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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hack//G.U. Last Recode, 16년 전 명작은 아직도 명작일까
작성자 : 등록일 : 2022-03-24 오후 4:38:27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2022년 3월 10일 사이버커넥트2가 개발한 '.hack//G.U. Last Recode(닷핵//G.U. 라스트 리코드, 이하 '라스트 리코드')' 닌텐도 스위치 버전을 국내 정식 출시했다.

2006년 5월 출시된 '.hack(이하 '닷핵')' 시리즈 두 번째 작품군인 '.hakc//G.U.(이하 '닷핵 GU')'에 속한 네 개 작품을 HD 리마스터 한 합본판이다. 정식 발매 작품이지만, 한글화는 진행되지 않았다.

리마스터 과정에서 원작과 비교해 그래픽과 동영상이 보정됐다. 전멸 후 재시도나 캐릭터 성장 속도 가속, UI 개선 등 편의사항 개선도 눈에 띈다.



'닷핵 GU'는 2006년도에 발매된 게임이다. 그 자체로 출시된 지 10년을 훌쩍 넘긴 작품이고, 기본 설정은 2002년에 발매된 '닷핵'에서 이어받았다. 설정만 따지면 20년은 된 작품인 셈이다.

그렇기에 2000년대 초반부터 판타지 소설을 자주 읽어온 유저라면 '닷핵 GU'가 다루는 핵심 소재가 매우 익숙할 수 있다. 대표적인 부분이 VR 게임에 갇혀 로그아웃 할 수 없게 되는 '미귀환자'에 대한 설정이다.

게임 안에 정신이 갇혀 봉인된다는 설정은 이후 '소드 아트 온라인' 등 같은 장르 작품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서브컬쳐 내에서는 물론, '크로스 코드' 같이 일본 영향을 짙게 받은 해외 작품에서도 그렇다.

이외에도 게임 판타지 및 SF 라이트 노벨에서 볼 수 있는 클리셰 중 상당수를 조기에 도입한 작품이기도 하다. 해당 장르 기반을 마련한 작품들을 뒤늦게 즐길 때 흔히 그렇듯이, '닷핵' 역시 현세대 유저들이 보기에 진부한 클리셰 덩어리처럼 보일 수 있다.

한국 유저들에게는 이 문제가 더 심해진다. '닷핵' 보다 앞서 나온 '유레카'가 비슷한 문제를 다룬 뒤로 한국 게임 판타지 장르에서 자주 쓰인 소재일뿐더러, 게임 판타지 장르는 일본보다 한국 서브컬쳐 시장에서 더 크게 유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닷핵 GU'가 낡은 게임임을 인지하고 진입한다면 정감 가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땐 그랬지' 같은 느낌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플레이 할 수 있다.

익숙한 게임 판타지적 연출도 그렇고, 지나가는 NPC 대사나 작중 등장하는 뉴스 내용에서도 옛 작품들을 연상시킬만한 요소가 많다. 캐릭터 외형이 00년대에 생각할법한 과장된 RPG 캐릭터 복장에 가까운 점도 오늘날 보면 유쾌한 부분이다.

개발 당시 기술적 한계가 상상력에 영향을 준 부분도 흥미롭다. 주인공이 작중 인물인 아토리를 처음 만날 때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는 장면이 그렇다. 작중에서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 동일해서 착각했다고 설명한다.

서비스가 오래된 RPG를 제외하면 PC MMORPG에서 고정된 캐릭터 프리셋 중 하나를 골라야만 하는 게임을 거의 겪어보지 못한 현세대 젊은 유저나 작가들은 생각해내지 못할 장치다.




게임에는 유저가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가 들어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부분이 현실 세계 파트다.

