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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탐구생활 75화- 심의가 기가막혀

작성자 :	등록일 : 2012-01-18 오후 6:17:04

국내에서 게임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라고 하겠다. 게등위라고 하고 싶지만 위원장님께서 하지 말라신다)를 통해 심의를 받아야 한다. 청소년이 이용해도 되는 등급의 게임인지, 그래선 안 되는 게임인지, 그래도 되는 게임인지를 결정해 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만든 플래시 게임을 개인 블로그에서 선보이는 것도 철저한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철두철미한 원칙을 자랑하시는 대단한 게임위이신 만큼 참으로 공명정대하고 오류 따위란 찾아볼 수 없는 기관이라고 믿어야 할 것이다.

……라고 믿고 싶지만, 현실은 시궁창. 게임과 관련된 정부 기관 중 가장 많은 지적과 눈총을 받고 있는 곳을 꼽는다면 단연 게임위라고 할 정도로 이들의 무능과 한심한 일처리 진행에 대한 버라이어티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태초에(?) 게임시장이라는 것이 형성된 이후부터 등급분류 심의를 해 왔던 게임위는 그 때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욕을 잡수시면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욕을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는 우리 할머님의 고언(古言)을 감안해 볼 때, 게임위의 생명연장의 꿈이란 참으로 대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각설. 어쨌든 오래 전부터 게임위가 하고 있는 심의는 이제는 요지경을 넘어서 혼돈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작은 규칙마저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는 게임위의 그레이트함에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기가 막히고 코를 막히게 하는 심의의 달인들의 과거와 현재의 시추에이션을 생각해 보고 게임 등급 심의가 앞으로 왜 모바일처럼 민감 심의로 이양되어야 하는지 탐구해 보도록 하자.

오늘의 육덕진 탐구생활, 게임업계에서 나오는 골치와 욕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위의 심의가 그 주인공이다!

한 가지. 유저들이 보기에도 ‘이건 심의가 통과되지 않거나 높은 등급이 나오겠다’라고 납득할 만한 게임들은 분명 존재한다. 유저들이 보기에도 미취학 아동들이나 저연령층 유저들이 하기에는 부적절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GTA시리즈나, 피와 살이 튀어 다니는 효과를 뿜어내는 게임들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런 게임들이 만약 청소년들이 해도 된다는 판정이 내려지면 아마 유저들이 난리를 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하면 안 되는 게임’이라는 빨간 딱지가 붙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시추에이션임에 틀림이 없다. 상식적으로 그런 일이 발생할 수가 있냐고?

시계추를 2004년으로 돌려보자. 당시에는 게임위의 전신인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가 게임물들의 등급을 결정하고 있었는데, 게임보이어드밴스 전용으로 나온 마리오파티 어드밴스라는 게임이 심의를 올린 일이 있었다.

마리오 파티 시리즈란 그야말로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수준의 아기자기한 미니게임들이 모인 게임으로, 아무리 봐도 폭력성과 선정성이라는 느낌은 일부러라도 찾아보고 싶어도 찾아볼 수 없는 게임이다. 대한민국 검사가 털어도 나올 게 없는 게임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게임이 청소년이용불가라면, 대체 청소년들은 무슨 게임을 하라는 것이냐?

그러나 놀랍게도 당시 영등위는 이 게임에 대한 등급 판정을 청소년이용불가라는 빨간 딱지를 붙였다. 게임에 포함되어 있는 미니 게임의 종류 중 파친코와 슬롯머신을 연상시키는 게임이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사행성을 부추길 여지가 있다는 것. 또, 한국닌텐도 측이 15세 이용가 등급으로 신청을 했다면 통과가 됐겠지만 전체이용가 등급을 신청해 이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말은 당시 닌텐도 팬들을 분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느긋하게 전체이용가를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던 닌텐도나 유저들에게 그야말로 핵폭탄급 뒤통수를 날린 사건임에 틀림이 없었다.

