발을 오가고, 중간에 뜬금없이 맥주가 언급되는 부분은 아무리 봐도 곰(Bear)을 맥주(Beer)로 오역한 모양새다. 가뜩이나 스토리가 난해한 게임인데 번역 완성도까지 부족해 게임을 즐기기 조금 어려운 순간이 있었다.




공포 경험은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았다. 주된 공포 유발 수단이 점프 스케어(깜짝 놀래키기) 위주고, 상황에 더 집중하게 만들어 공포를 더해주는 요소인 퍼즐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때로는 퍼즐에 드는 시간에 비해 보상이 크지 않거나 퍼즐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두운 장소를 탐험하다가 퍼즐이 나오는 만큼 퍼즐을 푸는 내내 좁은 손전등 시야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는 유저가 퍼즐 풀이에 지나치게 집중하게 되는 문제를 야기한다. 가뜩이나 스토리 이해를 위해 플레이 중 피로도가 쉽게 쌓이는 게임인데, 퍼즐 문제까지 겹치니 게임이 재미있다기보다는 피로하다고 느껴지게 되는 원인이 됐다.



그래픽 완성도는 높다. 특히 광원 효과가 뛰어난 편이다. 빛과 어둠을 핵심 요소로 활용했던 전작에서도 그렇지만, 13년이 지나 출시된 '앨런 웨이크 2'에서는 광원을 더 적극적이고 섬세하게 활용한다. 나뭇가지 사이를 스치는 빛과 각종 물체에 반사되는 빛, 광원 위치에 따른 공간 속 빛 배치 등 게임 내내 광원 활용에 감탄하게 된다.



이러한 광원 효과는 전투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빛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먼저 손전등을 비추고, 빛에 의해 약해진 적을 총으로 사격해 피해를 입히는 방식이다. 강한 조명이 켜져 있는 곳은 적들이 다가오지 못해 안전지대로 활용할 수 있는 등 빛이라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일부 적 패턴이 비현실적으로 바뀐 점도 인상적이다. 전작에 등장하는 적들은 대부분 그 외모에서 유추할 수 있는 이동·공격 방식을 선보였는데, '앨런 웨이크 2'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잠수하듯 이동해 손전등 빛을 피하는 등 더 지능적이고 초현실적인 적이 등장한다. 전투 재미가 확실히 올라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투에서 신경 써야 할 요소 중에는 소모품도 있었다. 적을 약화시키기 위한 손전등도, 적을 공격하기 위한 탄환도 모두 중요하다. 문제는 건전지와 총알 모두 드럅률이 낮은 편이라는 점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맵 곳곳을 뒤져보는 수 밖에 없었다.



게임패드 지원도 뛰어난 편이다. 엑스박스 게임패드와 듀얼센스를 모두 지원하는데, 듀얼센스를 연결할 경우 PC 버전에서도 햅틱 피드백과 적응형 트리거를 체험할 수 있었다.

슈팅 게임에서 항상 고민 요소였던 키보드-마우스와 게임패드 간 게이밍 경험에서도 이번만큼은 게임패드가 우위에 있다. 물론 키보드-마우스보다 사격이 어렵다는 점은 매한가지지만, 손전등을 비춘 뒤 총을 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적을 빠르게 조준할 필요가 없다.




최적화는 조금 더 손봐야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전반적인 게임 최적화가 그리 뛰어나지 못했고, 특히 광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임 특성상 광원에 큰 변화가 생길 때 초당 프레임이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RTX 3070은 '앨런 웨이크 2'를 즐기기에 그리 적합하지 않은 장비였다.

버그 문제도 있었다. 게임이 갑자기 종료되거나 멈추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고, 게임 패드가 인식되지 않거나 원래 작동해야 할 이벤트가 작동하지 않아 게임 진행이 막히기도 했다. 세이브 파일이 완전히 삭제되는 치명적인 버그까지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클라우드 세이브 파일이 사라지는 사례는 발생했다. 힘들게 전투를 끝냈는데 버그가 발생해 전투를 다시 치러야 할 때는 허탈함을 참기 어려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현시점에서 '앨런 웨이크 2'를 추천하기는 어렵다. 스토리와 세계관은 매력적이고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인상적이지만, 이를 온전하게 즐기기에는 버그와 최적화, 그리고 번역 문제가 다소 심각한 편이다. '여우와 두루미' 동화 속 여우가 된 기분이다. 게임은 재미있는데, 하필 그 게임이 버그와 오류로 만들어진 호리병 속에 있어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레메디 엔터테인먼트가 일부 문제에 대한 빠른 해결을 약속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아무리 늦어도 뉴게임 + 기능이 추가되는 '최종 초안' 업데이트 때에는 상술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전망이다. 게임 진행이 불편해도 스토리가 궁금해 참기 힘든 유저라면 지금 구매해도 괜찮겠지만, 게임을 원활하게 즐기고 싶은 유저라면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구매하기를 권하고 싶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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