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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INSIDE 18화- 개발자들도 먹고살자!

작성자 :	등록일 : 2011-04-08 오전 10:43:31

아주 어렸을 적, 그러니까 패미콤이니 재믹스니 하는 가정용 게임기를 끼고 살았던 시절, 작은 TV안에서 움직이는 게임 화면들이 어찌나 그렇게 신기하게 느껴졌었는지.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지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적이 있었다. 뭐, 그 때는 그렇게 신기해했던 사람들도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와 같은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라 조금은 실망하기도 했지만.

게임이라는 문화콘텐츠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대중화 되어가고 있는 현재, 자연스럽게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과 게임을 서비스하는 사람들, 게임과 관련된 이야기를 지어내고 있는 사람들은 한층 더 대중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 어릴 적 하늘 위 올림포스 신전에나 있을 것 같았던 ‘게임 만드는 사람들’, 즉 게임 개발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가감 없이 접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제는 누구나 노력한다면 자신이 상상했던 나래를 가상현실 세계에서 펼쳐 보일 수 있는 발전된 환경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어렸을 적 동경해 왔던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가 활짝 열려 있는 것이다. 세상, 참 좋아졌다!

게임 하기 좋아 진 세상, 게임 만들기 좋아 진 세상, 게임에 대한 모든 환경들이 좋아지고 있는 세상.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을 만드는 ‘다수의’개발자들에게는 점점 더 좋지 않은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세상은 좋아지고 있지만, 세상은 결코 개발자들에게 그 좋아지고 있는 세상을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임개발이라는 콘텐츠 창작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3D급의 위력을 자랑하는 직업이자 작업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게임이라는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관심이 대중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개발자들의 삶과 이야기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유저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물론, 일반 유저들에게 있어서 개발자라는 직업과 그 고생은 그 자체가 한꺼번에 동경의 대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토록 좋아하는 게임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공식적으로 선보일 수 있다는 것, 게임이라는 것을 더욱 깊게 접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인생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정말 멋진 일임에 틀림이 없을 테니 말이다.

연애는 달콤하지만 결혼은 현실이라고 했던가. 결혼이라는 판타지를 꿈꾸고 또 앞두고 있는 젊은 청춘남녀들에게 으레 들리는 이 명언과도 같은 말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에 크게 실망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와도 같은 말이다. 그렇다. 게임 개발자라는 이상은 매우 높고 멋진 일임에 틀림이 없지만, 현실은 3D에 육박하는 수준의 힘들고 고된 일이기도 하다.

△ 오늘도 우리가 정말로 알지 못하는 수많은 게임사들은 개발자들을 찾고 있다.

하지만, 게임 개발을 업으로 삼는다는 환상적인 직업-해당 직업을 선택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그 사람에게는 환상적인 직업이라고 할 만 하다-을 선택할 수 있는 자격이 되었다는 기쁨, 즉 ‘게임사 취직’의 기쁨을 얻게 되면 모든 것이 새로워 그야말로 일에 도취가 되어 버린다.

“내가 꿈꿨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너무나 큰 보람과 행복을 느꼈다. 업무는 고되고 힘들었지만 하루하루 배워나가는 재미에 그야말로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퇴근보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즐거웠으니, 회사에서 시간이 가질 않는다며 불평하는 친구들이나 직원들이 나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M모 게임사에 재직하고 있는 8년차 개발자의 회고다.

그러나 천국이 지옥으로 바뀌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법이다. 천국과 지옥의 차이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결정하기도 하지만, 압도적인 환경의 변화 등이 결정하기도 한다.

엔씨소프트나 넥슨, NHN한게임 등 1순위 급의 게임사들의 개발자들을 대하는 처우는 중견급 게임사들과 그야말로 천차만별 수준이다. 웬만한 대기업 못지않은 수준의 복리후생과 쾌적한 게임 개발 환경 등을 제공하는 국내 메이저 게임사들은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개발자들이 입사해 일하고 싶어 하는 곳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게임 개발자들 중 메이저 게임사의 ‘간택’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취업 희망자들의 유망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는 메이저 게임사들의 취업 경쟁률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닌 수준이다. 화려한 경력의 개발자들도 이런 메이저 게임사들의 선택을 받는 경우가 결코 흔하지 않다.

