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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데몬 게이즈 엑스트라, 장르에 숨통을 틔워주는 확장판

작성자 :	등록일 : 2022-05-04 오전 10:10:31

카도카와 게임즈는 익스피리언스가 개발한 DRPG '데몬 게이즈 엑스트라' PC 버전을 4월 26일 글로벌 PC 게이밍 플랫폼 '스팀'에 출시했다. 2013년 출시된 '데몬 게이즈' 확장판으로, 2021년 콘솔 버전이 발매된 지 반년 만에 PC로 출시됐다.

DRPG는 Dungeon Role-Playing Game의 약자다. '던전 RPG'라고도 한다. 단어 그대로 던전을 탐험하는 RPG를 의미한다. 원래는 던전 탐험이 메인인 게임을 통칭하는 장르였지만, 현재는 장르 시조인 '위저드리'와 '마이트 앤 매직'처럼 일인칭으로 던전을 탐험하는 게임을 부르는 용어로 굳어졌다.

'데몬 게이즈 엑스트라'에서, 유저는 주인공 오즈가 되어 던전을 탐험하게 된다. 스토리가 그다지 무게 있진 않다. 모종의 이유로 사람이 된 주인공이 데몬에게 쫓기다가 정신을 잃고 깨어나 보니 비몽사몽 중에 불공정계약에 서명하게 돼서 탐험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소소한 이벤트나 스토리 전개는 전형적인 일본 서브컬쳐 작품과 유사하다. 편의주의적인 전개도 있고 다소 선정적인 내용도 있다. 유저에 따라서는 유치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게임이 진행되며 각 등장인물에 대한 이런저런 설정이 밝혀지기는 하지만, 대부분 스토리 전개 중 노골적으로 힌트를 흘리는 만큼 예상하지 못할만한 내용들은 아니다.

결국 DRPG 장르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스토리를 좋게 평가하기는 힘들다. 게임 몰입에 방해될 정도로 수준이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전형적이고 가벼우며 예측하기도 쉽다.

가벼운 스토리를 보고 방심한 유저를 비웃듯 전반적인 게임 난이도는 쉽지 않은 편이다. 적 능력치는 강하고, 전열과 후열 개념 때문에 막강한 적에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을 때도 있다. 필드에서 랜덤 인카운트로 만나는 적을 쉽게 쓰러트려 방심하다가 심볼 인카운터로 마주치는 강적에게 쓰러져 타이틀로 사출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DRPG 숙련자라면 난도가 높다는 걸 상정하고 자연스럽게 레벨링과 아이템 파밍을 반복적으로 진행하며 천천히 이벤트를 공략해 나가겠지만, 불친절한 설명과 수많은 육성 요소들에 정신이 혼미해진 초심자들은 아무 생각 없이 전진하다가 몰살을 겪을만 하다.

그나마 유저들에게 친절하게 구는 부분은 전투 중 몰살당할 경우 전투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전투할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다. DRPG 중 대부분이 전멸 즉시 타이틀 화면으로 보내버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놀라운 편의성이다.

던전 탐험은 장르 안에서는 무난한 편이다. '세계수의 미궁' 시리즈처럼 수동으로 지도를 작성해야 하는 게임도 아니고, '루프란의 지하미궁과 마녀의 여단' 처럼 벽을 부수고 비밀 공간을 찾는 일을 당연하다는 듯이 요구하지도 않는다.

대신 다른 DRPG보다 함정 바닥 데미지가 매우 큰 편이다. 보통 DRPG는 다소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함정을 밟아가면서 탐사를 강행할 수 있는데, '데몬 게이즈 엑스트라'는 바닥 함정 무효화 능력을 얻기 전까지 함정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

앞을 안 보고 지도만 보면서 방향키를 누르거나 키를 잘못 눌러 원하지 않는 곳으로 이동하기 쉬운 게 DRPG인데, 그렇게 이동한 곳에 함정이 있었다면 꽤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심지어 몬스터 전투와 달리 함정을 밟고 죽으면 그대로 게임 오버가 된다.

첫 번째 던전인 '붉은 시가지' 보스전에서 특히 체감되는 부분이다. 해당 던전 보스는 반드시 바닥 함정을 한 칸 이상 밟고 가야 전투가 가능한데, 시작 전부터 함정으로 체력이 대폭 감소한 파티원 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돈 문제는 항상 발목을 잡는다. 전투에서 벌 수 있는 돈은 매우 적고, 언제 어떤 퀘스트에서 어떤 소집품을 요구할지 모르니 소지품을 함부로 팔기도 어렵다. 안 쓰는 장비를 팔자니 장비는 해체해서 강화 소재를 얻기에도 부족하다.

