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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세련되지만 불편한 변신,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

작성자 :	등록일 : 2024-01-15 오후 5:15:55

라인게임즈는 미어캣게임즈가 개발한 모바일 SRPG '창세기전 모바일(이하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를 1월 9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플랫폼은 안드로이드 및 iOS 탑재 스마트폰으로, 국내 심의기관으로부터 12세 이용가 등급을 부여받았다.

'창세기전 모바일'은 '창세기전'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개발된 작품이다. 출시 시기와 IP 등에 따라 자연스럽게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레그스튜디오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에서, 유저는 제국군에게 쫓겨 비프로스트 공국으로 도주하는 이올린 왕녀 일행이 겪는 여정을 지켜보게 된다. 모바일 게임에 맞춰 재구성되기는 했지만, 원본 스토리를 최대한 재현하고자 한 노력이 엿보였다.

'창세기전' 시리즈 특유의 병렬 이야기 구조는 미션으로 구현했다. 메인 시나리오와 별개로 진행되는 사이드 스테이지다. 메인 시나리오 중 생략된 각종 상황 설명이나 기타 스토리가 전개됐다. 메인 시나리오와 미션 모두 클리어 시 캐릭터 육성에 필요한 각종 재료와 유료 재화 등을 제공해 최소 한번은 클리어게 되어있었다.

다만 재화 획득 던전 최초 입장시 스토리를 다시 볼 수 없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스토리 다시 보기가 해당 스테이지 다시 플레이로만 가능한 만큼 반복 플레이해야 하는 재화 던전에는 다시 보기 기능을 제외한 듯 했는데,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인 만큼 차라리 별도 회상메뉴를 만들어서 스토리를 다시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 좋았을듯 했다.

스토리 감상을 중간에 중단해야 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은 단점으로 느껴졌다. 스테이지를 진행할수록 난도가 높아지는 게임 시스템상 스토리 진행을 중간에 멈추고 캐릭터를 육성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는데, 캐릭터 육성을 마치고 나면 스토리가 주는 감상이 다소 희석되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행동 재화인 용사의 빵을 캐릭터 육성에 주기적으로 소모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었다. 유료로 행동 재화를 충전하지 않는다면 스토리 진행에 사용할 행동 재화가 항상 부족한 편이며, 이에 따라 스토리 진행 속도가 느려지곤 했다.

전투는 편리하다. SRPG 장르 재미를 살리면서도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에서 개선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부분을 착실하게 개선했다. 예컨대 캐릭터 조작 시 그리드가 뚜렷하게 표시되는 점, 적 앞에 이동한 뒤 공격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이동 단계에서부터 범위 내 적에게 일반 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점 등이다.

모바일 환경에 맞춰 전투 모션 ON/OFF, 배속, 자동 플레이 등 편의 기능도 충실히 갖췄다. 다만 자동 플레이는 활용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AI가 진형 개념을 고려하지 않아 사제나 마법사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적 전멸 이외에 임무 목표를 이해하지 못하는 등 다소 아쉬운 성능을 보였기 때문이다. 스펙이 충분히 상승한 뒤 일부 재화 획득처를 반복 클리어할 때에는 유용할 듯 했다.

캐릭터마다 스킬 종류가 적은 점은 단점이라고 할 수 있으나, 통상적인 SRPG에서도 캐릭터마다 주력으로 쓰는 스킬은 보통 2~3개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다.

초필살기를 지닌 영웅 캐릭터가 전장을 휩쓸던 기존 '창세기전' 작품들과 달리 초필살기 공격력이 어느 정도 하향된 점이 느껴지기도 했다. 원작에 충실한 성능 구현보다는 밸런스 조절에 측면을 둔 듯한데, 이에 따라 고등급 캐릭터 필요성이 아주 높지는 않은 편이다.

유일한 PvP 콘텐츠인 격투대회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콘텐츠가 PvE로 진행된다는 점도 고등급 캐릭터 필요성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영웅 등급 방어구 세트만 맞춰도 체력 회복 등 유용한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반드시 전용 장비를 맞춰줄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등급에 따른 성능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전설 등급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막강한 능력을 갖추고 있고, 이 능력을 사용하면 전투를 훨씬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SRPG 장르에 적응하지 못했거나 PvP 콘텐츠에 흥미가 있는 유저라면 과금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캐릭터 육성에 신경 써야 하는 요소가 너무 많다는 점은 단점이다. 정확하게는 한 캐릭터에 장착할 수 있는 장비 종류가 너무 많다. 무기·갑옷·신발·투구·장갑·액세서리 등 총 6개 부위에 장비를 장착해야 한다.

MMORPG나 핵 앤 슬래시 등 캐릭터를 많아야 1~2개 육성하는 게임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창세기전 모바일'은 SRPG고, 한 스테이지에 일반적으로 5명 이상에 달하는 캐릭터를 투입해야 한다. 게임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캐릭터를 속성별로 여럿 육성해 둘 필요도 있다.

그리 유저 친화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시스템이다. 특히 계정 레벨에 따라 캐릭터·장비 한계 레벨이 증가하는 시스템 특성상 레벨업이 자주 일어나는 초반에는 적지 않은 귀찮음을 일으킨다.

재화 종류나 획득처도 많은 편이다. 장비는 각각 라이트·미디엄·헤비로 나뉘어 각기 다른 던전에서 획득할 수 있으며, 여기에 속성별 클래스 랭크업 재료, 클래스별 직업 랭크업 재료, 무기 및 장비 최대 레벨 돌파 재료 등이 세분화됨에 따라 유저가 재화를 얻기 위해 플레이해야 하는 스테이지 종류도 많아졌다.

익숙해지면 되는 문제라고는 하지만, 초심자들에게 진입 장벽으로 느껴질 만한 부분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그래픽은 나쁘지 않다. 카툰 랜더링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기기에 따른 성능 차이가 현격한 모바일 플랫폼 특성을 고려한 듯 그래픽 조절 옵션이 세분화 되어 있는데, 고사양 옵션에서 화려한 연출을 선보이는 동시에 가장 낮은 그래픽에서도 나쁘지 않은 그래픽을 감상할 수 있게 해줬다.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는 수작 SRPG라고 할 수 있다. 전투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는 진짜배기고, 전투 중 유저 편의성도 챙겼다. PvE에 전념하는 유저라면 무난하게 즐길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다만 캐릭터 육성에 신경 써야 할 요소가 너무 많다는 점이나 스토리에 집중하기에는 흐름이 끊기는 구간이 자주 발생한다는 부분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미있는 게임성과 세련된 그래픽을 갖췄지만 귀찮은 게임이라고나 할까.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