하물며, 게임개발을 꿈꾸는 이 땅의 많은 초년생 게임 개발자들은 어떨 것인가! 취업이 된다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는 수준으로 힘든 요즘 같은 상황에서 취업자 마음대로 취업처를 선택하는 것은 꿈과도 같은 이야기다. 취업이 되는 상황이라면 선택이 아니라 머리를 조아리며 입사를 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 자,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과의 경쟁을 뚫어야 하는지 아는 사람?

그러나 앞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현실과 이상은 머나 먼 안드로메다 수준인 것이 사실이다. 행복한 시간이 지나고 ‘누구누구는 얼마나 연봉을 보장받아 무슨 복리 후생을 누린다더라’라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면 자신의 자리가 탐탁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중견급 게임사들은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게임 시장에서 개발자들에게 메이저 게임사들과 같은 수준의 복리후생을 지원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연봉은 두말할 것도 없고 여러 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그나마 실력이 쌓이거나 혹은 경력이 쌓이는 개발자들도 이탈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본적으로 게임사가 개발자에게 만족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관계는 나날이 가면 갈수록 미묘해진다.

메이저 게임사들의 ‘등쌀’에 밀려 실적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와 개발자들에 많은 투자를 기울이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당연히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나 경력을 갖춘 개발자들은 이탈을 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개발력과 콘텐츠 생산력에 대한 하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개발자들이 슬픈 것은 이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사들이 개발자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있지 않다는 것에 있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고 실적이 악화되자 구조조정을 하고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정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게임을 성공시키거나 실적이 순환되지 못하면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라는 불안함을 안고 제대로 된 프로젝트 진행에 집중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캐시카우로 존재하고 있는 게임은 한 달 매출이 상당한 수준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재직한 지 3년이 되었는데 연봉은 딱 50만원 올랐다. 그나마 작년에 오른 것이며, 연봉 협상 3개월 전부터 올해는 동결이라는 이야기를 벌써부터 하고 있다. 회사에 입사한 지 3년이 됐지만 칼퇴근은 한 것은 손에 꼽는 수준이다. 야근은 밥 먹는 수준으로 하고 있지만 야근수당 같은 것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석식비가 4000원을 넘으면 눈치를 주는 것은 이제 말하기도 지겹다.”

한 중견급 게임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개발&기획자의 이야기다. 문제는 이런 게임사들과 이런 게임사에서 재직하고 있는 개발자들의 불만은 계속해서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며, 그만큼 국내 게임업계의 경쟁력은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발자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하지만 주변 상황은 녹록치 않다. 자신의 프로젝트 팀이 실적 악화로 언제 해체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흉흉한 소문이 떠돌고 있는 상황에서 개발에 전념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제든지 경력을 쌓고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조직원, 애사심(愛社心)이 조금도 없는 조직원이 좋은 퍼포먼스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현재 중견 게임사들에 대한 개발자 지망생, 혹은 현역 개발자들에 대한 평가는 매우 좋지 않다. 조금만 실적이 나면 투자자들이나 혹은 임원진의 충돌로 인해 회사가 공중분해 되거나, 경영진의 간섭으로 게임을 만들었더니 그 책임을 개발진들이 모두 져야 하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개발자들에 대한 대우는 말할 것도 없다.

많은 이들은 말한다. 게임업계에 인재가 없다고. 하지만 되짚어 생각해 보자. 게임업계에서 인재를 키우는 것도, 또 인재를 발견하는 것도 게임사들의 할 일이 아닌지 말이다. 좋은 재원도 훌륭한 토양과 좋은 지원 아래 탄생하는 법이다.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재원이더라도 좋은 지원이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기계가 아닌 사람, 사람과 함께 성장을 도모하는가, 아니면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데 급급하는가는, 모두 업계가 어떤 포지션을 취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