월세는 이런 문제를 심화시킨다. 던전으로 나갔다가 여관으로 복귀할 때마다 월세를 징수하는데, 주인공이 빌린 방 수와 동료 수, 게임 진행도, 난이도 설정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 월세를 점차 올려 나간다. 장르 특성상 소재나 장비를 얻기 위해 이미 공략한 던전을 여러 번 들려야 하는데, 이때마다 돈이 추가로 나간다.

던전에 진입했다가 바로 들어와도 악착같이 월세를 징수해가는 만큼, 매 전투에 나설 때마다 이를 악물고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런 요소는 유저를 극한 상황에 몰릴 때까지 전투로 몰아넣고, 유저는 더 이상 강행이 불가능할 때 까지 탐험을 강요받게 된다.

부활비도 문제다. 캐릭터가 일단 살아있다면 여관으로 돌아가는 즉시 모두 회복되지만, 사망한 캐릭터는 지하실에서 부활시켜야 한다. 캐릭터 레벨에 따라 비용이 올라가는데, 후반부에도 어지간히 돈을 모아두지 않았다면 다소 무리가 가는 액수다.

게임 컨셉을 플레이에 잘 녹여냈다는 점에서는 굉장히 긍정적인 요소지만, 난도를 크게 올린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서클 시스템은 게임에서 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콘텐츠다. 원하는 장비 종류를 지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비 아이템 수집 면에서 굉장한 이점을 가져다주는 요소기도 하다.

던전 곳곳에 서클이라는 오브젝트가 마련돼있고, 서클에는 각종 젬을 제물로 바쳐 몬스터를 소환할 수 있다. 소환된 몬스터를 사냥하는데 성공하면 제물로 바친 젬 종류에 따라 다른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젬은 상점에서 구매할 수도 있지만 필드에서 주울 수도 있고, 잘 조합해 좋은 장비를 얻는다면 파티를 쉽게 강화하거나 판매해 지갑을 채울 수도 있다. '데몬 게이즈 엑스트라'를 상징하는 양대 시스템 중 하나라고 할만하다.

서클은 최초 사용할 때 활성화되고, 활성화된 서클은 여관에 귀환했다가 다시 출격했을 때 충전돼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저장 및 불러오기, 데몬 슬롯 교체 등 전략적으로도 쓸 수 있으니 처음 던전에 들어갈 때는 우선 서클 활성화를 목표로 탐험하게 된다.

데몬은 그 던전의 보스 몬스터다. 일대에서 튀어나오는 일반 몬스터보다 월등히 강하기 때문에 일단 만나면 모든 화력과 아이템을 투자해 빠르게 쓰러트려야 승산이 생긴다.

활성화된 서클 수가 늘어날수록 서클에서 데몬과 조우할 확률이 늘어나고, 특정 지역의 서클을 모두 활성화하면 그 지역을 지배하는 데몬과 최종 전투를 벌일 수 있다. 각 데몬은 독특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때때로 능력에 의한 기믹을 파훼해야 정상적인 전투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

쓰러트린 데몬은 열쇠로 바꿀 수 있으며, 데몬 슬롯에 장착해 패시브 효과를 얻거나 오픈 데몬을 사용해 전투 중 소환할 수 있다. 장착된 데몬은 파티 성장에 비례해 자체적으로 경험치를 얻어 성장시킬 수 있다. 데몬 레벨에 비례해 추가적인 패시브 효과가 생기는 만큼 필요한 데몬이 있다면 최대한 데리고 다니는 게 좋다.

오픈 데몬은 양날의 검이다. 일단 파티 전력으로는 굉장히 긍정적이다. 기본적으로 강한 능력치를 가지고 있고, 스킬도 독특하고 강한 게 많다. 대표적으로 가장 처음 얻는 데몬인 코멧은 아군 전체에 치유를 제공하는데, 파티 체력을 온존하거나 장기전에서 큰 도움이 된다.

강력한 만큼 페널티도 있다. 매 턴 데몬게이지라는 전용 자원을 소비하고, 데몬 게이지가 0이 되면 폭주한다. 폭주한 데몬은 아군을 공격하기 시작하는데, 스킬이나 능력치가 보스였을 때와 비슷하게 바뀐다. 순식간에 적 진영에 보스 하나가 추가되는 셈이다.

적절한 순간에 클로즈 데몬으로 소환을 해제하지 않으면 파티가 궤멸적인 피해를 입거나 그대로 전멸할 수도 있다. 문제는 주인공인 데몬 게이저가 쓰러졌을 때다. 클로즈 데몬을 할 데몬 게이저가 없으니 폭주한 데몬을 돌려보낼 수단이 없다.

