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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개인정보 유출, 위자료 판결……넥슨 사태 ‘영향’?

작성자 :	등록일 : 2012-05-03 오후 1:11:38

IT업계를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근년 들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사측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와 향후 개인정보 유출 관련 소송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26일 대구지법은 네이트와 싸이월드를 운영하고 있는 SK커뮤니케이션(이하 SK컴즈)을 상대로 제기된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소송에 SK컴즈가 관련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다양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사업자에 귀책사유가 있다고 판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있는 사측의 개인정보 보호 미흡 귀책사요가 인정되면서, IT업계를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 소송 사태에 많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일어난 넥슨 사태에도 많은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6일 대구지법 김천지원 구미시법원(임희동 판사)은 네이트와 싸이월드 회원인 유능종 변호사(46)가 SK컴즈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원구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구지법 측은 판결문에서 “피고인 SK컴즈가 고객의 개인정보 관리를 소홀하게 한 점이 인정된다”라며 “SK컴즈는 원고에게 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IT업계에서 다양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일어나 관련 사고에 대한 소송 등이 검토되고 또 진행되고 있지만, 법원이 사업자 측의 귀책사유를 인정하고 손해배상 금액까지 판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현재로써는 피고인 SK컴즈가 판결에 대한 항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될 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인 상태. SK컴즈 또한 “판결문을 공식적으로 전달받지 않은 상태에서 확실한 입장을 표명하긴 어렵다”라며 “판결문을 받고 법무팀이 검토를 해본 뒤 구체적인 법률 진행 등을 확정하고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항소를 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정보 유출을 당한 SK컴즈 사용자들이 3500만 명에 달하는 만큼 판결을 뒤집을 수 있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질적으로 피해를 받은 이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한다면 SK컴즈에 크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인 것이다. 국내 최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라는 점에서도 SK컴즈가 항소를 통해 법률적으로 뒤집을 수 있는 여지는 굉장히 적다.

만약 이론적으로 3500만이 전부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한다면, 100만원씩 위자료를 받는다고 계산했을 때 SK컴즈가 지불해야 하는 손해배상 액수는 35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배상액을 내야 한다. SK컴즈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2605억 원으로, 연매출의 130배가 넘는 거액이다.

△ 이번 SK컴즈를 대상으로 한 판결은 향후 IT업계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더욱 귀추를 주목시키고 있다.

때문에 이번 판결은 많은 파급력을 내고 있다. 모든 피해자들이 소송에 나서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소송 참여자들의 규모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SK컴즈 해킹에 관련된 소송을 진행 중인 피해자의 규모는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약 1400여 명 규모 수준. 그러나 이번 대구지법의 법원 판결이 알려진 이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피해 집단소송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네이트 해킹 피해자 집단소송은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담당해 집단 소속 2차 접수를 시작한 상황. 또 이번에 승소한 유능종 변호사 또한 별도의 피해자를 모아 집단소송을 실시할 계획이다. 정확히 추산되고 있지는 않지만, 집단소송 카페 등을 중심으로 소송에 나서겠다는 피해 유저들의 숫자는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유 변호사는 "이번 법원의 판결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업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며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사이트 운영자들이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킹사건에 대한 사업자의 책임이 인정된 만큼 같은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모아 집단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한편, SK컴즈에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귀책사유가 있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겪은 타 IT업체들은 사태 추이를 주목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132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넥슨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 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오션이 1800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던 옥션은 1000억 원에 가까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지만 재판부는 옥션 측에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로 무죄를 선고했다. 때문에 현대키피탈, SK컴즈 등 IT업체들의 굵직한 연이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졌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배상을 피해자들이 받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았다.

△ 넥슨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많은 유저들이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SK컴즈의 판례에 대한 관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위자료 판결로 인해 업체들도 단순히 손해배상 소송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을 하기 어려워지면서, 현재 개인정보 유출 건에 대한 사측의 보안 소홀 등의 문제가 있는지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넥슨 또한 이에 영향을 받지 않을지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저들 개개인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사업자도 정보 보호에 소홀했다는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넥슨 사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만약 넥슨 또한 1인당 1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지게 된다면 넥슨은 산술적으로 13조 2000억 원 수준의 손해배상비용을 내야만 한다. 연 매출 1조원으로 올라 선 넥슨에게 있어서 부담스러운 금액임에 틀림이 없다.

현재 넥슨은 서민 대표가 소환 통보를 받는 등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 넥슨 측도 공식적인 입장은 취하지 않으면서 SK컴즈의 항소 여부에 귀추를 기울이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SK컴즈의 항소 결과와 진행 상황에 따라 타 업체들에 대한 소송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가 달려 있을 것”이라며 “SK컴즈에 대한 법원 판례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사측의 귀책사유 여부가 확정되는 결과가 향후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중요 판단 척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겜툰 송경민 기자
songkm77@gamtoon.com