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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소통’나선 문화부? 업계는 ‘싸늘’

작성자 :	등록일 : 2012-01-27 오후 3:15:58

게임업계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가 업계와 소통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주무부처로써의 역할과 진흥에 대한 기대감을 저버린 실망감을 안겨 왔던 만큼 기대에 섞인 시선보다는 의심과 의혹에 대한 눈초리가 먼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광식 문화부 장관은 한국게임산업협회를 방문해 게임업계 CEO들로 구성된 회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병국 전 문화부 장관에 이어 부임한 지 5개월 만에 게임업계가 ‘만남’을 가진 것으로, 그 동안 게임업계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문화부와 게임업계였던 만큼 이번 방문은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만들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려는 목소리와는 달리 문화부장관의 방문에는 싸늘한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 동안 진흥이 등한시 되며 규제만이 앞세워졌고 업계와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만큼 단발적인 모습이 퍼포먼스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더 크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최 장관의 게임산업협회 방문과 게임물등급위원회 방문이 있기 정확하게 하루 전, 문화부와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선택적 셧다운제를 포함한 법안을 합의하에 국무회의에 통과시켰다. 신년 초부터 업계에 대두된 또 다른 규제책에 업계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고 있다.

선택적 셧다운제는 게임업체가 청소년 본인이나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 특정 시간대에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제도다. 이미 지난해 전격적으로 실시된 강제적 셧다운제와 함께 이중 규제로 작용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큰 것이 사실이다. 22일 선택적 셧다운제 시행이 결정되면서 연 매출 300억 원 이상의 게임업체는 세부 적용안에 따라 선택적 셧다운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또 다시 규제라는 칼날이 내려지면서 업계는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강제적 셧다운제에 이어 선택적 셧다운제를 시행하기 위한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문화부에 따르면, 각 업체들이 부담하게 될 선택적 셧다운제 비용 규모는 가입자 10만 명의 게임에 초기 인프라구축 8억 원과 연간 운영비용 2억 원을 더해 10억 원이 들어간다는 비용이 산출 예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와 같은 수치를 기반으로 한다면 가입자 100만 명의 게임은 선택적 셧다운제의 초기 투자비용을 합친 금액은 연간 100억 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게임사 기준 연 매출 300억 원 이상, 가입자 10만 명 이상의 게임들의 숫자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인기를 얻는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사의 웬만한 범주에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선택적 셧다운제는 사실상 거의 모든 게임사들이 이행해야 할 규제책이라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연간 매출 300억 이상이라는 기준은 거대화 된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 매출규모는 있지만 계속되는 적자 폭에 신음하는 중견 게임사들은 이번 선택적 셧다운제로 인한 시스템 비용 부담에 다시 한 숨을 내쉬고 있다.

문화부 측은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기초투자비용이 있어야 하는데, 유료든 무료든 상관없이 적용되는 수치고 게임이나 기업별로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므로 절대적 수치라고는 할 수 없다”라며 “산업 전반에 적용되는 기준으로 보기 힘든 자료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며 확대해석에 경계선을 그었지만, 문화부 측이 밝혔던 것처럼 업체 측에서는 분명 기초투자비용이 상당히 발생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에 고스란히 규제에 대한 실질적 부담이 생긴 것이다.

특히 연 매출은 300억 원이 넘지만 적자일로를 걸으며 실적악화에 신음하고 있는 중견 게임사들은 고스란히 다가 올 부담에 울상을 짓고 있다.

그렇다면 ‘선택적’이 붙은 규제인 셧다운제는 실효성 논란을 낳은 강제적 셧다운제와 달리 그 본연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을까. 업계 전문가들은 사실상 청소년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는 규제책인 만큼 유명무실한 규제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최근 게임위 측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19%가 본인연령에 맞지 않는 게임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선택적 셧다운제 또한 다른 계정을 이용해 접속을 하면 아무런 저촉을 받지 않는 만큼 유명무실한 규제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선택적 셧다운제에 이어서 업계는 계속해서 또 다른 규제와 자발적이지 않은 강제적 기금조성 등에 대한 염려가 나오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 선택적 셧다운제 적용여부를 결정하게 된 만큼 여가부 측에서 매출로 기금 조성에 대한 압박을 해 올 수 있지 않느냐는 것. 자연스럽게 다른 부처에의 압박을 막아 줘야 할 문화부가 ‘바람막이’를 해주지 못하는 것에 업계의 볼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가부가 청소년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를 실시하는데 문화부는 인프라 마련에 돈이 많이 들어가니 이에 대해 재고를 해야 한다는 경제적 논리로 접근하고 있어 여가부의 ‘공격’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선택적 셧다운제 또한 규제를 철회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명분을 내세우지 못하고 끌려 다니다 규제책을 확정시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 장관의 신년 업계 방문에 대해 업계는 불만과 의심 섞인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규제를 확정시킨 뒤 업계를 달래기 위해 방문한 일시적 퍼포먼스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최 장관은 지난 18일 최관호 게임산업협회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게임업계가 규제 등으로 많이 힘들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며 “올해는 진흥에 힘쓸 것이니 더 잘해보자”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는 게임물 심의와 지스타 운영이 민간으로 이관되는 중요한 해”라며, “게임업계가 책임감을 갖고 제대로 운영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곽영진 문화부 제1차관은 지난 19일 흑석동 중앙대학교병원에서 열린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 성과 설명회'에 참석, 게임 산업의 진흥에 대해 언급하며 "게임의 역기능이 아닌 순기능을 확산시켜 대중에게 인식시키고 사회 전반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며 "게임 과몰입에 대한 상담치료 부분은 강화해 나가야할 부분 중 하나"라고 밝혔다.

△ 최 장관의 행보가 규제로 인한 볼멘소리가 나올까봐 일시적인 업계를 다스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지금까지 문화부의 주무부처답지 않은 활동에 기인한 것이 사실이다. 사진은 18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한국게임산업협회를 방문한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최관호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곽 차관의 방문은 문화부 측이 선택적 셧다운제 시행에 앞서 업계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마지막 자리에 참석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참석을 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샀다.

그러나 최 장관과 곽 차관 모두 업계 전문가들과는 소통하지 못하고 허탈함만 더하게 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두 이 모두 중복규제라는 비난이 들리는 선택적 셧다운제 시행과 확정을 결정짓고 업계 대표자들을 만난 공식 자리에서 선택적 셧다운제를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사과, 그리고 향후 계획의 발표나 토론 등이 없이 단순히 두루뭉술한 이야기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꼼수’로 비춰졌다는 것이다. 최 장관과 업계 CEO들이 함께 한 오찬 자리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는 “말로는 진흥을 하겠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어떤 것도 검토되거나 추진되고 있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시기적 문제로 더 좋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진정으로 문화부가 주무부처로써 게임업계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단순히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 이외에 보다 현실적인 진흥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며 난무하는 규제책 속에서 문화부가 주무부처로써의 기능을 다 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겜툰 송경민 기자
songkm77@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