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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초심 잃지 않고 맺은 결실, 산나비
작성자 : 등록일 : 2023-11-08 오전 10:37:10


네오위즈는 원더포션이 개발하고 자사가 유통하는 신작 '산나비'를 11월 9일 글로벌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플랫폼은 PC(스팀)와 닌텐도 스위치다. 더빙이 없는 게임인 만큼 자막 한글화를 지원하며, 국내 심의기관으로부터 12세 이용가를 부여받았다.

'산나비'는 처음 공개된 이후 인디 게임 마니아들과 플랫포머 장르 팬들에게 주목받아 온 작품이다. 2022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는 인디게임상을 받으며 국내 인디씬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떠오르기도 했다.





'산나비'에서, 유저는 전직 특수요원이자 은퇴 후에도 현직 요원들에게 살아있는 전설로 여겨지는 주인공이 되어 가족을 해친 테러범 산나비를 쫓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산나비에 대한 단서가 있다고 알려진 마고특별시를 탐험하고 숨겨진 비밀을 풀어나가게 된다.

스토리와 각종 연출 완성도가 높은 편이고 세계관 역시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사이버펑크풍 배경에 조선이라는 국호를 그대로 유지한 채 발전했다는 설정, 미려한 도트 그래픽으로 꾸며진 마고특별시 풍경은 스토리와 세계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한다.




캐릭터도 매력적으로 잘 설정돼 있다. 게임 특성상 등장인물 수가 많지 않고 주연인 주인공과 금마리를 제외하면 등장 빈도도 짧은 편이지만, NPC마다 짧은 등장임에도 유저들 기억에 확실하게 남을 수 있는 캐릭터성을 확립했다.

종종 플랫포머 장르 게임에서 스토리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요소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산나비'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스토리를 보강하고 배경설정과 스토리를 게임 핵심 요소 중 하나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괜히 데모 버전을 즐긴 후원자들이 다음 스토리가 궁금하다며 아우성친 게 아닌 셈이다.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 방식은 간단하다. 주인공은 한쪽 팔을 고출력 중장비인 사슬팔로 개조한 사이보그로, 유저는 갈고리 로프처럼 작동하는 이 팔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목적지까지 도달해야 한다.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해 지나쳐야 할 장애물이 조금 많기는 하다. 다양한 함정부터 시작해 닿으면 피해를 주는 바닥이나 벽, 낙사 구간, 길을 막는 적, 때로는 거대한 보스까지 등장한다. 플랫포머 요소에 더해 사슬팔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전투와 액션이 '산나비' 가 지닌 핵심 재미 요소다.




전투 시스템은 호쾌하게 설계돼 있다. 플랫포머 요소로 사용되던 사슬팔을 전투에서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데, 갈고리라는 단어에서 연상할 수 있듯 적에게 사슬팔을 발사한 뒤 적에게 빠르게 이동하는 식이다. 일단 적에게 접근하면, 사슬팔은 군용 중장비라는 설정답게 보스를 제외한 거의 모든 적을 단숨에 분쇄한다.

공격과 관련된 조작은 단순하다. 적에게 사슬팔을 발사한 뒤 발사 버튼 입력을 유지하고 있으면 적을 계속 붙잡은 상태로 이동할 수 있다. 이 상태에서 버튼을 놓으면 적을 처치하고, 다시 다음 적에게 사슬팔을 발사할 수 있다. 이를 반복해 곳곳에 흩어져 있는 적 다수를 연속해서 처치하는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비행형 적은 붙잡은 채로 원하는 방향으로 비행할 수도 있다. 전투 시스템을 플랫포머 기믹으로 사용할 수도 있도록 한 셈이다. 적을 발판으로 삼아 맵을 종횡무진하며 스테이지를 돌파하는 모습을 보면 왜 주인공이 전설적인 요원으로 불리는지 이해할 수 있다.



장르 팬이라면 플랫포머와 갈고리라는 두 요소가 결합한 시점에서 얼추 눈치챌 수 있겠지만, 난도가 상당히 높은 게임이기도 하다. 주로 사슬팔이라는 장비가 지닌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관성과 추가 가속, 진자운동을 할 때 사슬 길이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다행히 게임 난이도가 적절히 나눠진 편이다. 극단적인 고난을 원하는 플랫포머 마니아들을 위한 '전설' 난도부터 스토리와 세계관에는 흥미가 있으나 플랫포머 게임을 제대로 즐겨본 적 없는 초심자들을 위한 '쉬움' 난도까지, 총 네 단계가 있다.



게임 패드로도 정상적인 게임 플레이가 가능했지만, 정확하게 사슬팔을 조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했을 때 난도가 비교적 낮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대신 게임 패드에는 공중에서 사슬팔 조준 시 시간이 느려지는 기능이 제공돼 조금 더 여유로운 플레이가 가능했다. 유저 성향에 따라 취향에 맞는 쪽을 선택하면 된다.

엑스박스 게임패드 외에 다른 게임 패드를 고려하지 않고 개발됐다는 점은 아쉽다. 어떤 게임패드를 연결해도 인식은 되지만, UI는 엑스박스 게임패드용으로 출력된다. 밸브가 9월 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스팀 유저 중 듀얼센스나 듀얼쇼크 등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패드를 사용하는 유저는 27%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후 패치로 게임패드 지원 범위를 늘리는 것도 좋아 보인다.


마고그룹 대표 나일론은 고액 후원자가 후원 보상 권한을 사용해 디자인한 캐릭터다

게임성 외에 '산나비'에 대해 특기할 만한 점이 있다면 '산나비'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정상적으로 출시된 게임이라는 점이다. 출시 일정이 연기된 적은 있지만, 게으름이나 직무 유기 때문이 아니라 개발자들이 의도하지 않은 사건이 발생하며 부득이하게 연기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였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인디 게임 개발 역사에 모범적인 사례로 남을 만 하다.

오늘날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불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네오위즈가 유통한 인디게임 중 크라우드 펀딩이 성공한 뒤에야 게임 장르를 완전히 바꿔 후원자들에게 비판받은 작품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산나비'가 거둔 성공이 더욱 빛나 보인다.





2020년 부산 인디게임커넥트 페스티벌에서 처음 데모 버전을 공개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산나비'는 무수히 많은 변화를 거쳐왔다. 네오위즈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고 크라우드 펀딩도 성공적으로 마치며 그래픽 완성도와 게임 볼륨이 향상됐고, 개발 과정에서 꾸준히 데모 버전을 제공하고 유저 피드백을 반영해 게임성도 개선해 왔다. 발전 과정에서 한가지 변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게임 핵심 재미 요소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겠다'라는 초심뿐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게임 개발 자금을 후원한 유저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돈을 잃어버린 셈 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잊고 사는 유저와 게임이 정상적으로 개발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유저로 말이다. 만약 후자에 속하는 후원자라면, 이제 마음 놓아도 된다. '산나비'는 후원 사실을 절대 후회하지 않을 만큼 멋진 게임으로 완성됐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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