이런 경우는 또 있었다. PS3로 등장했던 니노쿠니 : 하얀 성회의 여왕(이하 니노쿠니)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이 또한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았다. 이웃집 토토로로 유명한 지브리 스튜디오가 일러스트를 맡은 이 게임은 동화와 같은 이야기 전개와 그림체에 감동적인 이야기를 유저들에게 선사하는 게임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게임 내 존재하는 도박 요소 때문에 결국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뽑기’라는 요소가 있어도, 슬롯머신 시스템을 배치해도 사행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이 되는 것이다. 미니게임 하나에 게임이 ‘19금’딱지가 붙을 수 있다니. 참으로 철두철미한 등급분류가 아닐 수 없다.

게임 내용을 알고 심의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심과 눈총은 꾸준히 게임위에 쏟아지고 있는 부분임에 틀림이 없다. 앞서 탐구해 본 박수를 절로 치게 만드는 사례들처럼, 게임위의 철두철미함은 대체 게임 내용을 알고 심의를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과거 커맨드앤컨커 레드얼럿3와 같은 케이스를 탐구해 보면 게임위가 게임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레드얼럿3는 게임 내에 욱일승천기가 등장하고, 일본군이 동북아 지역을 점령한 후 일왕이 전세계에 선전포고를 내리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는 만큼 청소년이용불가 등의 높은 수준의 등급이 매겨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민감한 역사를 소재로 게임의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는 만큼 이와 같은 의견은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 개인적으로 만든 플래시 게임도 개인 블로그에 못 걸어놓는 더러운 세상!

결과는 15세 이용가 등급이 내려졌는데, 재미있는 것은 일본의 군국주의와 역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는 사실 잘못된 것이었다. 레드얼럿3는 일본 제국군을 희화하고 제국주의와 국수주의 사상에 일침을 가하는 내용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실제로 일본 게이머들은 일본을 우습게 만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마디로 우려했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는 ‘즈언혀’상관이 없는 게임이었던 셈이다. 결국 게임위는 게임 내용을 알지도 못한 채 심의를 했다는 조롱을 받아야만 했다.

어디 이 뿐이랴. 게임위는 자라나는 개발자들의 꿈을 차곡차곡 짓밟고 있기도 하다. 겜툰에서도 유명 아마추어 플래시 게임 개발자로 알려진 중학생 플래시 게임 개발 유저는 자신의 블로그에 개제된 플래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게임위에 등급 분류 신청을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고, 그렇지 않으면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결국 그의 블로그는 폐쇄됐고, 게임 개발자라는 꿈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던 새싹은 황당하게 꿈을 펼쳐 보일 수 있는 공간을 잃어야만 했다. 대체 이들의 심의에 대한 권리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어쩌면, 최근 다시 게임위가 생명연장의 꿈을 품고 유저들과 시장의 욕을 수집한 디아블로3의 케이스는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대단한 파급력을 보이기는 했지만, 사실 돌이켜보면 게임위가 저질러 놓은 일들과 무원칙 업무에 대한 한심함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것이다.

△ 그나마 등급이 내려진 게 다행인가?

그런 의미에서 올해 7월 출범하는 민간등급분류기관에 게임위 업무의 민간 위탁이 이루어지는 부분은 분명 주목을 받고 있다. 전체적인 게임물 등급이 민간에 이양되는 과정인 만큼 유저들과 게임 시장의 지지와 응원이 필수적이다. 언제까지 무병장수하려고 하는 게임위에게 그 소원을 들어주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임위 등급분류 팀은 이직률이 가장 높고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럴 만도 하다. 욕은 욕대로 먹고, 일은 못한다고 소문이 자자하니 말이다. 그럴 바엔, 하루라도 빨리 그 짐을 덜어 줘야 되지 싶다.

※오늘의 탐구생활- 게임위가 욕을 안 먹을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해 보자.

겜툰 송경민 기자
songkm77@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