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소프트는 3월 11일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이하 '발할라')' 신규 확장팩인 '라그나로크의 서막'을 출시했다. 단일 DLC 중 '어쌔신 크리드' IP 사상 최대 규모와 최고 금액을 자랑하는 초대형 DLC다.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도 그랬지만, '발할라'는 '어쌔신 크리드' IP 중에서도 이질적인 작품이다. 특히 침략자이자 약탈자인 바이킹과 정의를 따르는 암살단이 결합하며 입체적인 캐릭터를 빚어냈다.
'라그나로크의 서막'은 그런 '발할라'에서 암살단 요소를 줄이고 대신 바이킹 맛을 더 첨가했다. 유저들은 본편 신화 파트에서도 만난 적 있는 오딘, 즉 하비가 되어 수르트르와 맞서 싸우고 발두르를 구출하는 여행을 떠나야 한다.
확장팩 추가 지역은 꽤 큰 편이다. 무스펠하임이 스바르트알파헤임을 침공하며 형성된 여러 지형과 풍경은 새로운 시각적 만족감을 주고, 본편 지도에는 남아나지 않는 새로운 보물과 도전 요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맵은 달라도 게임 근간을 이루는 오픈 월드 구성은 본편과 거의 같다. 용암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추가됐지만 그리 큰 변화는 아니다. 본편 오픈 월드가 마음에 든 유저라면 즐겁게 플레이 할 수 있다.
확장팩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새로운 능력들이다. 확장팩 스토리가 시작된 직후 적이 가진 능력을 강탈해서 사용하는 팔 방어구를 얻게 된다. 특정한 적을 죽이거나 시체를 발견하고 그 힘을 강탈해 사용할 수 있다. 대부분 기존 능력을 대체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기능들도 있다.
대표적인 게 가장 먼저 얻을 수 있는 '무스펠하임의 힘'과 '까마귀의 힘'이다. 각각 무스펠과 까마귀를 죽여서 획득할 수 있으며, 은신과 까마귀 시야를 대체한다.
주인공이 암살단과 연이 없는 하비로 고정된 만큼, 평범한 주민으로 변장하거나 군중 속에 숨어들던 기존 은신을 신화 속 오딘처럼 완전히 변신하는 기술로 바꿔 게임을 진행한다. 무스펠로 변신하는 '무스펠하임의 힘'이 대표적이고, 요툰으로 변신하는 '요툰헤임의 힘'도 여기에 포함된다.
암살단이 아닌 하비가 왜 은신 기술을 사용하느냐에 대한 비판은 피하면서 '어쌔신 크리드' 식 잠입 플레이는 유지하기 위한 영리한 해결책이다.
한편 까마귀 시야는 직접 까마귀로 변신해 날아가는 '까마귀의 힘'으로 대체된다. 하늘에서 지형을 확인하고 표식만 지정할 수 있던 기존 까마귀 시야와 달리 변신이기 때문에 이동에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빠른 이동이 열리지 않은 지역을 탐험할 때 유용하며, 높은 곳에서 내려갈 때도 까마귀로 변신해 피해 없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두 능력 모두 기존 능력보다 현저히 강화됐다. 무스펠 변신은 무스펠을 상대할 때 무조건 한 명을 암살하고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직접 이동이 가능한 까마귀 변신은 기존 까마귀 시야와 비교하면 공인 치트키에 가깝다.
강화도 가능하다. 예컨대 가장 먼저 얻는 기술인 무스펠 변신은 처음엔 단순한 변신으로 시작하지만, 강화를 통해 임의로 변신을 해제하는 대신 강력한 피해를 주는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적을 부활시키거나 무기에 냉기를 불어넣어 강화하는 등 다양한 능력을 활용해 전투를 유리하게 끌어나갈 수도 있다. 다만 여러 능력 중 동시에 저장 가능한 힘은 두 개뿐이다. 탐험을 위해 꾸준히 다른 능력으로 바꿔줘야 한다.
막강한 특수 효과가 게임을 재미없게 만들 수도 있지만, '후르그'라는 새로운 자원을 소비해야 하는 제약이 이를 완화한다. 설정상 죽음과 관련된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자동으로는 충전되지 않는다.
보통은 적을 처치하고 소량 획득하지만, 죽은 자의 염원이 담긴 꽃을 통해 흡수하거나 직접 제단에 체력을 바치고 대량 회복할 수도 있다. 강력한 기술을 남발할 수 없게 해 게임이 마냥 쉬워지지 않게 한다.
능력 자체는 잘 만들어졌으나, 거의 모든 추가 능력이 결국 기존 플레이에 약간 변주가 가해졌을 뿐 완전히 새로운 경험은 아니라는 한계를 지닌다. 가장 흥미로운 능력들을 DLC 지역 밖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서사적으로는 본편에서 진행된 신화 파트가 확장되지만, 본편 신화 스토리가 사실상 완결된 상태에서 외전으로 진행된다는 느낌이 강하다.
하비라는 인물에 대한 해석은 흥미롭다. '하비'는 원본 신화에서 오딘이 인간 행세를 하며 미드가르드를 여행할 때 사용하던 가명으로, 그래서인지 작중에 나오는 하비 역시 신보다는 바이킹 전사에 가까운 성정을 보인다.
DLC 스토리 오프닝 장면에서 이런 면이 잘 드러난다. 납치된 발두르를 걱정하는 프리그와 하비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쟁에서 하비는 하늘의 아버지가 아닌 난폭한 전쟁의 신이라는 느낌이 든다.
하비는 신이라는 자부심과 실력에 대한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고, 이기적이며, 타인을 속이는 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서슴지 않고 타인을 이용하고 버리거나 배신하기도 한다.
역대 '어쌔신 크리드' 주인공들에게서는 보기 어려운 성정이다. 뒷골목 깡패에 가까운 제이콥 프라이, 잔혹한 스파르타 전사인 알렉시오스·카산드라, 심지어 해적이었던 에드워드 켄웨이조차 유저들에게는 선인으로 여겨졌던 점과 비교하면 하비는 꽤 이질적이다.
하비 외에 다른 등장인물들에 대한 서사도 입체적인 편이다. NPC들이 마냥 주인공을 부려먹으려고만 들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기적인 주인공에게 일방적으로 휘둘리기만 하지도 않는다.
본편 주인공인 에이보르도 기존 '어쌔신 크리드' 주인공들과 다소 거리가 있는 인물이긴 하지만, 하비는 그 부분이 훨씬 튄다. 결과적으로 인물 묘사나 서사적 완성도는 낮지 않지만, IP를 오랫동안 사랑해온 팬이라면 다소 불편할 수 있다.
'라그나로크의 서막'은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본편을 잘 계승한 확장팩이다. 약간 변화가 있긴 해도 참치 김치찌개가 꽁치 김치찌개가 된 수준에 불과하다.
본편을 재미있게 즐긴 유저라면 '라그나로크의 서막' 역시 행복하게 즐길 수 있다. 본편 강점을 그대로 가져왔고,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던 신화 파트를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다.
그러나 본편에서 뭔가 달라지기를 기대한 유저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결국 '라그나로크의 서막'은 '어새신 크리드: 발할라' 확장팩이지 차기작이나 외전작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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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확장팩, '라그나로크의 서막'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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