데몬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투 난도를 낮추되 자원 관리를 최대한 착실히 하는 게 게임을 풀어나가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난도를 높이는 요소 중 하나는 직업 시스템이다. 게임은 어떤 직업이 정확히 어떤 능력을 갖추게 되는지를 상세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어떤 능력을 주로 올려야 할지 유추할 수 있는 힌트를 주긴 하지만, 튜토리얼이 부실하다는 느낌이 있다.

캐릭터가 제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일정 레벨을 달성해야 한다는 점도 초보자들에게 난해한 점이다. 대표적으로 탱커 역할인 팔라딘은 레벨 12를 달성해야 후열 동료를 지킬 수 있는 '디보션'을 익히고, 사무라이는 AGI를 일정 수치 올린 뒤 '이도류' 스킬을 익혀야 비로소 직업 특성을 살릴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핵심 스킬을 익히기 전 까지는 동일 레벨 파이터의 명백한 하위 호환에 불과하다. 캐릭터 능력치 초기화 기능이 없기 때문에, 높은 난도에 가로막혀서 당장 필요한 STR 스텟에 집중해온 유저라면 여기서 눈물을 한번 머금고 캐릭터를 처음부터 다시 키우게 된다.

게임에 익숙해지고 직업별 특성을 익힌 유저라면 큰 부담이 없는 일이지만, 초보자들에게는 꽤 큰 허탈감을 안겨주는 문제다.

'데몬 게이즈 엑스트라'가 주는 첫인상 중 하나는 이 게임이 PC 이식을 그리 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일본 콘솔 게임이 PC로 이식되었을 때 으레 그렇듯, '데몬 게이즈 엑스트라'도 키보드-마우스 조작보다는 게임 패드 조작에 최적화되어있다. 스팀이라는 플랫폼 특성상 엑스박스 게임패드에 거의 완벽히 대응하고, 닌텐도 스위치 프로 컨트롤러도 멀티 모니터 환경에서 종종 인식 오류가 발생하는 점을 제외하면 플레이에 큰 지장은 없다.

그러나 키보드-마우스 유저라면 게임이 키보드-마우스 조작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음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특히 마우스가 결정/취소 버튼 역할만 하고 커서 기능이 추가되지 않은 점은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 직관적인 조작을 방해하는 요소다.

키 및 버튼 할당 변경을 지원하는데도 게임 내에서 표시되는 조작 가이드에 반영되지 않는 점도 소소한 불편 거리다. 공지에 따르면 6월 초에 개선된다고 되어있지만, 장르 특성상 출시 직후 구매해 즐길 유저가 적지 않음을 고려하면 너무 늦은 수정이다.

PC 플랫폼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듯한 그래픽 옵션도 단점이다. 프레임 레이트는 30FPS 고정이고 창 모드나 해상도 조정 같은 옵션도 제공되지 않는다. 콘솔 환경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PC 유저들에겐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OST는 전반적으로 게임 분위기를 잘 살렸다. 완성도도 나쁘지 않고 실제로 유저 평가도 호평이 대다수다. 하지만 음성이 들어있는 OST는 호불호가 갈린다. 보컬 및 코러스에 사람이 아닌 보컬로이드(야마하에서 개발한 음원 합성 프로그램) IA(이아)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보컬로이드를 사용해 제작된 음원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기계음 느낌이 나고, 이 부분이 거슬려서 보컬로이드 곡을 꺼리는 유저들도 있다. 특히 보컬 곡이 무한 반복되는 여관 내부 BGM에 문제가 있는데, 기계음에 이질감을 느껴서 BGM을 끄고 플레이한다는 유저도 있었다.

원작 '데몬 게이즈'에서 개량된 부분은 확실히 체감된다. 기존 플랫폼이자 휴대용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비타'에서 기기 한계상 구현하지 못한 고해상도와 각종 이펙트, 여러 사운드 효과가 추가됐다.

여기에 더해 주인공 및 동료에게 부여할 수 있는 일러스트가 증가했고, 특정 이벤트를 충족시켜야 등장하는 신규 직업도 추가됐다. 자동 이동 시스템과 전투 고속화 시스템 등 유저 편의를 봐주는 기능도 새로 생긴 만큼 전작을 플레이해 본 유저도 다시 할 가치가 있는 게임으로 탄생했다.

비록 확장판 발매까지 간극이 조금 길기는 했지만, 아직도 충분히 구매할 가치가 있는 게임임은 확실하다. '갈레리라의 지하미궁과 마녀의 여단' 국내 발매가 불투명해지고 '신옥탑 메리스켈터' 시리즈가 완결되며 국내에서 DRPG 신작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시점에서, 기억 속에서 다시 찾아온 이 작품이 숨통을 틔워주는 셈이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