3인칭 RPG처럼 3D 캐릭터를 조종하는 게임 파트와 달리 현실 파트에서는 유저가 주인공 입장이 되어 가상의 OS가 설치된 PC 모니터를 조작하게 된다. 콘솔 조작에 최적화돼 PC보다는 콘솔이나 PMP 메뉴를 조작하는 기분이 들긴 하지만, 유저 본인이 그 디바이스를 조작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게시판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뉴스 페이지에 들어가서 게임 뉴스를 확인하거나 지나가던 유저와 아이템을 거래하는 상황, 온라인 상태인 지인에게 연락해 파티를 맺고 던전에 들어가거나 대화를 나누는 등 진짜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듯한 느낌도 잘 살렸다.

이외에도 인 게임 메뉴가 온라인게임처럼 구성된 등 유저에게 '게임을 플레이하는 주인공을 조종한다'는 느낌보단 '유저가 주인공이 되어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한 요소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글화 문제가 아쉽긴 하다. 예상 구매층이 매우 적어 현실적으로 한글화가 어려운 작품이긴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어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 법이다. 다행히 과거에 만들어진 대사 번역집이 온라인상에 무료로 공개되어 있어 조금 번거롭더라도 스토리 이해에는 무리가 없다.



전투 자체는 오늘날 게임과 비교해 그리 재밌지 않다. '닷핵' 역시 JRPG인 만큼 캐릭터 성장에 시간을 꽤 소비해야 하는 작품인데, 전투 파트가 재미있지 않다면 게임 플레이가 상당히 지루하고 고된 일이 된다.

개발진도 이를 인지한 듯 전투에 큰 신경을 안 쓰고 스토리와 연출만 즐길 수 있는 '치트 모드'가 공식으로 제공된다. 캐릭터를 천천히 성장시킬 시간이 없거나 전투가 정 재미없는 유저라면 치트 모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게임성과는 큰 관련 없을 수 있지만, '닷핵'을 이야기하며 이 시리즈가 지닌 특성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닷핵' 시리즈는 게임과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을 모두 아우르는 멀티 플랫폼 콘텐츠로 시작된 작품이다. 수많은 작품들이 출시됐고, 팬들은 이 멀티 플랫폼 콘텐츠를 '닷핵'시리즈가 가진 매력으로 꼽기도 했다.

2017년 11월 '라스트 리코드가 처음출시될때만 해도 사이버커넥트2는 '라스트 리코드' 를 시작으로 '닷핵' 시리즈를 리부트 한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멀티 플랫폼 콘텐츠 전반에 대한 부활 선원이었으나 4년이 넘어 닌텐도 스위치 버전이 출시됐음에도 게임 외 플랫폼으로 출시된 '닷핵' 콘텐츠는 없다.

여기에 사이버커넥트2 마츠모토 히로시 사장이 저작권 문제로 시리즈 전체를 부활시키는 데 난관을 겪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나마 '라스트 리코드' 출시 직전 '.hack//G.U. Begins'라는 이전 스토리 요약 만화가 온라인을 통해 무료 공개되었으나 그 뿐이다.

같은 게임이라도 단순한 리마스터와 시리즈 리부트 첫 작품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개발사가 자신만만하게 밝힌 포부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현저히 적어진 점은 게임 구매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게임 외적인 부분을 다시 치워둔다면, 옛날에 출시된 작품을 현세대 기종으로 구동할 수 있게 해 주는 건 언제나 고마운 일이다. 리마스터 소식은 들었어도 과거 국내 인기가 저조했던 만큼 정식 발매를 기대하지 않고 있던 팬들에게 선사하는 선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가격을 보고 구매를 고민하게 될 수도 있다. 49,800원은 다른 리마스터 게임에 비해 높은 가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4개 작품이 합쳐진 가격이고, 원작이 개당 78,000원씩 총 310,000원이 넘는 가격이었음을 고려하면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 선정이기도 하다.

종합하자면 '.hack//G.U. Last Record'는 시리즈 팬들, 혹은 옛날 게임 판타지 장르가 주던 향취를 다시 느끼고 싶은 유저들이라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작품이다. 하지만 시리즈에 대해 알지 못하고 구세대 작품에 대한 흥미도 없다면 추천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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